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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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극우 세력에 짓밟힌 ‘깨진 민주주의’ 찾아오기 좌파와 우파가 아닌 극우 세력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해방 이후 특정 보수우익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아닌 불특정 집단의 움직임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적지 않다. 독일 나치즘이나 이탈리아 파시즘 추종 세력들과 흡사한 한국 사회 극우 세력의 등장일지도 모르겠다. 자유당 시절에나 존재했던 ‘반공청년단’을 지칭한 집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그 전조였다. 며칠 후 서울서부지법 점거와 폭력 사태의 반동적 행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극우 유튜버가 국가인권위원회 엘리베이터까지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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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모두를 돌봐야 하는 돌봄사회와 노동 새로운 사회대개혁, 새공화주의, 시민헌정주의와 같은 논의들이 화두인 듯하다. 거대담론 속에 각 분야별 전환 과제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돌봄사회로의 전환은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개혁과제 중 하나다. 돌봄 종사자가 가장 많은 보건복지 분야는 향후 노동시장에서도 78만명이나 취업자가 증가할 곳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병원, 시설, 요양, 재활, 센터들만이 보인다. 문제는 돌봄노동의 평가절하다. 오랜 시간 고착화된 사회경제적 산물 속에서 돌봄노동은 여성, 저임금, 고령의 불안정노동을 대표하는 일자리가 되었다. 반면에 같은 시기 뉴스 기사에 ‘돌봄노동’을 다룬 것은 2027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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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불확실성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 모색 총체적 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곧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 우선주의는 전 세계 경제와 외교·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안정한 정치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폭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스닥·나스닥 급락의 충격 여파도 적잖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보수 집권세력은 권력야욕만 앞세운 행태들만 보인다. 오직 본인들이 향유하고 있는 정권과 자리 유지에만 혈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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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나는 고발한다, 국민주권을 짓밟은 윤석열을 12월3일과 4일 약 6시간, 대한민국은 4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의 취지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임을 강조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군경은 국민주권의 상징인 국회 봉쇄와 난입을 시도했다. 헌법에 적시된 비상계엄 해지 요구 의견을 막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기술발전으로 국민들은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침탈과 해제까지 실시간 지켜보았다.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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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쿠팡법’만이 노동자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 또 쿠팡 계열사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부터 중대재해와 블랙리스트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뭐 하나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자본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사실 쿠팡은 온라인 플랫폼 전자상거래로 출발한 지 14년 된 기업인데 아마존 모델을 활용해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젠 쿠팡 없이는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는 시민의 말에는 여러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경제의 성장 속에서 쿠팡제국의 어두운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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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주 4일제 실험, 비판과 대안 궤적 사이 세브란스병원과 경기도가 쏘아 올린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5년 후 어떻게 평가될까. 예견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시간을 새롭게 되찾기 위한 사례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노동이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은 노동시간의 규율이다. 세계인권선언에 ‘일할 권리’ 다음에 ‘쉴 권리’가 명시된 것은 이유가 있다. 산업혁명 시기 일터에서 노동자 건강이 훼손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고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본과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거나 주저한다. 이들의 반대 논리나 명제는 세 가지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 자체의 반대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하락과 직결되고 인력 충원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신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 훼손이나 산업재해 등은 경미한 수준으로 치부한다. 다음은 노동시간 정책의 정당화 논리다. 현행 주 40시간 규정이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부 특정 집단만 적용 혹은 혜택만 있다는 것인데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노동자 임금 감소까지도 걱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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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윤석열 정부의 모순된 ‘노동약자’ 프레임 지난 2년 우리 사회의 풍경과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사부터 국회 시정연설과 신년사 그리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동개혁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집권 초기에는 노동조합 ‘혐오’를 부각했다. 그러다가 자본과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주 69시간 도입’ 논쟁이 대표적이다. 노사 이해관계는 물론 사회적 파급이 적지 않은 주제들인데 사회적 갈등만 초래했다. 22대 총선 이후엔 ‘노동약자’ 카드를 꺼냈다. 정책자문단 출범과 지역과 직종별 간담회 추진을 보니 곧 법률과 정책을 발표할 듯하다. 주요 화두는 ‘13.1%의 조직노동’이 아닌 ‘86.9%의 미조직 노동’에 방점이 찍혔다. 구도 자체가 잘못되었고, 번지수도 틀렸다. ‘약자’의 대척점은 ‘강자’인데, 그 대상이 조직노동일까.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강자는 채용 및 인사·해고 권한을 가진 기업과 사용자지 노동조합이나 정규직 임금노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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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AI 구독경제 전환과 편향 속에 숨겨진 노동 지난 몇년 새 인공지능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고급 버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서비스와 구글과 애플의 AI 음성 비서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경쟁 중이다. 투자 기술 비용 해결을 위해서라도 ‘구독경제의 길’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이미 지불 능력이 가능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혹자들은 거품 경제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긴 힘들다. 컴퓨터와 AI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 제품들까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될 정도다. AI 독점 자본주의 시대가 멀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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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세브란스 ‘주 4일 실험’에서 찾은 일과 삶의 균형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는 장시간 노동의 늪에 빠져 있었다. 혹자는 이전에 비해 노동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2023년 기준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187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42시간) 회원국에 비해 아직도 더 많은 일을 한다. ‘과로 사회’를 끝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는 열망이 높은 이유일지 모른다. 일과 삶의 균형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과 개인·여가시간의 조화를 의미한다. OECD 회원국의 일을 제외한 시간은 하루 평균 15.1시간인데 우리는 14.8시간에 불과하다. 개인의 삶 속에 나를 위한 시간은 62% 할애에 그쳤다. 결국 해법은 일하는 시간의 양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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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노동기본권 침해와 회피 수단, 기업결합관계 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적지 않다. CU편의점, CGV, 올리브영,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저임금, 초단시간, 불안정 고용이 다수다. 그렇다면 고용과 임금 및 노동조건의 ‘실질적 지배력’은 개별 사업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법률적 책임 소재의 당사자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자유로울까. 매장 시설물이나 확충·보강 기준은 물론 영업시간까지도 가맹본부에 있다. 프랜차이즈는 21세기 대표적인 표준화된 비즈니스사업 중 하나다. 유통이나 IT 분야는 또 다른 기업결합관계 형태로 자리잡은 곳이다. 신세계, 롯데, 현대와 같은 유통기업은 상품 공급과 판매 사업의 매입계약을 취한다. 샤넬, 에스티로더, 랑콤 등 각종 브랜드 기업의 매장 입점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취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포털 기업은 자회사와 분사 전략을 취한다. 네이버 개발·디자인 업무 담당 (주)엔테크서비스나 카카오 콘텐츠 구축 담당 (주)케이앤웍스 모두 모·자회사 관계의 계열 하청법인 성격이다. 전통적인 원·하청관계를 뛰어넘는 복합적 기업결합관계의 자본주의 파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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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플랫폼노동·프리랜서, 육아돌봄 권리 찾기 ‘저출생’과 ‘초고령’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임신·출산·육아문제를 축약한 ‘임·출·육’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공분의 표출 현상 같다. 저출생 문제를 위한 기업 지원 사례도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부영그룹과 쌍방울그룹은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을 발표했고, 콜마홀딩스도 셋째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내놓았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확대 등과는 다른 모양새다. 정치권도 선거철만 되면 다자녀 수당이나 주거·주택 지원 같은 현금성 공약을 제시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성인남녀 소개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보도자료로까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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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허울뿐인 민생이 아닌, 노동입법의 정치 한 달 후면 21대 국회도 마무리다. 곧 22대 국회가 출범한다. 그러나 지난 4년의 모습을 답습하면 안 된다. 되짚어 보면 21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눈치로 차별금지법은 좌절되었고 노조법 2·3조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 정부 부처와 관료조직의 소극적 행정 또한 제도의 지체에 영향을 끼쳤다. ‘아프면 쉴 권리’를 위한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구멍투성이고 전국민고용보험은 소리 없이 정책에서 사라졌다. 이 모두 우리 사회가 차별이 아닌 평등으로 나아가야 할 바로미터인데도 말이다. 21대 국회 평가는 여러 잣대가 있겠지만 입법성과만 살펴보자.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약 2만6783건의 법안을 다루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36.1%(9676개)에 불과하고 그 외 다수는 처리되지 못했다. 문제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고용노동과 보건복지 법안들 대부분이 계류된 점이다. 통과 법안 다수는 경제·산업, 건강·안전, 인권·참여 분야다. 그에 비해 복지돌봄과 고용노동 분야는 12% 남짓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17개 상임위 중 보건복지(1위)와 환경노동(4위) 계류 법안은 전체 10개 중 1개를 상회한다. 복지와 노동은 시민권의 대표적 사회권인데도 말이다. 여야 모두 그들의 ‘민생’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