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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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북극곰과 나의 공통점, ‘지구를 구할 수 없다’ 류준열 배우가 전하는 ‘그린피스’의 목소리다. “나는 북극곰입니다. 나는 기후 변화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뽀얀 털을 갖고 있어서, 귀여운 까만 코를 갖고 있어서, 당신은 나를 걱정하고 안타까워 하지만 당신이 걱정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닙니다. 이미 당신에게 계절은 의미가 없어졌고, 이상기온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 북극곰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 북극곰과 우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찍한 변화를 멈춰주세요.”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극단적 선택’, 극단도 선택도 아니다 1803년 미국 의회는 나폴레옹으로부터 루이지애나 준주(準州)를 사들였다. 당시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미시시피강에서 로키산맥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을 탐사할 책임자로 29세의 메리웨더 루이스(1774~1809) 대위를 임명했다. 타고난 총명함과 추진력을 갖춘 루이스 대위는 지리학, 자연사, 의학, 식물학, 천문학을 공부하여 미국 지도를 만들었다. 그는 선주민 부족수, 그들의 언어, 전통, 기념물, 농업, 유행병, 법, 관습 등 각 지역의 토양과 지형, 식물과 동물, 광물과 화산 지형까지 성공리에 조사를 마쳤다. 적절한 조증(躁症), 성실성, 진취력, 판단력, 용기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안전 여부가 오염수 방류 기준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지난 12일부터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해 2주간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날자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오염수 방류, 사형 선고” 어민들 피눈물’이었다. 어부 일은 끝났다는 제주 어민들, 소금값이 한 달 동안 30% 넘게 오른 전남 신안, 수산물 소비절벽을 확신한다며 사형수 심정이라는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의 소식이 이어졌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새로운 동맹의 풍경, 한·미 동맹을 다시 생각한다 올해는 한·미 동맹 70주년. 1953년에 조인, 1954년 11월8일부터 발효된 이 ‘동맹’의 정식 이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구한말부터 한반도는 외세와의 상호 방위(mutual defense)가 무엇인지에 골몰해왔다. 그만큼 한·미 동맹의 전후 맥락은, 우리 근현대사를 상징한다. 1866년 제너럴셔먼호(號)사건과 1871년 신미양요(辛未洋擾)를 모두 물리친 조선은, 이후 “일정 때보다 더한 미군정”을 거쳐 지금은 미국과 “글로벌 파트너”가 되었다(고 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대통령이 해야 할 말…“오염수 방류는 지구 침략이다” 이 글을 마감할 무렵, 18일자 경향신문 1면 보도다. “일본은 7개국(G7) 환경장관 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환영 성명을 내려다 참가국 반대로 실패했다. (중략) 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오염수 방류에 관해서는 환영한다고 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니시무라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자신의 발언에 실수가 있었다며 정정해야 했다. 한편 독일은 지난 15일 자정을 기점으로 원자력(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계급 세습권으로서 학교폭력 지금 한국 사회를 맹렬히 작동시키는 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교폭력은 한국 사회의 결과일까. 원인일까. 나는 학교폭력이 그 자체로 문제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어른 문화의 부수적인 문제로 여기는 발상에 반대한다. 그런 면에서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문제도 나이가 아니라 죄질로 논의 구도가 이동해야 한다. -
정희진의 낯선사이 중구난방과 횡설수설을 다시 생각함 지구의 역사는 약 45억년. 그중 4억5000만년 전, 따뜻한 바닷속에 오스트러코덤(ostracoderms)이라는 턱과 이빨이 없는 물고기가 살았다. 등뼈를 가진 동물로는 가장 오래된 생물이다. 인간의 귀는 이 원시 어류의 평형기관에서 진화했다. 귀는 남성의 성기와 함께 인간의 인체에서 가장 부드러운 조직이다. 미생물에게 좋은 먹을거리다. 자본주의 출현 이후 최악의 종(種)이 된 인간이 지구에 속죄하는 방식은 단 하나,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흙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
정희진의 낯선사이 대통령의 주적, 국민의 주적 올 명절에도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찾았다. 시장마다 정세(政勢)가 달라서, 누가 어디를 가는가에 따라 ‘완전(?) 환영, 반만 환영, 계란 세례’까지 반응이 다양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마포구 망원 시장 방문은 지지자는 좋아하고 상인에게는 영업 방해였다. 그럭저럭 평균점이지만 그렇다면 안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
정희진의 낯선사이 나의 사랑이 사회악의 동력이 된다면? 2018년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버닝썬 게이트는 젠더폭력의 종합세트였다. 이 글에서는 마약 유통, 정치인 개입, 경찰과 소방 공무원 간 유착, 재벌가 자녀의 누적 범죄는 논외로 한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동영상을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유포한 이들은 가수 승리, 정준영 등이다. 마약 유통 및 성폭력 혐의로 수차례 피소된 박유천까지,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죄질이 ‘독특하기에’ 이들은 이후 공적인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일반인’으로 살면 된다. 미국처럼 몇백년형을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특권을 누리고 있다. -
정희진의 낯선사이 사진과 총, 캄보디아에서의 대통령 부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간주되는 <현대국제정치론>(1987·법문사판)의 저자 한스 모겐소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폴레옹의 모자 에피소드를 예로 든다.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은 1813년, 오스트리아의 외상 메테르니히와 9시간 동안 만났다. 전쟁의 양상이 프랑스 대(對) 러시아·프로이센·영국·스웨덴 동맹군으로 변화하자,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에 반(反)프랑스 동맹에 참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메테르니히는 나폴레옹을 무시했고, 여전히 유럽의 지배자처럼 행동했던 나폴레옹은 상대방을 떠본다. 그는 일부러 모자를 떨어뜨려 메테르니히가 집어주길 바랐지만, 메테르니히는 못 본 척했다 .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일상을 가능케 하는 권력을 생각함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구호 중 하나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이다. 이 말은 용감했지만, 저잣거리에 넘쳐나는 남성문화의 일부이자 30년이 넘은 신자유주의 통치 패러다임일 뿐이다. 물론 ‘구조도 구조적 문제도 없다’는 비현실이다.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도 증류수 같은 현실도 불가능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사회 구조적 문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김건희 논문’, 논란 종식을 바란다 표절은 맥락이 필요한 문제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먼저 발표했다면,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일까? 어떤 지식도 사회의 자장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페미니즘도 마르크스주의도 시작은 자유주의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언어로 연결된 문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2015년, 신경숙의 표절 논란 즈음 나는 관련 글을 썼다가 장정일로부터 비판받은 바 있다(한겨레, 2015년 9월3일자 인터넷판). 그는 “당신(나)이 쓴 글 중에서 순수한 당신만의 생각이 얼마나 되는가”를 질문하면서, “영향과 모방은 물론 패스티시·인용·비유·패러디가 혼재된 문학 자체에 대한 논의 없는 표절 논쟁”은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