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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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탈핵과 에너지 전환, 유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4·27 판문점선언’의 마지막 조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복음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핵 없는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는 남한의 핵발전소도 포함해야 합니다.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핵발전과 핵무기는 동일한 기술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재’라 부르는 방사성물질이 생성되는 것도 같습니다. 핵무기처럼 핵발전소도 폭발합니다. 핵무기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핵발전소는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폭발합니다. 핵발전소 사고도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임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보여주었습니다. 비핵은 탈핵을 포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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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평화, 정의의 결과 오늘,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차례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를 몸서리치게 했던 전쟁의 악몽이 가시고 평화의 기운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납니다. 벌써 한반도의 평화가 남한과 북한에 미칠 영향과 변화에 대한 예측이 분분합니다. 북한은 이미 ‘핵’ 대신 경제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와 미국과 협상하기 위한 제안이자 북한의 미래 청사진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북, 북·미의 협상으로 만들어질 평화는 더없이 중요하지만, 이것으로 우리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평화는 우리 사회가 또 다른 평화로 도약하는 디딤돌이어야 합니다. 전쟁의 종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의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평화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성서의 ‘샬롬’이 뜻하는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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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부활’ 생명의 연대 ‘성 금요일.’ 부활절을 이틀 앞둔 오늘, 교회는 2000년 전 십자가형으로 처형된 예수의 죽음을 기립니다. 죽음은 생명의 봄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의 죽음은 생명으로 이어지는 사건입니다. 사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듯, 모든 죽음에는 생명의 씨앗이 깃들여져 있습니다. 순환의 원리입니다. 모든 것은 존재와 생명의 근원적 유대로 연결되어, ‘나’는 세상의 모든 ‘너’ 덕분에 살아갑니다. 어떤 이유든 순환의 고리가 끊기면, 생명체는 병이 듭니다. 무관심과 고립은 순환의 원리를 거스르고, 독점과 배척은 순환의 고리를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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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성서에서 ‘40일’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합니다. 교회도 부활절 전 40일을 ‘사순(四旬) 시기’로 지냅니다. 지금이 그때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때입니다. 회개는 특정한 잘못의 뉘우침보다는 자신을 어떤 면에서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마음의 변화를 뜻합니다. 회개는 현재 삶의 태도를 깊이 성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삶의 방향을 돌리는 것, 곧 돌아섬입니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또 무엇을 향해 돌아서려고 하는가?” 매년 이때 되새기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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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미세먼지에 비친 풍경 한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요즘처럼 ‘북극한파’나 몰아쳐야 사정이 좀 나아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미세먼지로 뒤범벅인 날씨에 누가 밖에 나가고 싶을까. 누구는 스모그가 평등하다고 했다지만, 스모그도 미세먼지도 평등하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 정도는 개인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있고,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외출할 땐 승용차로 바깥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해도 ‘야외활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도 없이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쪽이 미세먼지에 덜 노출되는 셈인데, 에너지는 미세먼지와 직간접으로 연결된다.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책임과 피해는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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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격변의 해가 저문다. 광장과 길거리를 터질 듯 가득 메운 촛불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사회 변혁을 향한 힘찬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물꼬가 막혀 있는 곳도 많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안전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사회’가 그렇다. 지난 21일, 제천의 화재는 우리가 아직도 ‘대충’과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설은 부실하고, 운영은 편의적이고, 점검은 형식적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하게’라는 암묵의 요구에 침묵의 동의를 하는 다수가 있는 한, 안전한 사회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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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여전히 아픈 약자들 지난 11월, 겨울의 연례행사처럼 전북 고창과 전남 순천만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 비상상태에 들어간 방역당국은 순천만 전면 폐쇄와 심각 수준의 방역 실시라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가장 극단적인 선제적 조치는 물론 AI의 숙주 자체를 제거하는 ‘살처분’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는 소규모 농가의 닭과 오리를 수매해 도태시키기로 했다. 소규모지만, 살처분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살처분의 끔찍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겨울 AI로 3000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2010년엔 구제역으로 300만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당했다. 상당수는 생매장되었다. 그런데도 AI나 구제역의 창궐과 대규모 살처분의 근원으로 꼽히는 공장식 축산은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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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밀양·설악산·광화문의 깨달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사재개’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활짝 웃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혜롭고 현명한 답” “숙의민주주의의 모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이라는 말로 화답했다. 그러나 닷새째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기원 108배를 마치고 오신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은 울고 계셨다. 볕에 잔뜩 그을린 피곤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내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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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사용후핵연료가 알려주는 것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순탄하지 않다. 탈원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향·왜곡 보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관여, 시민대표참여단의 지역·연령별 선발기준 논란 등으로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왔다. 안전, 경제, 환경 등의 의제에 대해 건설 중단과 재개 양측이 제시하는 팽팽하게 대립되는 주장도 어려움을 더해준다. 건설 중단 측이 활성단층의 존재,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 비상대피 구역 내 382만명의 지역주민을 거론하며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 재개 측은 세계 최고의 핵발전 기술과 안전성을 믿으라 주장한다. 점진적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각오하라고 한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창출할 양질의 수많은 일자리에는 탈원전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 사태로 맞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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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 말고 안전 지난 8월25일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가 시작되었고, 공사 재개에 대한 찬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성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다. 그러나 경제성은 안전성을 전제로 한다. 생명을 잃는다면 돈이 소용없듯이, 안전성이 없으면 경제성도 의미가 없다. 한데 찬반 양측은 신고리 5·6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입장이 정반대다. 공사 찬성 측은 한국형 3세대 원자로 APR1400을 채택한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특히 방사성물질의 외부 누출을 막아줄 콘크리트 격납건물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디며 손상 확률은 100만년에 1번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공사 중단 측은 아무리 안전하다 해도 원전의 중대 사고는 여전히 발생 가능하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듯이 그 결과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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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평평한 공론화의 장 지난 7월24일 발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에 대한 논란과 관심이 뜨겁다. 8월1일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핵공학 관련 교수 등은 법적 절차를 문제 삼아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같은 날, 공론화 추진방안에 대한 공개토론회가 한국갈등학회 주최로 열리는 등 공론화 과정의 설계와 관리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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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 건설과 사회적 공론화 지난 6월27일,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설계, 관리하고, 최종 의사결정은 시민배심원단이 맡는 방식이다. 핵발전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가 배제된 채,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