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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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주 4일제 실험, 비판과 대안 궤적 사이 세브란스병원과 경기도가 쏘아 올린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5년 후 어떻게 평가될까. 예견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시간을 새롭게 되찾기 위한 사례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노동이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은 노동시간의 규율이다. 세계인권선언에 ‘일할 권리’ 다음에 ‘쉴 권리’가 명시된 것은 이유가 있다. 산업혁명 시기 일터에서 노동자 건강이 훼손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고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본과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반대하거나 주저한다. 이들의 반대 논리나 명제는 세 가지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 자체의 반대다.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하락과 직결되고 인력 충원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신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 훼손이나 산업재해 등은 경미한 수준으로 치부한다. 다음은 노동시간 정책의 정당화 논리다. 현행 주 40시간 규정이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부 특정 집단만 적용 혹은 혜택만 있다는 것인데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노동자 임금 감소까지도 걱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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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윤석열 정부의 모순된 ‘노동약자’ 프레임 지난 2년 우리 사회의 풍경과 시간은 거꾸로 흘러간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취임사부터 국회 시정연설과 신년사 그리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동개혁은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집권 초기에는 노동조합 ‘혐오’를 부각했다. 그러다가 자본과 기업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주 69시간 도입’ 논쟁이 대표적이다. 노사 이해관계는 물론 사회적 파급이 적지 않은 주제들인데 사회적 갈등만 초래했다. 22대 총선 이후엔 ‘노동약자’ 카드를 꺼냈다. 정책자문단 출범과 지역과 직종별 간담회 추진을 보니 곧 법률과 정책을 발표할 듯하다. 주요 화두는 ‘13.1%의 조직노동’이 아닌 ‘86.9%의 미조직 노동’에 방점이 찍혔다. 구도 자체가 잘못되었고, 번지수도 틀렸다. ‘약자’의 대척점은 ‘강자’인데, 그 대상이 조직노동일까.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강자는 채용 및 인사·해고 권한을 가진 기업과 사용자지 노동조합이나 정규직 임금노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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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AI 구독경제 전환과 편향 속에 숨겨진 노동 지난 몇년 새 인공지능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고급 버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서비스와 구글과 애플의 AI 음성 비서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경쟁 중이다. 투자 기술 비용 해결을 위해서라도 ‘구독경제의 길’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이미 지불 능력이 가능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혹자들은 거품 경제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긴 힘들다. 컴퓨터와 AI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플랫폼,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 제품들까지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될 정도다. AI 독점 자본주의 시대가 멀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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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세브란스 ‘주 4일 실험’에서 찾은 일과 삶의 균형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는 장시간 노동의 늪에 빠져 있었다. 혹자는 이전에 비해 노동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2023년 기준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187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42시간) 회원국에 비해 아직도 더 많은 일을 한다. ‘과로 사회’를 끝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는 열망이 높은 이유일지 모른다. 일과 삶의 균형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과 개인·여가시간의 조화를 의미한다. OECD 회원국의 일을 제외한 시간은 하루 평균 15.1시간인데 우리는 14.8시간에 불과하다. 개인의 삶 속에 나를 위한 시간은 62% 할애에 그쳤다. 결국 해법은 일하는 시간의 양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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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노동기본권 침해와 회피 수단, 기업결합관계 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적지 않다. CU편의점, CGV, 올리브영,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저임금, 초단시간, 불안정 고용이 다수다. 그렇다면 고용과 임금 및 노동조건의 ‘실질적 지배력’은 개별 사업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법률적 책임 소재의 당사자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자유로울까. 매장 시설물이나 확충·보강 기준은 물론 영업시간까지도 가맹본부에 있다. 프랜차이즈는 21세기 대표적인 표준화된 비즈니스사업 중 하나다. 유통이나 IT 분야는 또 다른 기업결합관계 형태로 자리잡은 곳이다. 신세계, 롯데, 현대와 같은 유통기업은 상품 공급과 판매 사업의 매입계약을 취한다. 샤넬, 에스티로더, 랑콤 등 각종 브랜드 기업의 매장 입점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취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포털 기업은 자회사와 분사 전략을 취한다. 네이버 개발·디자인 업무 담당 (주)엔테크서비스나 카카오 콘텐츠 구축 담당 (주)케이앤웍스 모두 모·자회사 관계의 계열 하청법인 성격이다. 전통적인 원·하청관계를 뛰어넘는 복합적 기업결합관계의 자본주의 파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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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플랫폼노동·프리랜서, 육아돌봄 권리 찾기 ‘저출생’과 ‘초고령’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임신·출산·육아문제를 축약한 ‘임·출·육’과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공분의 표출 현상 같다. 저출생 문제를 위한 기업 지원 사례도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부영그룹과 쌍방울그룹은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을 발표했고, 콜마홀딩스도 셋째 출산장려금 2000만원을 내놓았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확대 등과는 다른 모양새다. 정치권도 선거철만 되면 다자녀 수당이나 주거·주택 지원 같은 현금성 공약을 제시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성인남녀 소개와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보도자료로까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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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허울뿐인 민생이 아닌, 노동입법의 정치 한 달 후면 21대 국회도 마무리다. 곧 22대 국회가 출범한다. 그러나 지난 4년의 모습을 답습하면 안 된다. 되짚어 보면 21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의 눈치로 차별금지법은 좌절되었고 노조법 2·3조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다. 정부 부처와 관료조직의 소극적 행정 또한 제도의 지체에 영향을 끼쳤다. ‘아프면 쉴 권리’를 위한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구멍투성이고 전국민고용보험은 소리 없이 정책에서 사라졌다. 이 모두 우리 사회가 차별이 아닌 평등으로 나아가야 할 바로미터인데도 말이다. 21대 국회 평가는 여러 잣대가 있겠지만 입법성과만 살펴보자. 지난 4년 동안 국회에서 약 2만6783건의 법안을 다루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36.1%(9676개)에 불과하고 그 외 다수는 처리되지 못했다. 문제는 시민의 삶과 밀접한 고용노동과 보건복지 법안들 대부분이 계류된 점이다. 통과 법안 다수는 경제·산업, 건강·안전, 인권·참여 분야다. 그에 비해 복지돌봄과 고용노동 분야는 12% 남짓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17개 상임위 중 보건복지(1위)와 환경노동(4위) 계류 법안은 전체 10개 중 1개를 상회한다. 복지와 노동은 시민권의 대표적 사회권인데도 말이다. 여야 모두 그들의 ‘민생’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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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이동노동자의 은폐된 노동 재구성하기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규정될까. 공장이나 사무실과 같은 특정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여러 변수도 많다.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일하는 특징도 있다. 음식배달이나 마트배송 등 운송서비스부터 설치수리와 방문점검원 그리고 가사서비스까지 직업군도 다양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민간만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이동노동자들은 많다. 이들 다수는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자라는 것이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임금과 시간 같은 노동 기준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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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의미와 과제 전례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고도 한다. 바로 양대 노총 산별연맹은 물론 개별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주 4일제 네트워크’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출범 배경과 목적은 장시간 노동 근절과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이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차이가 있다. 돌봄과 성평등 및 기후위기 대응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핵심 목표와 지향은 ‘주 4일제 법제도화 및 노동시간 체제 전환’이다. 네트워크는 어떤 고민 속에서 출범했고,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을까. 산업혁명 초기 자본은 노동을 상품화해 착취를 발판 삼아 형성되었다.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 놓였던 시기였다. 1년 365일 밤낮없이 돌아가는 공장에 맞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일터의 산업재해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도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 때문에 노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과 맥을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목표도 노동시간 단축이 전제다. 그렇기에 최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간 평균인 1700시간 미만으로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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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사회적 고립 청년, 나홀로 극복에서 벗어나기 “모래벌판에 혼자 그냥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 “외롭고 힘드니까, 공허함이 커서 엄청 우울하고, 잠도 못 자고”, “딜리트 버튼 눌러 다 지워졌으면”. 2023년 한 해 동안 제주지역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 연구진이 접한 청년들의 모습들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계속, 뭔가, 잘, 하는, 하면, 해야, 생각을, 일을, 되고, 못, 나는…” 등의 표현을 자주 했다. 지난 10년 동안 방송 3사와 전국 일간지 11곳의 뉴스 기사에서 고립·은둔 청년문제는 1000건 이상 기사화되었다. 은둔 외톨이나 고립·은둔 혹은 니트(NEET) 청년 등으로 표현했다. 언론에서 다룬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은 취약성 포착이 핵심이다. ‘청년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취약계층 청년”은 고용·교육·복지 등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지원방안 마련을 규정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청년정책의 주요 의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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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거꾸로 가는 국정방향과 천박한 노동인식 새해가 되었어도 반가움보다는 우울함이 크다. 이스라엘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화적 사태 해결 촉구에 불만의 목소리만 들린다. 바로 옆 일본은 한동안 잊고 있던 지진으로 재난을 당했고, 한반도 정세 또한 녹록지 않은 듯하다. 올해는 미국을 포함하여 약 5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있다. 유럽연합 의회 선거도 있으니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정치 환경 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은 물론 국가 차원의 노동문제와 연관된 무역과 통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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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과로사예방법’ 더는 늦출 수 없다 2023년 국민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이었다. 지난 몇년 동안 이처럼 노동시간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현행 1주일 최대 연장근로 한도를 69시간부터 60시간까지 가능토록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의 후폭풍이 거세자 재검토 후 지난 11월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다시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현행 ‘52시간 상한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유연 근무 필요성을 언급했다.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