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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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핵 인정? …시야 넓혀 외교 틀 다시 짜야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2022년 예산으로 약 600조원을 확정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 돈을 주면 독도를 팔까요? 백 배의 돈을 주면요? 6경원은 아주 크죠. 소상공인 지원, 경항공모함 건조, 출산 장려 등 요즘 논란이 되는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항만, 도로, 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 발전도 도모할 수 있죠. 복지와 교육 전반에 획기적 지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독도가 가지는 역사적,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반일 시위로 나라가 시끄러울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물론 가정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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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는 아직 다양성에 목마르다 어느 날 한국에 관심 많은 미국 동료가 <오징어 게임>을 봤냐고 물었습니다. 덕분에 그 화제의 드라마를 보게 됐죠.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가 미국 시장만큼은 넘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다릅니다. 보수적 미국 시골에서도 방탄소년단에, 블랙핑크에 열광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도 마찬가지죠. 지난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이터널스>에 마동석이 주연급으로 출연합니다. 미국 측에서 콕 집어 그를 캐스팅했을 만큼 한국 영화는 저력을 키워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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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누가 교회를 공화국 위에 두고 있나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의 손바닥발 무속 논란이 뜨겁습니다. 무속신앙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밝힌 황교안은 윤석열 전도를 외쳤고, 유승민은 천공 선생과의 관계를 추궁했습니다. 천공 선생을 손으로 암을 치유했다는 등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몰았죠. 당황한 윤 후보는 성경책을 들고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찾았습니다. 이런 논란 뒤에 무속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습니다. 윤 후보 본인 말처럼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거나, 황교안처럼 진짜 종교가 아니라는 등이 그것이죠. 하지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무속은 “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전승되는 종교현상”입니다. 굿을 하건, 통성기도를 하건 사람의 지식이 닿지 않는 영역을 초인의 행위로 설명하는 점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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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 게임에 한반도를 가두지 말라 지난 11일은 9·11 사태 20주년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뉴욕과 펜타곤,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벌판 등 세 곳의 현장을 찾았죠. 몇 시간에 걸쳐 사망자 이름 전부를 읽는 등 행사 형식은 이전과 비슷했지만,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9·11 사태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불과 열흘 전 끝났으니까요. 혼란스럽고 침통한 후퇴였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패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50%대를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43%까지 급추락했습니다. 의회 청문회가 이어지고 정치공세도 요란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혼란상은 1975년 미국의 사이공 철수, 198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비교됩니다. 군인, 기업가, 봉사자 등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했던 수많은 이들의 한탄도 끊이지 않죠.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냐는 분노와 그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리라는 염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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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는 우리의 위기를 극복할까 미국 코로나19 사태는 2020년 봄, 한국보다 몇 개월 늦게 시작했습니다. 봄방학을 시작으로 문을 닫는 대학이 나왔죠. 주 정부 등도 하나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통행금지령 등 강경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이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사태 초기에 코로나19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죠.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일상인 사람이라 놀랍지 않았지만, 국민의 목숨을 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짓말에 미국 사회는 경악했죠. 코로나19는 별것 아니다, 치료제가 나와 있다, 조금 있으면 마술처럼 다 사라질 것이다 등등 거짓말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치공작도 이어갔죠. 수십년간 전염병 예방 책임자였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들, 코로나19 방역에 바쁜 주지사, 시장 등과 뉴스 미디어 등을 정적으로 대했죠.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통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갈등마저 부추겼습니다. 제2의 트럼프를 자처한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공화당계 시민들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마스크, 백신 등 해결책이 있지만, 사태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정치적 욕심 탓에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기가 막힌 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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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통일부의 ‘과감한 목소리’가 듣고 싶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 촉발된 정부 부처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 … 이번 정부 들어서 통일부가 무엇을 적극적으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여가부에 이어 통일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죠. 신문 칼럼도 쏟아지고 TV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자주 그렇듯 이번에도 논쟁은 본질을 피해 가는 듯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존폐 논란 이면에는 여러 문제가 깔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외면한 채 최근의 논란은 누가, 얼마만큼 피해를 봤느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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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준석에게 ‘딱지’ 붙이는 정치가 위험한 이유 이준석 바람에 트럼프, 극우, 포퓰리스트 등의 딱지 붙이기에 분주합니다. 용혜인 의원과 신지예 전 서울시장 후보 등은 이준석 대표를 여성 혐오 정치인으로 몰아 트럼프에 빗댔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준석 열풍이 극우 포퓰리즘으로 흐를까 우려한다고 했죠. 우려스러운 주장입니다. 우선 이런 딱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대표적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입니다. 기존의 가치, 즉 백인 위주의 사회를 지키려 했기에 우파이고, 이를 위해 이민자, 비백인계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조장했기에 극우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엘리트 위주의 대의 민주체제 그 자체를 공격했죠. 관료와 전문가의 지식, 경험도 무시했습니다. 대신 대중 인기에만 영합하며 포퓰리스트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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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현실 속의 ‘슬의생’을 기대하며 6월이 되면 TV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시작합니다. 시즌1을 재밌게 봤기에 기대가 큽니다. 드라마 속의 의사는 성실함과 헌신을 통해 큰 감동을 줍니다. 환자의 간절함도 누구나 한번은 느껴봤던 심정이기에 눈물과 웃음을 끌어내죠.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을요. 인천 21세기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허리 수술을 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이 절개하고 뼈를 깎고 나서야 의사가 처치했습니다. 봉합도 그들 몫이었죠. 엎드려 누운 환자를 속이기 위해 의사만 말을 했고, 환자는 등 뒤의 일을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나왔습니다. 내부고발자는 수익 극대화가 그 배경이었다고 밝혔죠. 대리 수술은 충격적이지만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2018년 한 의사는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에게 100차례 의료행위를 시켰습니다. 2014년부터 3년 간 울산 한 병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700번 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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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배후의 역사, 인간의 습성 배후를 찾는 습관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합니다. 번개가 “구름 속에서 분리 축적된 음전하와 양전하 사이 또는 구름 속의 전하와 지면에 유도되는 전하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꽃방전”임을 몰랐으니 신의 노여움으로 이해했죠. 번개뿐 아닙니다. 알 수 없는 운명에, 불안한 미래에 배후를 세우고 이야기를 채웠습니다.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었지만 마음은 편했죠. 우리 죄로 신이 노했다는 설명은 가당치도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신전을 지으며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 믿음이 커갈수록 제사장의 권력과 돈도 커갔죠. 그 배후 또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막연했던 정령, 귀신은 구체적 인격과 스토리를 얻었죠. 번개의 신은 북유럽의 토르, 그리스의 제우스, 마야의 카위일로 등업했습니다. 그 정점은 유일신의 등장이었습니다. 그 유일신은 특정 현상, 지역을 떠나 지구 만물의 배후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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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 안의 인종차별부터 멈춰야 “Stop Asian Hate”(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를 멈추라)는 구호가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살해사건으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주목을 받으면서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도 없습니다. 미국 백인의 인종차별은 흑과 황을 분간하지 않으니까요. 중국계 이민을 금지하는 ‘중국인 배척법’이 1882년, 아시아계 특히 일본 이민을 막는 ‘이민법’이 1924년에 통과됐습니다. 2차 대전은 그 인종적 차별을 노골화했죠. 독일과의 전투에서 볼 수 없던 인종적 조롱이 태평양전에서는 당연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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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얀마의 학살 ‘예의 주시’만 할 건가 미얀마 군대의 학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 결과에 군부가 불복,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켰죠. 정치 지도자들을 구금하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 벌써 시민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겨우 이어오던 민주체제의 붕괴, 군부 재집권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정부는 쿠데타가 일어난 2월 초, 군부를 비난하고 경제 조치에 나섰습니다. 영국 등 서방국가도 동조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도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정치 지도자 석방과 사태 해결을 요구했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려를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공식 입장은 유보하고 있죠. 한국 정부도 당장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고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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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공유지의 참극’을 막으려면 공공재는 유지가 힘듭니다. 유지 비용은 공적이고, 사용으로 얻는 이익은 사적이기 때문이죠. 모두 맘껏 쓰죠. 이러다가 다들 못 쓰게 될 걸 알아도 멈추지 않습니다. 욕심 때문이 아닙니다. 내가 아껴도 누군가 그것을 써버릴 걸 알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의 비합리적 선택으로 끝나는 겁니다. 폐수 무단 방출, 매연 트럭 운행 등이 예입니다. 그 반대, 즉 비용은 사적이고 이익은 공적인 상황은 어떨까요. 동네 사람들이 소, 염소 등을 몰고 와 풀 먹이는 공유지를 생각해보죠. 공유지에 가축이 모이자, 산짐승이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울타리가 필요했습니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면 쉽게 해결될 듯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염소 새끼만 당하고, 발자국을 보니 작은 짐승이 분명했습니다. 소에 위험이 없으니 소 주인은 지갑을 안 열었죠. 염소 주인은 애원했죠. “큰 짐승도 올 수 있다. 울타리를 치면 큰 짐승도 막는다.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다.” 공동체 입장으로 이성적 판단이었지만 소 주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비합리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염소는 사라졌습니다. 더 큰 짐승이 나타났고, 결국 아무도 공유지를 쓸 수 없게 됐죠. 이처럼 비용은 사적, 이익은 공적이어도 공공재는 지키기 힘듭니다. 이를 ‘공유지의 참극’으로 부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