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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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서울이 뱉어낸다, 나는 버텨낸다 작년 여름에, 고향인 서울 망원동으로 돌아왔다. 모 선생님께서 글을 쓰기 위한 공동 공간의 한 자리를 흔쾌히 내주신 덕분이다.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순대를 사 먹던 그 거리는 이제 ‘망리단길’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라고 한다. 간판만 보아서는 무엇을 파는지 잘 알 수 없는 세련된 가게들이 많이 생겼고 물가도 많이 올랐다. 그렇게 많은 것이 변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겹다. 눈길 닿는 자리마다 묻은 지 30년은 되었을 법한 추억들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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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그래서 지금, 같이 앉아 사랑하고 있습니까?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을 열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장에서 받은 기자의 질문에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라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축복받지 못했다. ‘불륜’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홍상수는 부인과 자녀가 있는 유부남이고, 그에 따라 김민희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남의 가정에 끼어든 불청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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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적당한 말이 주는 폭력에 대하여 대리운전을 하다가 손님의 차를 긁었다. 폭이 그다지 넓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그렇게 됐다. 아무래도 조수석의 사이드미러가 긁힌 것 같았다. 손님, 그러니까 차의 주인은 이거 어쩌지, 하는 한숨을 쉬면서 창문을 열어 긁힌 데를 살폈다. 사실은 그가 “여기 괜찮아요”라고 말했고 그래서 엑셀을 밟은 것이었다. 무언가 억울하기도 했으나 나는 죄인이 되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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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이름은 사라지고 ‘호칭’만 남은 세상 2008년 봄부터 재작년 겨울까지, 나는 대학(원)에 있었다.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청춘의 날을 거의 보냈다. 그러는 동안 나를 대학의 구성원으로 굳게 믿었다. 논문을 쓰는 일도 강단에 서는 일도 즐거웠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나는 여기에서 무엇인가, 노동자이자 사회인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고 물었던 어느 날, 나는 답을 하지 못하고 연구실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