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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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칼럼 ‘지정학 이후’의 세계질서 한반도가 다시 지배 도구로서의 지정학에 포획될지,흐름과 접속 조직하는 주체로 전환될지는어느 편에 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어떤 연결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그것은 이미 주어진 운명이 아니다.선택의 문제인 동시에 상상력의 문제다 새해에 접어들어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를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체포하는 한편, 거의 동시에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합병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을 흔들어 놓았다. 유럽의 격한 반발에 미국은 한발 물러섰지만, 이 구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송두율 칼럼 새해 정담 : 정치적 결단에 대하여 한반도에 있어서 결단의 순간이란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는 도식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이 체제, 이 분단, 이 긴장은 과연 우리 의지인가’란 질문을 공적으로 제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위험한 자유다. 한반도의 미래 역시 이 위험 감수에 대한 물음이 새해 정담의 첫자리에 놓여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풍경은 나라마다, 사람마다 참으로 다채롭다. 서울에서는 제야에 종로 보신각의 종소리가 울리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니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한다. 빈에서는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춰 관객들이 손뼉을 친다. 대서양의 화산섬 마데이라에서는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에서는 자정 종소리에 맞춰 12알의 건포도를 먹으며 새해 행운을 빈다. -
송두율 칼럼 반중과 친미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은 최근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을 외국인의 대규모 부동산 매입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반외국인 정서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 흐름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결론이었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을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으로 돌리며, 한국에서도 제주도를 사례로 비슷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명동과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인은 나가라’는 구호가 등장한 반중·혐중 시위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
송두율 칼럼 숫자 너머의 세계 우리의 하루는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 정해둔 기상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온갖 숫자의 흐름 속에 있지만, 마시는 공기처럼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숫자는 인도에서 기원한 아라비아 숫자다. 0부터 9까지의 십진 기수법은 711년부터 약 8세기 동안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은 이 숫자의 활용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고,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중국에 이어 개화기 초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
송두율 칼럼 적대적 두 국가론 2023년 12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관한 선언이 발표된 이후 이를 둘러싼 정계·학계·언론계의 많은 논쟁의 핵심을 먼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조국통일이라는 선대의 기조를 과감히 접은 김 위원장의 결단은 체제경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고육지계라고 보는 분석이 있다. 이런 분석으로부터, 흡수통일 이외에 어떤 다른 길이 없으므로 지금보다 더 정교한 대북 통일 공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한반도에 두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대적이 아니라 평화적인 관계로 발전시키는 데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두 갈래 주장의 주안점은 다 같이 한반도 내부의 변화에 놓여 있지만, 국제정치적 역학에 나타나고 있는 큰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송두율 칼럼 중국 전승절과 한반도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이 사진을 보면서 195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10주년을 맞아 당시 이 세 나라를 대표했던 지도자 마오쩌둥 주석,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그리고 김일성 주석이 함께 찍은 사진이 생각났다. 이 사진에는 북베트남의 호찌민 주석과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의 모습도 보인다. -
송두율 칼럼 해방과 분단의 80년 일제 패망 1년 전에 도쿄에서 출생했으나, 나 자신을 해방둥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삶 가운데 3분의 2인 60년 가까운 시간을 외국 땅에서 살았다. 이런 내 삶의 역정 때문에 개인적인 체험 공간에 채워진 기억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그것과 많이 다를 것이고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기대 지평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송두율 칼럼 평화의 새 소식을 기다리며 올여름 무더위는 유별나다는 소식과 함께 윤석열의 재구속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21년 전 7월 말까지 만 9개월을 내가 보냈던 서울구치소 생활을 다시 생각했다. 장맛비는 매일 내리고 곰팡이가 번진 벽에서 퀴퀴한 냄새가 풍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도 독방 생활을 했지만, 이번 기사에 붙은 감방 구조와 시설물 그림을 보니 선풍기와 세면대가 있는 것이 그때와 달랐다. -
송두율 칼럼 만화경 속의 극우 대선 결과가 나온 지 두 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긴장감에 뒤따른 안도감 때문인지 모른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총선이나 대선에 관한 보도는 많지만 특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몇 나라를 빼놓고는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또 이런 보도도 최근 들어 극우 정당의 승리나 약진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점차 흥미를 잃게 된다. -
송두율 칼럼 대선 후보의 첫 토론회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이 89세로 서거했다는 뉴스가 떴다. 재산이라고는 낡은 폭스바겐 하나밖에 없었고 대통령 재임 기간(2010~2015)에 자신의 월급 1만2500달러의 90%를 비정부조직과 빈민 사업을 위해 희사했다.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역임했던 그의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루과이의 도시게릴라 조직이었던 ‘민족해방운동-투파마로스’의 성원으로서 후에 부부가 된 그들은 1973년 군부 쿠데타 전후로 체포돼 각각 14년과 13년 동안의 감옥 생활 끝에 1985년 석방됐다. -
송두율 칼럼 악마의 정치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령으로 촉발된 내란 사태는 7개월 만인 6월3일 대통령 선거로 일단 종결된다. 그러나 내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라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함께 들린다. 이미 각 당은 대선 후보 경선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선거 분위기도 점차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선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모두가 ‘이재명은 절대 안 된다’면서 자신만이 그와 승부를 겨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재명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비난의 도를 넘어 악마화하는 선동과 선전의 양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
송두율 칼럼 계몽과 미몽 2024년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으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을 우선 매듭지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일정이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기각 소식은 불길한 예감까지 더하고 있다. 그러나 유별나게 춥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간다는 소식은 들린다. 물론 봄의 화신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올 수 있지만 솟아오르는 봄기운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