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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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대한민국 헌법’을 읽고 나서 헌법 제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은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보호막이다. 내심 승인하는 이유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거나 태어나보니 이미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상낙원을 만들기 위한 성현의 경전에 비추어 현실은 여전히 미완성인 것처럼, 헌법 내용도 이 나라에 완전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헌법은 정치적 대결의 산물이다. 하도 급하게 만들다보니 문장이 산만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우리가 이 땅을 떠나지 않는 한 금과옥조로 받들며 살아야 한다. 오랜만에 정독하며 나름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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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타락한 극우 종교의 정치화 한때 개발독재 체제 아래 신음하던 민중의 눈물을 닦아주던 종교가 기독교다. 하나 교회는 권력에 순응하며 개인의 성공은 이끌었지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외면했다. 이후 대중을 자본으로 보는 시장신학, 경영기법이 도입된 기업교회, 예수의 이미지와 말씀을 상품화한 천국경제가 뒤를 이었다.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을 추동하는 자본의 신을 숭배하게 된 것이다. 일찍이 발터 베냐민이 “기독교 자체가 자본주의로 변형되었다”고 한 말 그대로다. 욕망긍정의 신학이다. 일부의 극우 기독교인들은 이제 이 나라를 정교일치의 국가로 만들고자 광장으로 나온다. 혐오와 증오의 얼굴로 적을 찾으며, 온갖 욕설과 저주로 맑은 하늘을 오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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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 시에서 새만큼 비유되는 동물이 있을까. 시인 정지용은 ‘유리창’에서 요절한 자식을 그리며,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라고 읊는다. 육신을 벗은 영혼을 영원한 천국으로 실어나르는 새는 신의 심부름꾼과도 같다. 또한 그들은 인간의 열망처럼 무한한 자유를 향해 비상을 한다. 그러면서도 날아간 흔적이 없다. 욕망을 초월한 자의 모습이다. 과연 우린 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가벼운 몸으로 수백 수천 리를 날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는 자동항법장치를 내재하고, 대기구조, 풍향과 풍속, 자기장, 별의 위치를 이용한다. 새들을 모방한 비행기는 자유자재한 그들의 비행술에 비하면 초보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더 오랜 생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그들이야말로 지구의 원주민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들을 유해한 동물로 취급하고 박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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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구시대의 종언과 새 시대의 출발 유시민 작가 말처럼,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당시 ‘이것은 국헌문란이며 내란이다’라고 외친 자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가 안위를 다루는 국무위원과 국방을 책임진 최고위 장성들이었다. 명문대와 사관학교 출신 또는 외국 유학을 경험했거나 학생을 가르친 엘리트들이며, 국민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자들이었다. 그러나 마비된 판단력으로 전 국민 경전인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한 자들이 주인을 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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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또다시 백성이 나섰다! 4일 오전 1시쯤 나는 후배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TV를 켰다.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 분노는 백성을 지키라고 준 군통수권을 반역의 총칼로 사용한 어리석음에 대해, 슬픔은 백성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운명 때문이었다. 후배가 요청한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의 성명서를 썼다.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를 행한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백성이 국가의 살림을 맡긴 자가 오히려 도둑이 되고, 반역자가 된 이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헌정질서 파괴는 물론 민주주의를 말살하기 위한 불법 계엄령을 선포한 그 대가는 마땅히 하야이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 하루라도 지체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온 국토를 뒤덮을 것이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대통령 취임선서 내용을 심각하게 위반한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격을 상실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로 끝을 맺고 오전 5시쯤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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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하늘과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1980년대 민주화를 이끌던 대학가의 대자보와 시국성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판 내용은 민주주의 붕괴, 법치주의 훼손, 몰락하는 경제, 권력사유화, 역사퇴행, 불공정과 비상식, 전쟁위기 등 국가 전체 차원에서부터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수수, 국회법안 거부, 검찰권력 사적 이용, 채 상병 사망사건, 뉴라이트 인사, 이태원 참사, 공천개입 등 구체적인 사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가권력의 모든 부패상을 보는 것 같다. 지성사회가 일어섰다는 것은 국가위기의 징후를 탐지했다는 신호다. 사태의 원인은 민주주의의 결함에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현 대통령의 능력과 자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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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전쟁 신학에 포위된 이스라엘 전쟁은 물질이 인간의 정신을 소멸시키는 행위다. 아무리 찬란한 철학·문학·역사인들 폭탄 하나로 사라진다. 전쟁에서 인도적 대우에 관한 국제협약인 제네바협약도 종잇장에 불과하다. 국가는 형법으로 개인의 복수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국가나 단체의 복수를 금지시킬 힘이 없다. 이·팔전쟁은 이러한 약육강식의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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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여순사건과 미완의 국가 추석 명절을 경주에서 지내고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익산으로 차를 몰며, 문득 이 산하가 무덤 아닌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자들이 묻힌 거대한 공동묘지다. 얼마 전 여순사건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도는 여수 만성리 용골에서 느낀 감정은 이를 더욱 생생하게 했다. 종산국민학교에 수용되어 있던 부역 혐의자 수백 명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 여수·순천만 해도 이런 곳이 50여 군데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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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의의 역사는 결코 지배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진보세력이 계승되는 와중에 등장한 것이 뉴라이트다.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발간을 통해서였다. 학문의 자유를 빙자한 식민지근대화론의 등장이었다. 반역사적인 뉴라이트 언설의 근원지다. ‘대한민국 성립의 역사적 의의’의 장에서 그들은 1948년 건국 이후의 역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60년간 세계사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존중하고, 그것을 국가체제의 기본 원리로 채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체제가, 인간의 물질적 복지와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골고루 잘산다는 공산주의 이상은 자유와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나라의 약진은 196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의 혜택이며, 근대화 기반은 일제에 의해 축적된 자본과 기술에 있었다. 경제와 군사력은 세계 5%에 속하고, 한류로 문화의 세계화도 이뤘으니, ‘일본의 마음’을 헤아려 식민지 지배의 사과 요구도 그만하자고 한다. 그때는 우리가 일본국 국민이었으므로 식민지 모국에 저항한 ‘김구는 테러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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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원전 수명연장 철폐를 핵발전소(핵전)는 과학과 자본의 총아다. 수백만개에 달하는 부품이 자본 힘으로 조립되고, 청정한 무공해와 안전 불패라는 신화를 두른 에너지로 둔갑한다. 과연 그럴까. 핵전은 가장 비자본적 산업이다. 원료인 우라늄 채굴과정의 환경 훼손, 막대한 원전 건설비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공동체 파괴, 핵폐기물 처리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후대로의 전가 등을 생각하면,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는다는 자본의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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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공화국을 허무는 지도자의 분노 분노는 상반된 성격을 가진 난해한 감정이다. 하나는 자신과 주위를 해치는 화염, 다른 하나는 진보적인 역사를 창출하는 힘이다. 대표적으로 전자는 인간을 극한의 고통에 몰아넣는 전쟁이며, 후자는 억압된 자들이 새 질서를 세우는 혁명이다. 같은 분노인데도 어째서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까. 대개 종교는 이를 해로운 감정으로 본다. 불교에선 열반과 해탈을 방해하는 3독심, 즉 탐욕과 성냄과 무명에 속할 정도로 중대한 번뇌다. 자신의 참된 심성을 가리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기독교의 7대 죄악에도 분노가 들어 있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 또한 <화에 대하여>에서 이성의 통제를 떠난, 보복하고 싶은 욕망인 악덕으로 보았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는 과불급이 없는 중용에 따른 분노의 표출은 온화한 인격과 통한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위협적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진화의 본능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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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헌재는 평화적 생존권을 인정해야 헌법은 개인과 개인의 믿음으로 만든 약속이다. 그 속엔 권리와 의무에 기반해 평등과 자유, 행복과 평화를 향한 공동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이 때문에 헌법은 모든 하위법에 우선한다. 그것이 충돌할 때 헌법재판소(헌재)는 위헌법률심사를 하게 된다. 시민의 대리자인 재판관은 헌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권력자들이 그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