허남설
경향신문 기자
한국 보수정치 동향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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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공간은 의식을 지배하는가? 또 다른 '윤석열 미스터리' 대통령 윤석열의 이미지는 원래 독선, 막무가내, ‘무데뽀’ 같은 것들이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엔 그가 아주 미스터리한 인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이 부정선거론에 심취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군대를 동원해 부정선거의 전모를 밝히려고 했다는 윤석열은 마치 총기 난사 직전 테러의 명분을 강변하는 ‘외로운 늑대’ 같았다. 극단적 고립 속에서나 키울 법한 망상을 어떻게 유능한 관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하게 됐을까? 이 미스터리와 씨름하다 보면 계속 샅바를 붙잡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22년 3월,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직후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겠다며 취임 전 반드시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남겼다. 청와대란 공간이 제왕처럼 행동하게끔 대통령의 의식을 지배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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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기능만 입은 도시, 감정을 불어넣자 토마스 헤더윅, 요즘 이른바 건축계에선 이 이름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헤더윅이 쓴 책 「Humanise」가 최근 국내에 <더 인간적인 건축>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은 마치 혁명기 대중의 각성을 선동하는 팸플릿 같다. 이 혁명에서 칼 마르크스의 지위는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맡는다. 혁명가의 손에 <공산당 선언>이 있다면, 건축가의 눈은 ‘까사 밀라’를 향해야 한다. 가우디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지은 이 집은 외벽이 물결치듯 굴곡져 전체적으로 조소 작품 같은 기운을 풍긴다. 헤더윅은 가우디의 디자인에 경외심을 감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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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한옥도 결국엔 집이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31번지. 폭 5m 남짓한 골목 양옆으로 기와에 처마, 돌담으로 구성된 집이 통일감 있게 늘어서 있다. 위에서 보면 집들은 거의 다 ㄴ자 혹은 ㄷ자 모양이다. 우리가 아는 한옥의 전형. 이런 집이 빼곡한 언덕인 가회동 31번지는 북촌한옥마을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관광객에게 상당히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남산까지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속에서 한옥의 정갈한 담장과 처마의 선은 훌륭한 프레임이 된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전통 한옥들이 즐비한 동네’(서울관광재단)라고 소개된다. 이 정의엔 의심할 구석이 딱히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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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교육감님, 그냥 정치하면 안 되나요? ※뉴스레터 점선면 10월15일자(https://stib.ee/NmhE)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빨간 교육감? 파란 교육감? · 지난 10월 15일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정근식 후보가 조전혁·윤호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 언론은 대체로 이 선거 결과를 ‘진보교육감 승리’라고 평가했어요. 선거 전엔 정 후보는 야권을, 조 후보는 여권을 대표하는 것으로 분류되며 ‘진보·보수 1 대 1 빅매치’란 말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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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사람에게 맡겼더니 사람들이 돌아왔다 끄트머리를 살짝 들어 올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지붕.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저마다 서로 다르게 생긴 블록들. 설계자가 한국의 ‘1세대 근대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건축물은 건축가가 지난 건축 생애에 바치는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주한프랑스대사관(1960), 을지로 중소기업은행(1983), KBS 국제방송센터(1985) 등 김중업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건축물이 하나씩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 건축물은 군산시민문화회관(이하 군산회관). 김중업은 1985년 군산회관 설계경기에서 당선했다. 개관식은 그가 죽은 다음 해인 1989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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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열린 공간과 이웃들, 도시를 만드는 그 사람들 서울 성수동2가 299-129번지, 50년쯤 된 상가 1층 점포. 이곳에 그 할머니들이 들이닥친 때는 지난해 여름이었다.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병풍’을 상상하는 전시회가 열린 날. 할머니들은 여기에서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었다. 음, 이건 대관절 무슨 퍼포먼스일까?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이 입구에서 어리둥절. 어떤 외국인 관람객은 엉겁결에 할머니들이 건넨 찐 감자를 받아 먹었다. 그날 이후 할머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을 점거하고 또 점거했다. ‘병풍의 여행’이란 콘셉트와 어울리게 전시공간에 커다란 평상을 두고 문을 활짝 열어둔 게 좋은 핑계가 됐다. 무릇 평상이란 원래 그렇게 쓰는 물건이니까. 누구도 할 말이 없는 광경. 할머니들은 그해 여름을 그렇게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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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저녁과 공동체가 있는 삶, 도시는 더 작아져야 산다 이번 파리 올림픽 내내 에어컨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에어컨 없는 선수촌에서 잇따라 탈출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오가는 버스에서도 ‘노(No) 에어컨’에 시달렸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한발 양보해 에어컨 2500대를 선수촌에 제공했는데, 대신 사용하려면 요금을 내라고 했다. 조직위는 기후위기를 내세우며 한여름 올림픽을 이렇게 운영했고, 그 의도와 상관없이 폭염을 피하는 데 돈이 들게 만들어 부국과 빈국 사이 격차만 더 벌린 것 아니냐고 비판받았다. 탄소를 실컷 배출해 발전한 선진국이 이제 와서 후진국·개발도상국에 엄격한 재생에너지 기준을 들이대며 갈등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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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의 미래일까? ※뉴스레터 점선면 8월6일자(https://stib.ee/E4gD)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우리는 ‘기후 올림픽’을 봤다 · 2024 파리 올림픽 내내 에어컨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노(No) 에어컨’ 정책을 폈습니다. · 이번 올림픽은 탄소 배출량 목표를 158만톤으로 잡고, 과거 올림픽 배출량인 2012년 340만톤, 2016년 360만톤의 절반 아래로 줄이려고 했어요. 기후 문제에 초점을 둔 ‘기후 올림픽’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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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케이블카가 산을 망칠까? ※뉴스레터 점선면 7월23일자(https://stib.ee/MnSD)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산·산·산마다 케이블카 · 2023년 11월 20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설악산엔 현재 1972년 설치한 ‘권금성케이블카’가 운행 중인데, 새 케이블카 설치가 공론화된 지 40여년 만에 시공 절차가 시작된 거예요. ·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설치가 현실이 되자 전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치악산 등 6개 케이블카 추가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혔어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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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다르지만 다 함께 살아갈 힘 기른다 요즘 여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한동훈은 지난 2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다다름하우스’란 다가구주택을 방문했다. 당시 그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그는 여기서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그를 마중 나온 청년 장애인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는 구도에 카메라 셔터음이 폭발했다. 이날 떠들썩한 방문 일주일 후, 국민의힘은 아동양육시설을 떠나 홀로 생활을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맞춤형 주택과 전세금 지원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한동훈은 알았을까? 그가 자립준비청년을 만날 장소로 고른 다다름하우스에는 이날 그를 안내한 청년과 같은 장애인이 16가구 산다는 사실 말이다. 자립준비청년 4가구보다 이들이 훨씬 더 많지만, 국민의힘이 다다름하우스 방문 이후 공개한 공약에서 장애인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훈이 알아야만 했던 중요한 사실은 또 있다. 다다름하우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인데, 이 매입임대주택 정책이 현 정부에서 거의 누더기가 될 뻔했다는 점, 그리고 다다름하우스는 그 매입임대주택 정책의 취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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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콸콸’ 물을 끌어와야 복원? 얕은 물길에도 이야기는 흐른다 청계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태평로 청계광장 앞에서 동쪽으로 10㎞쯤 흘러 한양대학교 부근에서 중랑천에 합류하는 이 물길의 시작이 그냥 광장일 리는 없다. 중랑천은 청계천을 흡수한 다음 서쪽으로 계속 흘러 서울숲 근처에서 한강과 한줄기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청계천은 이렇게 중랑천을 거쳐 흘러든 한강에서 온다. 한강 물을 정수해 하루 4만t씩 끌어다 만든 물길이 지금의 청계천이다. 이걸로도 부족해서 주변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도 하루 2만t씩 청계천에 흘려보낸다. 청계천은 2005년 ‘복원’되었다. 복원, 즉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 것이라면 청계천엔 원래 이렇게 물이 콸콸 흘렀단 말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청계천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이었다. 평소엔 말라 있거나 물줄기가 끊긴 물웅덩이만 듬성듬성 자리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고인 물에 오물이 섞여 썩은 내가 진동했다. 콜레라·장티푸스가 유행하자 일제 조선총독부는 청계천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1907년부터 청계천은 조금씩 복개, 즉 땅 밑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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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지금 필요한 건 달디단 25만원? ※뉴스레터 점선면 5월28일자(https://stib.ee/1BbC)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단 하나의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를 클릭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지난 5월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바뀐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이 발언이 나오기 전인 지난 5월28일 뉴스레터 점선면 독자들에게 보낸 점선면Deep 콘텐츠를 기사로 재구성한 것이란 점 다시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