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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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용균’이 또 죽었다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2일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2018년 스물네 살 김용균씨가 새벽에 혼자 일하다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바로 그 발전소다. 또 한 명의 ‘비정규직 김용균’이 또 혼자 일하다 죽은 것이다. 안타깝고 황망하다. 2인1조 원칙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던 죽음’이라는 뉴스 문장이 또 등장했다. 김씨 빈소를 찾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바뀌지 않은 근무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 작업 원칙부터 어긋나니 하청·재하청 구조 개선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발전소 연료와 환경 설비 운전·정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6년 전 국무총리실 산하 김용균특조위 권고에는 발전회사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고 후 ‘임의 작업’ 등을 언급하며 회사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김용균 참사’ 당시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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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드라마는 넷플릭스, 음악은 텐센트 언론사가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뉴스 유통을 의존하게 된 것은 전재료라는 ‘독이 든 사과’ 때문이었다. 뉴스를 돈 주고 사가는 포털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올리게 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포털은 거대한 ‘뉴스 플랫폼’이자 ‘검색 기지’가 됐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획을 그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드라마·영화 콘텐츠의 유통이 K콘텐츠 세계화를 촉진했다. 하지만 점점 그늘도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작비가 상승하고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드라마 제작이 줄고 있다. 지난해 주요 OTT와 방송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편수는 2022년 대비 25%나 급감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드라마·영화 제작사 11곳 중 6곳이 지난해 영업적자였다. TV 드라마의 시청률·광고수익 감소로 인해 중소 제작사는 문을 닫고, 작가·연출자·카메라·음향 등 현업 종사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 1분기에도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등 K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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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기후위기 대처 못하면 진짜 위기…구슬 꿸 실용적 리더십 중요”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통화재정팀장·경제통계국장·경제연구원장을 역임했고, <경제 전망의 실제:직관과 모형의 종합 예술> 등의 저서·논문으로 통화·거시경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2023년부터 대한상의가 설립한 싱크탱크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굶어 죽을 일’ 없는 역동적 경제시스템으로 혁신 성장을 이루자는 <리빌딩 코리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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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와 하버드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기간 내내 언론을 적대시했다. 뉴욕타임스나 CNN 등을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고 백악관 비공식 브리핑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특히 리버럴 성향이 강한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는 “망해가는 회사”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집권 2기 들어 공격 대상을 대학에 맞추고, 그중에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2일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철회를 밝히며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2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계획을 취소했고,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 박탈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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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블랙아웃 공포 1977년 7월13일 오후 9시쯤, 미국 뉴욕의 한 변전소가 벼락을 맞으면서 문명의 도시는 암흑으로 변했다. 공포가 퍼졌고 결국 폭력이 난무했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25시간 동안 뉴욕 시내 상점 1700여곳이 약탈당했고, 2000건 이상의 방화가 일어났다. 30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도 200명 넘게 다쳤다. 당연히 늘 있는 줄 알고 쓰던 게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다면, 그건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로 이어진다. 공기와 물이 대표적이다. 인류의 발명품인 전기도 그에 버금간다. 뉴욕 대정전이 역사적 사례다. 그래서 ‘블랙아웃’(Black Out)으로 불리는 대정전은 영화나 소설의 매력적인 소재다. 통제 불능한 무질서와 사회시스템 붕괴,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현실적으로 그릴 수 있다. 그만큼 현대 문명은 전기 의존을 넘어 전기를 바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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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홍준표·권성동의 ‘입틀막’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 경구는 ‘시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를 위한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권력자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민주주의를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퇴행도 언론 자유 위축으로 드러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입틀막’이 민주주의 억압의 총체였고, 그 결과가 12·3 내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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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11번째 봄, 세월호 “살수록 사무치는 게 부모여도 결국 명치 끝에 백혀 사는 거는 자식이라. 부모는 죽으믄 하늘로 보내도 자식은 죽으믄 요기서(가슴에서) 살린다. 영 못 죽이고 여기서 살려.”(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 봄은 생명이 잉태되는 계절이다. 희망이 솟고 꿈이 영근다. 하지만 11년 전 봄은 꿈이 꺾이는 계절이었다. 제주로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304명의 생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생중계된 참사 현장에서는 허둥대는 국가를 목도했다. 침몰하는 배와 승객들을 내팽개친 선장은 직업윤리를 벗어던졌고, 학생들에겐 가만히 있으라던 어른들은 저 살기에 바빴다. 안전·재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한없이 무력했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11번째 봄을 맞지만 지금도 명치 끝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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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상법 개정 ‘충실 의무’ 오해…대주주가 ‘먼저 넣자’고 해야 하는 것” 일반 투자자와 연기금 등 기관을 대상으로 국내외 주식을 운용하고 자문하는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1999년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T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제일저축은행 등에서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운용했다. 코로나19로 비관론이 팽배하던 2020년 적극적인 주식 매입을 독려해 ‘동학개미의 스승’으로도 불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고수들의 투자 철학> <투자의 본질>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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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며 대통령 선거전을 치른 검사 출신 윤석열은 집권 이후 설득과 통합 대신 무속과 갈라치기로 국정을 운영했다. 노조를 “건폭”, 과학계를 “이권 카르텔”이라고 모욕하더니 끝내 비판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갔다. 전 국민에 듣기평가를 강요한 ‘바이든-날리면’ 사태에서 보듯 거짓말조차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민심을 조금이라도 두려워했다면 35개월 내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초유의 퇴행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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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중국 이미지 한 방에 바꾼 딥시크…한국, 직접 개발 강박 벗어야” 컴퓨터 알고리즘 최적화 분야에서 최상의 난제들을 풀어낸 세계적 석학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수학했고, LG전자 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주식 투자에 적용하는 (주)옵투스자산운용을 2009년 설립해 최근까지 누적수익률 772%를 기록했다. 국제 저널 등에 1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 관련 강연이나 기고 등 대외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쉽게 배우는 알고리즘> 등 전공서적 이외에 투자 지침·철학서인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를 썼다.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등을 수상했고, 서울대 공대 ‘불후의 명강’ 시리즈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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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언론, 내란 세력 궤변과 처절하게 싸우지 않으면 더 큰 곤경에 빠질 것” 월간 말과 한겨레 이코노미21,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서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냈다. 2023년 4월부터 ‘느리더라도 본질에 집중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슬로우뉴스 대표로 일하고 있다. 슬로우뉴스는 그날 언론에 보도된 가장 중요한 이슈·쟁점을 5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해 오전 7시에 발행하는 뉴스레터로, 이 대표는 매일 새벽 3시 전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읽고 콘텐츠를 만든다. 성균관대 물리학과·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투기자본의 천국> <한국의 경제학자들> <문제 해결 저널리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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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AI 100대 기업, 한국은 0” 오픈AI가 거대언어모델(LLM)의 챗GPT를 선보인 게 2022년 말이다. 그 후 인공지능(AI)은 우리 일상뿐 아니라 기술·산업·과학까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변화 물결이 됐다. 19세기 말 금을 찾아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행렬처럼, 오늘날 세계는 AI라는 금맥을 선점하기 위한 인적·물적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AI 경쟁은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지난 24일 올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650억달러(93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자본지출 전망치보다 70%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21일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기업 오러클이 ‘스타게이트’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최대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초 데이터센터 건설에 800억달러(약 115조원) 투자를 예고했다. 빅테크들의 각축전에는 과도한 투자로 인한 손실보다 과소 투자로 경쟁에 밀리는 걸 더 우려하는 기류가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