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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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온 나라 학위 따기 대통령 당선인 배우자가 쓴 학위논문이 표절인지 아닌지 수개월이 지나도 대학 스스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권력 눈치 보느라 그런다고 질타하지만, 대학 내 속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일단 파헤치면 표절 논문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올 게 뻔한 학문장의 처참한 현실. 대통령 출마자에서부터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지자체장, 고위 장성, 고위 공무원, 사기업 임원은 물론 연예인과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석사나 박사 학위 하나쯤 안 가진 사람이 드물다. ‘온 나라 학위 따기’ 덕분에 발 닿는 곳마다 석·박사가 수두룩한데, 정작 논문 한 편 제대로 쓰는 학위자를 만나기 어렵다. 이런 형국에 학위논문이 표절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겠는가? 어차피 학문이 주된 일이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 짬을 내 하는 것인데 뭐 그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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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수복의 사회학 지난달 한국문화사회학회가 오랜만에 월례 컬로퀴엄을 열었다. 발표자는 사회학자·작가 정수복. 2015년 한국사회학회가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이란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을 때 주제 발표를 했다. 왜 한국 사회학자는 선배 사회학자의 삶과 학문에 그렇게나 관심이 없나? 학문의 자율성을 키우지 않고 미국 사회학장을 기웃거리며 2부, 3부 리그를 자처하는가? 정수복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서 선배 사회학자의 삶과 학문을 살폈다. 1년마다 회장이 바뀌는 탓에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가 싶었다. 정수복이 잊지 않고 한국 사회학사를 만들고자 씨름하더니, 마침내 올해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를 4권으로 펴냈다. 한국 사회학자가 남긴 저서와 논문을 ‘기초 사료’로 삼고 선배 사회학자와 나눈 대담을 ‘보충 사료’로 삼아 쓴 한국 사회학의 살아 있는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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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저출산과 사랑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잠겨 있던 저출산 문제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사실 정부가 저출산을 인구문제로 만든 지 꽤 오래되었다. 2001년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자, 언론에서 저출산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낳아 결국 국력쇠퇴를 가져올 것이라는 위기론을 조장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정부는 2004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저출산을 국가 의제로 만들었다.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이후 경제계획 수립하듯 5개년 출산계획을 만들어 온갖 정책을 펼쳤다. 저돌적 계획과 달리 결과는 참담하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으로 내려앉은 이후로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계속 떨어지면서 단순 인구 재생산도 힘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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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법사, 목사, 책사 “무속이 대통령 선거를 노골적으로 좌우하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가 스스로 책임지고 결단할 일을 점쟁이에게 묻고 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물론 오랜 세월 가난한 사람들의 병과 한을 어루만져주던 무속의 역사를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보편성, 타당성, 신뢰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비이성적인 주술에 국가 대사를 맡겨야 하겠습니까? 지도자가 자신의 가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 밖의 초자연적 주술에 의지해서 중대사를 결정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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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여성+가족부 해체 “최근 유력 대통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플로어에서 질문하자 방금 발표를 마친 여성 활동가가 답했다. “저는 폐지가 아닌 해체를 주장합니다만, 여성가족부가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니 왜 여성을 가족에 묶어놓습니까? 여성이 가족 안에 갇혀 돌봄을 전담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유아, 청소년, 노인, 환자를 계속 돌보라는 건가요? ‘여성가족유아청소년노인환자부?’ 여성을 가족에 붙여놓으니까 여성의 다른 삶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잖아요. 그러니 가족 밖에 나가서도 값싼 돌봄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 아닙니까? 여성을 가족에서 따로 떼어내어 여성부로 만들죠. 그래야 여성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수자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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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니내살’과 ‘스우파’ “책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다른 일을 못하네요. 언능 읽어야겠어요. 다 읽으면 속이 후련해질는지. 지금은 속에 천불이 나거덩요. 쬐끔씩이라도 공부하면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제게도 생길까요. ㅠㅠ” 오랜 결혼생활을 하다 뒤늦게 공부하러 나온 대학원 여제자. 요번에 내가 출간한 사회학 소설을 읽다가 열불이 나는지 문자를 보내왔다. 대구·경북 여성의 삶. 낳아 키워준 지향 가족 안에서 살다가 결혼하여 자신의 생식 가족을 구성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 결혼은 남편과 했지만, 결혼생활은 시어머니와 하며 살아간다. 남편이 아직 어머니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미성숙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남편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한 재생산 활동에 몽땅 쏟아붓는다. 자신의 꿈이나 이해관계를 단 한 번도 대놓고 말하거나 앞세우지 못하고 가족의 유대를 위해 뒤로 꼭꼭 숨긴다. 개인의 자아가 가족 자아로부터 분화하지 못했다. 뒤늦게 집을 벗어나 공부하러 나왔는데, ‘밥데렐라’처럼 때만 되면 밥상 차리러 황급히 집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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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니는 내맹쿠로 살지 마래이 지난번 칼럼 ‘여성 삼대’에서 나는 물었다. “온 사회가 지금 같은 ‘정상가족’으로는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정작 그 ‘문제의 집’을 해부하는 사회학자의 글은 왜 세상에 나올 수 없는가?” 글을 보고 몇몇 출판사에서 연락했다. 출판을 검토하고 싶으니 글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장르도 ‘사회학 소설’이라 낯선 데다가 내용도 할머니-어머니-딸의 ‘연민의 공동체’를 해부하는 것이라 껄끄러울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혹시 하는 마음에 글을 보냈다. 2~3주나 흘렀을까. 짧은 편지가 왔다. 출판사로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다 똑같지. 무엇이 다르겠어. 사회학자가 애초에 소설을 쓴 거부터 잘못이지. 논문을 썼으면 벌써 나와도 한참 전에 나왔을 것을.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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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권 주자와 부끄러움 지하철 안이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앉아 있다. 젊은이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게임에 몰입해 있다. 노인은 경로석에 앉아 정치 이야기에 여념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 정도의 데시벨은 아니다. 그런데 “부스럭부스럭 쩝쩝” 누군가 음식 먹는 소리가 귀를 거스른다. 순간 모든 승객이 약속이나 한 듯 소리 나는 쪽을 돌아다본다. 한 중년남성이 한쪽 귀에 마스크를 걸친 채 컵에 담긴 닭강정을 천연덕스레 먹고 있다. 다들 말로 항의는 못하고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그러다 누군가와 눈이 딱 마주쳤는지, 중년남성이 왜 쳐다보냐며 쌍욕을 한다. 그가 대꾸하려다 중년남성 목에 목도리처럼 두른 또 다른 마스크를 보고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그만둔다. 중년남성이 계속 욕을 해대자 일행인 듯한 옆에 앉은 젊은 여성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린다. 중년남성이 아랑곳하지 않자, 다들 자리를 피해 다른 칸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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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돌봄의 윤리와 노동 “교수님, 시댁에 갈 일이 있어서 오늘 수업 못 갑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학원 수업에 못 온다고 제자가 문자를 보내온다. 달력을 보니, 아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벌써 추석인가요?” 바로 답이 온다. “네. 사실 추석 차례를 준비해야 해서요. ㅠㅠ” 이모티콘까지 보내 속상한 마음을 전한다. 수없이 되풀이해서 확인하는 경험적 진리. 공부하는 여성이 이룰 학문 성취에 대한 기대가 극도로 낮은 사회.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나 보다. “다음부턴 공부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하세요.” 바로 답이 온다. “시댁에 먹힐지 모르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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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플랫폼 물신주의 “고객님의 상품이 배송되었습니다. 인수자(위탁): 현관문 앞.” 이른 아침 문자 소리에 깨어 현관문을 열어보니 어제저녁 주문한 상품이 벌써 바닥에 놓여 있다. 로켓 배송이라더니 클릭 몇 번에 원하는 상품이 바로 문 앞에 배송되는 세상에 새삼 놀란다. 쿠팡 이사회 김범석 의장이 2019년 미국 CNBC 기자와 인터뷰한 장면이 떠오른다. 김 의장이 달뜬 목소리로 꿈을 펼친다. “만약 잠자리에 들기 전 주문을 하고, 일어나 보니 상품이 문 앞에 있다면요.” 기자가 호들갑스럽게 맞장구를 친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요?” 바로 찬탄이 튀어나온다. “네, 그건 마법 같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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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아의 영토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 명함 스캔본 또는 이력서,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논문 심사를 했더니 심사비를 지급한다며 개인정보를 요청한다. 별생각 없이 보내려다,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내 개인정보를 알려주자니 왠지 찜찜하다. 심사비 안 받을 테니 봉사한 셈 쳐달라고 했다. 더는 연락이 없다. 얼마 전 동료가 들려준 에피소드다. 현장 연구를 위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교인 수첩을 만들려고 하니 주소, 전화번호, 직업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물으니, 당황한 듯 같은 교인끼리 그것도 안 알려주냐고 되물었다. 교인 수첩이라고 교인만 보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 맞받자, 별 까탈스러운 사람 다 있다며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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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배틀 로얄’과 공정 36세 ‘청년’이 제일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평소 공정한 기회를 강조해왔던 터, 대표수락 연설문부터 남다르다. 토론배틀을 통해 대변인단을 공개 채용하겠다. ‘5급’ 공무원 공개 채용이 공정한 시험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뽑는 것처럼, 토론배틀을 통해 뛰어난 대변인단을 선발하겠다.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불확실성’이다. “그 승자는 누구일지 저도 모릅니다.” 피선거권도 없는 대학생이나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일 수도 있다.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무지의 베일’이야말로 모든 이들을 배틀 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