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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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멈춤의 미학 올여름 20일가량 대구와 전주에 있는 수녀원에서 ‘피정’을 도와주며 지냈다. ‘피속추정(避俗追靜)’에서 나온 피정은 번잡을 피해 고요를 추구하는 기도의 시간이다. 가톨릭 수도자는 매년 ‘8일 피정’을 한다. 침묵하며 일상을 ‘멈춤’으로써 삶에서 세상의 소음과 먼지를 벗겨 낸다. 마음을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하여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살핀다. 원하는 앞날을 그리고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여 세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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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하나뿐인 지구, 우리 모두의 집 올봄 새소리 듣는 재미에 들려 요즘은 아침에 깨면 창밖의 새소리부터 들린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하루를 여는 생기가 넘친다. 새는 잘 모르지만, 박새와 지빠귀 종류의 새소리 같다. 재잘대는 소리를 좇아 뜰의 나무들을 살펴보는데 운이 좋으면 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보기도 한다. 손바닥만 한 새가 부리를 여닫으며 지저귀는 모습은 앙증맞지만, 소리를 내느라 온몸을 불룩거리는 걸 보면 숙연한 느낌도 든다. 새들도 밤에는 어디선가 잠을 자느라 조용하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지저귄다. 비가 오면 어디선가 비를 피하느라 조용하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날개를 편다. 관심을 가지고 새를 보니 뜰의 나무가 새가 사는 ‘집’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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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탈핵, 탈석탄’을 염원하는 생명·평화 순례 5년 만에 ‘탈원전’에서 ‘원전 확대’로 핵발전 정책이 180도 변했다. 전력의 안정적·경제적인 수급과 기후위기 대응이 주된 명분이다. 그러나 정권과 정책이 변한다고 진실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핵발전은 정권에 상관없이 언제나 위험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지금도 여전히 보여주는 비극적 진실이다. 안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핵발전은 ‘통합’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취임사에서 뺐다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핵발전은 불평등과 차별을 키우는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하면 나올 수밖에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인 고준위핵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원할 지역은 이 땅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30년 넘게 후보지를 물색해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화장실 없는 집’, 핵발전소가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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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싸움이 아니라 희망을 보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구호가 ‘공정과 상식’이었다.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라 선거 전략상 정했다 해도, 이제는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감으로 공정과 상식을 근본 원칙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기미는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양쪽 모두 자기가 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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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더불어민주당 회생법 <신명기>는 히브리 성경에서 ‘모세오경’이라고도 하는 ‘토라’(율법)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을 보면, 모세는 광야의 40년 여정을 마치고 새 땅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자세히 일깨워준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풍요가 이스라엘에 위기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풍요에 취해 하느님의 가르침을 잊고 멸망의 길로 갈 것이다. 성서학자 월터 브루그만이 말했듯이, “번영은 기억상실”을 가져온다. 그래서 모세는 요르단을 건너려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기억하라’고 거듭 말한다. 풍요의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은 그러나 고난의 땅 광야에서 받은 하느님의 계명을 잊어버린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때 최대의 번영을 누린 후 남북으로 갈라져 북쪽은 아시리아, 남쪽은 바빌론에 멸망한다. 솔로몬의 번영에 멸망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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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바이러스가 선생이다 코로나19에 힘들게 버텨온 지 햇수로 벌써 3년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가파르게 늘어나 하루 10만명을 넘었고 방역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거리 두기는 마스크와 달리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날이 갈수록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늘어났다. 학수고대하던 백신이 개발됐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알파에서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으로 감염력이 높거나 백신 효능을 떨어뜨리는 변이가 등장하면서 백신의 ‘게임 체인저’ 대망론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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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성장의 한계’ 50년, 무엇을 할 것인가? <성장의 한계>가 올해로 출간 50주년을 맞는다. ‘인류의 곤경에 관한 로마클럽 프로젝트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지금까지 1000만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으로 성장에 관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프로젝트는 데니스 메도스를 책임자로 17명의 MIT팀이 1970년 여름부터 18개월간 수행했다. 이 팀은 ‘월드3’라는 컴퓨터 모형을 사용하여 1900년에서 2100년까지 전 세계의 인구, 농업생산, 천연자원, 산업생산, 오염의 추세를 12개의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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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꿀잠’을 아시나요 어릴 때, 방학이 되면 어머니는 으레 나를 외갓집에 보내주셨다. 어려서 그랬겠지만 그땐 외갓집까지 버스 타고 가는 게 그렇게 좋았다. 아마도 날 반갑게 맞아주시는 외할머니와 이모가 계셔서 더 그랬을 것이다. 여름엔 또래들과 실컷 뛰어놀다 골목에 놓인 널찍한 평상에 누워 쉴 때의 기분 좋은 나른함, 겨울엔 잔뜩 빌려온 만화책을 옆에 쌓아두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읽는 재미가 각별했다. 학교가 힘들거나 지루해질 때, 방학하면 다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게 힘이 됐던 외갓집은 어릴 적 내 마음의 보루였다. 지금도 마음이 스산해질 때면 나를 토닥여주는 소중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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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기술이 우리를 건져낼 수 있을까 “We are sinking.” 지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이 허벅지까지 차는 바닷속에서 연설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있는 투발루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감행한 수중 연설이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노력’을 담은 글래스고 합의문은 코페 장관이 다급하게 요청한 “내일을 지키기 위한 오늘의 과감한 대안적 조치”에 비해 한가하기 짝이 없다. 합의문에 화석연료가 언급된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의미 부여도 안이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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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일상’을 생각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곧 시작될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한 2년을 보낸지라 ‘일상’이란 말이 아스라이 그립다. 그동안 크나큰 타격을 입으며 견뎌온 자영업자에겐 긴 가뭄 끝 단비일 터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주변에 경찰의 저지를 뚫고 어렵사리 차린 ‘자영업자 합동분향소’가 말해주듯, 막다른 골목에 몰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일상은 영영 회복될 수 없다. 견디다 못해 폐업하고 빚에 시달리는 이들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아시아나 케이오’를 비롯해 코로나를 빌미로 기업이 해고한 노동자들의 일상은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강제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방역의 이름으로 빼앗긴 민주주의의 일상, 집회의 자유는 온전히 회복될까?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지난 4월 평택항의 이선호, 이달 초 여수의 현장실습생 홍정운처럼 일하다 사고로 죽는 것이 예사인 참혹한 노동의 일상은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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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지금 당장, 기후정의 ‘2050 탄소중립’ 선언,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출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그런데도 지난 토요일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외침이 손팻말을 타고 울려 퍼졌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기후 피해 당사자들은 배제, 대상화하고 기후 기득권층 중심으로 돌아가는 논의 구조, 사회 시스템 전환과 식량·보건·에너지 공공성 강화와 같은 근본 문제는 무시하고 탄소만 감축하겠다는 기술과 시장 위주의 접근에 대한 비판을 정부는 외면해왔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되면 요구해온 그 무언가를 자기 의도대로 질러버리는 고약한 행태를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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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NDC의 침몰, 녹색성장의 귀환 문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얼마 전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위원회(안)’는 2개의 안이 ‘탄소중립’이 아니라는 비판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2030년 NDC’가 빠진 것이다. 미리 못 박아 두지만 요즘 유행어가 된 ‘2050 탄소중립’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는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1.5도로 제한하여 기후재앙을 막는 일이다. 온실가스는 대기로 배출되면 수십년 잔류하며 온난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핵심은 ‘누적’ 온실가스 감축과 ‘2050 넷제로’까지 ‘감축 경로’의 지표인 2030년 NDC다. 2050년 전에는 슬렁슬렁 감축하다 2050년에 기적의 기술로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1.5도 제한에 실패하면 기후재앙은 피할 수 없다. 지금 NDC를 제대로 정해서 줄이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