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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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이제 ‘짬밥’은 그만 군대는 불편한 것투성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당장 의식주부터 불편하다. 언제나 제복을 입어야 한다. 쉴 때도 똑같은 운동복을 입어야 한다. 머리카락 길이도 스타일도 통제한다. 늘 ‘용모단정’을 요구한다. 여럿이 함께 자는 것도 불편하다. 입고 자는 거야 단체생활이 으레 그렇겠니 싶을 수도 있지만, 먹는 것은 좀체 적응이 어렵다. 세끼를 모두 부대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어야 한다. 메뉴를 선택할 수도 없고, 먹고 싶을 때를 고를 수도 없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없다.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없다. PX에서 컵라면이나 냉동식품 등 간편식을 먹을 수 있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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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묻지 마 정권교체’는 곤란하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국민이 선택할 시간이다. 그동안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당선 가능성이 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유능한 일꾼론과 정권교체론으로 맞서고 있다. 집권세력이 제대로 못했다면 바꾸는 게 맞다. 어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권세력에 책임을 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묻지 마 정권교체’는 곤란하다. 집권세력이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꼼꼼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정권을 바꿀 까닭을 분명하게 확인했다면, 그다음엔 ‘좋은 정권교체’인지 물어야 한다. 정권을 바꾼 결과가 더 나쁘다면 선거는 그저 단순한 분풀이에 불과하게 될 거다. 5년 만의 대선을 그렇게 허비할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의미가 있으려면, 이전 정권보다 더 잘할 거란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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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윤석열 후보의 위험한 혐오 선동 설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일요일. 윤석열 후보는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다수 피부양자 등록 상위 10인은 무려 7~10명을 등록했다”라고 지적하며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 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은 중국이며, 이 중 6명이 피부양자라고 했다. 또한 “어떤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지만,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애써 만든 건강보험 체계가 중국인들의 ‘숟가락 얹기’ 때문에 허물어지고 있으니 바로잡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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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인권, 대통령 선거의 기준 인권이란 말은 애초부터 한반도엔 없던 말이다. 기록문화대국이던 조선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인권이란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인권이란 말은 일본 사람들이 번역한 말을 그대로 수입해 쓰는 거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 단어 right를 권리(權利)라 옮겼지만, 썩 좋은 번역은 아니다. 권력(權力), 권세(權勢) 모두 같은 권(權)자를 쓰기에 오해가 적지 않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맘대로 뭐든 해도 될 권리 같은 것은 애초에 없는데도 오해하는 사람이 곧잘 나온다. 인권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인권 개념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삼국유사가 전해주는 고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곧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도 인권이라 바꿔 불러도 무방할 거다. 기원전 2333년의 일로 전해진다. 기원전 1750년경 만들었다는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도 그 서문에 “왕과 권력자들이 약한 백성을 억압하지 않는다면, 태양은 모든 사람 위에 비춘다”라는 멋진 표현을 담고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억강부약의 정신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유명한 동태복수법도 그 이상의 잔혹한 보복은 금지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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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경찰과 총 인천의 ‘층간 소음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이 총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실탄을 쏴서 범인을 검거했다고 자랑 삼아 홍보영상을 돌리기도 했다. 국회는 경찰을 뒷받침한다며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시민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 사건은 총 때문이 아니라 엉터리 현장 활동 때문에 생긴 거다. 경찰관이 현장에 나갈 땐 반드시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적어도 2명은 되어야 현장 대응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과 진압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현장 변수도 많다. 층간 소음은 흔한 분쟁이지만, 감정이 쌓이면 자칫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2인 1조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대화’를 위해 1층과 3층으로 나눠졌다. 범행현장이 된 3층은 ‘시보’에게 맡겨두었다. 대응이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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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선판을 주도하는 검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초현실적이었다. 괴상했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어쩌면 내년 5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26년 동안 당에 ‘헌신’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고, 당심은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정당의 일반원칙마저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윤석열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든 게 지난 3월이었다. 말뿐이었어도 내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던 검찰총장이 곧바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건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그동안 강조했던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소리는 선출 권력을 비켜가기 위한 말장난이었고, 자기 정치를 위한 발판이었을 뿐이다. 학살자 전두환을 찬양하고 사과는 개나 주라며 국민을 모독하는 등 망언을 쏟아냈지만, 정치 신인 윤석열은 보란 듯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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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장동 사건의 교훈, 검찰개혁 대장동 사건의 첫 번째 구속자 유동규씨.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폰을 창밖으로 내던졌단다. 누군가 휴대폰을 집어갔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검찰은 끝내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피의자가 뭔가 숨기고 싶어한다는 건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핵심이라 인력도 제대로 동원하고 미리 도주로도 확보하는 등의 대비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챙겨야 할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조국사건처럼’ 했다면 많이 달랐겠지만, 검찰은 일주일 넘게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그 휴대폰을 단박에 찾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휴대전화 관련 고발장이 제출되자, 곧바로 유동규씨 거주지 부근 CCTV부터 뒤졌고, 하루 만에 휴대폰을 찾아냈다. 전광석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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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누가 군대를 망가뜨리는가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이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정신력과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훈련을 거듭하고 살신성인·멸사봉공의 자세,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에 직업군인들은 존경받는 대상이 된다. 군인에 대한 존경은 단순한 마음의 표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군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유사시를 대비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며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여는 상당한 수준이 되었고, 군인연금은 엄청난 수준이다. 2019년 1인당 월평균 군인연금 수령액은 272만원이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40만원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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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병영문화, 이번엔 바꿔야 한다 군대에서 사건·사고가 터지면 늘 비슷한 대응이 뒤따른다. 정권 차원에서 부담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달라지는 건 대응 수위가 높아질 뿐이다. 2005년 6월19일, 28사단 휴전선 감시초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터졌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당 차원에서 ‘병영문화 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6월27일 출범했다. 8명이 죽고 4명이 다친 사건이었으니,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와 별개로 7월에는 ‘병영문화 개선 대책위원회’를 민관군 합동으로 구성했다. 국방부 장관과 민간인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군대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피해자 구조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고, 독일식 국방 옴부즈맨에서 그 답을 찾았다. 국방부 차관보를 독일에 파견해 실제 운영사례를 배워오기도 했다. 하지만 변한 건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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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여가부 폐지’가 간과한 여성인권 몇몇 정치인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 대표까지 합세했다. 정치적 속내가 있겠지만 사회적 약자, 소수자인 여성들을 위한 핵심 부서를 없애자는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몇몇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남성 청소년이나 청년 중에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존재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반응은 여성혐오로도 연결되곤 한다. 남성도 살기 힘든데, 왜 여성만 챙겨주냐는 볼멘소리, 여성만 챙겨주는 부서가 있다는 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말도 자주 들린다. 여성들이 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왜 특혜를 주냐는 거다. 이런 푸념은 먹고사는 문제와 얽혀 제법 큰 목소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한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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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여군들의 죽음에 답하는 길 아무나 직업군인이 될 수 없다. 국가가 보장하는 안정된 일자리인 데다 연금혜택까지 좋으니 직업군인이 되려면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단박에 시험에 붙기는 어렵고 몇 년씩 준비해야 하는데, 부사관이나 장교를 양성하는 학과가 설치된 대학만 60개가 넘는다. 이런 사정은 남군이나 여군이나 엇비슷하지만 할당받은 소수 인원만 뽑는 여군이 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직업군인이 되었다는 건, 몸과 마음이 튼튼하고 국가가 인정할 만큼의 지적 능력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기본적인 자세도 갖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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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경찰위원회, 이대로 두면 안 된다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다. 교육자치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경찰관서와 경찰관은 모두 국가경찰 체제인데 자치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만 자치경찰위원회가 갖고 있다.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럴수록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교육감 1명, 위원추천위원회 2명 등 추천받은 6명과 시·도지사가 지명한 1명을 합해 7명으로 구성한다. 법률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넘지 않고, 적어도 한 명은 인권전문가를 임명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부산·대전·충남·경남·강원은 위원 전원이 남성이다. 나머지 지역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성을 한두 명 끼워넣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경북만이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법률의 취지를 살렸다. 인권전문가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전직 경찰관과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 경찰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자치경찰위원회도 국가경찰위원회처럼 알리바이형 위원회로 전락하게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