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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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찰개혁, 제대로 하자 언론은 ‘추·윤 갈등’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에 주목하지만, 그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 모두 검찰개혁을 말한다. “검찰개혁이 일부의 저항이나 정쟁으로 지체된다면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 여당 대표의 말이다. 검사들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검 차장이 장관에게 한발 뒤로 물러나라며 내건 명분도 검찰개혁이다. 전체 검찰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만 검찰개혁이 가능하니, 검찰총장을 징계하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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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나영이’란 사람과 잊혀질 권리 조두순의 재범 확률은 76.4%란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이 대학과 공동 연구했다며 내놓은 결과다. 일기예보조차 엇나갈 때가 많다. 앞날을 내다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재범 확률을 소수점 이하까지 정확히 제시한다. 이런 식의 황당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몇년 전부터 조두순 출소를 예고했던 언론은 이젠 D-며칠 하는 식으로 아예 날짜까지 매겨가며 기사 제목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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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쩨쩨한 육군훈련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가 한동안 쟁점이었다. 숱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지만, 쟁점은 “소설 쓰시네”였나 싶을 정도였다. 병사의 휴가 연장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지, 왜 정쟁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군 관련 기사는 쏟아졌지만, 군대 문제의 본질에 가닿은 기사는 없었다. 어차피 관심은 군대나 군인이 아니라, 상대를 궁지로 모는 게 전부인 진영 다툼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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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코로나 시대의 ‘민폐’ 단호한 대응을 전광훈씨의 행태가 갈수록 볼썽사납다. 지금껏 끼친 민폐도 엄청난데, 여전히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때마다 광장에 모여서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와 일장기까지 흔들고,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나름의 까닭이 있을 거다. 매번 실패했지만, 혹시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활짝 열릴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도 당장의 돈벌이로도 유익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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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권력기관 개혁,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당·정·청이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명칭 변경이 전부였다. 수사권 조정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한다지만, 막상 그 범위를 정하는 대통령령은 검사들이 원하는 대로 정해둔 상태다. 법으로 줄인 검사의 직접수사를 시행령으로 늘린 거다. 국정원 이름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는 건 전형적인 쇼에 불과하다. 국정원의 정치관여야 법률로 엄격히 금지하는 판이니, 이름만 바꿔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김대중 정부 이래 20년 넘게 별 탈 없이 쓰는 이름을 굳이 바꾸자는 까닭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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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폭력 악순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경희대 태권도학과. 역사와 전통에 빛나며 태권도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도 크다. 태권도 시범단을 운영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선망의 대상이었고,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만 단원이 될 수 있었다. 빛이 크다고 꼭 그림자도 클 필요는 없는데, 이 학교 시범단에서 폭력사건이 터졌다. 선배들의 구타를 견디지 못한 피해 학생들이 부모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지간한 주먹질과 발길질은 참으려 했단다.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몽둥이로 때리는 구타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때리는 이유도 황당했다. 기강이 해이하다거나 손발이 맞지 않는다고 때렸고, 격파용으로 사온 사과가 예쁘지 않다고 때렸다. ‘선착순 집합’은 보통 2~3㎞씩 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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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소년원, 제대로 먹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소년원은 감옥처럼 보안시설이다. 본래 기능은 보호지만 담벼락은 높다. 닫힌 공간이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먹고 자는 것은 어떤지, 시설이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늘 궁금한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들렀던 한 소년원은 엉망이었다. 사람 냄새라고 하기에는 무척 고약한 냄새가 났다. 겨울인데도 그랬다. 목욕, 세탁, 청소를 자주 하지 않은 탓이었다. 눈 내린 지 3주가 지났는데도 운동장에는 발자국 하나 없었다. 운동장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관상용이었다. 말로는 학교라면서 도서관조차 없었다. 복도 중간에 책장 몇 개 갖다 놓은 게 전부였다. 소년원에선 극구 부인했지만, 소년들에게서 구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오래된 건물, 널찍한 방에 10여명을 한꺼번에 가둬놓고 있었다. 엉망진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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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죽음,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다 그의 이름은 차마 적지 못하겠다. 이런 글을 쓴다고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고, 또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내내 아들 아무개의 어머니로 불렸다. 딸과 아들을 두었지만, 유독 아들의 어머니로 기억되는 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다. 군에 간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 1998년 7월이었다. 군 당국은 사고라 했다. 황망 중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직접 본 현장은 군 당국의 설명과 달랐다. 아들과 함께 있었다던 선임 병사의 말도 달랐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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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국민을 위한 정치, 유방백세 정치인 유권자들이 만들어 준 결과만 뺀다면, 이번 총선은 엉망진창이었다. 무엇보다 기억할 만한 공약이 없었다. 이 당이든 저 당이든 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건지, 다수당 또는 과반수가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세상은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지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으려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려면 미래통합당을 찍으라는 게 전부였다. 둘로 쪼개진 세상에서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의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민주당은 통합당만큼 엉망은 아니었지만, 변변하게 내세울 게 없었다는 점은 같았다. 둘 중 하나만 강요하는 게 선거판의 속성이라지만, 내일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온통 MB식 개발공약에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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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나라사랑공제회의 경우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을 꿈꾼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문은 닫았지만, 공무원 고시학원은 여전하다. 수험생들 열기는 늘 뜨겁다. 다들 열심이다. 공무원의 높은 인기는 신분 보장 때문이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은 헌법 사항이다. 최고위 규범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고용 안전을 보장한다. 게다가 급여도 안정적이다. 연금도 꽤 쏠쏠하다. 사회복지 분야처럼 힘든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직사회가 업무 효율을 주로 따지는 곳은 아니어서 노동조건은 대개 안정적이다. ‘격무와 박봉’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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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자질을 묻는다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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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뭐가 경찰개혁인가 수사권 조정 법률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국가경찰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하자며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하나의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전혀 다른 차원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경찰공화국”이란 악담이 그렇다. 물론 검사의 말이다. 그래도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