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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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오늘도 조용한 국가인권위원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시민참여형 개혁기구는 경찰청이 만든 경찰개혁위원회였다. 새 정부 출범부터 경찰개혁위원회 출범까지 달포밖에 걸리지 않았다. 구성도 남달랐다. 위원들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경찰관이나 전직 경찰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고위직 경찰관들은 갑자기 낯빛을 바꿔 개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처구니없고 속은 쓰렸지만, 그것도 촛불의 성과라 여기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개혁성과였다. 경찰개혁위원회는 모두 30건의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다행히 어지간한 개혁안은 두루 담아냈다. 2005년 남영동 보안분실(예전의 대공분실) 폐쇄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던 전국 각지의 보안분실들이 모두 폐쇄된다. 서울만 해도 홍제동, 옥인동, 신정동, 장안동, 신촌 등지에 보안분실이 있다. 정권 차원에서 눈여겨보는 시국사범들이 경찰서가 아닌 분위기부터 살벌한 보안분실에서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이상한 일은 앞으론 없게 되었다. 정보분실도 사라진다. 의경들의 노동시간은 최대 주당 4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휴식 기회를 보장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외출도 가능하게 된다. 영창제도는 이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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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보편적 인권은 그가 누구인지 따로 묻지 않아야 한다 둘째 딸의 갑질이 시작이었다. 회의 자리에서 유리컵을 던지고 막말을 했단다. 범죄 혐의는 특수폭행이다. 다음은 엄마였다. 딸보다는 혐의가 많았다. 공사현장 작업자, 운전기사 등에게 폭행과 폭언을 했단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세 번째로 아빠가 수사 대상이 되었다. ‘가장’의 존재감인지 이번엔 좀 더 죄질이 무거워 보였다. 횡령, 배임, 탈세 등이었다. 첫딸은 땅콩회항을 일으켰고, 아들은 아빠가 주인 노릇하는 대학에 부정 편입학까지 했단다. ‘범죄 가족’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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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판사,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역대급’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심판하자는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한국당 등의 참패로 이어졌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그래도 대구·경북은 지켰다고 자위할지 모르나 대구·경북 지역의 균열도 만만치 않다. 이대로라면, 어디서든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이 민심을 통해 정확히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의 야당들은 그야말로 딴 세상 사람들 같았다. 역사적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폄훼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마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민심을 거스르며 자기들만의 성에 갇혀 살았던 셈인데,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지방선거 결과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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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금감원장 인사 사태가 남긴 교훈 대통령이 임명한 금융감독원장이 단박에 날아갔다. 임기 3년은커녕, 역대 최단기 재임기록을 남겼다. 피감기관의 돈이나 정치자금으로 부적절한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자신이 책임 맡은 연구소에 5000만원을 ‘셀프 후원’했다는 시비 때문이다. 잠깐 금융감독원장이었던 김기식은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게다가 의정활동도 남달랐다. 그런 평가를 받는 사람의 행보치고는 실망스러운 대목이 한둘 아니다. 피감기관의 돈에 기대 해외여행을 꼭 갔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그게 국회의 관행이라면 그런 관행을 깨트리는 데 시민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이 있었을 거다. 시민들이 모아 준 정치자금을 국회의원 임기 말에 무슨 땡처리하듯 급하게 써야 했던 까닭도 모르겠다. 그 돈을 왜 자기가 일하는 연구소에 기부했는지 등 아쉬운 대목이 많다. 아무튼 김기식은 국회의원 시절의 돈 문제 때문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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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개헌, 그리고 국민 1987년은 격동의 시절이었다. 박종철에서 직선제 대통령 선거까지, 세상은 빠르게 변했지만 시대의 요구는 명확했다. 이젠 민주주의를 제대로 해보자, 앞으로 나가자는 거였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고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5년 단임제 개헌은 1노 3김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타협의 산물이었다. 한 번씩은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들 했다. 결국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순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1987년 헌법을 그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세상이 너무 뜨거웠다. 제6공화국 헌법은 그 뜨거운 열기를 담고 세상에 나왔다. 기본권 조항은 훨씬 더 탄탄해졌고, 헌법재판소 설립으로 헌법 수호 기능은 강화되었다. 잘 만든 헌법이었지만, 헌법 개정 과정에서 주권자의 몫은 없었다. 주권자의 역할은 단지 국민투표에서 그쳤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민주주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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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소년원의 존재 이유는 ‘소년 보호’ 대장암에 걸렸지만 왜 아픈지 알 수 없었다. 고통은 심했고 몸무게는 40㎏이나 빠졌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아파서 견딜 수 없었기에 소년원 의무과를 서른한 번이나 찾았다. 갈 때마다 고통을 호소했지만 의무과에선 으레 하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처방이라곤 변비약이 전부였다. 항문에서 피가 나온다고 호소하면 항문이 찢어져서 그런 거라는 말뿐이었다. 소년원은 병을 키우는 곳이었다. 병은 악화되었고 소년원을 나올 때까지 그렇게 아픈 까닭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소년원 당국자들은 꾀병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소년원생들이 거짓말을 잘하고, 꾀병도 심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마음이 굳게 닫혀도 그렇지, 청소년을 이런 식으로 죽음으로 내몰면 안 된다. 설령 꾀병이라도, 서른한 번이나 찾아간 성의를 봐서라도 아프다는 호소에 한번만이라도 귀 기울였어야 했다. 춘천소년원은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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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검찰개혁, 벌써부터 포기하는 건가 견제와 균형.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란다. 옳은 방향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가고 영화 <1987>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시민적 요구도 높은 때이니, 이쯤에서 청와대가 청사진을 밝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막상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뭘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권력기관 개혁이 가능하다고 진짜로 믿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식이라면 권력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잡는 개혁은 불가능하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이 모두 개혁 대상이며, 범죄나 과오로 친다면 막상막하겠지만, 그 위세나 영향력으로 보면, 역시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검찰은 ‘검찰공화국’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국가기관 중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단연 독보적이다. 수사권과 경찰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그리고 형집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검찰이 틀어쥐고 있다. 이런 권한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법무부를 장악하고 여러 부처 파견을 통해 국정 전반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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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슬기로운 감빵생활 만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사람들은 민감하다. 상대가 조두순이어서 그렇고, 피해자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짐승의 탈을 쓰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어서 모두들 공감하고 또 공분했다.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된 다음에 피고인에게 벌을 더 주자는 재심은 불가능하다거나, 이미 결정된 처분 말고 다른 처분을 부과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초등학생이면 모두 아는 상식이다. 청와대 청원에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마음을 모은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두순이란 악당을 향한 분노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악당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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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여경 죽음 내몬 경찰의 감찰 그는 엄마였다. 두 아이의 엄마,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엄마의 손길이 절실했다. 열 살과 일곱 살. 그래도 엄마는 모진 결심을 했다. 그는 여성 경찰관이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은 아니었고, 임신, 출산, 육아와 직장 생활을 함께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잘 버텼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둘째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나마 숨 돌릴 여유도 생길 판이었다. 그래도 그는 모진 결심을 단행했다.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다. 무언가 맹렬한 기세로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집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한 건 열 살 먹은 아이였다. 이런 죽음 앞에서 우리는 말을 놓게 된다. 끔찍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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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검경 수사권 조정, 인권보호에 필수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했던 말이지만, 대선공약도 그리 발표한 터이니 단순한 덕담은 아닐 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동안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만 여겨졌지만, 대통령은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오금을 박았다. 그렇다. 뭔가 조정이 필요하다면, 그건 오로지 시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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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감옥으로부터의 인권’을 바라며 박정희는 조급했다. 정권 연장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 부모의 조국을 찾아온 재일동포 유학생쯤은 얼마든지 간첩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다. 그건 쉬운 일이었다. 그 쉬운 일 때문에 서준식은 형 서승과 함께 17년을 갇혀 있었다. 형벌의 목적은 고통이다. 청년은 17년 내내 매일처럼, 매 순간 고통을 겪었고 장년이 되어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누구나 고통에서 벗어나면, 다시는 그 고통을 돌아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서준식은 달랐다. 출소한 다음에도 맹렬히 뛰었다. 그 대가는 다시 구금의 고통을 겪는 일로 이어졌다. 1991년엔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다, 1996년엔 인권영화제에서 제주 4·3항쟁을 다룬 영화를 틀었다고 또 갇혔다. 당시 서준식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대표였다. 서준식은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부지런히 찾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 유무죄에 대한 판단도 받지 않은 미결수들이 왜 수의를 입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미결수 수의 착용은 서준식의 문제제기로 위헌 결정이 났다.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예전 같으면 국사범으로 불릴 만한 국정농단의 주범들도 이제는 조사나 재판을 받을 때 평상복을 입을 수 있다. 창피도 덜하고, 범죄자라 낙인찍히는 일도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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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산업재해 잡기, 정권 의지에 달렸다 사인은 질식사였다. 폭발이 있었지만 한동안 숨을 쉴 수 있었다. 안전장구만 제대로 갖췄거나 안전요원이 배치되어 피할 곳을 찾을 수 있었다면 노동자들은 그렇게 어이없게 죽지 않았을 게다. 지난 일요일, 경남 창원 진해의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화물운반선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 네 명의 죽음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인명은 재천이란다. 가끔 허망한 죽음을 보면 그리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 목숨이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은 반쯤만 맞는 말이다. 요즘 평균 수명은 남성 79세, 여성 85세지만, 1980년 평균 수명은 남성 62세, 여성 70세였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하늘이 아닌 사람의 몫이었다. 의학의 발전, 양질의 영양공급, 결국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이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이어졌다. 목숨은 그저 하늘에만 달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