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혁곤
경향신문 기자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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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정원 속의 내밀한 속살 178가지 '정원생활자' <정원생활자> 오경아 지음, 궁리 “정원 속에는 정말 많은 배울 거리들이,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그 무엇이 숨어 있습니다.” ********************************** 제가 정원을 사랑하는 이유는 정원이 특정한 사람을 위한 문화적 호사이거나 취미 생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원이 우리 삶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치유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조차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희망을 주는 장소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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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은둔 시절에 만난 인간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의 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권진아 옮김, 마음산책 “최고의 글은 분명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나옵니다. 그게 다 똑같아 보인다면, 차라리 아무 설명도 안 하렵니다.” ******************************** 난 글쓰기를 굉장히 존경합니다. 작가는 글쓰기의 도구로서가 아니고는 전혀요. 작가가 삶에서 의도적으로 은퇴하거나 어떤 결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은퇴한다면, 그 작가의 글은 보통 쇠퇴하게 돼요. 사용하지 않는 팔다리처럼. 모든 사람에게 정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것만이 훌륭한 삶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행운이든 불행이든 운동선수가 된 사람은 누구든 몸을 알맞게 유지해야 해요.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거든요. 몸이 둔해지면 마음도 둔해질 수 있어요. 영혼도 둔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야 영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76~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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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꼬이고 엉킨 일상을 바로잡는 '철학의 참견' <철학의 참견> 신승철 지음, 서해문집 “자신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익숙한 성장주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욕망의 재배치를 직접 피부로 느껴야 한다.” ********************************** 학교, 군대, 감옥, 병원과 같은 곳에서는 특이한 것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중 앞에서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복장, 행동, 말을 항상 조심하며 생활한다. 잘못하면 사람들에게 왕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회에서의 왕따는 특이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를 그대로 반영한다. 사람들은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보여야 왕따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행동거지를 단속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들이고 하나같이 특이하다. 타고난 개성대로 살려고 하면 사실 남과 다른 점이 유감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모두들 ‘보통 사람’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차별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물어보아야 한다. -‘따돌림: 오타쿠를 부탁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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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시대의 가장 아픈 곳을 응시한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강윤중 지음, 서해문집 “생각해 보면, 나는 살다가 장애를 가질 수 있고 가난해질 수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늙어 갈 것이다. 그런 내 삶의 가능성과 법칙을 받아들인다면 타인을 향한 편견이라는 것은 기만적인 일이다.” *********************************** 나는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모르고,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모르고,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르신의 외로움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죽음을 앞둔 이의 두려움을 모르고, 남의 땅에서 일해 보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절망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는 ‘안다’ 또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채 누군가의 삶에 대해 참 쉽게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낯선 삶’에 카메라를 들었다. 어쩌면 나의 편견이 그리로 이끈 것일지도 모른다. 막상 다가가서는 내 안의 편견을 들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고개를 드는 편견들을 부끄럽게 인정해야 했다. 카메라는 내 편견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것을 깨기 위한 도구였다. 무엇이든 그 실체를 또렷이 바라봐야 걷어 내는 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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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삼풍백화점의 기억과 망각 '1995년 서울, 삼풍' <1995년 서울, 삼풍> 서울문화재단 기획, 동아시아 “여유를 즐기던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왔고 연일 자극적인 뉴스를 소비하던 사람들은 어느덧 망각의 길로 접어들었다.” ************************************** 남편 동료가 “삼풍 무너졌대” 하는 말에 “장난해? 우리 와이프 거기 있는데” 그랬었대요. 휴대 전화 이런 게 없을 때니까 부랴부랴 TV 자막으로 사고 소식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은행 동료들하고 오산당병원, 또 어디 병원,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동료분들이 제가 있는 병원을 찾아내서, 남편이 왔는데 저희는 온몸에 하얗게 석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였죠. (제가 다리가 부러진) 작은애 검사를 쫓아다니느라 병원 측에서 큰애 현정이를 데리고 있었나 봐요. 따로 씻기고 할 여유도 없었어요. 나중에 애 아빠가 와서 큰애 얼굴에 허옇게 석면이 덮여 있으니까 손으로 계속 털어줬대요. 아무리 털어도 안 털어지니까 혀로도 닦아줬다고 하더라고요.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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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욕망과 품격 사이, 40대에 보이는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한빛비즈 “그러니까 중독은, 애처로워해야 할 일이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지옥 같은 현대사회를 40년 넘게 살아온 현대인이 무언가에 중독돼 있지 않다면 그것도 정상은 아니다.” ***************************** 예전 40대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양복바지를 입고 만두구두를 신고 다녔다. 넥타이 부대는 곧 40대의 대명사였다. 이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40대가 낯설지 않다. 티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배낭 하나를 메고 뉴발란스를 신고 다닌다. 예전 40대보다 지금의 40대가 훨씬 젊게 사는 건 맞다. 그래 봤자다. 40대는 40대지, 절대 20대는 될 수 없다. 20대의 몸매와 20대의 정신과 20대의 취향을 가졌어도 소용없다. 20대가 40대를 40대로만 보기 때문이다. 20대한테 젊은 40대는 젊은 아저씨일 뿐이다. 또래가 아니다. 언뜻 당연한 말 같지만 적잖은 40대들이 착각한다. 젊게 살면 정말 젊게 받아들여주는 줄 안다. 젊게 보이는 것뿐이다. 젊은 게 아니다. 그걸 모르는 40대는 품격을 잃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세상이 생각하는 자신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자기도 모르게 추태를 부리게 된다. 불쌍해진다. -160~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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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살아 있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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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인공지능,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김대식의 인간 대 기계' <김대식의 인간 대 기계>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산업혁명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30년 후에도 벌어질 일이지만 인류는 아직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 아닐까요?” ***************************** 만약에 제가 강한 인공지능이라면 ‘지구 - 인간’이 더 좋으냐, ‘지구 + 인간’이 더 좋으냐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거예요. 강한 인공지능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 - 인간’이 더 좋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충분히 낼 수가 있다라는 거예요. 지구에 인간이 있음으로써 모든 에너지와 공간을 가지고, 동물식물을 다 죽이고, 인간의 역사는 아름답지도 않고 허구한 날 싸움질하고 전쟁만 하죠. 동시에 책은 또 그럴듯하게 씁니다. 각종 철학 책이나 종교 책들. 그렇게 전쟁을 할 거면 책이라도 그럴듯하게 안 쓰면 되는데, 이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기계에 이미 입력되었기 때문에 기계 기준으로 인간 스스로가 만든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겠죠. 그러면 강한 인공지능은 공리적인 입장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알파 동물이 아니라 강한 인공지능이 알파가 된다면 그런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13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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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우아하고 진솔하고 용감한 '칼 세이건의 말' <칼 세이건의 말> 칼 세이건 지음, 김명남 옮김, 마음산책 “우리의 지혜와 신중함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데서 나옵니다.” **************************************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증거를 얻기 전에 결정을 내려선 안 되는 법이죠.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데이터가 입수될 때까지 판단을 미루는 게 힘든 모양입니다. (…) 〈라이프〉편집자들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세요, 여러 대안을 제공해서 독자를 헷갈리게 만들지 마세요. 그냥 뭐가 맞는지만 알려줘요.” 저는 “뭐가 맞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여러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판단을 미뤄야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그냥 하나를 고르세요. 뭐가 됐든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걸로”라고 대꾸했죠. 〈라이프> 편집자들의 그런 태도는 오늘날 많은 사람의 사고방식과 딱 맞아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고방식과. -34~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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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공자 모르면 창피, 열역학 제2법칙은 몰라도 떳떳?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우리가 아는 한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우주적인 이유다.” ***************************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를 아시나요?” 로미오 작가는 아는데 줄리엣의 경우는 모른다고 답하면, 회식 분위기가 좋아질 거다. 하지만 정색을 하며 “처음 듣는 책인데요”라고 답했다가는 사람들이 무식한 당신을 슬금슬금 피해갈지도 모른다. “열역학 제2법칙을 아시나요?”는 질문에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온다. 사람들은 오히려 질문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교양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교양이 아닌 걸까? 물리학자가 보기에 이 두 질문의 중요도는 비슷하다. 열역학 제2법칙은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 설명해주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죽은 로미오를 끌어안고 절규하는 줄리엣도 동의할 거다.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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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어느 만화가가 발견한 희망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박윤선 만화, 사계절 “사람들은 떠나고, 죽고, 죽이고, 사라진다. 금방 망할 것 같은 세상도 아직 그대로다. 어딘가에 무언가 꼭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어디서든 나는 그냥 나여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도 이곳에 있다.” *************************************** 열심히 일해도 만족스럽지 않고, 내 삶이 내일도 나아지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 순간, 한국을 떠난 만화가. 스스로 이방인이 된 그녀는 각기 다른 이유로 떠나고, 떠나오는 이방인들의 삶을 바라본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의 진솔한 화법과 은근한 유머는, 이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준다. 한국 청년들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오늘의 한국에서, 이 ‘자발적 이방인’이 발견한 희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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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의 한 줄 책 전광석화처럼 날아드는 일상어들 '외롭지 않은 말' <외롭지 않은 말> 권혁웅 지음, 마음산책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사지선다나 오지선다가 아니다. 양자택일이다.” **************** 알만 하다는 말은 ‘알 수 있는 수준에 있다’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달걀이나 메추리알만 하다는 뜻이다. “알만 한 사람이 왜 이래”를 번역하면 ‘요 지름 3~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놈이 어딜 까불어’가 된다. 난 타조알이야. 내가 너보다는 큰 알이라고. 그렇게 알로 된 몸을 알몸이라고 한다. 지금도 여고 앞에는 바바리로 서툴게 포장한 큰 알들이 굴러다닌다. 알만 한 사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그처럼 쉽게 벗는 거다. 욕망을 옷 대신 입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타인의 시선을 욕망했지만 알로 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욕망한다. -17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