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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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통령 의중만 좇는 수사와 법 집행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비싼 핸드백을 준 최재영 목사를 주거침입죄로 수사한단다. 검찰이 벼르는 범죄는 누군가의 주거공간에 침입해야만 성립한다. 미리 약속을 잡은 데다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거쳤으니 ‘침입’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고발이 있었다고 쳐도, 이런 경우엔 곧바로 무혐의 처분을 하면 그만이다. 챙겨야 할 사실관계나 법률 쟁점도 없는 이상한 사건일 뿐이다. 최 목사에게 범죄를 추궁한다면, 그건 제3자 뇌물제공이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따져봐야 한다. 김건희씨가 공직자는 아니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다 인사를 비롯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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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선균과 이재명, 너무 다른 경찰 수사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선균 배우를 좋아했단다. 자신이 최고책임자로 있는 조직과 관련되어 사람이 죽었다면, 혹시 무슨 잘못은 없었는지부터 살피는 게 공직자의 기본이지만, 그는 늘 달랐다. 이태원 참사나 오송 참사에서도 유체이탈식 발뺌만 했다. 공개 소환을 반복하며 망신을 주지 않았다면, 거짓말탐지기 조사라도 해달라는 애타는 호소에 귀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정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으니 원칙대로 무혐의로 종결하면 그만인데도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유아인 배우에게 그랬던 것처럼 꼬투리라도 잡겠다며 압박을 거듭했다. 이런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선균 배우는 그렇게 죽음으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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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감춰진 언론의 진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대장동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상대 차량이 8.5t 트럭이었고 고속도로였지만, 누구도 크게 상하지 않은 접촉 사고였다. 다행이다. 그런데 유동규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벌인 사건이라도 되는 듯 엄살을 부렸다. 기다렸다는 듯 여당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여러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소상하게 이런 일을 보도했다. 어떤 매체는 유 전 본부장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가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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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교도소 과밀, 가렴주구가 따로 없다 한국 감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소자가 갑자기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던 즈음에 4만8000명이던 재소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1년5개월 만에 25%가 늘었다. 단기간에 이렇게 오른 것은 1년 새 25%가 늘어난 장바구니 물가 말고는 없었다. 국가가 교정기관을 운영하는 까닭은 범죄자에게 죗값을 묻기 위해서지만, 단순한 응보에서 멈춰선 안 된다. 교도소(矯導所)란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가 규정하는 것처럼 교정기관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곳이다. 지금은 범죄자 신분이지만, 형을 다 살면 사회로 돌아올 사람들이니 다시는 죄짓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거다. 교정교화에 애쓰지 않으면, 구금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생계를 박탈당하고 범죄에 오염되는 폐해만 도드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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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찰의 도발 왕조시대에는 ‘사또 재판’을 했다. 고을 원님이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을 잡아다 추궁한다. 범인이란 예단은 ‘유죄 추정의 원칙’으로 이어지고,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고 윽박지르는 게 전부다. 수사와 재판은 무의미하다.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할 도리도 없다. 지도자의 선의에 기대는 방법밖에 없지만,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그래서 만든 게 검사 제도다. 경찰이 수사하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법원에서 재판하는 게 현대 형사사법의 일반적인 구조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걸 줄이고, 법집행 공무원의 감정적인 대응이나 아집, 또는 자기 욕심 따위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자는 거다. 형사사법 과정에도 견제와 균형 등 민주주의 일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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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우다’ 소설가 현기영은 1978년에 발표한 중편 소설 <순이 삼촌>으로 단박에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 최초로 제주 4·3을 다룬 본격적인 작품이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이 그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국군보안사 서빙고분실에 끌려가 밤낮없이 고문당했다. 고문은 고문당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한다. 현기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쓰기가 두려웠다. 더 이상의 집필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제주 4·3의 원혼들이 현기영을 가만두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악몽을 꿨다. 꿈속에서 제주 4·3 원혼들이 절규했다. 우리는 이렇게 허망하게 죽임을 당했는데, 고문을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떻게 하냐. 그래도 당신은 살아 있지 않냐는 꾸짖음이었다. 현기영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제주 4·3 원혼들이 자신을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3의 숱한 원혼들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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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치안 불안은 어디서 온 것일까 길거리가 무섭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신림동·서현동의 범죄 때문이겠지만, 불안과 공포는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때론 평범해야 할 일상이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의 밤이 그랬다.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던 곳이 참혹한 거리가 되었다. 수학여행이라는 일상적인 일이 참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정부는 언제나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신림동·서현동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검찰·법무부 등에서 대책을 쏟아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전에 나왔던 이런저런 방안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달라진 게 있다면, 서울 강남역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요 역사에 경찰특공대를 배치한 정도일 것이다. 대책이기보다 경찰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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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불가능에 도전하는 교도관들 교도소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며 고통을 주는 곳이지만, 범죄자가 구금되었다고 피해자의 무너진 삶이 복원되는 건 아니다. 범죄자가 죗값을 치른 다음, 또 범죄를 저지를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범죄자가 사회로 돌아온 다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교도소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돕는 곳이기도 하다. 감옥(監獄)과 교도소(矯導所)는 같은 곳을 일컫지만, 감옥은 응보적 구금을, 교도소는 교정교화를 강조한다. 국가의 공식 명칭은 교도소다. 교도소를 관장하는 부서는 교정본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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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영장 자판기’라는 오명 함부로 항공기 문을 열려고 했던 소년이 구속되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가던 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는 굳이 얼굴까지 내보이며 횡설수설했다. 항공기 문을 열면 위험한지 몰랐냐고 물으니 “대한민국 권력층에게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피해망상이 심각하고 불안해보였지만,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8세로 나이는 어리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 때문이라고 했다. 형사소송 절차를 진행하면서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염려다. 구속은 재판을 통해 실제로 죄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기도 전에 피의자, 피고인이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경우에 대비하는 일종의 대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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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자유’를 모독하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란 말을 즐겨 쓴다. 집착이다 싶을 정도인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당선 직후에는 그러지 않았다. 당선 소감은 모두 2052자인데 자유란 말은 5번뿐이었다. 410자에 한 번씩이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3번이고,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겠다”라는 식의 다짐뿐이었다. 오히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안심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거나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고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며,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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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사들만의 특권 검사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여러 특권을 누린다. 영수증조차 필요 없다는 특수활동비만이 아니다. 시작부터 3급 대우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출신이 5급부터이니, 아주 남다른 대접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경찰관이 되면 경감 계급부터 시작한다. 6급 대우다. 같은 시험에 합격했어도, 경찰관은 6급, 검사는 3급 대접이다. 검사만 이토록 특별히 대접할 까닭은 없다. 검찰청은 경찰청, 국세청 등 다른 외청과도 사뭇 다른 대접을 받는다. 외청장 중에 검찰청 수장만 장관급 대우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을 지휘하는 경찰청 수장도 차관급이고, 다른 청장들도 모두 차관급인데도 그렇다. 검찰청에는 유독 차관급 고위직도 많다. 현재 49명의 검사가 차관급 대접을 받고 있다. 왜 검사만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고, 법률 근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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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탄핵, 행정부 견제 위한 헌법상 책무 대통령제 국가에서 입법부와 사법부는 행정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압도적인 힘을 지닌 행정부가 독주하면, 입법부와 사법부가 통제할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위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무원은 한통속이기에 대책도 별로 없다.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행정부에 속한 경찰이 수사하지 않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단죄할 기회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