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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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국회 담장을 철거하자 국회 정문 앞에는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국회 정문 앞은 1인 시위 장소로는 그리 좋지 않다.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피켓 내용을 한 번이라도 보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대개 차량을 타고 경비대원들이 지키는 정문을 통과해버린다. 결국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국회의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풍경을 보면, 대한민국 국회와 시민 간의 거리가 느껴진다. 국회는 시민 옆에 있지 않다. 국회 담장에 둘러싸여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자기들끼리 존재할 뿐이다. 그 넓은 땅은 시민들이 평화롭게 의견을 표명하고, 휴식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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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의원들이 진짜 꼴 보기 싫다면? 의원들이 문제다. 충청북도의원 4명이 물난리가 난 지역을 뒤로하고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서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충청북도의원만이 문제는 아니다. 5월 말에는 광주 서구의회 의원들이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공무 국외연수(해외연수)를 다녀와서 논란이 되었다. 의원들이 일반인과 섞여서 관광지 중심의 일정을 다녀와 놓고, ‘공무 해외연수’라고 한다니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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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헬조선 탈출, 청년배당과 참정권으로 경기 성남시가 시작한 청년배당 정책이 2년째를 맞고 있다. 성남시는 2016년에 분기당 12만5000원의 청년배당을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분기당 2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배당은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청년배당을 지급받으려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그 이외에 다른 조건은 없다. 그래서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 1만1000명 정도가 청년배당을 지급받는다.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은 100억원 정도이다. 이 청년배당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왔다. 왜 ‘조건 없이 돈을 지급하느냐’는 반론도 많았다. 그리고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1년에 100만원으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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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국회의 ‘적폐’부터 개혁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5·18기념식에서 열사 4명의 이름을 불렀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 군사정권의 억압에 맞서 목숨을 던졌던 이들이다. 다가오는 6월10일에도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1987년 1월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었던 박종철, 6월9일 최루탄에 쓰러져 목숨을 잃은 이한열. 그리고 6월18일 부산 범천동 고가도로에서 시위 중에 최루탄을 맞고 추락해 숨진 ‘이태춘’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 한다. 그해 여름 거리에 섰던 수많은 시민들도 잊을 수 없다. 그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6월항쟁 당시 30만명이 참여하는 부산시위를 이끌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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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광화문 촛불을 여의도로 5·9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내년 2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패와 국정농단이 그때까지 지속되었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수 있다. 그래서 5월9일은 4·19, 6·10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또 다른 기념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5월9일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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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이젠 무능한 국회를 바꿔야 한다 3월31일 오후 1시. 3년 가까운 긴 기다림 끝에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인양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이런데, 미수습자 가족들,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미 너무 늦었지만,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을 찾고, 참사의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늘에 있는 영령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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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오스트리아 정치를 배우겠다면 탄핵 결정이 임박했다. 8명의 헌법재판관들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이 맡겨진 느낌이다. 헌법재판관들의 평소 성향이 어떻든 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인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보더라도 탄핵은 열 번 인용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국회 소추위원단이 최종변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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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정권교체와 개혁’ 그들에게만 맡길 순 없다 2012년 12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 용산참사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원전과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친 천막들이었다. 이 천막들을 친 사람들은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밀려나고 쫓겨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천막농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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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고르게, 인간답게 사는 나라로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 청년이 올라왔다. 유튜브를 통해 본 영상에서, 그는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세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월급이 120만원인데, 방세와 교통비, 식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저축을 할 돈이 남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의 월급으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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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87년 6월’을 뛰어넘으려면 촛불혁명, 시민혁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체제(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탄핵이 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최순실을 만든 시스템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래서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물론 탄핵소추가 성사된 것은 시민의 승리이다. 그러나 지금의 승리는 견고하지 못하다.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시스템의 교체는커녕 정권교체도 이루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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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탄핵과 헌법 1조 운동, 양 축으로 가자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제3자 뇌물죄 등을 저지르고, 국정을 파탄으로 이끈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검사가 진행해야 할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원내 야당이 해야 할 몫과 광장의 촛불이 해야 할 몫도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이 ‘국정복귀’ 운운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원내 야당은 탄핵 절차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야 3당 대표들이 모여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자기 역할을 못 찾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국회 내에 있는 야당들이 해야 할 일은 서명운동이 아니라, 어떻게든 탄핵을 성사시킬 길을 찾는 것이다. 탄핵이 눈앞으로 다가와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해도 할 것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탄핵이 현실화될 것 같으니까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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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틈 나도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이 조항은 있었다. 그러나 1968년에 태어난 나는 과연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었나? 최근 최순실·박근혜의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자가 집권하고 있었다. 20살이 될 때까지 나는 자유의 공기를 맡지 못했다. 대학 1학년 때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