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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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학회와 친교 얼마 전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가 학회에 처음 발표하러 다녀왔다. 사회학자 박영신을 중심으로 해서 1970년대부터 학회지를 발간해온 유서 깊은 학회인데, 신진학자 발표 자리를 흔쾌히 마련했다. 막스 베버의 이론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를 분석한 걸 높게 평가한 듯하다. 학회에서 돌아온 제자가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갓 박사 학위를 받은 저를 깍듯이 학자로 대해주셨어요.” 할아버지뻘 되는 원로학자가 30대 초반의 초짜 박사를 마치 동등한 학자인 양 존중했다. 그 어려운 막스 베버의 이론을 분석적으로 재구성하여 한국 사회에 적용하였다 한들, 평생 학문에 몸 바친 원로학자의 눈에 뭐 그리 대단하게 보였겠는가? 그런데도 두 세대나 아래인 젊은 박사의 연구를 귀히 여겨 초청해서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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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출산과 저출생 대한민국 소멸론이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합계출산율, 즉 15세에서 49세까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지표가 1.0이 안 된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단순 인구 재생산조차 어렵다. 2003년 대통령 직속 ‘인구고령사회대책팀’을 설치하고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까지 만들어 온갖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2015년에는 하다 하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분포도까지 만들었다. 이전부터 내오던 통계였지만 저출산 위기를 시각화해서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지난 20여년 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약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2022년 현재 0.8 아래다. OECD 평균이 1.59인데 한국이 최하위이니, 사실상 전 세계에서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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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프로당구협회와 가치 영역 어두침침한 조명과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동네 달건이들이 당구를 치고 있다. 스리 쿠션을 칠 때마다 돈을 주고받는 ‘죽방 당구’가 한창이다. 공이 먼저 맞았느니, 쿠션 먼저 맞았느니 시비가 붙더니 급기야 패싸움까지 벌일 기세다. 당구장 주인이 황급히 싸움을 가라앉히고 음료수를 다시 내와 달랜다. 호기심에 당구장 밖을 기웃거리던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은 소동을 틈타 당구장 안에까지 호기롭게 들어선다. 뒤늦게 알아차린 당구장 주인이 장사 망치려고 작정을 했냐며 호통친다. 못 들은 척 까까머리들이 구석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공을 달라고 해서 신나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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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얼굴 한 대학이 등 떠밀려 재조사에 착수한 논문 표절 사건을 그냥 덮어버렸다.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교수회가 전체 교수를 상대로 박사학위 논문 검증위원회 구성 찬반 투표까지 시행했지만, 이마저도 반대가 다수였다. 그러면 그렇지.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군. 학문의 자율성이 전혀 없는 대학 현실이니 그럴 수밖에. 다들 혀를 차는데, 보다 못한 표절 피해자가 시정과 사과를 요청하고 나선다. 표절 당사자와 대학 당국은 마치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듯 전혀 응답하지 않고 깔아뭉갠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 모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부끄러워야 마땅한데 어쩜 저렇게나 당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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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추앙할 결심 요즘 모임에 가면 영화 <헤어질 결심> 얘기가 반드시 나온다고 한다. “<색, 계>에서부터 알아봤지만, 탕웨이는 정말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이야. 관능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사람 미치게 하네.”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를 솜씨 좋게 버무린 박찬욱의 미학적 미장센은 또 어떻고.”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불륜 미화라는 악플 세례로 극장에서 금방 사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입소문을 타고 다시 불붙는가 싶더니 n차 관람러의 찬탄하는 글이 인터넷 공간에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보니까 비로소 영화의 아름다움이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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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업가 정신과 노예 노동 2022년 6월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솟구친 누리호가 지구 고도 700㎞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0년 누리호 개발을 시작한 후 12년3개월 만에 순전히 한국 항공 기술로만 이룬 쾌거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독자 기술로 발사할 수 있는 우주 강국이 되었다며 환호했다. 한 유력신문은 러시아의 기술을 빌려 처음 나로호를 개발할 때 “너희가 뭘 아느냐”는 식으로 무시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벅찬 일이라며 감격했다. 누군가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덕분이라며 이를 온 나라에 퍼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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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학위보다 자격증 예상대로 대학은 자신이 준 학위가 표절인지 아닌지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는 세상 다 그런 거지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구냐고 배짱부린다. 어쩌다 운 없이 일찍 표절이 들통난 이는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학위 반납을 선언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천연덕스럽다.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석·박사 학위를 따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도 대학은 온갖 석·박사 학위 과정을 만들어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려는 듯 ‘온 나라 학위 따기’가 성행한다.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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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온 나라 학위 따기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가 쓴 학위논문이 표절인지 아닌지 수개월이 지나도 대학 스스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권력 눈치 보느라 그런다고 질타하지만, 대학 내 속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일단 파헤치면 표절 논문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올 게 뻔한 학문장의 처참한 현실. 대통령 출마자에서부터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고위 장성, 고위 공무원, 사기업 임원은 물론 연예인과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석사나 박사 학위 하나쯤 안 가진 사람이 드물다. ‘온 나라 학위 따기’ 덕분에 발 닿는 곳마다 석·박사가 수두룩한데, 정작 논문 한 편 제대로 쓰는 학위자를 만나기 어렵다. 이런 형국에 학위논문이 표절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겠는가? 어차피 학문이 주된 일이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 짬을 내 하는 것인데 뭐 그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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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수복의 사회학 지난달 한국문화사회학회가 오랜만에 월례 컬로퀴엄을 열었다. 발표자는 사회학자·작가 정수복. 2015년 한국사회학회가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을 때 주제 발표를 했다. 왜 한국 사회학자는 선배 사회학자의 삶과 학문에 그렇게나 관심이 없나? 학문의 자율성을 키우지 않고 미국 사회학장을 기웃거리며 2부, 3부 리그를 자처하는가? 정수복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서 선배 사회학자의 삶과 학문을 살폈다. 1년마다 회장이 바뀌는 탓에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가 싶었다. 정수복이 잊지 않고 한국 사회학사를 만들고자 씨름하더니, 마침내 올해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4권으로 펴냈다. 한국 사회학자가 남긴 저서와 논문을 ‘기초 사료’로 삼고 선배 사회학자와 나눈 대담을 ‘보충 사료’로 삼아 쓴 한국 사회학의 살아 있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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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출산과 사랑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잠겨 있던 저출산 문제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사실 정부가 저출산을 인구문제로 만든 지 꽤 오래되었다. 2001년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자, 언론에서 저출산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낳아 결국 국력쇠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위기론을 조장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정부는 2004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저출산을 국가 의제로 만들었다.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이후 경제계획 수립하듯 5개년 출산계획을 만들어 온갖 정책을 펼쳤다. 저돌적 계획과 달리 결과는 참담하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으로 내려앉은 이후로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계속 떨어지면서 단순 인구 재생산도 힘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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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법사, 목사, 책사 “무속이 대통령 선거를 노골적으로 좌우하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가 스스로 책임지고 결단할 일을 점쟁이에게 묻고 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물론 오랜 세월 가난한 사람들의 병과 한을 어루만져주던 무속의 역사를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보편성, 타당성,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비이성적인 주술에 국가 대사를 맡겨야 하겠습니까? 지도자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 밖의 초자연적 주술에 의지해서 중대사를 결정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종교인이 발표를 마치자 무속인이 바로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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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여성+가족부 해체 “최근 유력 대통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플로어에서 질문하자 방금 발표를 마친 여성 활동가가 답했다. “저는 폐지가 아닌 해체를 주장합니다만, 여성가족부가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 왜 여성을 가족에 묶어놓습니까? 여성이 가족 안에 갇혀 돌봄을 전담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유아, 청소년, 노인, 환자를 계속 돌보라는 건가요? ‘여성가족유아청소년노인환자부?’ 여성을 가족에 붙여놓으니까 여성의 다른 삶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잖아요. 그러니 가족 밖에 나가서도 값싼 돌봄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 아닙니까? 여성을 가족에서 따로 떼어내어 여성부로 만들죠. 그래야 여성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수자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것이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