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버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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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알’면 ‘알’수록 찬란하다…쓸모있고 아름다운 ‘알 백과사전’ 알-모든 생명의 시작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이명아 옮김여유당 | 96쪽 | 2만2000원 알은 세로로 쥐면 아무리 힘을 줘도 금이 가지 않는다. 알이 단단할 수 있는 것은 활 모양으로 휘어지는 완벽한 곡선 덕분이다. 튼튼한 아치 형태의 건축물에 견줄 만하다. 알의 곡선은 생존과 직결된다. 알을 품는 부모 새의 무게를 버텨야 하기에 쉽게 부서져선 안 된다. -
그림책 혼자여도 괜찮아, 함께여도 괜찮아…‘가끔’이니까 가끔은 혼자가 좋아에이미 헤스트 글·필립 스테드 그림·김선희 옮김한빛에듀 | 40쪽 | 1만6000원 아이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꼈다. 머리카락은 빨간색 머리끈으로 질끈 묶었다. 빨간색, 흰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빨간색, 흰색 줄무늬 양말을 신었다. 취향이 확고해 보이는 아이가 쿠키를 맛있게 먹는다.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혼자 책 읽기, 혼자 풀밭에서 구르기, 혼자 자전거 타기, 혼자 낙엽 밟기, 혼자만 아는 아지트에서 비 오는 풍경 바라보기를 하면서 아이는 안온함을 느낀다. -
그림책 유쾌한 상상력으로 연결되는 선과 선…그 끝엔 달콤한 여름이 반긴다 여름의 선신성남 지음향출판사 | 76쪽 | 1만9000원 여름은 어떤 빛깔일까. <여름의 선>에서 유월은 노랑, 칠월은 연두, 팔월은 초록이다. 작가는 싱그러운 자연의 색을 한가득 쏟아부은 종이 위에 곧은 선과 춤추는 선, 흔들리는 선을 긋는다. 노랗게 익은 유월 위로 하얀 직선이 주욱 그어진다. 하얀 선은 여름의 속살 같다. 선을 따라 이슬이 굴러가고 빗물이 흘러가고 개미가 기어간다. 그 길 어딘가에 앉은 당신에게 묻는다. “오늘은 개미, 지렁이를 얼마나 보았나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생명에서 여름의 생동을 읽는다. 유월은 장마의 계절이다. 큰비가 온 뒤 농부는 다시 밭을 일구느라 땀방울을 흘린다. 고된 노동 뒤에는 수확의 기쁨을 알리는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여름의 배꼽에 열 개의 흰 줄이 모인다. -
그림책 두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당신의 ‘그 책은’ 무엇인가요 그 책은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김영사 | 200쪽 | 1만6800원 어느 왕국에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왕은 두 남자에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귀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와 다시 들려달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남자는 책 여행 길을 떠나고 1년 후 돌아와 왕에게 그동안 수집한 책 이야기를 하룻밤씩 번갈아가며 들려줬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처럼. -
그림책 당신의 몸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왜 사람이 아름다울까요바티스트 보리외 글·친렁 그림, 이나무 옮김이숲아이 | 36쪽 | 1만6800원 할아버지의 뺨에는 길게 파인 흉터가 있다. 어린 손자는 왜 그런 흉터가 있는지 묻는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내 뺨에 남은 흔적은 바로 나의 이야기란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흔적이 있지.”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잡고 에펠탑으로 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흔적에 대해 말해준다. -
그림책 나쁜 오늘이 끝나면, 내일은 멋진 날이 될 거야 맙소사, 나의 나쁜 하루첼시 린 월리스 지음·염혜원 그림·공경희 옮김주니어RHK | 48쪽 | 1만8000원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은데 아침이 밝았다. 아이는 투덜거리며 식탁 앞에 앉아 시리얼을 한 숟가락 뜬다. “아아, 우유가 너무 많네.” 눅눅해진 시리얼에 실망하고 나니 옷 갈아입기도 귀찮다. 오늘은 시작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제는 신나는 하루였는데. 아이는 어제가 오늘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그림책 “날아라, 민들레”…보도블록 틈새에서 빌딩숲 가장 높은 곳으로 도시 비행박현민 글·그림창비 | 64쪽 | 2만1000원 도시는 높다. 빌딩들은 경쟁하듯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가로수의 가지는 대기를 움켜쥐듯 위를 향해 뻗어 있다. 도시는 바쁘다. 무수한 사람들이 쫓기듯 오고 간다. 도시는 시끄럽다. 자동차들이 달리는 소리, 공사장의 굉음, 사람들의 말소리가 뒤섞이며 혼잡한 소음을 낸다. 이 책의 주인공 ‘보도블록 틈새의 민들레’는 이런 요란한 도시의 풍경을 조용히 바라본다. -
이미지로 여는 책 전쟁을 몰랐어야만 했던 열두 살 우크라 소녀의 피란일기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예바 스칼레츠카 지음·손원평 옮김생각의힘 | 272쪽 | 1만5000원 손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쳤다. 두려움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지하실로 들어가자 공황증세가 다시 느껴졌다. 불안이 나를 잠식하는 게 느껴진다. 폭격이 있을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는 친구들을 떠났다. 고통스럽다. 고요한 밤을 기대한다. 예전의 밤들이 그랬던 것처럼. 창고 안에서 계속 기도만 한다. 두려움이 우리를 가득 메운다. 신에게 평화를 달라고 요구하며 하루종일 기도한다. 삶의 매분, 매초에 절실하게 매달린다. ‘전면전’이라는 단어가 끔찍하게 느껴진다. 그 단어는 인간의 영혼에 공포를 불어넣는다. 내 영혼은 고통에 비명을 지른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밤이 점점 싫어진다.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저녁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를 삼킨다. 그 집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내 집을 공격하는 건 내 일부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다. 심장이 짓밟힌 기분이다.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는다. 이렇게까지 죽음을 가까이 느낀 건 처음이다. 깊은 절망감에 빠져든다. 난 말하는 걸 멈췄다. 내 안에 꽉 뭉친 불안감을 느낀다. 멍한 기분이다. -
그림책 온 마을이 출동한 ‘우는 아이 달래기’…해결사는 누구일까 아기 달래기 대작전미카엘라 치리프 글·호아킨 캄프 그림·문주선 옮김모래알(키다리) | 40쪽 | 1만5000원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 한 집만이 창밖으로 불빛을 내뿜고 있다. ‘나’의 동생인 아기 엘리사가 우는 통에 온 가족이 잠들지 못한 것이다. 엘리사는 고양이처럼 작게 칭얼대다가 이내 소방차처럼 세차게 울어댔다. 아빠는 엘리사를 목마 태우고 엄마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질 뿐이다. -
그림책 ‘자연스러움’을 빼앗는 인간 향한 역설적 화법…아직도 코끼리가 보고 싶나요? 나는 코끼리야고혜진 글·그림웅진주니어 | 44쪽 | 1만5000원 누군가 나를 납치했다. 엄마와 느닷없이 생이별을 했다. 납치범은 나를 좁은 방에 가뒀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때까지 굶겼다. 날카로운 채찍으로 때렸다. 그가 조련하는 대로 움직이면 그제야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줬다. 그는 나에게 억지로 울긋불긋한 옷을 입히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세웠다. 돈을 내고 나를 본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낄낄거렸다. 공을 굴리고, 물구나무를 서고, 그림을 그리고, 무거운 짐을 옮겼다. 매 맞지 않기 위해. 오직 살기 위해서. -
그림책 잠자리 날기 바로 전, 해 뜨기 바로 전…우리가 놓칠 뻔한 ‘찰나의 순간, 무수한 마음’들 어떤 마음엘라 빌트베르거 지음·린다 볼프스그루버 그림전은경 옮김 | 라임 | 32쪽 | 1만3000원 ‘잠자리가 날갯짓을 하기 직전, 그 특별한 순간을 알아? … 하기 전의 그 짧은 순간을.’ 그림책 <어떤 마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너무 흔해서,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잠자리의 비상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풀잎 위에 앉은 작은 생명이 실핏줄처럼 얇디얇은 날개를 파르르 떨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을.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몸짓이 실로 어마어마한 기적이었음을 곧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된다. -
그림책 아파트 ‘돼지 요리’ 대소동…환경·노동·동물권을 둘러싼 ‘웃픈 이중성’ 사라진 저녁권정민 글·그림창비 | 44쪽 | 1만5000원 휴대전화를 켠다. 배달 앱을 연다. 음식을 고른다. 집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는다. 앞서 나열한 네 문장은 우리의 일상이다. 몇 번의 ‘손가락질’이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여느 날처럼 족발, 돈가스, 감자탕, 보쌈, 김치찌개를 시킨 아파트 주민들에게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된다. 주민들은 기겁한다. “돼지를 왜?” 주문이 너무 밀려 배달에 투입된 식당 사장이 재료를 손질할 시간도 없으니 직접 해먹으라고 살아있는 돼지를 보낸 것이다. 주민들은 일단 돼지를 숨긴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요리도 안 된 저녁’을 받은 이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돼지를 요리할 계획안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