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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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당사자 목소리 반영과 언론 공정성 다들 우리 언론이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흥하는 면도 있다. 중앙일간지나 공영방송 뉴스를 보면, 과거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사 쓰기 양식 하나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 내용에 당사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일이다. 당사자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낸다는 일은 예컨대 이런 거다. 한 신문사가 정부 정책의 잘못을 고발하는 뉴스를 준비 중이라고 하자. 정책으로 이미 피해를 본 주민들로부터 인터뷰를 따고, 정책을 진단한 전문가 의견도 인용해서 기사를 준비했다고 하자. 그러나 이 기사에 해당 정책을 추진한 정부부처 책임자의 견해를 빠뜨리면 안된다. 기사 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내는 일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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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진짜 언론이 필요한 이유 거짓이 참을 이긴다. 세계 최고의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한 논문이 내린 결론이다. MIT 연구진에 따르면, 거짓 정보가 참된 정보보다 인터넷에서 더 빠르고, 깊고, 넓게 확산한단다. 글쎄, 누가 이걸 몰랐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의심스럽다는 걸 누가 모르나. 최고의 과학논문은 결국 우리가 매일 네이버나 카카오톡에서 확인하는 허위 정보의 특성을 재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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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콘텐츠’의 대체어를 찾아보자 콘텐츠란 말이 유감이다. 일단 발음이 좀 그렇다. 콘텐츠라고 표기하고서 컨텐쯔라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도 뭣도 아닌데 우리말처럼 들리지도 않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을 어기면서 기어코 컨텐트라 쓰고 악착같이 ‘컨텐’ 또는 ‘컨텐스’라 발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용법도 혼란스럽다. 단어의 생김새만 보면 불가산 명사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가산 명사처럼 만들어 놓은 형태다. 그러나 실제 용법을 보면 대체로 불가산 명사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콘텐츠는 매체 플랫폼이나 채널에 돌아다니는 내용물, 디지털 창작물의 집합, 또는 매체 형식이나 맥락의 반대말인 내용을 지칭한다. 이런 뜻이라면 발음도 이상스럽게 들리는 영어식 복수형 어미를 붙인 형태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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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1987’ 이후 한국 언론엔 무슨 일이 영화 <더 포스트>가 온다. 워싱턴포스트가 정부 기밀문서를 폭로했던 1971년도 사건을 다룬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고, 톰 행크스와 메릴 스트리프가 각각 전설적 편집국장인 벤 브래들리와 발행인 케이 그레이엄을 연기했다. 개봉하자마자 골든글로브상 6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다. 영화가 흥행하고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맘이 편치 않은 언론이 있다. 뉴욕타임스다. 1971년 3월 제보자로부터 47권짜리 펜타곤 문서를 받았던 언론사는 뉴욕타임스였다. 몇 달에 걸쳐서 사실확인 작업을 수행해서 6월13일 단독보도를 터뜨린 것도 뉴욕타임스다. 그 때문에 닉슨 정부로부터 출판금지 명령을 받아 법정 투쟁에 나선 것도 뉴욕타임스였다. 그런데 웬 워싱턴포스트가 펜타곤 문서를 폭로하는 영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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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정치의 매체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서 ‘매체화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작은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언론학자 박홍원은 ‘정치의 매체화’라는 기조 발제문에서 지구상에 사람들 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매체화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하고, 특히 정치에서 심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의 매체화란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을 할 때 뉴스 매체의 논리를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정치행사를 개최할 때 뉴스 시간에 맞추어 진행한다든지, 정책 사안을 발표하면서 그 발표가 다른 뉴스에 묻히지 않도록 신경 쓰는 일을 말한다. 정치인들이 매체 논리를 따르면서 정치가 매체 사업처럼 작동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정책의 근거와 타당성을 검토하기보다는 정책을 포장하는 용어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는지부터 고민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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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공론화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된다 포항 지진으로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있다. 직접 재난을 겪는 포항 시민들만 못하겠지만, 언론과 매체를 통해 재난 현장을 보고 들은 일반 시민들의 마음도 두렵고 슬프다. 시민들은 또한 염려한다.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한가? 지진이 나자마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전을 포함해서 전국의 모든 원전이 안전하게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발전소 주변에 설치한 지진계측기를 분석해서 추후 보고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음날 노후한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시민들의 염려는 계속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정말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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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인터넷 알고리듬이 만드는 편향적 세상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문득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좋아 보이는 때다. 어쩌면 이렇게 내 생각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그들은 내가 좋아라 할 만한 말만 하고, 내가 미워하는 것을 함께 미워한다. 그들과 함께 ‘좋아요’를 주고받다가 깨닫게 된다. 세상이 정말 페이스북과 같다면 이렇게 엉망진창일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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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혐오담론을 넘어 혐오담론이 거세다. 여성혐오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더니, 남성혐오도 말해보자는 항변이 들린다. 이것도 혐오 저것도 혐오, 혐오 대상이 아닌 게 없다. 혐오를 혐오한다는 당착의 말도 등장했다. 혐오주의자, 혐오할 자유, 혐오발언 규제, 혐오죄 등 알 수 없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나는 혐오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가 병적이라 생각한다. 억압을 직시해야 할 시선을 흐리고,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여혐’이란 용어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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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소통과 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새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매체 정책을 확인하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 원문을 내려 받았다. 보고서 27쪽에서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회복을 위한 국정과제를 확인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2016년 세계 180개국 가운데 70위에 불과했던 언론자유지수를 2022년까지 30위권으로 올리겠다는 다짐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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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표절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전제 ‘모방은 가장 진정한 아첨이다’라는 경구로 유명한 콜턴이란 200년 전 영국 작가가 있다. 그는 ‘고대인을 베끼면 박식하다 칭찬받겠지만, 현대인을 베끼면 표절이라 비난받는다’는 말도 남겼다. 현대 작가들은 냉소적이어서 ‘한 권을 베끼면 표절이지만, 여러 권을 베끼면 연구가 된다’는 구절을 언급하기 좋아한다. 문제는 이 구절을 사용한 원저자를 인용한 경우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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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파국적 정권교체 공식’의 시대 정권 말기에 사나워지는 짐승이 있다. 언론이다.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정권 말기가 되면 아무래도 정부의 통제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우리 언론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사납게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캐고 정권을 직접 공격한다. 1987년 제6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정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반복해서 나타난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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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4차 산업혁명’ 구호는 버려야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탄핵정국도 일단 끝난다. 청와대가 비고 장관이 놀고 있으니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농담도 내일까지다. 새 정부는 할 일이 많다. 축하할 시간도 없이 통치에 나서야 한다. 인수받고 말 것도 없이 바로 실전이다. 따라서 어차피 정신도 별로 없겠지만, 이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제발 ‘4차 산업혁명’이란 구호를 버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