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순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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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국가지만…꺼지지 않는 불기둥 ‘조로아스터교 3대 성지’ 머릿속에 그려본 세계지도에서는 위치조차 가늠되지 않았다. 쉽게 와닿지 않는 그곳. 기록적인 폭염에 한국이 녹아내릴 듯하던 무렵, 캅카스(코카서스)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를 다녀왔다. 신화와 종교가 뿌리내린 성스러운 땅이자, 그에 어울리는 문화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 성스러운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러시아 등과 접한 카스피해 연안의 유럽국이다. 경제의 상당 부분을 석유와 천연가스가 지탱하고 있어 ‘불의 나라’라 불린다. 불의 나라답게 ‘불의 사원’이 이방인을 맞았다.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의 ‘아테시카 사원’은 전 세계 3곳인 조로아스터교의 성지 중 하나다.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이 종교는 불을 숭배해 ‘배화교’라고도 한다. 사원 중앙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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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위해 불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형벌받던 ‘신화의 땅’ 러시아 표기 ‘그루지야’가 더 친숙와인 발상지이자 세계적 생산지 크고 화려한 정교회 성당에 감탄‘노아의 방주’가 지나간 흔적 간직 만년설 덮인 산·드넓은 평야 공존몽환적 분위기서 ‘무공해 힐링’ 조지아는 주변국인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와 함께 ‘캅카스(코카서스) 3국’으로 불린다. 조금 덜 알려진 나라지만, 와인의 발상지이자 세계적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1990년대 구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했고, 한국인에겐 러시아어식 표기인 ‘그루지야’로 좀 더 친숙하다. 기후 조건이 좋은 데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 최근 여행객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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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린 조선도자의 혼 400년 빛으로 빚었네 인구 2만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4월29일부터 열리는 축제 기간엔 100만명의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는 마을. 일본 도자기의 중심지 사가(佐賀)현 아리타(有田)다. 올해는 아리타 자기 탄생 400주년이 되는 해다. 나지막한 건물과 조용한 거리의 시골 마을엔 아리타 자기의 역사는 곧 일본 자기의 역사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아리타 자기는 조선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의 왜란으로 수많은 조선인 도공들이 일본에 끌려왔다. 이들 중 한 무리를 이끈 이삼평(李參平)은 아리타의 이즈미야마(泉山)에서 자석(磁石)장을 발견했다. 이곳을 기반으로 자기 제작의 분업·체계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주도하며 산밖에 없던 마을에 아리타야키(有田燒)를 일으키고 발전시켰다. 이는 토기 수준이었던 일본 요업계의 대변화였으며 본격적인 도자기 산업의 시작이었다. 당시 사가 번주(藩主)는 그 공적을 인정, 이삼평에게 이름(가나가에 산베에·金ケ江三兵衛)을 주고 무사계급과 동등하게 대우했다. 아리타 사람들은 이삼평을 ‘도자기의 아버지(도조·陶祖)’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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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이, 마음은 드넓은 중원을 닮아갔다 중국은 넓었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황허는 이 드넓은 대륙을 가로지르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3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이 ‘5천㎞의 물길, 5천년의 역사 대륙, 황허(黃河)에서 새로운 문명지도를 펼쳐라!’라는 주제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번 대장정에는 3만5000여명의 국내외 대학생이 신청, 3차에 걸친 공개 전형을 통해 남녀 각 50명씩 100명이 대원으로 선발됐다. 황허 하류에서 발원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7박8일간의 대장정에 이들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