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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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더불어민주당 회생법 <신명기>는 히브리 성경에서 ‘모세오경’이라고도 하는 ‘토라’(율법)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을 보면, 모세는 광야의 40년 여정을 마치고 새 땅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자세히 일깨워준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풍요가 이스라엘에 위기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풍요에 취해 하느님의 가르침을 잊고 멸망의 길로 갈 것이다. 성서학자 월터 브루그만이 말했듯이, “번영은 기억상실”을 가져온다. 그래서 모세는 요르단을 건너려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기억하라’고 거듭 말한다. 풍요의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은 그러나 고난의 땅 광야에서 받은 하느님의 계명을 잊어버린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때 최대의 번영을 누린 후 남북으로 갈라져 북쪽은 아시리아, 남쪽은 바빌론에 멸망한다. 솔로몬의 번영에 멸망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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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바이러스가 선생이다 코로나19에 힘들게 버텨온 지 햇수로 벌써 3년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가파르게 늘어나 하루 10만명을 넘었고 방역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거리 두기는 마스크와 달리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날이 갈수록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늘어났다. 학수고대하던 백신이 개발됐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알파에서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으로 감염력이 높거나 백신 효능을 떨어뜨리는 변이가 등장하면서 백신의 ‘게임 체인저’ 대망론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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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성장의 한계’ 50년, 무엇을 할 것인가? <성장의 한계>가 올해로 출간 50주년을 맞는다. ‘인류의 곤경에 관한 로마클럽 프로젝트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지금까지 1000만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으로 성장에 관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프로젝트는 데니스 메도스를 책임자로 17명의 MIT팀이 1970년 여름부터 18개월간 수행했다. 이 팀은 ‘월드3’라는 컴퓨터 모형을 사용하여 1900년에서 2100년까지 전 세계의 인구, 농업생산, 천연자원, 산업생산, 오염의 추세를 12개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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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꿀잠’을 아시나요 어릴 때, 방학이 되면 어머니는 으레 나를 외갓집에 보내주셨다. 어려서 그랬겠지만 그땐 외갓집까지 버스 타고 가는 게 그렇게 좋았다. 아마도 날 반갑게 맞아주시는 외할머니와 이모가 계셔서 더 그랬을 것이다. 여름엔 또래들과 실컷 뛰어놀다 골목에 놓인 널찍한 평상에 누워 쉴 때의 기분 좋은 나른함, 겨울엔 잔뜩 빌려온 만화책을 옆에 쌓아두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읽는 재미가 각별했다. 학교가 힘들거나 지루해질 때, 방학하면 다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게 힘이 됐던 외갓집은 어릴 적 내 마음의 보루였다. 지금도 마음이 스산해질 때면 나를 토닥여주는 소중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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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기술이 우리를 건져낼 수 있을까 “We are sinking.” 지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허벅지까지 차는 바닷속에서 연설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감행한 수중 연설이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노력’을 담은 글래스고 합의문은 코페 장관이 다급하게 요청한 “내일을 지키기 위한 오늘의 과감한 대안적 조치”에 비해 한가하기 짝이 없다. 합의문에 화석연료가 언급된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의미 부여도 안이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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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일상’을 생각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곧 시작될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한 2년을 보낸지라 ‘일상’이란 말이 아스라이 그립다. 그동안 크나큰 타격을 입으며 견뎌온 자영업자에겐 긴 가뭄 끝 단비일 터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주변에 경찰의 저지를 뚫고 어렵사리 차린 ‘자영업자 합동분향소’가 말해주듯, 막다른 골목에 몰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일상은 영영 회복될 수 없다. 견디다 못해 폐업하고 빚에 시달리는 이들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아시아나 케이오’를 비롯해 코로나를 빌미로 기업이 해고한 노동자들의 일상은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강제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방역의 이름으로 빼앗긴 민주주의의 일상, 집회의 자유는 온전히 회복될까?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지난 4월 평택항의 이선호, 이달 초 여수의 현장실습생 홍정운처럼 일하다 사고로 죽는 것이 예사인 참혹한 노동의 일상은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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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지금 당장, 기후정의 ‘2050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출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그런데도 지난 토요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외침이 손팻말을 타고 울려 퍼졌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기후 피해 당사자들은 배제, 대상화하고 기후 기득권층 중심으로 돌아가는 논의 구조, 사회 시스템 전환과 식량·보건·에너지 공공성 강화와 같은 근본 문제는 무시하고 탄소만 감축하겠다는 기술과 시장 위주의 접근에 대한 비판을 정부는 외면해왔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되면 요구해온 그 무언가를 자기 의도대로 질러버리는 고약한 행태를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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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NDC의 침몰, 녹색성장의 귀환 문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얼마 전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는 2개의 안이 ‘탄소중립’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2030년 NDC’가 빠진 것이다. 미리 못 박아 두지만 요즘 유행어가 된 ‘2050 탄소중립’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여 기후재앙을 막는 일이다. 온실가스는 대기로 배출되면 수십년 잔류하며 온난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핵심은 ‘누적’ 온실가스 감축과 ‘2050 넷제로’까지 ‘감축 경로’의 지표인 2030년 NDC다. 2050년 전에는 슬렁슬렁 감축하다 2050년에 기적의 기술로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1.5도 제한에 실패하면 기후재앙은 피할 수 없다. 지금 NDC를 제대로 정해서 줄이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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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이름’을 생각한다 성경에서 ‘이름 짓기’는 창조 행위의 일부로 신의 영역에 속한다. 하느님은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하느님은 이 ‘이름 짓기’에 사람을 초대한다. 하느님이 동물을 창조하면 사람은 그 이름을 지었다. 이름 짓기는 신성한 일이다. ‘모세’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라는 뜻의 이름이다. 이름에 걸맞게 모세는 후일 자기 민족을 이집트 제국의 손아귀에서 ‘건져 내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출애굽’을 이끈 모세는 이름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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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예언자,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의 1주기를 앞두고 선생의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를 다시 꺼내 보았다. ‘녹색평론 서문집’인 이 책에는 잡지를 발행했던 선생의 마음이 잘 녹아 있었다. 책머리에 선생은 자신의 글을 다시 읽다 받은 충격 두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상식적이고, 현실주의적 생각”으로 일관한 자신의 글을 “이상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받은 충격이다. 병은 뿌리를 뽑으라고 하면서 오늘의 총체적 위기를 산업 문명이라는 근원에서 접근하면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 태도야말로 비현실적이 아닌가. 산업화 이후 불변의 상수로 군림해온 ‘성장’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탄소중립의 확고한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 없는 성장은 없다’가 진실이니, 기후위기 대응에 성장을 근본 문제로 짚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진실과 상식을 거부하는 시대의 “근원적인 어둠”은 성장 비판을 비현실적이라며 외면한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시대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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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탄소중립, 공경과 겸손으로 탄소중립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 부처별 추진 전략이 나오고,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지구의날,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틀 전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고, 어제와 오늘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탄소중립에 추진 속도가 중요하다면, 추진 방향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방향은 기술과 경제 일변도였다. 기술 혁신으로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발상에는 현재의 생활양식은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생활양식의 전면적 전환 없이 제한된 시간 내에 기술만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탄소중립은 감축 못지않게 시간과의 싸움이다. 며칠 전 기상청은 1.5도 상승까지 7~1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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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농촌이 살면 모두가 산다 의식주의 바탕인 ‘땅’은 사람이 만들 수 없다. 부족하다고 ‘더’ 만들 수도 없다. ‘자연의 다른 이름’인 땅은 상품이 될 수 없다. 상품이 아닌 땅을 상품화한 부동산은 ‘허구 상품’이다(칼 폴라니). 부동산 자체가 모순이고 문제다. 땅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이 집 문제로 시달리던 민심에 불을 질렀다.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대책을 쏟아냈다. 이참에 완벽한 부동산 투기 근절책이 나온다고 하자. 그럼 이제 부동산 시세 차익을 바라는 사람은 없어질까? 청년들은 ‘영끌’ 없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을까? 앞날의 계획을 열띠게 말하다 집 얘기만 나오면 풀 죽는 일은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