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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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채 상병 사건과 오키나와 전투 최근 출간된 한겨레 고경태 기자의 저서 <본 헌터(Bone Hunter)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를 읽고 그 여진에서 자유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은이와 책의 주인공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의 노동과 지적 호기심, 인간에 대한 예의야말로 ‘진정한’ 역사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전쟁은 전 세계 26개국이 참전한 ‘3차’ 세계대전이자 100만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은 내전이었다. 그렇다면 그 유해들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자국군의 시신을 즉시 수습해 본국으로 보냈다. 반면 지난 70여년간 한국 정부는 발굴 개념조차 없거나 색깔론을 운운해왔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의정부시의 ‘기지촌’에 대한 인식 2022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김사열)는 취약지역 개조사업 신규 대상지 68개소를 선정했다. 이른바 ‘새뜰마을’ 사업이다. 새뜰마을 사업의 취지는 빈집·노후주택 정비, 슬레이트 지붕 개량, 상·하수도 정비 등을 통해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있다고 한다. 노인 돌봄과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 휴먼 케어(human care)와 주민 역량 강화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여성 공천 할당제를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피의자는 공평하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전두환씨, 아동 성폭력 가해자, 연쇄살인범도 예외가 아니다. 최종 판결까지는 무죄로 간주한다는 원리 역시 분명한 정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 강북을 공천 논란의 주인공인 조수진 변호사 수임 경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변호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한국미래변호사회가 밝힌 변호사의 성폭력 피의자 변호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입장에 동의한다. 한미변은 “변호사 출신 후보가 특정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사회적 비난을 받는 현실에 강한 우려”와 “변호사 윤리 장전은 사건 내용이 비난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가 수임을 거절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고 주장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는다 작년 한국의 출생아 숫자는 23만명이다. 그중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다. 0.5명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언제부터인가 저출산 관련 뉴스를 접하지 않는 날이 없다. 어딜 가도 “저출산, 저출산…”이다. 최근에는 ‘저출산’이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로 ‘저출생’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인식에 반대한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저출산은 여성의 진화생물학적 적응이자 이탈리아 페미니스트 마리아 델라 코스타의 용어대로 “파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파업을 행사한 것이다. 저출산은 정치적 행위자로서 여성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발본적(拔本的) 문제제기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한동훈 위원장의 “동료 시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용하는 “동료 시민 여러분”은 일견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여론도 대체로 우호적인데, 탈권위적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긍정적인 평가에 더해, 그가 말하는 시민의 범주에 사회적 약자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한동훈 위원장의 이 표현에 두려움을 느낀다. 첫째 한 위원장이 시민을 동료라고 부르는 그 사고방식이 두렵고, 둘째 그의 말에 열광하는 팬덤이 두렵고, 셋째는 그가 탈권위적 인물 이미지를 가지게 될까봐 두렵다.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두려운 것은 세 번째 상황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비상대책위원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국민의힘에 입당,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12월26일부터 비대위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 정치는 언제나 비상(非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낯설지 않고 비상사태라는 느낌도 별로 없다. ‘비대위’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면, 비상 상태는 상례(常例)가 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인간의 조건, 국민의 조건 이 글은 사회학자 오찬호의 글 “여자도 군대 갔다면, 달라졌을까”(경향신문, 2023년 12월18일자)에 대한 부연이다. 나는 그의 글을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의원의 신당 추진 과정에서 나온 “여성 징병제 vs 남성 돌봄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었다. 정책 영역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남성은 군대에 가고 여성은 출산한다”는 통념은 막강하다. 일상에서도 마치 자연의 이치인 양 회자되고, 징병제 문제가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는 어불성설이다. 실현되어야 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일단, 돌봄과 병역은 어느 성별이 수행하는가를 떠나, 자명한 인간사가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다. 특히 징병제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제도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접경 지역 50미터?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업무 추진비를 문제 삼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고위 검사들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 성남시 청계산 유원지에 있는 유명 한우집을 여섯 차례 방문해 943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한동훈은 왜 “접경 50미터”라고 말했나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업무 추진비를 문제 삼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고위 검사들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 성남시 청계산 유원지에 있는 유명 한우집을 여섯 차례 방문해 943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뉴스는 빨라야 할까 신문(新聞)에 대한 오랜 개념 중 하나는 ‘새로운 소식을 신속, 정확하게 널리 알리는’ 정기 간행물이다. 신문은 이미 아는 이야기, 즉 구문(舊聞)과 대비되는 속도의 매체라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호외(號外)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윤전기를 세웠다”는 표현이 긴급한 뉴스를 대신하던 시절 역시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이런 맥락 때문에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은 경쟁이 안 되고, 종이 신문은 사양 산업이라는 통념이 생겼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희망’은 무엇을 하는가 “정치인과 지식인 모두가 기후위기를 심각하다고 부르짖지만, 뒤돌아서는 평소대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소비한다. 로이 스크랜턴은 우리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문명과 인류를 이어갈 확률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혁신이 이어지고 경제가 성장해도 미래는 암울하다. 아니, 더 암울한데,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는 바로 이런 자본주의적 혁신과 성장에서 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과장되어 있다. 우리는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품위 있게 살아야 하는데, 그 길은 죽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애착이 가는 것, 사랑하는 존재, 확실한 미래, 자아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구원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한다. 죽음 직전에 주변을 정리하듯, 우리는 지금 살아서 버려야 한다. 인류세 시대에 제대로 죽는 법을 배우는 게,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한국 밖에서 터지는 손흥민의 해트트릭 지난 2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토트넘 홋스퍼는 랭커셔카운티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번리와의 원정경기에서 5-2 대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27분까지 뛰며 올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특히 첫 번째 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렵다는 ‘둔한’ 발끝과 회전하는 공,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얻어낸 성과였다. 손흥민은 마치 손에 리모컨을 쥔 듯 너무나 ‘쉽고’ 우아하게 리오넬 메시 등 최고 선수들만이 가능하다는 칩슛을 성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