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최신기사
-
녹색세상 수소경제와 에너지민주주의 미세먼지와 폭염으로 못살겠다는 원성이 한계에 달한 지금 친환경을 명목으로 ‘수소사회’로의 전환이 갑자기 급부상했고 정부가 ‘통 크게’ 화답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환경오염을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던 에너지회사와 자동차회사를 국민들 돈으로 돕겠다는 것이다. 왜 수소인가는 잠시 접어두고, 수소사회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과정을 보자. 수소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라 주장하는 핵심은 국내 독점적 지위의 자동차회사인데, 친환경 이미지는 별로다. 전 세계 주류 친환경자동차인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한 반면 이 회사 디젤차들의 실주행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메이저 회사 중 최고 수준이다.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사기가 드러난 것이 2014년이니 이 회사 또한 이미 오래전에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알았겠지만, 국민에게 등 떠밀린 정부가 뒤늦게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할 때까지도 디젤자동차 판매에 열을 올렸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젤의 오염문제에 침묵한 채 돈을 벌어왔던 기업이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 폐기와 동시에 청정에너지로의 획기적 전환을 외치는 상황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설마겠지만 타이밍은 참 절묘하다.
-
녹색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 아이들을 위한 세금을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당연한 요구에도 소수 기득권을 위해 묵살하는 사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환경 요구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사회, 부자가 세금을 조금 더 내고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높이면 국민이 못살게 된다고 반대하는 사회, 회계를 조작한 회사를 엄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조작을 옹호하는 사회, 부동산 불로소득에 부여하는 세금을 높이는 게 폭탄이라고 하는 사회,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공포의 개선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반대하는 사회,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탈세의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는 사회, ‘착한’이란 말로 포장해서 최저임금조차 쥐여주지 않으려는 노동착취를 미화하는 사회, 그래서 피해자만 억울한 사회. 2018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
녹색세상 환경, 이번 정부에서도 ‘후순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즈음,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컸다. 기회가 돼 우리나라의 심각한 자연환경 훼손 문제 개선을 위해 그간 쌓인 적폐 중 꼭 청산해야 할 한 가지를 주문한 바 있다. 개발자가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작성토록 바꾸자는 것이었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데 아직까지 우리 법에는 개발할 사람이 예정지의 자연환경을 조사하고 평가토록 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내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골프장이나 관광단지를 조성하려 산과 들을 매입했는데, 그곳이 보전을 통한 공익적 가치가 개발가치를 훨씬 능가하는, 국민 모두를 위해 보전되어야만 하는 곳이라면 개발당사자는 어떠한 행동을 취할까? 국익을 위해, 나보다는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 그런 일은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이며 초등학생에게나 감동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외부정보에 눈을 뜨고 사회적 기준에 의한 가치판단이 시작될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정의’보다는 부정한 행위가 훨씬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과 법을 집행할 판사들조차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극히 일부에 의해 벌어지는 일탈로 전체를 깎아내리면 안된다며, 자극적인 언론의 문제를 탓하기에는 국민이 느끼는 불신의 골은 이미 너무 깊다. 국민은 이런 적폐를 청산하자고 하는데 청산의 시동도 제대로 걸지 않은 지금, 기득권층은 드러나지도 않은 사회문제 해결에 딴지를 걸며 피로사회를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
녹색세상 흑산도공항, 우버, 환경부 장관 4대강을 포함해서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폭염, 미세플라스틱 등 열거하기도 버거운 각종 환경문제들에 대한 수습이나 개선에 관한 긍정적 소식은 감감하고 오히려 시간이 가면서 더 많은 문제들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이 만연한 문제들의 해결을 모색해야만 하는 국정감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 환경부 장관의 전격 교체가 공표되었고 국정감사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환경부 장관 교체발표 바로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2기 내각구성을 위한 대규모 장차관 교체가 있었다. 이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환경부 장관이 묘한 시기에 교체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봄 발생한 ‘재활용쓰레기 수거대란’의 대응문제가 이유였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알량하게 남겨진 얼마 안되는 자연공원에까지 케이블카와 공항 등 개발사업이 정부의 힘에 기대어 추진되어왔지만 진전은 없었고, 급기야 흑산도공항 건설사업이 공원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바로 장관 교체가 공표된 것이다. 개발본능이라 할 만큼 각종 토건행위에 대한 신봉은 촛불을 통해 일어선 정부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자연공원에서만큼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국가의, 환경부의 지극히 기본적인 업무수행 의지가 내심 못마땅했나 보다.
-
녹색세상 BMW 화재사고의 본질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 내내 이어진 BMW 화재사고는 폭염을 어렵게 견딘 시민들의 마음속까지 까맣게 태웠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 기업을, 정부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편치 않다. 그러나 이번 BMW 문제는 차량결함이라는 단순 사실에서 나아가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가의 본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BMW의 화재사고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닌 모든 디젤차량의 대기오염 유발문제라는 본질에서 바라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은 휘발유의 10배에 달한다.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도심의 오존농도 증가가 국민 호흡기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기에 디젤차량을 줄이는 것은 그 어떤 대기환경정책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의 사태는 모두 이 질소산화물 배출과 연관된다.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의 규제는 해가 갈수록 강화되었고 2015년에는 이전 유로5보다 배출기준을 5배나 강화시킨 유로6를 적용하였다. 미국은 그 이전부터 유로6보다 훨씬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거의 모든 승용차와 소형트럭까지 휘발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디젤로 맞추기 위해 거짓조작을 한 것이며, 이번 BMW는 획기적으로 강화된 유로6 기준을 맞추기 위한 기술이 문제가 된 것이다.
-
녹색세상 흑산도공항 언제 있었냐는 듯 동계올림픽 경제 효과의 허상은 사라지고 지금은 개발망령의 뒷감당조차 벅차 보인다. 경기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이 떠안아야 하며 영세한 시공업체는 공사대금조차 받지 못해 부도위기에 몰린 것이 현실이다. 올림픽만 개최하면 잘살 것이라는 희망으로 유치를 노력한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또 다른 투자를 요구한다. 도대체 60조원의 경제효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간투자자금은 지금도 여전히 눈먼 돈이다. 거의 모든 대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는 오로지 사업의 진행만을 위해 거짓으로 일관한다. 사업자와 정치가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주민의 고혈은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공항 또한 대표적인데 무안공항의 현재 이용률은 수요예측의 3.8%, 양양공항은 5.3%에 불과하다. 광역시인 광주공항의 이용률 또한 10%를 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현재 대부분 공항은 이익창출은커녕 세금이 없으면 유지관리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역이 발전한다는 거짓 선동가를 빼면 사실 발빠르게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린 몇몇을 제외하고 지역 토착주민 대부분은 엄청난 피해만 보고 있다. 그럼에도 늘 이런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앞에 서는 것은 소외된 토착주민이다.
-
녹색세상 폭염과 숲, 그리고 세금 올여름 한반도에 불어닥친 유례없는 폭염은 많은 서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올해만 유독 불거진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최근 5년 동안 매년 한반도 사상 최고기온이 경신되고 있고 최악의 더위는 여름철 늘 있는 대책 없는 단골뉴스가 되는 등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이러한 기온 상승은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예측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폭염은 여름철 며칠만 피하면 괜찮은 것이 아닌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여름 내내 지속되는 자연재해가 된 것이다.
-
녹색세상 미세먼지 아냐, 오존이었어 미세먼지 공포로 대기질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도는 매우 높아졌는데,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는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점진적 개선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연일 계속되는 것은 2013년 이후 개선이 답보상태를 보인 시기와 맞물려 호흡기 질환 사망자 증가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시점은 이미 손쉬운 해결에서는 한참 벗어난, 자신 또는 주변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가 대부분이다. 대기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흡기계통 질환 사망률은 미세먼지가 크게 좋아지던 시절인 1990년 이후에도 지속적 증가를 보였으며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폐렴에 의한 사망자는 1990년 전체 사망자의 6%에서 2010년에는 15%로 증가하였는데 이후 2015년에는 29%로 껑충 뛰었고 전체 호흡기 질환 사망자는 50%를 넘어섰다.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니 미세먼지가 좋아졌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수치와는 달리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졌는데, 이유는 모든 대기오염 문제를 대표하는 단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먼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녹색세상 가리왕산·4대강 ‘오리발’ 올림픽 이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가리왕산이 순간의 기쁨을 위한 화장을 걷어내고 벌거벗은 맨몸으로 장마와 폭우를 기다리고 있다. 며칠간의 짧은 흥분의 마취제를 처방받은 것처럼 잠시 잊고 있었던 올림픽의 경제효과 허상이 사라져갈 즈음, 지역주민의 불안과 사회적 갈등이 마취에서 깨듯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지킬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마치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킬 것처럼 복원약속을 하고, 축제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왕 만든 것이니 계속 사용하자’는 철지난 개발경제논리의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치 그 약속이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허가를 내준 중앙정부는 지난 10년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새빨간 거짓말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지금에 와서야 이 논란을 남 탓으로 돌리며 응급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진정 가리왕산의 복원을 생각했다면 이미 10년 전부터 수많은 것들을 준비했어야 했다. 훼손하기 이전, 주변을 포함한 자연환경의 정밀조사를 통해 복원에 필요한 수목을 기르기 시작해야 했으며, 토양을 준비해야 했고, 변화된 환경에서 어린 식물의 적응 가능성을 검토했어야만 했다.
-
녹색세상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 공포는 어김없이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어느 강에선가 발생할 물고기의 떼죽음이나 녹조라떼가 한동안 미디어를 달굴 것이다. 장마를 시작으로 이상기후와 폭염으로 아우성이 들릴 것이고 맘 놓고 에어컨도 못 켠다는 논리로 원전이 홍보될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의 가능성만으로 건강하게 살아 있는 닭과 오리가 땅속에 매장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공익증진과 병충해방제를 이유로 숲속의 무수한 나무들이 잘려 방치된다. 쓰레기와 플라스틱 문제도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이 모든 주기적 상황들에 나는 피해자일 뿐이다. 언론은, 국민은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독설을 날리며,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 보려 하지만 해결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 문제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반복되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법인 환경인식에 대한 변화노력은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일로 치부된다.
-
녹색세상 환경에 대처하는 자세 쓰레기 문제나 미세먼지 등 복잡한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난히 굼뜨다. 엮인 실타래가 복잡하기에 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지체가 생길 수도 있으나, 늦은 대안 제시가 결코 최적을 위함이 아니기에 종종 문제 해결은커녕 더 큰 문제들로 연결되곤 한다. 작년 말 정부는 7%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뒤처진 발표임에도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고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 시행이 되레 국토의 환경 훼손을 가속화하는 달갑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녹색세상 소모적 ‘정원’ 경쟁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오랫동안 숙성된 적폐의 청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청산의 봄을 맞는 이 길목에 우리는 또 다른 폐단이 쌓이고 있지는 않는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원’이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유독 아파트를 선호하는 독특한 주거문화에서는 조금 의아한 현상이다. 향후 주거공간의 선호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지만, 아파트로 상징되는 부동산 불패신화와 대도시에 집중된 국가정책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어찌되었건 시민들이 더 이상 회색도시가 아닌 녹색 공간을, 특히 양질의 녹지공간을 원하는 변화는 확실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