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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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여자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라는 말은 그렇게 기이하고 공격적인 말이 아니었다. “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말도, 사실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때 두 손 모아 비는 기도문 같은, 미래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지 현재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이 말들이 주홍글씨처럼 여겨지고 누군가를 단죄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한 ‘사람’이 당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는데 이 말 때문에 그 ‘사람’의 사진이 불타는 일도 발생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라는 게임의 원화가는, 1987년부터 활동해 온 시민단체 한국여성민우회를 SNS에서 팔우한다는 이유로 직업 적합성을 의심받고, 사측에 의해 공식적으로 실명이 공표되는 일이 생겼다. 어느 모로 보나,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연속되고 있으며, 이 모든 일은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일부 남성들이, 꾸준히, 자신의 세계로부터 페미니즘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지워내고 싶어 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의 경우 원화가가 SNS에 페미니즘 관련 메시지를 쓰거나 리트윗한 것을 문제 삼아 “우리 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저해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면서 해당 원화가의 사과를 받았다. 이처럼 게임업계에서 생산자 여성의 위치는 남성 소비자의 요구라는 명목하에 점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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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미래를 위한, 성폭력 관련 언론보도의 책임 배우 엄지영은 자신을 드러내면서 인터뷰를 한 이유로 자신에게 배우고 연극계에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유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 역시 더 이상 미래의 가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미래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과거의 악행이 정의롭게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일 것이다. 과거의 문제를 덮어버린 것이 개인에게 고통이 될 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로 기능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미래 역시 뻔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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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한 사건 EBS <까칠남녀>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여러 지면에서 다뤄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까칠남녀> 논란은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EBS 누리집의 CEO 메시지에는 “모두 함께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생명, 배려’의 시민교육의 가치를 다시 살려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모두”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동안 이 “모두”가 사실은 모두가 아니었다는 점, 모두에게 시민의 자격이 부여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최근에 와서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남성 시민을 기준으로 하는, 사실상 일부를 “모두”로 간주해 왔었던 문제가 이제야 사회적 담론의 장에 들어서고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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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알아야 하는 것들 2017년 12월25일, 그리고 2018년 1월1일 이틀간, 교육방송(EBS)의 젠더 토크쇼 프로그램 <까칠남녀>는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성소수자 특집’을 방송했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 이전부터 해당 방송분에 대한 비난과 혐오 발화가 쏟아져 나왔고, 항의 시위가 계속되다가 지난 5일에는 교육방송의 건물 로비를 점거하여 시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계속된 시위 중 어린 학생 두 명이 피켓을 들고 나온 적이 있는데 각각 “EBS는 교육방송이에요 아니면 성인방송이에요?” “저는요 LGBT(동성애) 알고 싶지 않아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말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성인방송이 아닌 교육방송에서 방송된 이유가 그것이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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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창작 윤리’ 담론장을 허하라 페미니즘, 그리고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서 주장하는 모든 말은 항상 ‘논란’이나 ‘잡음’으로 취급되어 왔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재가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사회가 아니라는 말, 보편적이라는 표현 속에 담긴 배제와 차별을 거론하는 말을 ‘잡음’으로 취급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특정 집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몇 주간 유례없는 빈도수로 한국 언론이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기사에 올려왔는데, 그 결과 예외 없이 페미니즘은 ‘잡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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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성폭력 보도 관행의 문제점 최근 한샘 기업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된 바 있다. 관련 언론 보도들을 보면, 성폭력 범죄 관련 보도 방식에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구조적 문제 차원에서 사건을 다루는 언론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진실 공방이라는 방패하에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강화할 수 있는 보도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들이다. 피해자의 말에만 물음표를 붙여 기사 제목이나 리드를 작성한다거나 가해자의 말을 해명이라고 프레이밍해주는 것이다. 사건을 남성의 시각으로, 남성의 행위를 중심으로 재연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 역시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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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여성·장애인 적게 다루고 왜곡하는 미디어 최근 여성 관객들, 평론가 및 연구자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한국 영화에 재현되는 여성의 비중이 낮다는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7년 상반기까지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작품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1편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배우 나문희, 김혜수, 문근영이 주연하는 영화가 앞으로 각각 개봉된다면서 “가을 극장가의 여풍”이라는 헤드라인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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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다양한 몸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이유 최근 한 걸그룹 아이돌 멤버에게 살을 빼라는 충고를 하는 게시글이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관련 기사의 댓글에도 자꾸 언급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요즘 걸그룹 아이돌 외모”와 같은 제목으로 여러 걸그룹 멤버들의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비하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문제 삼을 때 이제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적인 압력이 행사된다고 말하지만, 이처럼 특별히 걸그룹의 외모를, 더 나아가 여성의 외모를 지적하는 경향 역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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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지난 몇 주간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는 성차별과 관련하여 많은 일이 일어났다. 단체카톡방에서 남성 기자들이 동료 여성 기자에게 성적 괴롭힘에 해당하는 표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것이 알려졌다. 남자아이들이 더 많이 운동장을 이용하고 여자아이들은 운동장에 나오려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진 한 초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는 지금까지도 악성 댓글이 달리는 중이다. 그리고 개인방송을 하는 여성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를 살해하겠다고 그 여성 BJ의 집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방송한 한 남성 BJ는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아 논란이 되었다. 명백한 살해 위협 표현이 있고, 특정 주소지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처럼 경미한 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경찰은 대상 여성의 실제 주소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실질적 위협이 아니었고, 그저 남성 BJ가 방송 흥행을 위해 과장한 것이라 보고 5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남성 BJ는 본인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면서 분노하는 영상을 올렸고, 관련 보도를 한 신문의 웹페이지마다 여성 BJ가 심각한 욕설을 하고 남성을 모욕해 온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이 점을 빼고 편파 보도를 하고 있으며, 이 모든 문제는 페미니스트 때문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언론은 발 빠르게 이 사건은 문제 있는 사람들 간 발생한 일탈행동으로 프레이밍(틀짜기)하기도 했다. 여성 BJ나 남성 BJ나 모두 문제이니 이들을 쫓아내면 사회의 안전이 다시 확보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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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몰카를 음란물로 소비하는 사회의 문제 최근 몇 주간 인터넷 공간은 몰래카메라(몰카)와 지인 혹은 연예인 합성사진, 데이트 폭력 등 여성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문제로 들썩였다. 지난 3월 걸그룹 아이돌 스타의 팬 사인회에서 남성 팬이 안경을 이용해 몰카를 찍으려다 적발되어 논란이 된 이후에 다시 한번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이다. 특히 화장실 몰카가 화제가 되면서 여성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공중 화장실의 벽과 문에 있는 작은 구멍을 찍은 사진들이 공유되면서 공포의 확산에 한몫을 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작은 구멍에 몰카를 설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이런 범죄가 굉장히 드물 뿐 아니라 소수의 범죄자에 의해 일어나는 일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일부는 혹시 몰카에 찍히더라도 신체 일부만 찍히는 것이고 신상을 알 수 없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왜 이 문제가 여성의 안전과 인권에 대한 것인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언술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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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온라인 게임 ‘성차별 플레이’를 없애려면 지난 6월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현실을 그린 <코드걸>과 <방해 말고 꺼져!>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방해 말고 꺼져!>는 비디오 게임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 내재된 성차별적 요소, 게임 문화 내에서 여성 게이머와 개발자에 대한 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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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편견 재생산하는 ‘성범죄 보도 관행’ 지난 5월16일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여학생을 성폭행하겠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몇몇 언론사는 이를 보도하면서 ‘몹쓸 짓 예고’라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에 대해 시청자와 독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유별나게도 한국의 미디어는 성추행, 성폭력 등 성범죄에 대해 ‘몹쓸 짓’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딸에게 몹쓸 짓” “술집 화장실에서 몹쓸 짓을 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기사 제목에서는 성추행, 성폭행 등 명백한 표현을 사용하고 나서 본문에는 이를 ‘몹쓸 짓’이라고 쓰는 일도 있다. 2016년 이후에야 범죄로 처벌이 가능해진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보도에서도 ‘몹쓸 짓’이란 표현이 등장해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담뱃불로 여자 친구 얼굴에 몹쓸 짓”이라는 5월12일자 뉴스 제목도 이에 해당한다. 이 표현은 우회적인 표현이어서가 아니라, 성범죄나 데이트 폭력과 같은 문제를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 윤리 차원으로 환원시켜 해당 범죄를 사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여성 대상 범죄에 이러한 표현을 동원하는 것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다. 2016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미디어 속 여성 차별과 폭력’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된 바 있다. 여성 대상 범죄 보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온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여 현존하는 억압적인 가부장제 질서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데 언론 보도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