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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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동훈의 선별적 ‘국민 눈높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는 실종되는 것 같다. 한동훈 위원장이 그 이후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본다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은 당연히 진실 규명이 필요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어떤 공무원의 배우자가 명품백을 받았어도 당장 김영란법 위반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의 배우자가 그런 행태를 보였다면 아무리 비판받아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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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 나라 보수’와 김건희 리스크 보수(保守) 중에도 존경하는 사람이 있고, 이 나라에 ‘합리적 보수’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공동체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보수가 있다면, 그런 보수는 이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정체성이란 뭘까? 다른 무엇보다도 보수는 지킬 것이 있어야 한다. 지킬 가치가 있어야 하고, 지킬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보수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법치주의’가 빠질 수는 없다. ‘법치주의’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법 앞의 평등’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공직자나 그 가족이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누구의 배우자라 해서,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현존하는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보수’의 가치와는 공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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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2020년, 배의 방향을 돌리자 1 대 99냐, 20 대 80이냐의 논의와 관련해서 20 대 80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20 대 60 대 20의 사회이다. 밑에 있는 20%는 지금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기 어렵고, 중간의 60%는 추락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사회가 되었다. 유일한 해법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라는 허구를 버리고, 든든한 마룻바닥을 까는 것이다. 기본소득, 기본주거 같은 과감한 해법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더 이상 불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청년배당, 농민수당 등 대한민국에서도 현금으로 지급되는 급여가 늘어나고 있다. 좀 더 큰 시각으로 정책을 설계하면, 기본소득은 충분히 가능하다. 쓸데없이 도로 닦고, 건물 짓고, 전시성 사업에 쓰는 예산 낭비만 줄여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금 7% 수준인 공공임대주택을 20%대로 늘리고, 다주택 소유자들이 주택을 처분하도록 직접규제를 가하면 모두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보장하는 ‘기본주거’ 정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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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선거제 개혁을 위한 플랜 A, B, C 지난주 수요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진 선거제도 개혁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 1인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녹색당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권을 지적하고, 예산낭비 사례들을 폭로하며, 그간 저질러온 비리와 잘못들에 대해 고발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정치 불신을 더 부추기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대한민국의 정치 불신, 정치 혐오는 이미 극에 달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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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정치개혁·검찰개혁, 동시에 이뤄야 엄중한 시국이다. 자칫 대한민국의 역사가 다시 후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촛불의 힘으로 등장한 정권은 지지율이 떨어졌고, 퇴행적 수구기득권 세력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큰 제도개혁은 여태 이뤄낸 게 없다. 개헌은 작년에 무산됐고, 마지막 남은 게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져 있는 검찰개혁(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과 선거제도 개혁(만 18세 선거권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지금은 이 두 가지 입법을 성사시키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마저 무산된다면, 촛불은 아무런 제도개혁의 성과를 남기지 못한 셈이 된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먼저 할 것인지는 의미 없는 얘기다.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에 올려질 때부터 검찰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은 한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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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이러고도 정치검찰이 아닌가? 고발인 진술조서 작성이 끝났다. 수사관은 담당검사를 거쳐 부장검사까지 조서를 검토할 것이니 대기실에서 기다려달라 했다. 얼마 후 조서 검토가 끝났다고 해서 검사실로 갔다. 담당검사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 마지막쯤에 이런 말을 했다. “보십시오. 우리 방에 저하고 수사관 2명밖에 없지 않습니까?” 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검사는 수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순진했다. 위의 대화는 작년 11월20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의 담당검사실에서 있었던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남부지검의 특수부로 불리는 부서이다. 일반 사건보다는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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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의원 연봉 삭감하고 선거 개혁하자 7월 초에 여당 관계자를 만났는데, 여당 내부에는 여전히 ‘선거법은 자유한국당과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그 말 자체의 타당성을 떠나 ‘참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의 한국당과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확고한 방향을 정했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통해서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하에서는 최대한 몸집을 키워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당과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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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윤석열 총장에게 바란다 23년 이상 대한민국의 행정부, 국회, 검찰, 사법부, 재벌, 지역적폐 세력을 감시해 오면서, ‘검찰다운 검찰’의 모습을 본 적이 많지 않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윤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고 중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설일 시간도 없다. 검찰다운 검찰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곧바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정치부패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회는 썩을 대로 썩어 있다. 국회 예산으로 지원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불법으로 사용한 20대 국회의원들이 고발되어 있다. 하지도 않은 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인쇄하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인쇄한 것처럼 꾸며서 세금을 빼낸 사례도 있다. 남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정책자료집을 낸 사례도 있다. 정말 죄질이 나쁘다.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과 11월에 11명의 국회의원이 고발됐지만 아직까지 시간만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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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기후위기와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 “단도직입적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여러분은 지금 그냥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이 최근 펴낸 생태사상론집인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스웨덴의 청소년인 그레타 툰베리가 던졌다. 툰베리는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앞으로 존재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이런 우려대로 지구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맞고 있다. 7월4일 북극에 가까운 미국 알래스카의 기온이 섭씨 32.2도에 달했다. 초여름인데도 인도 기온이 50도를 넘어섰고, 프랑스도 45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전 지구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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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불가역적이고 포괄적인 정치개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지지여론이 77.5%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는 반응이 없다. 국민소환제를 진지하게 추진하겠다는 움직임도 없다. 국회에 국민소환제에 관한 법률안이 3건 발의되어 있지만,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지역구 관리만 열심히 할 뿐, 국회라는 헌법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설사 협상이 타결돼서 국회가 열린들 며칠이나 가겠는가?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심의를 한들, 여당이 생각하는 대로 결론이 나겠는가?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국회의 모습은 반복될 뿐이다. 지금 미봉책으로 ‘타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문제를 더 곪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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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국회 난동사태, 상설특검제로 수사해야 지난 4월24일부터 4월29일까지 국회는 무법천지였다.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의원실에 감금당했고, 국회 사무처 사무실들이 점거당했다. 팩스로 접수되던 법안이 훼손됐고, 팩스도 파손됐다. 국회의장이 경호권까지 발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특수주거침입, 특수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회의방해 등의 죄로 처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교사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황교안 대표는 ‘결사저지’를 지시했고 현장을 격려 방문하기까지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점거 현장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채이배 의원의 감금을 전화로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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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패스트트랙,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 ‘정치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이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의 속마음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견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수처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이 되는데, 그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수처를 추진할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기소권 있는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는 ‘정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니 피곤한 것은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