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빈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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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리운 달님 찾아…‘청산별곡’ 가락 따라 시작된 버들 도령의 모험 깊은 산속 작은 연못엔 섬 하나가 있다. 그곳에 혼자 사는 버들 도령은 버들잎을 따 피리를 불며 외로움을 달랜다. 밤이면 찾아오는 손님인 달님을 기다리면서.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밤이 되고 달님이 버들피리 소리에 맞춰 한들한들 춤을 추면 연못에서 잠든 물결이 깨어나 반짝인다. 달님이 놀러 와 춤을 추면 버들 도령도 시름을 잊는다. 어느 날 몇날 며칠 뜨겁게 타오르던 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연못이 말라버린다. 찰랑이는 물결이 사라지자 달님도 더는 놀러 오지 않는다. 발만 동동 구르던 버들 도령은 달님을 직접 모셔오기로 마음먹는다. 도령은 분신이나 다름없는 버들피리와 버들가지, 마지막 남은 못물 한 병을 싸들고 길을 나선다. 가본 적 없는 길이 쉬울 리 없다. 낯선 길에서 도령은 동서남북으로 백보씩 맴돌며 헤매다 돌신령을 만난다. 도령은 버들가지로 돌신령의 굳은 몸을 풀어준 대가로 백두산에 이르고, 학을 만나 부러진 날개도 고쳐준다. 해 옆에서 달아오른 까마귀의 발에 못물을 부어 식혀주기도 한다. 그렇게 달님 곁에 다다르고 드디어 달님을 직접 못으로 데려올 수도 있겠다 기대하던 찰나, 달 두꺼비의 심술로 모든 것은 수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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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혐오를 넘어 (4)“우리는 모두 소수자” 인식의 전환 이뤄질 때 혐오와 차별도 사라져 내 안의 ‘소수자성’을 돌아보는 것은 타인을 향한 혐오를 넘어서는 첫걸음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권력으로 짓눌리는 약자의 자리에 놓이고, 인종이나 계층 때문에 편견의 대상이 되고, 불평등한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 안의 ‘소수자성’을 포용하는 것은 다른 시민을 이해하고 손 내밀며 연대하기 위한 마중물과도 같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나도 권력의 한 측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때 혐오와 차별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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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혐오를 넘어 (4)혐오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혐오에 동조하지 않기 위해" ■“‘멈추라’ 말하세요, 혐오에 동참 않으려면” -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 고발한 김수현(가명)씨 “ ‘혐오를 멈추라’고 말하지 않으면 혐오발언을 유희로 다루고, 혐오로 인해 누군가가 공동체로부터 배제되는 일에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 ‘단톡방 성희롱’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나붙였다. 한 학과의 ‘남톡방’(남성들로만 이뤄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사진)에서 “첫 만남에 강간해버려”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등의 대화가 오가고, 실제 여학생들을 품평하며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론화됐다. 그 무렵 다른 대학에서도 ‘단톡방 성희롱’ 고발이 이어지면서 단체 대화방의 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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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날’ 10월23일 취업의 적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7년 10월 23일 “참석하면 가산점?” “참석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가점이 있겠죠.” 기업 관계자가 참석자들에게 이름을 적어내라고 하자 차분하게 진행되던 채용설명회 현장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가산점’이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져 종이 앞으로 앞다퉈 몰려들었습니다. 이 소식이 학내로 퍼지면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마저 강의실을 뛰쳐나와 가세했는데요. 덕분에 채용설명회는 순식간에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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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이 찍은 오늘 10월20일 신고리5·6호기의 내일은 경향신문 사진기자들이‘오늘’ 한국의 사건사고·이슈 현장을 포착한 보도사진 [경향이 찍은 오늘] 10월20일입니다. ■신고리5·6호기의 내일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 건설 재개’를 권고한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앞바다 뒤로 원전 건설현장이 보입니다. 공론화위의 권고안은 오는 24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됩니다. ■이낙연, “공론화위원회 권고안 충분히 수용”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이 발표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청협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론화위의 권고 가운데 5·6호기 공사 재개뿐 아니라 원전을 축소하고 원전 안전기준을 강화하며,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고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을 빨리 마련하라는 등 에너지 정책 보완 권고안도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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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 10월17일 올가을 찬바람 타고 다시 돌아오는 ‘원스’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10년마다의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07년 10월17일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어올 때, ‘원스’ “뮤지컬의 진정한 미래다. 화려함과 웅장함이 아닌 수수함과 절제의 설득력을 보여준다.”-뉴욕타임스, “내가 여생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작은 영화.”-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0년 전 아일랜드의 저예산 뮤지컬 영화 한 편이 작은 흥행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더블린의 거리에서 노래하는 남자와 싱글맘인 동유럽 이민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원스’입니다. ‘원스’는 가난한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만나 희미한 사랑의 신호를 보내지만 결국 서로의 처지를 인정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10년 이날 경향신문에는 영화 흥행과 함께 OST도 음반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고 기록되었는데요. 당시 영화 음반을 낸 소니BMG 이세환 홍보팀장은 1만장이상 판매된 ‘원스’ OST를 두고 “통산 1000장 규모로 파악되는 OST 시장을 감안하면 굉장한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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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혐오를 넘어 (2)왜곡·편견의 목소리 대중매체·온라인서 무차별 증식·확산돼 ‘조선족 인신매매단과 실제 대화.’ 국내 유튜브에서 조회수 53만회를 올린 인기 동영상이다. 인육과 장기적출의 범인으로 조선족을 지목한다. 선정성으로 ‘클릭수 몰이’에 성공했지만 출처는 불분명하다. 규제를 받지 않는 ‘패드립’ 인터넷 BJ들은 혐오를 팔아 돈을 번다. ‘엠생’(네 에미 창녀인 인생) 같은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게임 채팅창 등을 거쳐 확산된다. 국내 이용자 1600만명인 페이스북에도 이른바 유머페이지들이 이주민, 성소수자, 여성 등을 웃음거리로 도마에 올려 ‘좋아요’를 유도하며 광고수익을 올린다. 이처럼 국민 10명 중 9명이 이용하는 온라인에서 번식한 혐오는 TV 방송을 비롯한 기성 미디어가 자정하지 못하고 재생산하면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혐오의 농도는 점점 높아지고 약자가 숨쉬기 힘든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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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혐오를 넘어 (2)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동성애’ 공격…소수자 인권 후퇴시켜 혐오를 확산시키는 한 축에는 ‘혐오의 정치’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과거 색깔론·지역주의를 이용했던 보수 정치권은 최근 ‘동성애’를 주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평범한 개인의 말보다 훨씬 큰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며 소수자의 인권을 후퇴시킨다. 지난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얼룩졌다. “성소수자를 인정하면 동성애뿐만 아니라 근친상간, 소아성애자, 수간까지 비화될 것”(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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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혐오를 넘어 (1) ‘엄마’를 욕하며 노는 아이들…교실이 ‘혐오의 배양지’가 되었다 지난달 13일 오후 네 시 서울의 한 중학교 앞. 하교 시간이 가까운데 교문은 열리지 않았다. 조급해진 학생들 입에서 불만 섞인 욕설이 흘러나왔다. 참지 못하고 교문을 뛰어넘던 한 학생이 발이 땅에 닿자마자 말했다. “학교 애미 뒈졌네.” 학교 주변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흔한 단어는 ‘애미’였다. ‘애미’ 소리만 나와도 또래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니애미’는 추임새 같은 거예요. 누군가 흐름에 안 맞는 말을 할 때 ‘니애미~’하면서 중간에 말을 끊는 식이죠.” 중학교 1학년 김영진군(13·가명)은 말했다.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할 때는 “애미 터졌냐(인성이 나쁘다는 뜻의 ‘인성 터졌다’와 비슷한 말)”며 면박을 줬다. 엄마를 비하하는 말인 ‘니애미’는 교실에서 가장 ‘핫’한 욕이다. “남자아이들 사이에는 서열 같은 게 있잖아요. 서열이 낮은 애들은 아예 엄마 이름으로 불려요. 엄마 이름이 영희면 ‘야 영희야~’ ‘영희 너검(너희 엄마)’ 이런 식으로요” 같은 반 이희진양(13·가명)이 말했다. ‘니애미, 느금마, 엠창….’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만난 초·중·고등학생들은 모두 이런 표현이 익숙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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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혐오를 넘어 (1) 분노와 불안 ‘왜곡된 투사’…세상이 온통 ‘색안경’을 썼다 “채색된 색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쉽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전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몹시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인간 존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며 고정된 이미지로만 그들을 바라본다. 그런 이미지와 이야기들은 혐오 대상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말한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사회적으로 혐오를 받는 대상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색안경’을 쓰고 비난의 근거로 삼는지 조사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열흘간 10~30대 응답자 50여명에게 ‘김치녀’ ‘맘충’ ‘동성애자’ ‘이주민’ 등 혐오 대상이 되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조사하고, 혐오 대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반응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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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운전대’ 잡는 안철수…앞으로 ‘꽃길’은 없다 국민의당이 27일 ‘안철수 체제’로 회귀했다. 대선 패배 이후 110일 만이다. 당 안팎 반발을 무릅쓰고 당 대표 출마 승부수를 던진 안 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며 당 대주주이자 간판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격화된 당내 갈등, 고공 지지율을 지속 중인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 내년 지방선거 등 난제는 한둘이 아니다.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사건 책임론으로 침잠해 있던 안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는 전환점은 마련됐지만, 자칫 이번 대표 선출이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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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일문일답 “자유한국당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신임 대표(55)는 27일 당 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사라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당을 살리라는 당원들의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 신임 대표는 “국회의 결정권을 가진 것이 국민의당”이라며 향후 정기국회에서 “자유한국당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우리 대안을 받으라고 요구하겠다”며 원내 캐스팅보터 위상을 강조했다. 당 지지율 회복 방안으로 혁신과 인재영입, 개헌·선거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