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최신기사
-
사유와 성찰 총선은 국민 화합의 장이 되어야 22대 총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집으로 배달된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을 보면 일자리 조성, 교통 여건 개선, 공무원 처우 개선, 예방접종 추진, 심지어는 스포츠단 창단, 박물관이나 전문학교 설립 등도 있다. 이들은 만능박사인가? 그럼 행정부 공무원, 선출직 시장이나 군수, 지자체 의원들은 무슨 역할을 하는 건가. 헌법에서 국회의원은 법률안 제출, 국가 예산 심의·확정, 국내외 조약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 국정 감사나 조사 등이 핵심 역할이다.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니까 그런 것 같지만, 후보들의 공약들을 다 이루려면 이웃 나라 예산을 끌어와도 불가능하다.
-
사유와 성찰 역사 퇴행시키는 이승만의 소환 최근 이승만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흥행과 열린송현광장의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쟁 소식에 아연실색했다. 수구세력은 기회가 되면 언제든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헌법은 명백히 이 나라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숱한 민중의 피와 눈물을 뿌리며 여기까지 왔음에도 그들은 정의의 역사를 왜곡, 전복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 삶을 옥죄는 환경은 이승만 독재 권력이 켜켜이 쌓아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
-
사유와 성찰 비판을 되받는 황폐한 정치 언어 한국 사회가 갈수록 정신의 세력이 약화되어가는 이면에는 정치의 타락이 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전략인 척 위장한 정치는 전술에서 편가르기와 합종연횡의 사술을 드러낸다.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도덕은 선악, 미학은 미추, 경제는 이해로 나누는 것처럼 정치는 적과 동지의 실존적 기준을 근거로 나눠진다고 했다. 적이란 한 집단의 존재 방식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낯선 집단이며, 이러한 이질성은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피아의 정치 대립으로 내전 중이다. 총포만 없을 뿐, 정치가들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백성들은 깊은 내상을 입고 있다.
-
사유와 성찰 다르마에 의한 정복이 필요한 시대 학생들과 해를 넘기며 인도 불적지 순례를 하고 있다. 석존의 성도지 보드가야의 마하보디대탑을 생애 처음 방문했다. 수만명의 티베트 승려들이 대탑을 중심으로 자리를 깔고 앉아 독송하거나 절을 올리고 있었다. 이 모든 정경이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혼미 속에서 우주의 카오스처럼 느껴진다. 다음날 석존이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한 전정각산을 오르는 길에 손을 내밀며 구걸하는 달리트(불가촉천민)들을 보며 정신이 번쩍 깨었다. 아니 이들은 2500년 전 성자가 나신 나라의 후손들이 아닌가. 손과 발은 부르터 있고, 눈은 휑하니 초점이 없다. 삶의 원초적 의지를 상실한 달리트들, 무려 1억명이나 된다고 한다.
-
사유와 성찰 중독사회,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한국사회가 중독으로 병들고 있다. 알코올·도박·마약·인터넷의 4대 중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청소년과 직장인으로 확산되는 마약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미국의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서 보는 좀비 같은 현상을 목격할 날이 머지않았다. 강수돌과 홀거 하이데는 공저 <중독의 시대>에서 그 원인을 근대의 탈자연화와 인간해방에서 찾는다. 자연과의 분리를 통해 외부에 존재하는 신으로부터 인위적인 해방을 이룬 인간은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공동체의 분열과 경쟁이 강화되고, 심층적 분열은 내면의 두려움을 초래해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에 기대는 것이 곧 중독이라는 질병이라고 한다.
-
사유와 성찰 이스라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팔레스타인과 한반도는 제국주의가 훑고 간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오스만제국의 패망 이후 국제연맹을 통해 또 다른 제국인 영국의 위임통치가 있었고, 후자는 아시아 각국을 침략한 일본제국의 식민지 중 하나였다. 1948년에 이스라엘과 남한은 각각 단독으로 정권을 수립했다.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고 여전히 그 연장선에 있다. 전쟁국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양국은 최첨단 무기로 자신을 고슴도치처럼 무장하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양 지역은 같은 운명에 처해 있음을 느낀다.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촉발된 현재의 이·팔 전쟁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며, 중동은 물론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총과 미사일로 숱한 생목숨이 날아가는 생생한 현실은 몸서리치는 인간의 야만성을 여실히 폭로한다. 과연 신은 있는가. 야훼든 알라든 분명 신은 하나다. 그렇다면 이토록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상대를 무화시키겠다는, 그의 피조물들의 허망한 의지를 왜 거둬들이지 않는 것일까. 인간 모두를 향한 신의 공평한 자비가 있기나 한 것일까.
-
사유와 성찰 한반도 평화의 최전선이 된 소성리 성주군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지 6년이 흘렀다.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무너져가는 박근혜 정권과 그 위에 세워진 문재인 정권은 차례로 사드를 배치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전쟁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게 된 소성리 주민들은 황당함과 원통함으로 지금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의 아파트 위에 4000㎞를 탐지하는 레이더, 여섯 대의 미사일 발사차량, 수십 기의 미사일, 24시간 돌아가는 발전기가 반영구적으로 배치되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아파트에선 떠나면 그만이지만 혼이 밴 고향땅은 떠날 수 없다. 그것은 추방이거나 유형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
사유와 성찰 세계 속의 한류와 삼류의 한국 정치 한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프랑스·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이 문화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고 본다. 창과 칼이 아닌 한국의 감성이 세계인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갖은 수난을 극복한 이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던 선각자들의 예언이 맞아떨어졌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할리우드를 넘어 ‘한류우드’를 건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를 낳은 정신은 무엇인가. 한국철학 연구자인 교토대학의 오구라 기조 교수는 한류의 마중물이 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최지우에게 폴라리스 목걸이를 건네며, “앞으로 길을 잃었을 땐 제일 먼저 폴라리스를 찾아 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라는 대사를 핵심으로 꼽았다. 지구의 자전축 위에 선 부동의 별인 북극성은 예전엔 천문학이나 항해의 중심이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조성환 옮김)에서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라고 말한다. 조선 오백 년 동안, 북극성처럼 성리학의 ‘리(理)’가 한국인들의 심성을 형성했으며, 그것의 발현인 도덕이 한국인의 삶을 관통하고 역동적인 한류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
사유와 성찰 ‘한반도 숙원’ 들고 바티칸 간 평화마라토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전 세계를 달린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6월28일 바티칸의 교황 일반 알현행사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신부·수도사·수녀·신자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산 피에트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은 자신들의 단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서 특별 초대 손님들과 함께 그 만남의 장면을 지켜봤다. 원불교 신도인 그는 교황에게 원불교 신앙과 수행의 대상을 상징하는 목재로 된 일원상과 실향민 이범옥 시인의 시,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미사를 판문점에서 올려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했다.
-
사유와 성찰 정전 70주년, 이제는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정전은 휴전으로 전쟁을 잠시 중단했다는 말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전시상태다. 지금까지 한국 군대에서 자살·사고·작전 중 사망한 군인은 6만명이 넘는다. 현재도 매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이 나라는 젊은이들의 피와 눈물로 유지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사회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정치와 경제는 피아(彼我) 대결의 장이고, 입시와 취직은 고지전이며, 대화와 토론은 양보 없는 이념의 참호전이다. 권력 독점은 전투지휘관처럼 인적·물적 자원을 마음대로 처분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후방의 전투지원 상황과 같다.
-
사유와 성찰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공동의 시조인 단군 왕검이 민족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 생로병사를 초월하여 열반과 해탈을 얻어 중생들에게 희망을 전한 석가모니불의 탄생일인 부처님오신날, 인류의 모든 죄악을 대속하고 복음을 전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이 나란히 공휴일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여곡절의 역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의 종교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는 양날의 칼처럼 위험이 내재된 사회다. 어리석은 후손들은 성자들의 가르침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이용한다. 때로 종교인들은 이웃구제의 방편인 교단의 세를 불리기 위해 권력자들과 영합한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인류 연대가 성자들의 바람이지만, 종교는 국가와 공모하여 세상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
사유와 성찰 미국의 패권주의와 브레이크 없는 욕망 다음의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차지하는 나라, 세계 800여곳의 군사기지 보유국, 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에 개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라,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내정을 간섭해 온 나라,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며 맘대로 찍어낼 수 있는 나라, 국제형사재판소 비참여국, 정보를 얻기 위해 동맹국 도청도 개의치 않는 나라, 한반도에 세계 최대 군사기지를 가진 나라. 미국이다. 미국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얼굴을 한 나라다. 세계 인구의 5%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모든 언론에서 이 나라가 언급되지 않는 날은 없다. 오직 힘 하나로 오대양 육대주에 성조기를 휘날린다. 세계 최고 수준인 아카데미즘에 기반해 첨단 예술과 산업을 견인한다. 미국 정치계에 진출할 만큼 한국인들도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문화·종교가 뒤섞인 에너지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른다. 아메리칸드림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악의 축이야말로 미국이라며 핏대를 세우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미국은 무소불위의 국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