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혁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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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밥값 내놔라 이놈들아" 타락한 세상을 향한 큰스님의 죽비 '성철 평전' <성철 평전> 김택근 지음, 모과나무 펴냄 “가장 낮은 곳은 자연히 큰 바다가 되지 않은가.” ******************* 비상을 품에 넣고 영원한 행복, 영원한 자유를 찾아 헤매는 영주를 식구들은 비상하게 지켜봤다. 영주의 고뇌는 부모의 눈에 방황으로 비쳐졌다. 사서삼경 안에 살아가는 이치가 다 들어있건만 아들은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유림의 소양을 쌓아 선비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믿음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타고난 큰 그릇에 아들은 다른 것을 채우고 있었다. 아버지 이상언은 아들 영주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서둘렀다. 결혼을 하면 해와 달 대신 색시를 쳐다보고, 책 대신 제 자식을 볼 것이라 여겼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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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깊고 넓은 제주여행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문경수의 제주 과학 탐험> 문경수 지음, 동아시아 “제주에만 사는 희귀종뿐만 아니라 모든 종에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지형의 변화, 그리고 공존과 경쟁을 통해 지금 이 자리에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꺾고 밟는 들풀도 하나의 종인 것이다.” ********************* 제주 서쪽에 있는 유명한 해수욕장, 협재에 가면 정면에 그림 같은 섬 하나가 보인다. 바로 비양도다. 제주 본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섬이지만 섬 주민과 느긋한 시간을 즐기려는 일부 여행자 외에는 찾는 이가 드물다. 하지만 단 하루만 제주에 머문다면 비양도를 가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첫 번째 탐험지로 비양도를 선택했다... 제주도가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축소판(18%)이라면 비양도는 제주도의 축소판이다.-제주도의 축소판,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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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정보 문해력 갖추면 축복, 못갖추면 저주 '어메이징 인포메이션' <어메이징 인포메이션> 맷 업슨 · C. 마이클 홀 · 케빈 캐넌 지음, 노승영 옮김, 궁리 펴냄 “사실 ‘쉽고 빠르게’는 수천년 동안 정보 생산과 복제의 목표였다. 발동을 걸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일단 걸리면 늦출 방법이 없다.” ************ 정보는 이제 희소한 재화가 아니다. 넘쳐날 뿐 아니라 상상도 못할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을까? 무엇이 적절하고 정확한지 어떻게 알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나 있을까? 믿음직하고 공정하다고 전문가가 인정한 정보는 무엇일까? 진실을 전달하는 데 무관심한 자들이 날조한 정보는 무엇일까? 돈을 벌거나 흥미를 유발하려고 만든 정보는 어떤 것일까?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혼란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정보문해력을 키우는 거다. 무엇보다 학술 연구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를 찾고 이용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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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시적인 문장과 통찰,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나무의 노래'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생명은 그물망이기에, 인간과 동떨어진 ‘자연’이나 ‘환경’ 같은 것은 없다.” ****************** “우리의 윤리는 속함의 윤리여야 한다. 인간의 행위가 온 세상의 생물 그물망을 끊고 멋대로 연결하고 마모시키는 지금, 이 윤리는 더더욱 긴박한 명령이다. 따라서 자연의 위대한 연결자인 나무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은 관계 속에, 근원과 재료와 아름다움을 생명에 부여하는 관계 속에 깃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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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법-재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회, 법정에 서다' <사회, 법정에 서다> 허승 지음, 궁리 펴냄 “법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법을 적용한 결론은 명확하다는 오해다.” ************* “법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법을 적용한 결론은 명확하다는 오해입니다. 이는 법 공부가 단순 법조문과 판례의 암기에 불과하다는 오해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조문과 판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실제 사례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들도 맡은 사건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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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망각한 별과 고향의 흔적을 찾아주는 시집 '별처럼 사랑을 배치하고 싶다' <별처럼 사랑을 배치하고 싶다> 지영환 시집, 민음사 ‘명왕성 대변인’을 자처하는 고흥 시인 지영환의 시집 “누가 알까. 저녁의 별들이 안아준다. 그렇게 저녁은 아무도 모르게 안아 주는 것들의 온기로 따듯하다.” ********** 모이고 흩어진다. 빛은 산란한다. 저것이 별에서 온 것이라면 아마도 모든 별은 산란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모이고 흩어진다. 우리가 배워 온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 그걸 사랑이라고 한다지. 그래서 좀 깜빡깜빡하지. (중략) 어느 날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떤 배치는 비기도 해. 명왕성은 134340 번호를 부여받고 태양계에서 퇴출되었어. 태양계 마지막 행성의 위치는 사실상 비게 된 거야. 아무 일도 아니지만 그런 일이 중력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 아마도 그게 사랑이 아닐까. (중략) 고대 그리스 시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도는 천동설이 있었어. 1400년간 우리를 지배했지. 모이고 흩어지며 그랬어. 별들은 그때에도 그랬지. 우리의 사랑스러운 산란. 다음에 지동설이 천동설을 몰아냈지. 그리고 별들이 다시 배치되었지. 그랬던 날들이 있어. 모이고 흩어지던 날들. 사랑의 법칙이 그런 거지. 모이고 흩어지는. 공을 던지듯 나는 커쇼의 트윗을 리트윗해. 트윗의 공간도 산란의 우주. 그곳의 기억도 우주의 기억과 마찬가지. 산란의 기억. 그곳에도 퇴출되는 열 번째가 있을 테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어 우리를 부르는 말들로 불러 줄 날이 있지. 별들처럼. 사랑을 배치하는 저 별들처럼. 아름다운 배치는 누가 이름을 바꾸어 붙여도 그대로 있기도 하니까. 그래. 열 번은 더 얘기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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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보기 '전체를 보는 방법' <전체를 보는 방법> 존 H. 밀러 지음, 정형채·최화정 지음, 에이도스 펴냄 “좋은 지도는 가능한 한 쓸데없는 정보를 없애고 길을 안내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만 남긴다. ********************* “기대하지 않은 전체 패턴을 만드는 국소적 상호작용의 힘은 실로 놀랍다. 국소적 상호작용이 바다 달팽이의 껍질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든 혹은 사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래와 가격을 형성하든 간에 그런 단순한 시작에서 놀라운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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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너희가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 <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화사 외 42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궁리 “변화의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의 의아함, 질문, 목소리입니다.” ************* “내가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결정 적인 것은 내가 생물학적인 ‘여자’라는 사실, 즉, 어깨 아래에 작고 귀여운 유방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대체 내 유방이 뭘 어쨌기에 문제인 것일까. 공공장소에서 어떤 여자가 등목을 하겠다고 윗도리를 벗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미쳤군’부터 시작해서, 움찔하고 돌아서는 사람, 달려와서 옷을 덮어줄 사람, 미풍양속을 들고 나설 보수주의자와, 유후~ 하며 휘파람을 불어댈 간 큰 마초… 그러나 등목 하는 여자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들의 심정, 그리고 애초에 공공장소에서 등목을 하지 않는 나의 심정에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은 여성의 상체는 성적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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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소리와 청각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 '소리의 과학' <소리의 과학> 세스 S. 호로비츠 지음, 노태복 옮김, 에이도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는 기존의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보는 것이다.” **************** 정신물리학은 물리학의 ‘사적’ 재구성이며, 진화와 발달을 거치면서 변화한다. 이런 까닭에 열댓 마리 박쥐들이 곤충을 사냥하느라 지하철 소음 수준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도, 우리는 박쥐가 내는 소리의 주파수를 들을 수 없다. 덕분에 여름 밤 베란다에 앉아 시골이 얼마나 조용하냐고 감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동물원 코끼리들이 고속도로 근처에서 살면 잘 지내지 못한다. 1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자동차의 저주파 소음이 코끼리들 간의 초저주파 의사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십대들은 시끄러운 음악을 자극제로 여겨 끌리는 반면에, 나이에 따른 일반적인 청각 상실을 겪는 늙은이는 환경을 감지하는 능력이 줄어들면서 피해망상에 빠진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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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시간과 지도는 어떻게 통일되었나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엥카레의 지도'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엥카레의 지도> 피터 갤리슨 지음, 김재영·이희은 옮김, 동아시아 “시간의 전선은 저절로 놓인 것이 아니었다. 그 전선은 국가적인 야망, 전쟁, 산업, 과학, 정복과 함께 왔다.” ******************* 국가들 사이에 길이와 시간과 전기적인 측정의 규약을 좌표화하려는 징조가 눈에 띄게 감지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시계를 맞추는 것은 단순히 신호를 교환하는 절차의 문제가 아니었다. 푸앵카레는 세계 전기 시간 네트워크의 행정관이었고,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전기기술을 위한 스위스 중앙 정보센터의 전문가였다.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 모두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집중했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생각에 사로잡혔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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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억압과 차별의 근원 '이상한 정상가족'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가족 안에서 가장 약한 사람의 아주 작은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큰 세계에서 발전하려는 노력도 헛된 일이 될 것이다.” ********************************************8888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 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가 그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 보여준다면 작은 단위의 사회라 할 가족도 아이를 중심에 놓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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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마법사처럼 순수한 소년의 지독한 성장담 '마법사들' <마법사들>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아들아, 우리가 진실에는 결코 맞서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그 진실이 아무리 불쾌하고 위협적이고 잔인하더라도 말이다.” ********************************************************** 내가 허기져서 집에 돌아와 우리 집 요리사 예브도티아의 화덕 위에서 온종일 지글거리는 잼 케이크로 배를 채울 때면 아버지는 종종 내게 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