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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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이젠 무능한 국회를 바꿔야 한다 3월31일 오후 1시. 3년 가까운 긴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인양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데, 미수습자 가족들,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미 너무 늦었지만,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고, 참사의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늘에 있는 영령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날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온 날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 같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해 왔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해 숱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를 감추려 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은 앞으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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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오스트리아 정치를 배우겠다면 탄핵 결정이 임박했다. 8명의 헌법재판관들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이 맡겨진 느낌이다. 헌법재판관들의 평소 성향이 어떻든 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인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보더라도 탄핵은 열 번 인용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최종변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왜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헌법재판소에 맡길 수밖에 없는라?’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았다면, 파면시킬지 여부도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헌법의 경우에는, 연방 하원에서 대통령을 해임시키자는 발의안이 통과되면, 해임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민들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을까? 국민들 대다수가 탄핵을 원하는데도,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이 8명의 법률실무가들에게 맡겨지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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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정권교체와 개혁’ 그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2012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용산참사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원전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친 천막들이었다. 이 천막들을 친 사람들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천막농성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천막 안에서도 대선에 대한 얘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정권교체가 된들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던 문재인 후보가 막판에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근혜 당선이었다. 정권교체 실패로 인한 후폭풍은 천막들로 밀려 왔다. 천막이 불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결국 천막은 철거되었다. 더 이상 천막을 칠 수 없도록 중구청이 천막 자리에 화단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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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고르게, 인간답게 사는 나라로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 청년이 올라왔다. 유튜브를 통해 본 영상에서, 그는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세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월급이 120만원인데, 방세와 교통비, 식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저축을 할 돈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의 월급으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퇴진 이후에 자기 삶이 나아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1987년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그다음에 노동자들이 대투쟁을 해서 임금도 오르고 삶이 나아졌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청년노동자의 소망처럼, 이번 촛불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유튜브에 떠 있는 자유발언 영상들을 보면, 이런 희망 섞인 기대들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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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87년 6월’을 뛰어넘으려면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체제(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탄핵이 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최순실을 만든 시스템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성사된 것은 시민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견고하지 못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시스템의 교체는커녕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1987년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87년 6월 100만명이 거리에서 최루탄과 맞서서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다. 그러나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이겠다는 6·29선언이 나온 후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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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탄핵과 헌법 1조 운동, 양 축으로 가자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 등을 저지르고, 국정을 파탄으로 이끈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검사가 진행해야 할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원내 야당이 해야 할 몫과 광장의 촛불이 해야 할 몫도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이 ‘국정복귀’ 운운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원내 야당은 탄핵 절차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야 3당 대표들이 모여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자기 역할을 못 찾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국회 내에 있는 야당들이 해야 할 일은 서명운동이 아니라, 어떻게든 탄핵을 성사시킬 길을 찾는 것이다. 탄핵이 눈앞으로 다가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해도 할 것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탄핵이 현실화될 것 같으니까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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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나도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이 조항은 있었다. 그러나 1968년에 태어난 나는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자가 집권하고 있었다. 2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맡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1987년 12월 전두환의 친구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노태우의 득표율은 36.6%에 불과했다. 그런데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당시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해서 관철시켰지만,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주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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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트뤼도’같은 대선후보는 없나 캐나다의 현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 같은 사람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그의 젊은 나이나 잘생긴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과감한 정치개혁 의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트뤼도는 아버지가 총리를 지낸 ‘금수저’ 출신이지만, ‘부자증세’를 내걸고 2015년 캐나다 총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그가 속한 자유당은 39.5%를 득표했지만, 캐나다의 소선거구제 선거방식 덕분에 54%의 의석을 차지했다. 캐나다의 선거제도는 비례대표가 전혀 없고, 100% 지역구 선거로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단순다수 소선거구제’ 방식이어서 득표율에 관계없이 1등을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 이런 선거제도 덕분에 트뤼도는 39% 득표로 과반수를 차지해 100%의 권력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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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대권후보에게 ‘로렐’을 권한다 현재 한국의 정치인들을 분류한다면, ‘반인권’, ‘비겁’, ‘용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얘기다. 세계적으로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동성결혼 또는 그에 준하는 시민결합(civil union)을 인정한 국가의 숫자가 35개국을 넘어서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 동성결혼 법제화는커녕 차별금지법 제정조차도 막혀 있다. 바로 ‘혐오’와 ‘비겁’의 정치 때문이다. 김무성, 박영선 같은 유력 정치인들은 지난 4·13 총선 당시 성소수자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혐오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태를 보인 정치인들도 많았다. 19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국회의원들이 법안발의를 스스로 철회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런 식의 정치로 인해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더욱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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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동물국회? 식물국회?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라리 동물국회가 낫겠다”는 발언을 했다. 동물국회와 대비되는 표현은 식물국회이다. 식물국회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국회라는 의미이고, 동물국회는 몸싸움이 좀 난무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수파가 안건을 강행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를 말한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표현 자체가 불편하다. 식물은 아무것도 안 하는 존재가 아니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가? 그런 식물을 아무것도 못한다는 의미로 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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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흔히 1 대 99의 사회라고 한다. 상위 1%가 정치, 경제, 사회적 힘을 쥐고 있고, 99%의 삶은 팍팍하고 소외돼 있다는 의미다. 간단한 의문을 던진다. 경제적으로는 1%가 압도적 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왜 정치적으로까지 1%가 지배해야 하나? 대기업 주식은 재벌 회장이 많이 갖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1주도 없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는 재벌 회장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모두 1표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정치적 힘에서도 평등하지 않을까?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그렇지”라고 얘기하고 끝내지는 말자. 서양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부유한 남성들에게만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때라면,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선거해봐야 소용없어”라는 얘기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가난한 사람과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런데도 왜 정치가 상위 1%의 이익을 위해 좌우될까? 이 의문을 푸는 것이 바로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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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나향욱’의 나라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낯선 분이 아는 척을 했다. 본인이 예전에 재벌그룹 핵심부에서 근무했었다고 말했다. 십수년 전 그곳에서 일할 때 당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나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내가 활동하던 시민단체가 그 재벌그룹의 불법행태를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분은 그 후에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가 부당해고를 당해 소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얘기 중에 그분은 자신이 경험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부족국가’라고 말했다. 그분이 말한 ‘부족국가’의 의미는 기득권을 가진 족속들끼리 해 먹는 국가라는 것이다. 본인도 거기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도 하는 듯했다.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모습도 돌아보면 떳떳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