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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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한국의 재일조선인 입국 차별 요즘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서랍 속 여권을 종종 꺼내본다. 올여름 몽골을 방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 머무는 이주 외국인들의 법률지원 활동을 주로 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여름 그동안 이 단체에서 도움을 받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주민들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오래간만의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들을 그들의 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은 팍팍한 일상의 작은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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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4차 산업혁명 시대 ‘우울한 노동자’ ㄱ은 프로그래머다. 스마트폰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한다. 어제도 새벽에 퇴근했는데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새벽에 회사로 출근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이번주는 징검다리 휴일이 많아 하루 15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이른바 ‘전투모드’. 그러다 보면 집이 회사인지, 회사가 집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빨갛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오늘 날짜를 본다. 근로자의날. 막내디자이너가 근로자의날에 회사가 쉬는지 팀장에게 물었다. 팀장은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그런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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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이주노동자 숙소 ‘또 다른 착취’ 집은 모두에게 소중하다. 몸이 유일한 재산인 노동자들에게 집은 특히 소중하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돌아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소모된 노동력은 오로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제대로 된 휴식이 불가능한 숙소에서 머물게 하면서 계속 일을 시킨다면 이는 사실상 강제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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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현대판 벌거숭이 임금님 여기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강남, 그것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바로 코앞 역세권에 비닐로 만든 둥지를 틀었다. 제대로 된 지지대 하나 없이 박스와 우산으로 천장을 겨우 받치고 있는 이곳은 비라도 조금 내리면 천장 구석구석에 물웅덩이가 고이고, 입구가 어디인지 찾기 힘든 기묘한 구조물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들은 이곳을 ‘오성급 호텔’이라 부르며 500일이 넘도록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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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법률가들의 법원 노숙농성 전국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16일 동안 법원 앞에 천막을 쳤다. 278명의 법률가들이 마음을 모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두 사건이 떠오른다. 지난 1월 특검이 신청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것과 얼마 전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와대의 물리적 거부로 불발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은 법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음을,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은 법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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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시선 평범한 새해 소망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으로는 충분치 않은 묵은 해가 지나고 기어코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었던 상식과 원칙이 모두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아니, 보다 분명하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져 있었지만 그동안 감춰졌던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의 일부가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엄청난 권한을 선거에서 주권자에게 약속한 대로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선거 공약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재벌과 기업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권력자를 돈으로 매수했고, 부정한 청탁으로 제 잇속을 챙겼다. 직언을 해야 할 참모들은 의식적으로 외면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적극적으로 공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