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혁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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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농담처럼 던진 김중혁 산문 '뭐라도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 “‘재능’이란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 웃음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면 더 큰 죄를 짓는 거다. 다음 세대에게, 다른 건 몰라도, 웃음은 전해주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 이렇게 열심히 웃고 있는지 모른다. 대신 왜 웃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웃음을 터뜨리기 전에 혹시 울어야 할 일은 아닌지, 비웃기 전에 혹시 정색해야 할 일은 아닌지, 누군가를 조롱하기 전에 내가 정확히 누구를 조롱하려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무기력해지지 않는다. 그래야 우리가 시시해지지 않는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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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우리사회 민낯을 보여주는 '난민소녀 리도희' <난민 소녀 리도희> 박경희 지음, 뜨인돌 “조국? 내 조국은 어디일까? 남조선? 북조선?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인가? 여권을 발급해 준 대한민국인가? 내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내 몸의 일부를 자르거나 심장을 떼지 않고선……. 북조선, 남조선, 중국, 캐나다 그리고 지금 다시 중국 연길에 선 내가 누구인지 되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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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과학과 사회를 관통하는 생각의 힘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김동광 외 지음, 궁리 “논쟁 자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읽기를 통해 균형잡힌 시각을 길러나갈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고 관심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에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시대에 과학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 워낙 어렵고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라는 식의 생각이 사람들한테 깊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제로 과학기술과 항상 맞닿아 있고 매번 선택도 해야 합니다. 휴대폰, 카메라 기종을 택할 때도 끊임없이 학습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일반 독자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오히려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과학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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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울컥하는 한 여자의 분투기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서해문집 “한쪽의 수고로 한쪽이 안락을 누리지 않아야 좋은 관계다.” ******************* 자기 욕망을 일인칭 시점에서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여전히 모자라다. 착한 여자는 천당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는 말대로, 일상의 금기는 넘나들지만 몸에 그은 선은 제자리다.-36p 안 보이는 사람의 나라가 있다. 삶에 대한 상상력이 직업에 대한 정보력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니,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사람의 이야기는 사라져간다. 남성, 이성애자, 서울 출신, 명문대 졸업, 전문직 종사자로 표상되는 소위 정상적 삶의 서사는 매스컴으로 구전으로 맹렬히 유통되는 반면, 거기서 벗어날수록 삶의 서사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장애여성 강사처럼 자기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말할 기회가 드물고, 겨우 말한다 해도 오해나 동정을 산다. 그런데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자기를 알기 어렵고 사회에 자신을 위치지을 수도 없다. 말소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1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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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서로가 서로를 토닥여주는 세상 짓기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 김만권 지음, 궁리 “정치의 근본적인 질문을 사유하는 이 시끄러운 길거리 정치학 교실을 찾아든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 **************************************** 사실 ‘누구누구를 사랑하는 모임’이란 말 자체에 그 모임을 결코 정치적으로 만들 수 없는 함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정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정치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요? 사랑의 가장 큰 특징은 ‘눈멂blindness’입니다. 이 ‘눈멂’은 많은 경우 사랑의 증거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실수를 덮어주지 않고 지적하면 연인에게서 곧잘 이런 말을 듣습니다. “넌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구나.” 상대의 허물을 보아도 눈을 감고 감싸주는 이런 사랑의 속성을 정치에 적용한다면 정말 큰일이죠. 이런 것만 생각해봐도 지도자를 향한 지나친 사랑, 반드시 경계해야만 하는 일입니다.-‘5강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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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그들은 무엇을 그렸을까 '화가의 마지막 그림'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지음, 서해문집 “속설에 따르면 백조는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아름답고 구슬픈 울음을 뱉는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백조의 노래’는 보통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 라우리의 미공개 유작을 본 순간, 캐롤은 자기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작품들은 라우리의 평소 작품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절반 또는 4분의 1이 찢어지거나 없어진 상태로 남겨진 그림 속에는 하나같이 소녀들이 그려져 있었다. 피부가 여린 소녀들이 좁은 튜브 같은 옷에 쥐어짜질 듯이 갇힌 채 위태롭게 서 있다. 심지어 단두대 속으로 강제로 밀어 넣어져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와 그 옆에서 채찍을 들고 웃고 있는 사람을 묘사한 그림도 있다. 이 소름 끼치는 연작들을 눈살을 찌푸리며 훑어보던 캐롤은 한순간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 속의 소녀가 자신처럼 작고 살짝 치켜 올라간 코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캐롤은 외쳤다. “맙소사, 이건 나야. 이 그림들은 나야!” -1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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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행간마다 위로의 눈물이 고인 포토에세이 '찔레꽃을 올리다' <찔레꽃을 올리다> 이우림 지음, 북인 오늘은 우리 엄마 제삿날 큰언니네랑 요양원에 있는 막내동생 미현이를 데리고 안산 큰오빠네로 간다 엄마의 전부인 구 남매가 이곳저곳에서 엄마를 보러 온다 손주에 증손주까지 복닥거리는 잔칫집 같은 울 엄마의 날! 생전만은 못하겠지만 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살려고 노력한다 찔레꽃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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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깊이와 재미 둘 다 갖춘 속담이야기 '우리말 절대지식' <우리말 절대지식> 김승용 엮고 씀, 동아시아 “속담은 한 문장의 우화다. 삶의 폭죽 같은 깨달음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혜와 삶이 압축된 파일이다.” ************************* ‘미운 풀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 (좋지 못한 사람이나 일을 처리하려다 좋은 것에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이르는 말.) 이런저런 여러가지가 함께 있으면 미운 것도 있고 고운 것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미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너무 억지로 솎아내려다 보면 좋은 것에까지 엉뚱한 해가 미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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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맛깔스럽고 쫄깃한 바다 인문학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지음, 서해문집 “아직도 이곳 원담에 멸치나 꽃멸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북상했던 멸치가 월동하면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올 때를 기다릴 뿐이다. 이렇게 자연은 기다림이다.” ***************************************************** 해양은 수산의 토대이고, 수산은 해양의 결과물이다. 수산은 경제이고, 해양은 환경이며 생태계이다. 인간과 해양생물은 자연생태계에서 각각 하나의 구성원이다.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다를 뿐이다. 자연에는 복원 능력이 있지만 그것은 무한하지도 관대하지도 않다. 그 많던 명태를 지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멸종위기종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해산물은 무한히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서로 공존하지 않으면 결국 공멸하고 말 것이다. -저자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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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삶의 방식으로서 살아있는 민주주의 '두잉 데모크라시' <Doing Democracy(두잉 데모크라시)> 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내 삶의 주인이자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스스로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듣기 기술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듣는 것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듣는 것 이상으로 말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조용히 하기는 우리의 관심사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관심사가 보통 청자의 긍정적인 기분과 경청에 좌우되어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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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잇는 2시간의 기적 '엄마의 영화관' <엄마의 영화관> 강안 지음, 궁리 “주말에 함께 찰리 채플린 영화나 볼까? 우리 가족은 영화를 보며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다!” **************************************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모든 것이 나를 향해 있어야 하고, 당연히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자기중심적 착각 속에 사는 경우가 많지요. 대부분 그렇다보니 모두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기 바라고, 사랑하기보다 사랑받기 원합니다. 인간의 속성이기도 하지요. 가족이란 특히 그렇습니다. 핏줄로 얽힌 일차적 공동체 집단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이니만큼 아주 편합니다. (…) 그 과정엔 상처 주는 말과 무례한 행동이 자연스럽습니다.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이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앵그리스트맨’ 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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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줄책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가족 이야기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박정애 지음, 사계절 “어쩌면, 어쩌면, 인생은 모두 각기 다른 포물선이 아닐까. 저마다의 초점과 준선을 가지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운명의 두 축을 넘나들며 부단히 삶의 좌표를 그려 가는……. 대칭축을 기준으로 반절하면 기쁨과 슬픔이 반반씩인…….” ******************* 민수는 다르다. 내 아들이라고 하기에는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유전자랄까. 민수를 보고 있자면, 무자식 상팔자라는 옛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물론 나도, 자식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 또한 자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알면서도, 내 마음에 들게끔 자라지 않는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 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