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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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살아야 죽는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무척 역동적이다. 매일 약 2000억~3000억개의 세포가 죽는다. 또 그만큼의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성인 몸 세포 약 40조개의 0.5%가량이 매일 교체되는 셈이다. 그렇게 얼추 200일마다 우리 몸은 새롭게 태어난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옳다. 세포에 따라 수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장근육 세포나 1000억개에 이르는 뇌 신경세포는 수명이 상당히 길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적혈구는 120일을 살지만 1초에 200만개씩 태어나고 죽어간다. 테니스장 넓이의 소화기관 상피세포는 4~5일마다 교체된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세포는 쉼 없이 살고 죽기를 되풀이한다. 활성 산소 탓에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상처를 입어서든 발생 과정에서 손가락 사이의 갈퀴를 제거하고자 세포 스스로 죽든,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죽은 세포를 깔끔히 처리해야 한다. 미적거리다 죽은 세포막이 터지면 면역계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원치 않는 면역 반응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덥다, 그래도 가을이 들어선다 덥다. 2020년 기상청 보고서를 보면 지구 평균 온도는 14.88도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200여 관측소에서 그해 측정한 온도를 모두 참작한 결과일 것이다. 이는 지난 20세기 전체 평균보다 0.98도 높은 값이다. 올 7월3일은 남극을 포함한 전 세계 평균 온도가 17도를 넘어 역대 최곳값을 나타냈다. 평균 온도는 한 값을 가리키지만 지역에 따라 또는 같은 지역이라도 사는 거주 형태에 따라서 체감 온도는 천차만별이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베토벤의 간 나이 들면 뇌에 철이 든다. 2022년 쥐 실험으로 국내 연구진이 밝힌 결과다. 젊은 쥐보다 늙은 쥐의 운동 신경을 관장하는 부위에 철이 더 쌓였다. 다행인 점은 신경을 보호하는 유전자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다. 몸 안에 철이 많이 쌓인 인간이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극한 운동 끝에 죽은 세포들 몸을 다친 탓에 으레 세포 안에 있어야 할 미토콘드리아가 혈액 안을 배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면역계는 이들 미토콘드리아를 ‘남’으로 여기고 면역 반응을 개시한다.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면역세포는 한때 세균이었던 미토콘드리아의 과거 행적을 들어 꼬투리를 잡는 것이다. 면역계는 철두철미하다.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선봉에 나서는 세포는 둘로, 간이나 뇌처럼 주로 조직에 머무는 대식세포와 활동 무대가 혈관인 호중구가 그들이다. 이 두 세포는 세포벽처럼 보편적인 세균의 특성을 인식하자마자 서둘러 작전에 돌입한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아이슬란드 해저에서 발견된 대양백합 조개인 밍(Ming)은 507세의 나이로 어처구니없이 죽었다. 나이를 더 정확히 알아보려는 욕심에 연구원이 억지로 조개껍데기를 열었던 탓이다. 1499년에 태어나 2006년에 죽은 이 조개의 나이를 과학자들은 어떻게 짐작했을까? 고목 나이테 세듯 조개의 성장륜(成長輪)을 센 것이었다. 남도 펄에서 자란 꼬막도 성장륜이 뚜렷하고 새끼 꼬막이 자라온 가로무늬 흔적을 드러낸다. 한 해를 지나는 동안 이들은 길이와 폭이 일정한 속도로 커진다. ‘자기닮음꼴’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강릉의 봄 강릉에 산불이 났다. 사천해수욕장에서 아래쪽 경포대 인근까지 퍼진 큰불이었다. 충남 홍성과 서울 인왕산에서도 산불이 났다. 슬픈 일이다. 강릉에서는 강한 바람이라는 변수가 있었다지만 기본적으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관련이 깊다. 올봄 비가 오지 않아 건조했다는 말은 곧 공기 중에 수증기량이 적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증기압 결핍(vapor pressure deficit)’이라는 용어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양이 충분해서 포화 상태에 이르면 수증기는 이슬로 바뀐다. 새벽녘 잎에 맺힌 이슬이 그것이다. 실제로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양과 포화 상태일 때 수증기량의 차이가 곧 증기압 결핍이다. 문제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증기압 결핍이 커진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증기압 결핍은 기후변화와 연결된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미모사는 밤에 잎을 닫는다 정류장 보도블록 틈 ‘낮은 풀’에 내리쬐는 빛을 가리지 않으려 발걸음을 옮겨본다. 봄은 빛이다. 사철 푸른 회양목은 일찍부터 초록빛 꽃을 틔우고 은은한 향을 풍긴다. 빽빽한 잎맥을 갖추진 못했지만 회양목은 속씨식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뿌리에서 몸통으로 물을 올리고 광합성 산물인 설탕을 저장소로 보내는 관다발과 복잡한 잎맥을 갖춘 속씨식물은 몸집을 키워 꽃을 피운 다음 곤충을 부른다. 꽃 주변 꿀을 탐하는 곤충은 날개를 진화시켜 식물의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생태적 동반자가 되었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허파는 가볍다 인간의 허파는 두 개다. 왼쪽이 좀 작다. 왼쪽으로 치우친 심장에 자리를 내주느라 그렇다. 국기에 경례할 때 오른손을 펴 왼 가슴에 대는 일이 이런 해부학과 관련된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허파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잘 모른다. 다만 허파의 영어 단어인 lung은 가볍다(light)는 뜻을 갖는다고 한다. 이 가벼운 두 개의 허파는 기관지에 매달려 소화기관 위쪽에 자리를 잡는다. 진화의 긴 시간에서 보았을 때 이런 모습의 허파가 등장한 것은 물고기가 육지로 올라오고 나서도 한참 뒤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폐어(lung fish)는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공기를 들이켤 수 있다. 땅콩 모양의 폐를 갖고 있지만 인간과 달리 폐어의 허파는 쌍을 이루지 않는다. 파충류인 샐러맨더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두 쌍의 폐가 등장했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고래 똥 바닥에 등을 대고 잠드는 동물은 아마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지붕처럼 가림막이 있어 이슬을 가리고 옆에 같이 누운 부모가 있지 않고서야 함부로 배를 내놓고 잠들 수는 없는 일이다. 코끼리처럼 대형 동물일지라도 주변을 살펴 서서 잠이 들고 가끔 누워 잔다. 그렇다 해도 오래 자는 일은 드물다. 바다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않는 고래는 어떨까? 2008년 ‘최신 생물학’에는 향유고래 대여섯 마리가 약 15m 깊이의 바다에서 마치 몇 개의 선돌처럼 서서 자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야생에서 대형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똥이나 오줌을 누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나이 0살로 되돌리기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너나없이 0살이었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물학적으로 0살을 정의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합쳐져 곧 수정란이 될 난자와 정자가 부모만큼 ‘낫살’깨나 먹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구중심처에 고이 숨겨져 있다 해도 세월의 더께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춘기에 약 30만개이던 난자는 37세가 되면 2만5000개로 줄어든다. 폐경기인 약 51세가 되면 그 수는 1000개 밑으로 떨어진다. 슬픈 얘기지만 주인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기능을 멈추는 거의 유일한 인체 기관이 있다면 그것은 난소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암세포 굶겨 죽이기 모든 세포의 꿈은 두 개가 되는 것이다. 대장균이 유전자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 밝혀 노벨상을 탄 프랑수아 자코브가 한 말이다. 인간은 모두 단 한 개의 수정란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갓 태어난 아기도 무려 1조2500억개가 넘는 세포를 갖는다. 다 큰 어른은 그보다 30배 많은 약 37조개의 세포로 한평생 살아간다. 그게 다가 아니다. 두 근 반 무게의 간은 1년이 지나지 않아 완전히 새것으로 바뀐다. 정상 간세포도 분열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올해의 간은 작년의 그것과 다르다. 빠르게 분열하는 피부와 소화기관 상피세포는 더 자주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어려서는 대개 세포의 수를 늘리느라, 커서는 그 수를 지키느라 인간은 쉴 새 없이 먹어야 한다.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흙 다시 만져보자 고층 아파트와 빵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루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건축물의 주재료는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골재인 모래와 자갈을 섞어 만든 것으로 신축 아파트 공사장에 줄지어 선 레미콘 트럭 안에 든 회색빛 물질이다. 모래와 자갈을 결합하는 접착제인 시멘트는 점토나 석회, 광물을 27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워 빻은 가루다. 시멘트 10, 물 15에 골재 75 비율로 잘 섞으면 콘크리트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콘크리트의 주성분인 모래는 무엇일까? 너무 흔해서 오히려 정의하기 어려운 사정을 살펴 지질학자들은 지름이 0.0625~2㎜ 크기의 알갱이를 따로 모래라고 부른다. 머리카락 지름이 대략 0.08㎜라면 모래알 크기를 얼추 가늠할 것이다. 사막이나 해변에 깔린 모래의 70%는 석영이다. 지각에 가장 풍부한 두 원소인 산소와 규소로 석영(SiO2)이 만들어진 덕분에 세상에 모래가 지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