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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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모병제 논란, 국방개혁이 먼저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군대와 관련해 농익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면서도 병역의무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하는 전 국민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단다. 모순이다. 이름은 근사하게 ‘남녀평등복무제’라 붙였지만, 왜 여성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다. 그저 병역 대상이 늘어나고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논란을 종식할 수 있어 좋단다. 군가산점제 논란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진작에 끝났지만, 일부 정치인이 엉뚱한 논란을 일으켜 문제일 뿐이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담시키는 하향 평준화 방식으로 성평등을 말하는 것도 놀랍다. 이런 식이면 남성도 임신과 출산을 함께해야만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적 함정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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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국가수사본부, 경찰의 역량을 증명하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여년에 걸친 검경 수사권 조정 끝에 태어났다.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주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만들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같은 경찰관들이 똑같은 일을 한다. 경찰청 수사책임자 계급을 한 단계 올리고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직으로 임명한다는 것 말고 눈에 띄는 건 없다. 부서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다. 경찰청 수사국이 하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하든 같은 경찰일 뿐이다. 달라진 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이 명실상부 수사의 주체로 거듭났다는 거다. 권한이 없다며 억울하면 검찰에 가서 말하라는 식의 뻔한 변명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경찰로서는 2021년이 책임 수사 원년이 되는 거다. 국가수사본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경찰의 명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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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중대범죄수사청이 필요한 까닭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포문을 열었고, 일선 검사들도 통신망에 글을 쓰거나 언론을 부추기며 반발하고 있다. 여차하면 집회라도 열 태세다. 일부는 사표를 내면서 의지를 불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반복적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제회의가 열리는 중이라 당장 그만두지 못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래도 언성은 높았다. 이번에도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단다. 역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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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소년원 출신이라는 낙인 소년원 출신. 이건 낙인 아니면 철없는 훈장이다. 소년원 출신이라면 골목에서 놀기 편할 수도 있다. 남다른 경험을 했다며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 그래 봤자 잠깐, 철없는 시절의 골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소년원 출신이라는 건 대개 낙인이다. 소년원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소년법’ 제1조) 곳이다. 소년의 잘못은 소년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의 잘못이고 교사 등 어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직 성장 중이니 기회를 주자는 뜻도 있다. 비행 때문에 소년원에 간다지만, 같은 비행을 저질러도 가난하거나 한부모 또는 조손 가정 아이라면 소년원에 갈 확률이 엄청나게 높다. 그러니 일반적인 형사처분과는 다른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거다. 2년 동안 소년원에 가두든, 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을 내리거나 보호관찰을 하든 모든 소년보호 활동은 법률의 요구처럼 건전한 성장을 돕는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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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공평한 사회를 여는 재산비례 벌금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달리 낸다. 부자는 좀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자는 적게 낸다. 공평하게 내는 거다. 1993년 금융실명제, 1995년 부동산실명제 도입으로 세상은 투명해졌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제대로 운영할 만한 틀도 이미 마련했다. 그런데 유독 벌금만은 소득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매긴다. 빈부의 차이가 엄연한 세상에서 무차별은 더 노골적인 차별과 다름없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다른 액수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면, 벌금도 그래야 한다. 형벌은 고통을 주어 죗값을 치르는 거다. 벌금형은 돈을 빼앗는 고통으로 죗값을 치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똑같은 액수의 벌금을 매기면, 형벌로서의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누군가에겐 벌금형이 아무런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선처가 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이에겐 무거운 형벌이 된다.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는 사람은 매년 4만명 이상으로 여전히 많다. 형벌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그러니 벌금형이 공평하지 못하면 형벌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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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찰개혁, 제대로 하자 언론은 ‘추·윤 갈등’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에 주목하지만, 그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 모두 검찰개혁을 말한다. “검찰개혁이 일부의 저항이나 정쟁으로 지체된다면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 여당 대표의 말이다. 검사들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검 차장이 장관에게 한발 뒤로 물러나라며 내건 명분도 검찰개혁이다. 전체 검찰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만 검찰개혁이 가능하니, 검찰총장을 징계하지 말라는 거다. 말이 같다고 뜻마저 같지는 않다. 검찰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각기 다르고, 개혁을 추진하려는 쪽과 저항세력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언론은 그저 중계방송식 보도를 하거나 검찰 쪽으로 기울어진 편파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보도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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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나영이’란 사람과 잊혀질 권리 조두순의 재범 확률은 76.4%란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이 대학과 공동 연구했다며 내놓은 결과다. 일기예보조차 엇나갈 때가 많다. 앞날을 내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재범 확률을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히 제시한다. 이런 식의 황당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몇년 전부터 조두순 출소를 예고했던 언론은 이젠 D-며칠 하는 식으로 아예 날짜까지 매겨가며 기사 제목을 달고 있다. 1952년생 조두순은 출소 직후 일흔 살이 된다. 희대의 악당이니 늙었다고 경계를 늦출 수는 없을 게다. 법이 정한 전자발찌와 신상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갖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 경찰청, 여성가족부와 안산시까지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조두순 집 근처에는 출소 전까지 200여대의 CCTV를 설치하고 내년까지는 모두 3700여대를 더 설치한다. 보호관찰관은 일대일로 24시간 조두순을 감시하고, 경찰은 집 앞에 방범초소를 세우고 특별 감시시스템을 운용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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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쩨쩨한 육군훈련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가 한동안 쟁점이었다. 숱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쟁점은 “소설 쓰시네”였나 싶을 정도였다. 병사의 휴가 연장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지, 왜 정쟁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군 관련 기사는 쏟아졌지만, 군대 문제의 본질에 가닿은 기사는 없었다. 어차피 관심은 군대나 군인이 아니라, 상대를 궁지로 모는 게 전부인 진영 다툼이었을 뿐이다. 최근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 새로운 공고가 떴다. 다음주 월요일(12일)부터 훈련병에게 보내는 인터넷 편지쓰기를 중단하겠단다. 표현만 ‘변경’일 뿐, 실상은 중단이고 금지였다. 앞으로는 140자 이내의 ‘응원 메시지’만 전해주겠단다. 휴대전화도 없는 훈련병들에게 인터넷 편지쓰기는 밖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이어주는 생명줄 같은 구실을 한다. 훈련소는 낯설고 힘든 곳이다. 단기간에 장정을 군인으로 바꾸는 곳이니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러니 밖에 두고 온 사람들은 모두 그립다. 부모, 형제, 친구 등이 보내준 편지는 낯선 훈련소 생활에서 숨통 같은 역할을 한다. 육군훈련소는 이런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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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코로나 시대의 ‘민폐’ 단호한 대응을 전광훈씨의 행태가 갈수록 볼썽사납다. 지금껏 끼친 민폐도 엄청난데, 여전히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때마다 광장에 모여서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와 일장기까지 흔들고,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나름의 까닭이 있을 거다. 매번 실패했지만, 혹시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활짝 열릴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도 당장의 돈벌이로도 유익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그들의 행태가 그저 시끄러운 소음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다. 전광훈의 교회와 광복절집회의 여파가 상당하다. 사람들은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은 물론 생계를 위협당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매우 어려운 난관이었지만, 정부가 칭찬할 만한 노력을 했고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로 감염 차단을 위해 노력했기에 그나마 K방역이란 말을 들으며 선방해오던 차였다. 그걸 단박에 망가뜨려놓고는 반성은커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라리 신천지의 이만희는 고개를 숙이기라도 했지만, 전광훈 등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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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권력기관 개혁,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당·정·청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명칭 변경이 전부였다. 수사권 조정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한다지만, 막상 그 범위를 정하는 대통령령은 검사들이 원하는 대로 정해둔 상태다. 법으로 줄인 검사의 직접수사를 시행령으로 늘린 거다. 국정원 이름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건 전형적인 쇼에 불과하다. 국정원의 정치관여야 법률로 엄격히 금지하는 판이니, 이름만 바꿔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김대중 정부 이래 20년 넘게 별 탈 없이 쓰는 이름을 굳이 바꾸자는 까닭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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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폭력 악순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경희대 태권도학과. 역사와 전통에 빛나며 태권도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도 크다. 태권도 시범단을 운영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선망의 대상이었고,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만 단원이 될 수 있었다. 빛이 크다고 꼭 그림자도 클 필요는 없는데, 이 학교 시범단에서 폭력사건이 터졌다. 선배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한 피해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지간한 주먹질과 발길질은 참으려 했단다.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몽둥이로 때리는 구타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때리는 이유도 황당했다. 기강이 해이하다거나 손발이 맞지 않는다고 때렸고, 격파용으로 사온 사과가 예쁘지 않다고 때렸다. ‘선착순 집합’은 보통 2~3㎞씩 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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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소년원, 제대로 먹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소년원은 감옥처럼 보안시설이다. 본래 기능은 보호지만 담벼락은 높다. 닫힌 공간이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먹고 자는 것은 어떤지, 시설이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늘 궁금한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들렀던 한 소년원은 엉망이었다. 사람 냄새라고 하기에는 무척 고약한 냄새가 났다. 겨울인데도 그랬다. 목욕, 세탁, 청소를 자주 하지 않은 탓이었다. 눈 내린 지 3주가 지났는데도 운동장에는 발자국 하나 없었다. 운동장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관상용이었다. 말로는 학교라면서 도서관조차 없었다. 복도 중간에 책장 몇 개 갖다 놓은 게 전부였다. 소년원에선 극구 부인했지만, 소년들에게서 구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 널찍한 방에 10여명을 한꺼번에 가둬놓고 있었다.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