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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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공인일까 자유한국당의 표적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공인일까, 사인(私人)일까. 대통령이 공인이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경호를 받는다고 그 가족도 당연히 공인에 해당하는가. 그렇다면 신변보호를 받는 증인도 공인으로 봐야 하지만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공인의 범위를 넓히려는 측에서는 그들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보다는 언론보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기로 잡다한 사적 영역까지 감시와 검증의 이름으로 들여다보고 간섭하고 싶어 한다. 특히 언론은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공인의 사생활도 취재보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면서 공인의 범위를 넓게 잡는다. 혹시 제기될지도 모르는 명예훼손 소송의 방어막을 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예인과 프로 스포츠 선수 같은 유명인까지 공인으로 보는 것이다. 언론은 권력남용이나 부정부패의 파수꾼(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은 후보자의 내밀한 영역인 병력이나 수술이력까지 들먹이며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것처럼 의혹을 터트리고 언론은 이를 받아 지면을 장식했었다. 대중의 관심이나 흥미를 충족시켜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공인의 범주가 넓어야 좋다. 신랄하고 날카로운 공격을 통한 여론형성 기능을 수행하려면 숨 쉴 공간이 넉넉해야 편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공간의 너비를 결정하는 공인 개념의 광폭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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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다시 쓰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방어권 피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보석결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보석허가율이 40%를 밑돌고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인데 전직이 고려되어 구치소 담장이 낮아진 것 아닐까 하는 의혹 때문이다. 보통 피고인들은 보석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데, 권력이나 돈 있는 피고인은 심심찮게 보석으로 풀려난다. 주로 병보석이다. 자유를 만끽하던 권력자나 재벌총수들이 좁디좁은 교도소 독방에 갇혀 생긴 병인데 여느 피고인은 상상도 못하는 사유로 풀려나는 것이다. 피고인이 누구냐에 따라 보석 여부가 갈린다고 ‘유권무죄’ ‘유전무죄’라는 말도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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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이해충돌’이 삭제되었던 저간의 사정 ‘김영란법’ 제정 당시 국회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삭제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만 남고 다른 한 축이 빠진 것이다. 이제야 그 배경이 드러났다. 여야가 한목소리였던 이유를 알 만하다. 표면적으로는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적용범위가 너무 포괄적이다’ ‘그래서 의정활동의 족쇄가 될 것이다’ ‘위헌적이다’ 등등의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이해충돌 상황이 자신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옭아맬 법을 제정할 리 없는 국회의원이었다.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들 중에는 부동산 임대업자도 있고 기업경영인도 있고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공적 이익과 사적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이 일상다반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수조사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한둘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친지에게 건물매입을 권유한 뒤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받게 한 의원, 역 개발명목으로 예산을 따온 역세권 건물주 의원이나 지방 일부대학의 역량강화를 위해 국비투입 예산안 통과를 추진한 의원이 그 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고위공직자였을 때부터 부친 소유 부동산 근처의 철도사업을 추진했다는 해명을 들어보니 더욱 이해충돌의 소지는 커 보인다. 국비투입 사업지로 선정되기 몇 개월 전에 역 근처 상가건물을 샀다니 더욱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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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풍찬노숙 중인 노동인권 이제 하루하루가 신기록이다. ‘고공농성 408일’, 3년 전 사측으로부터 고용,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승계를 약속받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더 높은 굴뚝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동료의 기록이 경신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차디찬 굴뚝에서 죽기 살기로 버티고 있는 두 노동자는 이제 매일매일 슬픈 역사를 남기고 있다. 그곳은 날아다니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쉬어가는 곳이다. 새들에게는 낙원일지 모르지만 사람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돌아누울 수조차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풍찬노숙 중이다. 기록적인 폭염을 견뎌내고 칼바람의 혹한과 맞서며 좁디좁은 굴뚝 난간에서 또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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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개인 소유물일 수 없는 사립 ‘학교’ 통상 재벌 총수를 ‘오너’(owner)라 부른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그 설립자와 일가들이 회사의 주인이자 소유주라는 의미다. 설립자의 개인능력 덕분에 성공했으므로 오너가 되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수성가의 신화가 회사를 자기소유, 개인재산으로 여기게 한다. 자기가 키운 회사라는 생각에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자녀에게 물려준다. 사유재산인 보유 지분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상속하려 한다. 경영권은 사유물이 아닌데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는 오너의 잘못된 인식이 가족경영과 경영권세습을 정당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 재벌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이 우리 기업의 독특한 관행이 되었다. 내 것이라는 생각에 권위주의적 오너가 되고 수직적 기업문화가 지배한다. 세습자본주의의 민낯이 오너의 갑질 행태로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회사는 보통 주식회사이므로 설립자이자 경영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도 있고 주주도 있다. 아무리 1인 주주의 1인 회사라 하더라도 주주와 회사는 구분된다. 주주와 회사는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는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설립자와 그 일가가 아니라 주주들이 주인이다. 피와 땀이 배어 있다고 재벌총수 일가가 멋대로 할 수 있는 개인재산이 아니다. 국가의 온갖 보호와 특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더 이상 개인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 기업 내 민주주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가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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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징벌이 아닌 ‘합당한’ 대체복무여야 판례가 바뀌는 데 14년이 걸렸다. 대법원이 종교나 신념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드디어 응답한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여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사법의 원초적 보수성 때문에 판례변경이 쉽지 않은 전례에 비추어보면 이제라도 사회 변화를 수용한 사법부의 결단은 박수받을 만하다.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호소하면서 인권의 새로운 지평을 연 판결이다. 이로써 그동안 형벌과 맞바꿔온 수많은 젊은이들이 양심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양심에 따르다가 전과자가 된 그들이지만 이제 양심을 지킨 자신을 대견해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다수와 다르다고 배제하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다원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임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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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강한 처벌 법 개정만으로 줄어들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구는 사안들은 주로 형사처벌에 관한 것이다. 특히 20만명이 넘는 누리꾼들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목숨을 빼앗아간 끔찍한 범죄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 같은 동질감과 동정심이 든 사람들은 범죄자를 응징해야 한다며 분노한다. 응당 같은 값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안감 때문에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오래도록 격리시키길 원한다. 그래서 여전히 사형제를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응징과 보복의 감정에 기댄 것이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소년법을 폐지해 성인처럼 처벌하라고 한다. 곧 형기를 마치게 될 조두순을 더 가두어달라는 청원도 수십만을 넘었다. 중형으로 겁을 주어야 일벌백계가 되고, 잠재적 범죄자가 범죄로부터의 유혹에서 벗어날 것이라 믿는다. 대통령도 최근 음주운전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특성상 초범이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더 엄하고 중한 형벌에 대한 여론, 언론, 정치의 요구가 빗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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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국회의 존재이유, 선거제 개혁 가을은 국회의 계절이다. 여야 모두 100일간의 대장정 동안 입법과 예산전쟁을 치르면서 알찬 결실을 거두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2년차에 열리는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신경전과 기싸움으로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민생·개혁입법을 처리해야 할 여당과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를 물고 늘어지려는 야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부터 거친 말로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 여야 모두 국민과 민생경제를 말하지만 벌써부터 도발과 응전이 넘쳐난다. 그래서 정기국회 기상도는 ‘매우 흐림’과 ‘폭풍우’다. 입만 열면 국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두려워하겠다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알 수 없다. 드루킹 특검 등 현안에 대한 대립과 교착의 연속이었던 전반기 국회가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20대 국회 전반기는 개점휴업 상태여서 그야말로 식물국회였다. 입법기능은 거의 마비되었다. 세비에 더해 특수활동비까지 엄청나게 투입한 비용에 비하면 턱없는 성과라서 ‘가성비’는 거의 제로수준이었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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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고삐 풀린 규제완화를 규제하라 ‘전봇대’ ‘손톱 밑 가시, 암 덩어리’에서 이제는 ‘붉은 깃발법’이 등장했다. 규제를 이르는 전·현직 대통령의 화법이다. 규제완화가 또다시 화두다. 규제를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낙인찍었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으면서 신성장 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는 해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규제완화의 부작용은 감춰둔 채 기업은 물론 보수언론과 정부·여당도 규제완화의 깃발 아래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규제가 왜 생겼는지, 왜 존속하고 있었는지, 규제를 없애면 어떤 부정적 효과가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규제 때문에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경제성장이 뒤처진다고 보는 것이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붉은 깃발을 들라는 법이 없었더라면 자동차의 속도에 감이 없었던 시민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허둥대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선두였던 영국이 독일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규제를 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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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법치 망각한 군부독재의 망령들 제헌절이다. 제헌헌법이 탄생한 지 70주년을 맞는다. 제헌헌법은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기본권보장, 법치주의, 권력분립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본원리를 담고 있다. 가히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손색이 없다. 시대가 변하고 정권이 바뀌고 아홉 차례 개정을 거쳤어도 헌법의 근간과 기본정신은 변함이 없다. 다만 정권에 따라 헌법규범과 헌법현실 사이에 크고 작은 괴리는 있어왔다. 때로는 법치가 아니라 인치로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침해되기도 했고, 권력분립은 장식장에 진열된 장식품에 불과한 때도 있었다. 군사쿠데타로 헌법이 파괴된 적도 있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이 촛불시민혁명으로 바로 세워지기도 했다. 헌법을 살아있게 만드는 사람은 정치인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라 바로 권력의 원천인 국민임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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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폭력 부른 젠트리피케이션의 비극 어느 대학보다도 좋은 대학, 가고 싶은 대학이 ‘임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도 있다. 건물주가 임대한 상가건물을 손보지 않고도 단박에 월세 300만원을 1200만원으로 올려 받을 수 있다면 가히 조물주의 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5년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내 건물을 내 맘대로 하겠다는 건물주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임대료 더 못 내겠다는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는 권리가 건물 소유주에게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사유재산권 행사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들이댄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서 법정공방 등 몇 년째 다툼으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서촌 궁중족발 사장은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르는 극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부당하게 내몰림을 당할 처지에 놓인 상가임차인이 한둘이 아니어서 제2, 제3의 궁중족발 사태가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임차인과 건물주 간의 극단적인 임대료 갈등이 지뢰처럼 곳곳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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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국민청원, 약자의 목소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다. 국민적 관심사가 주류지만 개인적 감정이나 분노 표출도 있는 모양이다. 지난 8개월간의 국민청원을 정리해 보니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대통령, 아기, 여성, 처벌, 정책, 학생 순이고, 국민의견이 수렴된 분야의 순서는 인권·성평등, 보건복지, 안전·환경이라고 한다. 이를 결합해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특별한 배려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그때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응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회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으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