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영
한신대 교수·경제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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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공포에서 벗어나기 우리 달력을 보면, 양력으로 신정이 있고 음력으로 설날이 있다. 희망찬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크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여러 번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올 초에는 여기저기서 새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언사들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새해 인사에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2022년의 격변의 효과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단언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래는 미리 결정되어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행위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는지라, 공포가 전염·확산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엇갈리는 시그널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이 섣부른 비관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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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세계공화국과 동네공화국 2022년은 세계적 차원에서 이성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던 해였다. 칸트의 윤리학이 지시하는 지상명령, 자신과 타자를 모두 목적으로 대하라는 지구적 공동체의 이상은 현실에서 더욱 멀어졌다. 거대 국가들의 안보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했다. 자국 중심 일방통행이 횡행하면서 세계공화국과 영구평화의 이상은 좌절되고 있다. 이제 세계공화국으로의 진전은 난망한가. 연초 개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적으로 전쟁의 공포를 확산시켰다. 대만해협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고, 이와 연동하여 한반도 정세도 불안해졌다.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 발사를 실험하면서,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도 강화되었다. 북한의 7차 핵실험과 핵무장 도미노 가능성이 펼쳐지는 중이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 이후의 안보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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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세계는 충돌할 것인가 세계는 분열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는 충돌하고 말 것인가.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분열과 충돌의 양상을 확연히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대만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북핵 문제가 서로 연동되어 있고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백승욱 교수, 박민희 기자). 전쟁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15일에는 우크라이나 접경의 폴란드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 오폭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쏜 것이었다면, 나토를 공격한 것이 된다. 나토와 러시아 간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한편 북한은 11월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방한계선 이남에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것은 분단 이후 최초의 일이다. 북한은 또한 11월18일에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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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재야’의 경제학 얼마 전 ‘재야’의 경제학자 정태인 박사(1960~2022)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음이 전해지자 시중과 언론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추모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에게는 진보 경제학자, 진보 경제정책가, 독립연구자, 경제평론가 등의 칭호가 따랐다. 필자는 그를 ‘재야’의 경제학에 헌신한 이로 부르고 싶다. ‘재야’는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는 한국만의 독특한 개념이다. 재야는 제도권 밖이라는 정치공간,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변혁지향적인 운동, 정치적·경제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도덕성 등을 특징적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재야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정권의 억압으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다. 또한 권력 획득에만 연연하기보다는 국가권력 자체를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려는 능동적인 성격도 있다(이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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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독일과 중국의 위기, 세계경제의 위기 미국의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의 파장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아시아 지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 현상을 우려하면서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의 바트화 등이 위기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구조는 필리핀이나 태국과는 다르다. 외환보유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도 아직 뚜렷하게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무역수지가 4월 이후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불안한 대목이긴 하다. 그렇지만 위기가 1997년처럼 동남아에서 시작하여 한국으로 번질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심각한 것은, 주요 제조업 국가들의 위기가 세계경제 위기로 번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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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제조업 수출주도 경제의 위기 한국경제는 중대한 변동의 압력을 받고 있다. 무역수지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지난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 8월까지의 누적 무역수지는 247억2000만달러 적자였다. 이는 모두 195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의 적자 수치다. 그간 제조업 수출은 한국경제의 엔진이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제조업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모델이 위기 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의 수출은 제조업 경제의 근간이다. 그간 무역흑자의 주축은 반도체 수출과 중국에 대한 흑자였다.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8% 감소했고 대중국 수출은 5.4% 줄었다. 1990년대 이래의 한국의 성장모델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과 산업정책의 시대로 들어섰다. 미국과 중국의 정책 변화가 그간 한국의 성장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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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한산’에서 보는 동아시아 세계체제 영화 <한산>이 화제를 낳고 있다. 전투장면 묘사가 압도적이고, 이순신 장군의 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내외적으로 어려운 최근 현실과 겹쳐지는 장면들이 많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첫째, 한산대첩은 동아시아 해양사의 중대한 고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일본 측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주요 인물로 떠올렸다. 허구이겠지만, 와키자카는 황해를 거쳐 톈진으로 가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영화는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대결을 통해 임진전쟁의 세계전쟁으로서의 성격을 부각한다. 유성룡이 <징비록>에서 “한산대첩의 한 번 싸움으로 나라가 보존되고 요동과 천진에 왜군의 발자국이 미치지 못했다”고 기술한 대목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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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경제적 분열과 민주화체제의 위기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는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라는 단행본을 펴냈다(신기욱·김호기 편). 필자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의 두 가지 구조적 분열, 즉 지역간·세대간 분열이 민주화 체제의 위기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논의한 바 있다. 이 분열은 코로나19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글로벌 체제의 재편과 겹쳐지고 있다. 경기후퇴가 본격화하면 두 가지 분열은 더 심화되고 1987년 이후 형성된 민주화 체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각별한 위기감과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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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민주주의자 예춘호 민주주의의 위기가 운위되는 시기다. 20대 대선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을 결집해 이루어진 선거였고, 뒤이은 6·1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으로 치러졌다. 지금의 행태로 보면, 정치권은 향후 산업·노동·지역의 재편에 대해 정치적 분열을 격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되면, 민주주의의 위기는 본격화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현실이 캄캄할 때, 우리의 소중한 민주주의 전통을 돌아보게 된다. ‘원칙 있는’ 민주주의자였던 고 예춘호 선생(1927~2020)이 지금 불빛이 될 수 있겠다. 예춘호는 5·16 쿠데타 이후 결성된 민주공화당의 30대의 촉망받는 사무총장이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고 유신체제에 저항운동을 벌인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지는 현시점에서 보면, 예춘호야말로 공화국의 분열에 맞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자였음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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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그런데, 어떤 ‘자유 시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앞길은 첩첩산중인데, 어떤 지도를 갖고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서도 ‘독특했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발화의 상대가 국민, 재외동포, 세계시민이다.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것도 화제였다. ‘자유’라는 단어는 35번 나오는데, ‘통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자유 시민’이라는 단어였다. 우선 취임사에 등장하는 자유가 시장만능주의의 자유를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번영과 풍요를 가져온다는 것은 제도를 중시하는 제도주의 경제학 전통의 논지이기도 하다. 자유가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고 자유 시민의 기초임을 지적한 것은 자유를 규범적 가치에 근거한 적극적 자유의 틀 속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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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50조원의 소상공인 지원 약속 이번주부터 거리 두기가 모두 해제되었다. 2020년 3월 거리 두기 대책이 시행된 지 2년1개월 만이다. 마스크는 계속 써야 하지만, ‘집단감염 위험시설’에 대한 모든 운영제한 조치는 풀리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업종 종사자들로서는 무거운 족쇄가 풀린 셈이다. 그러나 앞날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대유행은 또 올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한 50조원의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어떻게 지켜질지 지켜봐야 한다. 방역대책과 민생대책은 긴밀히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 2년여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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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필 대선 이후 전환기 리더십의 과제 20대 대선의 승패는 갈렸지만 새로운 리더십의 향방은 아직 분명치 않다. 이번 선거는 주로 조직기술과 정치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미래 비전과 시대정신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는 또 바뀔 수 있다. 여야 모두 지난 선거 과정을 복기하면서 전환기 리더십을 재구축해야 할 시기이다. 강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에는 전환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리더십 이론의 용어를 빌리면, 이는 상황지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지프 나이는 상황지능이란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감각과 준비성을 결합하고 위계적 권력 이상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쉽게 말하면, 상황지능은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낙관적 해법을 단언하는 이보다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상황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