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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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경찰의 퇴행과 윤희근 청장 경찰이 퇴행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숱한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쌓았던 경찰개혁의 성과들이 단박에 무너지고 있다. 끝도 없이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어야겠지만, 대통령의 의중만 좇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잘못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권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통해 경찰청을 통제하려 할 때, 윤희근 당시 경찰청 차장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사임했던 것과 비교되는 태도였다. 이때만 해도 이해할 만한 대목은 있었다. 그만두는 결단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경찰청장의 몫이고, 수습은 차장의 몫이라 여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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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법 왜곡죄 만들자 수사는 흔히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 부른다. 범죄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밝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용의자를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등 수사기관의 활동은 모두 죄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이다. 그러나 수사를 그저 기소의 전 단계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죄가 없어 보이거나, 아예 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수사와 기소를 밀어붙이는 경우들이 그렇다. 법원의 유죄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피의자에게 타격을 주는 게 목적인 것처럼 요란하고 떠들썩한 수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도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압수수색도 수백 번씩 하는 등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먼지털이식 수사라는 지적이 많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무관하게 수사를 특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했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였는데도 업무상 배임죄로 수사와 재판까지 받았던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이 그랬다.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위해 정 사장을 내쫓는 과정에서 검찰은 청부 수사’를 했다. 정 사장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억울함을 풀었지만, KBS 사장에서 쫓겨난 다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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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사라는 공직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사 16명의 이름과 소속, 사진을 공개했다. 관련 수사 검사는 모두 60명이란다.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파괴와 정적 제거에 누가 나서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수사 검사 90명의 명단도 공개하겠단다. 검사들의 명단 공개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의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당하도록 선동”하는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명단 공개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지 따지기 전에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검사들의 명단은 누구도 공개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냐는 거다. 검사의 수사와 기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적 활동이다. 개인의 영달이나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악용해선 안 된다. 공직자의 공적 활동은 공개되어야 하고, 공직자는 자신이 벌이는 공적 활동에 대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수사 검사에 대한 명단 공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검찰 스스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랄 수 있는 야당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 거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보복을 하는 게 아니라면, 검찰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먼저 검사들의 이름을 밝히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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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통령은 매일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7개월이 되었다. 대통령실 이전 빼고 도대체 뭘 했냐는 말도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70%쯤의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이나 태도 등을 반대하지만, 그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라며 과감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만 나가는 저돌적 스타일이다. 그러는 게 자신과 여당은 물론 국민에게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지만, 좌고우면 없는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나가는 방식은 대개 ‘싸움’이다. 매일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주로 직접 싸우지만, 가끔 대리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술의 기본쯤은 간단히 무시한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싸움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싸움은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이준석 대표는 ‘내부 총질이나 하는 사람’ 취급당했고, 모욕적으로 쫓겨났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 축출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연출했지만, 실은 집요했다. 대선 과정에서 품었던 앙심을 지방선거 끝나자마자 풀어버렸다. 복수전의 승자는 대통령이었다. 여당 의원 115명 가운데 적어도 71명 이상이 줄을 설 정도로 당에 대한 장악력도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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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안전, 마약, 경호…참사 낳은 열쇳말 이태원에서와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쉽다. 여태껏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80명 정도의 1개 기동대만 배치해서 행렬의 원활한 흐름만 확보하면 된다. 늘 해오던 일이니 어려울 게 없다. 다만 2022년 10월29일만 예외였다. 한국 경찰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도 안전하게 관리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 최루탄 한 방 쏘지 않아도 된다. 시민 역시 경찰의 안내를 잘 따라준다. 거친 말이 오가는 집회는 많지만, 폭력집회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말하는 ‘소요’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이례적인 일탈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까닭을 짚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열쇳말은 ‘안전’ ‘마약’ ‘경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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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촉법소년 나이 낮추자는 선동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자는 이야기가 많다. 여당 의원부터 재촉한다. 김병욱 의원은 2017년 7897건인 촉법소년 범죄 건수가 2021년 1만2502건으로 “4년 새 2배가 늘었다”며 위험을 강조한다. 늘어난 것은 58%인데, 2배 늘었다고 과장한다. 이런 과장도 이상하지만, 문제는 건수가 유독 적은 해와 그렇지 않은 해를 꼽아 보여주면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거다. 같은 통계를 보면 2012년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1만3339건이었다. 2021년에 1만2502건이었으니, 기준을 지난 10년으로 잡으면, 범죄는 완만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특정 연도를 꼽아 인용하며 범죄가 급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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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동훈 장관, 그 자신감의 원천은 여태껏 볼 수 없던 유형의 장관이 출현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국회에선 국회의원들과 다툼도 피하지 않는다. 자잘한 말싸움에서조차 지지 않으려 한다. 되레 훈계하거나 윽박지르는 언동도 자주 보인다. 좋게 보면 자신감이나 달리 보면 기본적 예의도 갖추지 않은 무례한 모습이다. 이렇게 당당한 ‘일국의 국무위원’은 좀체 볼 수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늘 당당한 모습이다. 론스타에 수천억원을 물어주게 되자, 한 장관은 이의신청을 검토할 것이고,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했다. 송기호 변호사가 ‘정동 칼럼’에서 지적했듯,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국민 세금으로 론스타에 막대한 돈을 물어주게 만든 관련 공무원들의 배임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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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어떤 광복절 77주년을 맞는 광복절 기념식. 행사는 엉성했다. 행사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 문제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맞는 행사였지만, 국민이 함께 공감할 만한 대목은 별로 없었다. 성공한 행사가 되려면 지켜보는 이들과 마음이 통해야 하는데 그저 따분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행사 장소를 왜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으로 골랐는지 모르겠다. 설마 대통령의 편의 때문은 아니겠지만,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 터 등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숱한 장소를 굳이 건너뛴 까닭을 모르겠다. 뜨악했던 건 행사 도중에 불쑥 튀어나온 이종찬씨의 ‘기념 말씀’이었다. 광복회장의 축사와 대통령의 경축사 중간이었다. 육사 16기, 전두환 신군부의 핵심으로 민정당에서 맹활약했고, 여러 부침 끝에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맡기도 했다. 사회자는 우당 이회영 기념관장이란 직함으로 소개했지만, 비슷한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도 많고, 기념관도 적지 않다. 그중에 굳이 이종찬씨를 고른 까닭은 대통령과의 특별한 사적 관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대통령은 이씨의 아들과 55년 된 오랜 친구다. 서로 친한 친구라고 말하고 있고, 윤 대통령이 친구 아버지 이종찬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 참석한 첫 번째 공개 행사도 바로 이회영 기념관 개관식이었던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국가의 공식 행사에 친구 아버지를 모셔서 말씀을 듣는 것은 그야말로 공사 구분이 안 되는 윤석열 대통령식 국정 운영 난맥상을 다시 한번 그러내는 것이다. 여태껏 이랬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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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귀순과 북송, 그리고 정치보복 여당 일각에서 갑작스레 주장하듯 아예 살인 자체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흉악한 범죄다. 흉악범에게도 인권을 보장해야 할까. 보통의 정의 관념과 달리 인권과 헌법의 원칙에 따르면 흉악범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흉악범이라도 형사소추를 앞둔 범죄자라면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 방어권 등 적법절차 원리가 어김없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피의자 인권보장이란 개념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무조건 용서하고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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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렇게 가는 게 바로 독재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통해 경찰청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권고안’ 형식을 빌렸다. 차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면서도 위원회 이름은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였고, 여기서 권고를 했다. 일종의 알리바이성 위원회였다. 자문위는 불과 네 번의 회의 만에 행안부가 통째로 경찰청을 장악하겠다는 안을 만들었다. 미리 정해둔 결론을 자문, 회의, 권고 등의 형식에 담았다. 행안부는 경찰국을 ‘지원조직’이라 표현했다. 얼핏 들으면 경찰청을 지원하는 조직인가 싶겠지만 사실은 딴판이다.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지원조직이 아니라 관련 부서가 맞겠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말을 꾸민다. 말이야 어떻든 핵심은 정권이 직접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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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 나라의 내각 “한국 대통령은 젠더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회담 때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 대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이다. 관련 동영상을 되풀이해서 보니, 불안해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사실 불편해 보이기는 했다. 기자는 대선 기간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등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적했다.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내각 인선에선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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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사법의 그림자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갇힐 위험에 놓인 가난한 시민을 돕기 위해 만든 장발장은행. 간단한 심사만으로 무담보,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그러니 벌금 낼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들어온다. 최근 대출심사를 하면서 한 통의 약식명령서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여성이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고, 이 때문에 ‘사기’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건이었다. 빌린 돈만큼의 벌금을 받았다. 개인 사이의 민사는 이렇게 형사사건으로 둔갑하고, 단순 채무불이행은 사기범죄가 된다. 전과자를 양산하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빚을 갚을 의지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공연히 돈을 빌렸다”며, 피고인의 저 깊은 속내까지 파악해 형사처벌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