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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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낯선 사이 1997년 7월30일 경향신문, 9월6일 한겨레, 7일 연합통신 이 글의 목적은 어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20년 전 나는 처음 일본을 방문했다. 동아시아 지역 제노사이드 주제의 학술대회 일정이었다. 가장 크게 놀란 장면은 교토 거리 곳곳에 붙은 공산당 선전 포스터였다. 共産黨. 박정희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내게, 세 글자는 충격이었지만 곧바로 이성을 찾았다. 일본 좌파는 천황제를 의식, 대중노선을 채택하고 국가사회주의를 주도했다. 국가는 소수자 배제를 통해 자랑스럽게 대표되어야 하므로 일본 공산당이 자이니치, 오키나와 사람을 차별하는 ‘단체’로 타락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헤어질 결심’, 군 위안부, 김건희님의 다운로드 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해외 연출작 외에는 모두 보았다. <복수는 나의 것>(2002)과 <헤어질 결심>을 가장 좋아한다. <복수는 나의 것>은 보기 힘들어서 두 번 보지 못했지만 꿈에 나타났으므로 ‘여러 번 봤다’고 할 수 있다. 그의 가장 뛰어난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질 결심>은 세 번 보았다. 주·조연은 말할 것도 없고 독립영화 <들꽃> 시리즈의 스타 정하담 배우까지 멋진 배우들의 기막힌 연기, 언어의 차이가 작품의 깊이로 전환되는 각본과 연출, 이야기 구조…. 이 영화의 매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오래 날고 싶다면? 대학생의 노동자 고소를 보면서 최근 출간된 소설가 정찬의 열 번째 장편소설 <발 없는 새>의 배경 중 하나는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다. 제목 <발 없는 새>는 <패왕별희>의 주인공 장뤄룽(張國榮)의 <아비정전>의 대사에서 나왔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해. 날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는 때지.” -
정희진의 낯선사이 ‘검사 편향과 민변 도배’의 평화학 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1997년 김대중 정권을 시작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그 이후로도 분단상황을 이용한 안보 협박 정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했다. 일본은 여전히 자민당 1당 체제이고, 극우 세력만 투표를 해서 변화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최근 몇 년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누가 더 무능하고 파렴치하고 부패했는가’ 경쟁을 보면서, 차라리 능력 있는 의원들의 1당 체제인 ‘민주주의 독재’가 낫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진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위스키 온 더 락, 얼음의 법칙을 따르자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연공서열제는 문제이지만, 나는 모든 이들이 나이와 무관하게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연령은 계급, 젠더와 함께 중요한 사회 구성 요소로, 모든 분야가 노소(老少)에 따른 ‘우선권’을 둘러싼 정치경제학의 전쟁터다. 나이는 다른 사회 구조와 다르게 ‘어려도’ ‘어중간해도’ ‘늙어도’ 맥락에 따라 차별받는다. 이처럼 연령주의는 간단한 주제는 아니지만, 논외는 있다. 사람들이 “그만큼 해(처)먹었으면 됐지”라고 지칭하는 이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평생을 양지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해온 사람들은 그만 일해도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대표적이다. 물론 공직자로서 그의 부적절성은 나이(1949년생)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이제 쉬거나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해도 되지 않을까.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시대를 반영하기보다 거스르는 책을 원한다 거대 양당이 비슷하다지만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는 사안도 많다. 출판 관련 일도 그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교육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권장 도서 목록이 있는데, 선정 위원 교체는 중요한 정치다. 이들의 안목에 따라 사병들이 내무반에서 읽는 책, 중·고등학교, 대학, 지역 도서관의 서고가 달라질 수 있다. 정권교체가 아니더라도 책은 시류에 민감하다. 자기 계발서의 범람, 페미니즘의 대중화 이후 여성학 고전의 재출간 붐,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효과였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200만부 판매…. 책은 당대를 반영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민주당, 적대적 공존에서 단독자로 적대적 공존(敵對的 共存)의 전통적 모델은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이다. 국가주의나 진영 논리 등 집단 정체성을 표방한 두 세력이 적으로 대치하는 듯 보이지만, 통치 그룹 차원에서는 그들만의 공존과 번영을 도모하는 은폐된 동맹을 말한다. 개인 간의 인간관계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냉전(冷戰, cold war)은 미·소 중심의 언어다. 이념상의 차가운 적대가 아니라 강대국이 약소국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프로즌 워(frozen war)’ 상태다. 제3세계는 양진영의 대리전, 열전(熱戰)을 치렀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전쟁이 대표적이다. 중공군, 유엔군 등 외국인을 제외하고도 한국인 520만명이 사망하고 1000만명의 이산가족을 낳았다. 미·소 강대국 정치의 가장 큰 희생자는 제3세계였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같음과 다름 양비론과 진영 논리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우리는 다른 사고방식을 추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사회변화는 기존과 다른 글쓰기, 말하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지난달 나는 이 지면에 현대 사회의 팬덤 문화에 대해 썼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은 확장성이 없고 BTS의 팬덤은 ‘바람직하고’, 윤석열 후보는 독특하게도 지지자를 모욕한다고 말했다. 나의 주장은 정치인 팬덤이 대중 예술인의 팬덤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 관련 발언은 그 자체보다, 그런 생각을 공적으로 발화하는 그의 반사회성이 놀라웠다. 어쨌든 나는 세 가지 팬덤의 다름, 즉 지극히 당파적인 글을 썼는데 몇몇 독자로부터 양비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문재인 대통령, BTS, 윤석열 후보 팬덤의 국민들 재현물이나 현실에서 정치인, 예술가 등 유명인에게 “팬입니다”라며 악수를 청하는 장면이 나오면 불길하다. 나는 스릴러 영화의 전조를 보는 착각에 빠져 혼자 시나리오를 쓰는 버릇이 있다. “팬이 안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식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의 숭배와 사랑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1961년 출간된 에드가 모랭의 <스타>는 우상의 역사로부터 시작, 현대 사회 대중문화의 정치경제학과 심리학을 다룬 역작이다. 영국의 영문 표기는 여전히 왕국인 양 ‘United Kingdom(UK)’이다. 영어의 ‘~dom’은 옛 왕국을 뜻한다. “스타덤에 올랐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오늘날 문화산업 연구에서 소비자의 주체성이 강조되면서 팬덤(fandom)이라는 말도 생겼다. 팬이 없다면 스타도 없다. 팬덤은 국가처럼 일종의 상상의 공동체다. 일본 사회의 한류는 자신을 욘사마 나라, 뵨사마(이병헌) 나라의 국민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열정을 의미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김건희씨와 페미니즘 내가 사는 서울 남서부 지역,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눈이 내린다. 양이 상당하다. 눈은 음소거 기능이 있어 주변을 조용하게 만든다. 2019년 12월 이후의 세계. 고요하고 아늑한 겨울밤을 다시 맞을 수 있을까 싶다. 지속될 기후위기와 대통령 선거가 겁나는 시간. 변화와 기대보다 불안한 심정,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내 친구는 50대 1인 가구 여성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만성 질환을 20년째 앓고 있다. 거래도 없는 서울시에서 가장 공시지가가 낮은 40년 된 연립주택에 산다. 집 소유자, 한 달에 50만원 이상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매달 26만7170원의 지역보험료를 납부해왔다. 지난 8월, 5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대한민국 ‘상위 12%’다. 이달부터 33만3240원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나나 내 친구는 건강 상태와 일의 성격상 매달 33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계속 납부할 수 없는 노동자다. 반면 김건희씨는 월 200만원 봉급생활자라서 보험료가 7만원이란다. 합법과 비상식이 공존한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젠더 갈등’이 아니라 성차별이다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를 낙관하는 이들은 없다. 팬데믹은 지속될 것이다. 2년간 일상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생계와 생명을 잃은 이들을 생각해 보라. 나는 당연히 이번 대선의 주요 의제가 환경, 노동 문제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일부 남성의 성차별 의식을 이용, 이를 표로 연결시키는 데 골몰하고 있다. 며칠 전 경향신문 보도대로, “젠더 지우기로 젠더 공략하는 ‘젠더 대선’”이다. -
정희진의 낯선 사이 코스모폴리탄 고래라고? 나는 화초를 키운다. 겨울철 난방비 때문에 이때쯤 가격이 좋다. 1년 내내 잘 가꿔진 화초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반려동물 가구가 전체의 25%, 인구로는 1500만명 정도다. 주변에서는 대개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어려움은 동물 의료보험 문제다. 비용과 능력이 부족한 나는 스킨답서스처럼 싸고 잘 자라는 식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