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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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죽음,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다 그의 이름은 차마 적지 못하겠다. 이런 글을 쓴다고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고, 또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내내 아들 아무개의 어머니로 불렸다. 딸과 아들을 두었지만, 유독 아들의 어머니로 기억되는 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군에 간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1998년 7월이었다. 군 당국은 사고라 했다. 황망 중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직접 본 현장은 군 당국의 설명과 달랐다. 아들과 함께 있었다던 선임 병사의 말도 달랐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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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국민을 위한 정치, 유방백세 정치인 유권자들이 만들어 준 결과만 뺀다면, 이번 총선은 엉망진창이었다. 무엇보다 기억할 만한 공약이 없었다. 이 당이든 저 당이든 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건지, 다수당 또는 과반수가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지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으려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려면 미래통합당을 찍으라는 게 전부였다. 둘로 쪼개진 세상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의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민주당은 통합당만큼 엉망은 아니었지만, 변변하게 내세울 게 없었다는 점은 같았다. 둘 중 하나만 강요하는 게 선거판의 속성이라지만, 내일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온통 MB식 개발공약에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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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나라사랑공제회의 경우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을 꿈꾼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문은 닫았지만, 공무원 고시학원은 여전하다. 수험생들 열기는 늘 뜨겁다. 다들 열심이다. 공무원의 높은 인기는 신분 보장 때문이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은 헌법 사항이다. 최고위 규범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고용 안전을 보장한다. 게다가 급여도 안정적이다. 연금도 꽤 쏠쏠하다. 사회복지 분야처럼 힘든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업무 효율을 주로 따지는 곳은 아니어서 노동조건은 대개 안정적이다. ‘격무와 박봉’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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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자질을 묻는다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은 많았지만 인권위는 능동적 대처, 원활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빌리면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인권위가 뭔가 해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통해 수용자의 구금 또는 수용 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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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뭐가 경찰개혁인가 수사권 조정 법률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국가경찰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하자며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하나의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전혀 다른 차원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경찰공화국”이란 악담이 그렇다. 물론 검사의 말이다. 그래도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필요하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은 줄어들고, 경찰 권한은 더 커졌을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없애고, 검사와 경찰관이 ‘서로 협력한다’고 바뀌는 건 맞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할 뿐, 수사의 실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명칭만 협력적 동반자 관계라고 부른다고 검사와 경찰관의 상하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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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공공의료기관부터 바꿔보자 새해를 맞아 금연을 한다, 술을 끊거나 줄이겠다, 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결심을 한다. 올해는 꼭 지키겠다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짐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하는 다짐들은 대개 건강하게 살자는 거다. 물론 건강이 최고다. 한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다.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나 싶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본인 건강이 양호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9.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88.5%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캐나다는 물론, OECD 가입국 평균인 65.7%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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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나라를 어지럽히는 검찰 정확한 진상이야 알 수 없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좇는 것도 힘들다. 싸움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복잡하지만 양상은 대개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유재수가 뇌물을 받는 등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그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의혹의 핵심은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건 물론 검찰이 짜놓은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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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남영동 대공분실과 민주화운동기념관 남영동 대공분실. 이 악명 높은 고문시설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시설을 만든 사람은 당대 최고라 칭송받던 건축가 김수근이었다. 88올림픽 주경기장과 체조, 수영, 사이클 경기장을 모두 설계했던 사람이다. 김수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조사자의 공간과 피조사자의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사는 집과 짐승 우리가 다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대비되는 것처럼, 각각의 공간은 너무도 다르다. 먼저 경찰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남향을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 동시에 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테니스장, 통유리로 꽤 괜찮은 전망을 만든 식당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제법 울창한 작은 숲도 있다. 똑같이 생긴 방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공간은 용도에 따라 크기도 배치도 제각각이다. 1970년대 건물로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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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광장에서 골목으로 광장이 뜨겁다. 200만, 300만, 내친김에 500만을 부르기도 한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세 대결은 뜨겁다. 광장은 둘 중의 하나로 갈라져 있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꼭 지켜야 할 보배인 양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쪽에선 즉각 구속해야 할 범죄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구호들도 오간다. 한쪽에선 조국 장관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선 조국 장관을 지키지 못하면 문 대통령, 나아가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한다고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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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교도소를 만든 효과 보려면 교도소에는 온갖 사람들이 갇혀 있다. 개중에는 장발장 같은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로 죄질이 나쁜 범죄자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크고 작은 다툼이나 질서위반 행위도 곧잘 일어난다. 질서위반에는 상응하는 벌이 따른다. 교도소의 징벌은 곱징역이라고 부를 만큼 험하다. 징벌을 받으면 독방에 가두는 금치는 물론, 텔레비전 시청, 신문 열람, 집필, 서신 수수, 실외 운동, 접견 등이 금지된다. 하나같이 수용자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접견 금지를 당하면 천리길을 마다하고 찾아온 늙은 어머니가 자식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하루종일 좁은 감방에만 갇혀 있다가 겨우 30분 남짓 햇빛을 볼 기회도 빼앗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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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일본과 싸워 이기려면 한·일전. 일단 국면은 경제전쟁처럼 보인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에 한국이 대응하는 식으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부터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2019년은 1919년과 다르다는 결의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다짐도 눈에 띈다. 아베 정권의 도발에 대해 시민사회는 단호했고 또 지혜로웠다. 일본 국민과 아베 정권은 나눠 봐야 한다며, 서울 중구청이 내건 일본 반대 깃발을 내리게 했다. 보이콧 운동은 민간의 몫이라며 여론을 일으킨 것은 놀라웠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곧바로 깃발을 내린 중구청의 대응도 좋았다. 꼭 중구청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보다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집단지성의 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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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허울 좋은 무기계약직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친다면 벌써 20년이 넘었다. 당사자와 가족이 아픔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의 계급 분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건널 수 없는 큰 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희망이 없으니, 한국 사회 특유의 활기도 사라진 느낌이다. 고용 형태의 차이는 꼭 소득만이 아니라, 건강과 수명, 주거와 환경, 교육, 사회적 평판 등 모든 분야에서의 삶의 질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