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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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박 대 백’ 대구·경북의 소문난 맛집에 가면 어김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이 맞이할 때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음식점 주인의 사진을 보자고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2016년 탄핵 국면을 지나면서 슬그머니 사진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진이 있던 자리는 철 지난 바닷가처럼 한동안 휑하니 비어 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한 맛집에 들렀더니 그 자리를 <백종원의 삼대천왕> 사진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박근혜에서 백종원으로!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만약 대구·경북의 모든 음식점에 <백종원의 골목식당> 사진이 걸리는 날이 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박의 국가언어’로 살던 대구·경북 사람들이 ‘백의 시장언어’로 살아가는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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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택시 드라이버 얼마 전 늦은 밤 갑자기 카톡이 울렸다. “대구에서 발표할 일이 있어 왔다가 동대구역 가는 길입니다. 불금의 저녁, 대구도 길이 많이 막히네요. 엄청 덥고요. 기사 아저씨는 계속 문 정부 욕만 하시고.” 아는 교수였다. 답장을 보냈다. “제가 반복적으로 겪는 일 겪으셨군요. 서울 말씨만 쓰면 바로 나옵니다.” 위로의 문자가 왔다. “아…그런 거군요. 대구에서 사는 거 만만치 않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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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침팬지 공화국 사고로 우주를 떠돌던 한 우주인이 침팬지 혹성에 불시착했다. 우주선을 간신히 빠져나와 헤매고 다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침팬지 공안에게 붙잡혔다. 이 혹성에서는 지위가 높을수록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는데 침팬지를 닮지 않은 이상한 자가 ‘곧선 보행’을 하고 다니니 난리가 난 것이다. 침팬지 공안마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판에 ‘듣보잡’이 감히 허리를 펴고 다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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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주술 사회 얼마 전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에 자신들이 사용하던 볼펜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취지는 이랬다. “좋은 기운을 전해드리고자 직접 손편지를 쓰고, 공부할 때 사용한 펜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당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번지면서 학벌주의에 대한 개탄이 이어졌다. 결국 이 창업동아리는 사과문을 올리고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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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골든벨 사회 공영방송 KBS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방영하고 있는 <도전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생존주의 시대답게 청소년 100명이 50문제를 풀면서 매 순간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포맷이다. 50문제를 모두 맞힌 사람은 골든벨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하다보면 중간에 학생들이 대거 탈락하는데, 패자부활이란 이름의 매우 간단한 게임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50번 문제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채 탈락한다. 가끔 최후까지 살아남은 한 명이 50번 문제에 도전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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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파견 사회 얼마 전 경북에 사는 두 명의 80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 결혼을 꼽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부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A여성은 결혼 후 3일 만에 시집으로 옮겼다. 반면 B여성은 1년 동안 친정살이를 하다 시집으로 갔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3일 만에 옮긴 A의 경우 친정집의 곤궁한 살림 탓에 입 하나 덜자는 심산으로 빨리 시집으로 떠났다. 형편이 어렵다보니 혼수를 거의 마련하지 못하고 몸만 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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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용 저주 사회 최저임금 정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한쪽에서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노동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 가격이 오르니 기존 노동자마저 해고해서 실업률이 증가한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폭등해 경제가 파탄난다. 다른 한쪽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렵게 된 것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최저임금 수준이 OECD 가입국 기준으로 볼 때 결코 높지 않으니 더 올려야 한다.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서 경제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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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생존주의 나라 지난여름 대구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받고 스튜디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PD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작가도 없이 아나운서 혼자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구조조정한다고 인원감축을 해서 그렇단다. 아니 각자 전문 영역이 따로 있는데 어떻게 아나운서가 혼자 다 하냐고 다시 물었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경영이 어려워서 그럴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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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생존주의 대학 사회학자 김홍중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청년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주의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생존주의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경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도태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경쟁은 최종 종착지 없이 계속해서 미래로 연장된다. 셋째,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모든 잠재 역량을 자본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은 평범한 안정이다. 다섯째, 진정성을 추구하는 것과 체제에 기능하는 것은 더 이상 대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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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달인사회 바야흐로 청년들이 단기 성공 대신 장기 생존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적 삶이 서바이벌 게임처럼 변모한 지금, 오래 살아남은 자가 승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러시안룰렛이나 폭탄 떠넘기기와 같이 매번 탈락자를 솎아낸다. 이렇게 되면 게임에 임하는 근본 태도가 달라진다. 이번만 피하고 보자. 남에게 위험을 전가하자. 하지만 마냥 운이 따라줄 수만은 없다. 어차피 승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는 잔혹한 게임에서 패배는 시간문제다. 경쟁에서 이길 때 잠시 기쁨을 누리지만, 패배자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괴롭고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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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온 대학 상놈 되기 올해 국회에서 새로운 강사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강사당 학기별 최대 6시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9시간 수업을 맡겨야 한다. 1년 단위로 계약해서 최대 3년을 보장해야 하고, 방학 중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도 마련해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해주어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에 최소한이나마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어 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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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온 나라 상놈 되기 <여유당전서>에서 정약용은 자신의 소망을 털어놓는다. “내가 바라는 바는 온 나라를 양반 되게 하여 온 나라에 양반 없게 하는 것이다.” 정약용이 정말 온 나라 양반 되기를 바랐는지 학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아리송한 다음 말이 논란을 부추긴다. “천한 자가 있어야 귀한 자가 드러나는 것인데, 만일 다 존귀하다면 이는 곧 존귀한 사람이 따로 없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정약용이 온 나라 양반 되기를 바라긴 했지만 당시 양반답지 않은 자들의 행세를 비판했을 뿐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관작이 없는 자도 스스로 귀족이라 칭하고 군역과 요역을 면하는 바람에 나라가 가난해지는 폐단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대 온 나라 양반 되기를 질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