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혁곤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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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내면을 건드리고 생각을 자극하는 '깊은 이미지' <깊은 이미지> 이종건 지음, 궁리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인식적으로 낯선 것, 감각적으로 아픈 것을 경유하는 기쁨이다!” ********************************* “깊은 이미지는 우리의 사람됨과 우리를 둘러싼 생활세계에 개입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고 생각을 자극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새삼 다르게 보도록 하는 것이 깊은 이미지라는 것이다.”-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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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로쟈와 읽는 니체의 작가들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지음 , 마음산책 “좋은 소설은 해답을 제시한다기보다 물음을 던집니다.” ****************************************************** “니체가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 ‘운명애’라고 했습니다. ‘영원회귀’는 필연입니다. 필연을 의지의 행위로 바꿔놓는 것이 운명에 대한 사랑이지요. 니체가 말하는 운명은 주권적인 존재인 초인의 의지입니다. 이 의지는 운명과 충돌하지 않습니다. 영원히 같은 것이 돌아오지만 이를 내가 원한다는 것. (…) 자유의 투사가 그려낸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모순적 열정이 만개한 작품입니다. 쓰는 것과 산다는 것 사이의 모순, 삶을 산다는 것과 성찰한다는 것 사이의 모순, 사랑한다는 것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 사이의 모순, 이런 겁니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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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마음산책 “나는 아이의 볼에 내 볼을 비비면서 우리 가족의 어느 한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학교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그래도 입학 전에 한글은 떼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봐도 뻔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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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광기 vs 풍자, 미디어 전쟁터에서 벌인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오노 히로유키 지음, 양지연 옮김, 사계절 “채플린은 라디오라는 새 미디어에 기대를 걸면서도 과도한 낙관주의를 경계했다. 라디오든 인터넷이든 새 미디어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없다. 도구를 사용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셈이다.” *********************************** 채플린의 삶이 새 시대의 희망이라는 긍정적 시류와 곤경 속에서도 웃음을 추구한 전대미문의 재능이 결합해서 결실을 맺은 예라면, 히틀러의 삶은 패전의 절망이라는 부정적 시류와 좌절된 예술가의 꿈이 뒤엉켜 분출된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재능이 ‘미디어 시대’에 무한히 증폭되면서 등장한 거대한 괴물이 바로 채플린과 히틀러이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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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50+ 세대가 읽는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유 경 지음, 궁리 “아무개라는 이름, 이름을 넘어 아들 딸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언니 오빠 누나로 살아온 날들 자체가 전설입니다. 이름으로도 다 담아내지 못할 역사가 우리 안에 들어 있습니다.” ************************************ 누군가 ‘가까운 친구 열 명을 꼽았을 때 세 명 이상이 열 살 연하거나 연상이면 세대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저야말로 이 모임을 통해 위아래 띠 동갑을 여러 명 만났고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선후배들과 특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돈이 생기기는커녕 자기 밥값 자기가 내야 하고, 수료증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경력관리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도 없지만, 그 저 노년 이야기가 좋고 사람들이 좋아 모이는 것을 보면 순수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바보들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모임이 17년이나 계속되어온 것을 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긴 있는 듯합니다. 저는 그 매력에 ‘함께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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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지(知)의 거인’ 도아마 시게히코가 들려주는 '지적 생활 습관' <지적 생활 습관> 도아마 시게히코 지음, 장은주 옮김, 한빛비즈 “머릿속에 지식을 구겨넣는다고 지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일상부터 지적으로 바꿔라.” ****************************************** 뭔가를 생각하는 시간은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의 짧은 시간으로 정했다. 푹 잔 다음날 아침은 기분이 상쾌하다. 머릿속 모습은 알 길이 없지만 전날 밤 잠자기 전보다는 분명 깨끗해져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하루 중 아침이 아이디어를 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중략) 그런 연유로 십여 년 전부터 ‘아침형 사고’를 시도했다. 깨어나서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고 있으면 저절로 사고의 단편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잠시 내버려두면 예전에 골똘히 생각했던 것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 다시 나타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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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말과 글을 삼갔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지음, 박창학 옮김, 마음산책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누구나 하게되는 고민… <도쿄 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만큼 은은한 산문 “없으면 없어도 될 것 같은 것이 제일 소중하다.” *******************************************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서 이즈 방면에라도 놀러 가는 모양인 단체와 같은 열차에 종종 함께 탄다. 단체라고 한마디로 말해도 각종 잡다한 유형이 있다. 언젠가 ×××표 모기향 소매인 초대객이라는 단체에 섞여든 적이 있다. 아직 이른 봄이었기 때문에 과연 선전이 위용을 떨치는 세상, 상인의 채비가 훌륭한 데는 감탄도 했고, ×××표 모기향이라고 염색한 파랑·빨강의 작은 깃발을 치켜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땅콩, 오징어포로 제각각 작은 연회를 펼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우스워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그중에서 간사 역할인 듯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서 이쪽으로 술은 건너왔는지 모르겠다며 두 홉들이 병을 넘겨준 적이 있다. 그 속에 끼어든 나를 동행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물론 나는 사양 않고 받았다. 그 모기향을 사용하고도 모기에 시달린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모기도 안심하고 추천할 만한 모기향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모기향 판매인으로 나를 봤다는 것에는 스스로도 황송해서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이었다. 초봄 모기향의 은덕으로 취기를 맛본 나는 그 일 이후로 추운 계절에 촌 상인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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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어떻게 일할 것인가, 강상중이 말하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사계절 “일이란 ‘나다움의 표현’이며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입장권입니다.” *********************************************** ■야구 선수를 꿈꾸던 재일 한국인 소년 저희 집에서 ‘공부’는 그다지 장려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하려고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어머니는 얼른 자라며 스탠드를 꺼버리곤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어머니는 제가 좋은 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결국 좋은 회사에 취직하진 못할 거라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면 애초에 공부 따위 안 시키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었겠지요. 어머니의 생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는 제쳐두고서라도 당신의 아들이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자식 생각은 지금 돌이켜봐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옵니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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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불야성의 섬 월미도의 기억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 강변구 지음, 서해문집 “전쟁을 온전하게, 그 승리와 죽음을 다 같이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앞으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길입니다.” ***********************************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성공에 가려진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분들이 겪은 일이 당사자들만의 일이 아니라, 나와도 연관된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들의 피해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습니다. 월미도 주민들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억압되고 배제된 전쟁의 기억을 온전하게 회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온전하게, 그 승리와 죽음을 다 같이 기억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앞으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길입니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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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우리가 아픈 '원인의 원인'을 밝힌 '아픔이 길이 되려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 ■말하지 못하는 상처, 기억하는 몸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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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오답과 정답이 얽힌 짜릿한 수학사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오답' <세상을 바꾼 위대한 오답> 김용관 지음, 궁리 펴냄 “이렇게 멋지게 틀릴 수 있다니! 아름다운 수학의 정리는 오답이 빚어낸 진주다.” ************************ “오답은 단지 틀린 답이 아닙니다. 오답이라는 게 밝혀지기 전 오답도 한때는 정답이었습니다. ‘다른’ 답이었습니다. ‘다른’ 답이 ‘오답’이 되고, 그 오답이 ‘정답’이 되었습니다. 오답을 넘어서야 정답이 보입니다. 수학은 오답의 극복 과정이며, 아름다운 정리는 오답의 눈부신 활약이 빚어낸 진주입니다. 수많은 오답들이 수학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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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다시 읽는 진보경제학자 정운영의 유려하고 도도한 '시선' <시선> 정운영 지음, 생각의 힘 “흙에 지친 어머니의 투박한 손길처럼 우선 겸손해지는 일, 그것이야말로 귀향에 앞서 우리의 가슴에 준비해야 할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 ■저 낮은 경제학-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J양에게 주인이어야 할 노동력이, 즉 인간이 오히려 그 도구에 예속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소외’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대의 경제학이 이 소외의 문제를 대단히 소홀하게 다루는 것은 사실이고, 또 그런 점에서 크게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밥을 만들고 나누는 가장 구체적인 현상에서 시작하여 그 밥을 만들고 나누는 사람들의 관계로 관심을 돌릴 때, 경제학은 ‘밥과 사람의 관계’를 따지는 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거기에 내재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밝히는 학문으로 그 본연의 사명을 회복하게 됩니다.-78,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