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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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이스라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팔레스타인과 한반도는 제국주의가 훑고 간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오스만제국의 패망 이후 국제연맹을 통해 또 다른 제국인 영국의 위임통치가 있었고, 후자는 아시아 각국을 침략한 일본제국의 식민지 중 하나였다. 1948년에 이스라엘과 남한은 각각 단독으로 정권을 수립했다.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고 여전히 그 연장선에 있다. 전쟁국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양국은 최첨단 무기로 자신을 고슴도치처럼 무장하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양 지역은 같은 운명에 처해 있음을 느낀다.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촉발된 현재의 이·팔 전쟁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며, 중동은 물론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총과 미사일로 숱한 생목숨이 날아가는 생생한 현실은 몸서리치는 인간의 야만성을 여실히 폭로한다. 과연 신은 있는가. 야훼든 알라든 분명 신은 하나다. 그렇다면 이토록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상대를 무화시키겠다는, 그의 피조물들의 허망한 의지를 왜 거둬들이지 않는 것일까. 인간 모두를 향한 신의 공평한 자비가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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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한반도 평화의 최전선이 된 소성리 성주군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지 6년이 흘렀다.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무너져가는 박근혜 정권과 그 위에 세워진 문재인 정권은 차례로 사드를 배치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전쟁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게 된 소성리 주민들은 황당함과 원통함으로 지금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의 아파트 위에 4000㎞를 탐지하는 레이더, 여섯 대의 미사일 발사차량, 수십 기의 미사일, 24시간 돌아가는 발전기가 반영구적으로 배치되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아파트에선 떠나면 그만이지만 혼이 밴 고향땅은 떠날 수 없다. 그것은 추방이거나 유형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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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세계 속의 한류와 삼류의 한국 정치 한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미국·프랑스·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이 문화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고 본다. 창과 칼이 아닌 한국의 감성이 세계인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갖은 수난을 극복한 이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던 선각자들의 예언이 맞아떨어졌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할리우드를 넘어 ‘한류우드’를 건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류를 낳은 정신은 무엇인가. 한국철학 연구자인 교토대학의 오구라 기조 교수는 한류의 마중물이 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최지우에게 폴라리스 목걸이를 건네며, “앞으로 길을 잃었을 땐 제일 먼저 폴라리스를 찾아 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라는 대사를 핵심으로 꼽았다. 지구의 자전축 위에 선 부동의 별인 북극성은 예전엔 천문학이나 항해의 중심이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조성환 옮김)에서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라고 말한다. 조선 오백 년 동안, 북극성처럼 성리학의 ‘리(理)’가 한국인들의 심성을 형성했으며, 그것의 발현인 도덕이 한국인의 삶을 관통하고 역동적인 한류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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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한반도 숙원’ 들고 바티칸 간 평화마라토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전 세계를 달린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6월28일 바티칸의 교황 일반 알현행사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가톨릭 신부·수도사·수녀·신자와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산 피에트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은 자신들의 단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서 특별 초대 손님들과 함께 그 만남의 장면을 지켜봤다. 원불교 신도인 그는 교황에게 원불교 신앙과 수행의 대상을 상징하는 목재로 된 일원상과 실향민 이범옥 시인의 시,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미사를 판문점에서 올려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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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전 70주년, 이제는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정전은 휴전으로 전쟁을 잠시 중단했다는 말이다. 여전히 한반도는 전시상태다. 지금까지 한국 군대에서 자살·사고·작전 중 사망한 군인은 6만명이 넘는다. 현재도 매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이 나라는 젊은이들의 피와 눈물로 유지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사회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정치와 경제는 피아(彼我) 대결의 장이고, 입시와 취직은 고지전이며, 대화와 토론은 양보 없는 이념의 참호전이다. 권력 독점은 전투지휘관처럼 인적·물적 자원을 마음대로 처분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후방의 전투지원 상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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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공동의 시조인 단군 왕검이 민족 최초의 나라 고조선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개천절, 생로병사를 초월하여 열반과 해탈을 얻어 중생들에게 희망을 전한 석가모니불의 탄생일인 부처님오신날, 인류의 모든 죄악을 대속하고 복음을 전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이 나란히 공휴일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여곡절의 역사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의 종교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는 양날의 칼처럼 위험이 내재된 사회다. 어리석은 후손들은 성자들의 가르침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이용한다. 때로 종교인들은 이웃구제의 방편인 교단의 세를 불리기 위해 권력자들과 영합한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인류 연대가 성자들의 바람이지만, 종교는 국가와 공모하여 세상을 분열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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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미국의 패권주의와 브레이크 없는 욕망 다음의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차지하는 나라, 세계 800여곳의 군사기지 보유국, 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에 개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라,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내정을 간섭해 온 나라,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며 맘대로 찍어낼 수 있는 나라, 국제형사재판소 비참여국, 정보를 얻기 위해 동맹국 도청도 개의치 않는 나라, 한반도에 세계 최대 군사기지를 가진 나라. 미국이다. 미국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얼굴을 한 나라다. 세계 인구의 5%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모든 언론에서 이 나라가 언급되지 않는 날은 없다. 오직 힘 하나로 오대양 육대주에 성조기를 휘날린다. 세계 최고 수준인 아카데미즘에 기반해 첨단 예술과 산업을 견인한다. 미국 정치계에 진출할 만큼 한국인들도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문화·종교가 뒤섞인 에너지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른다. 아메리칸드림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악의 축이야말로 미국이라며 핏대를 세우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미국은 무소불위의 국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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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분노하는 민중과 대인의 정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첫 토요일에 국방부 앞에 가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위한 집회에 참여했다. 훈련을 위해 미국의 막강한 군사 자산이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무기가 쌓일수록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북한과 극한 대립하는 미국은 백성들끼리 총기로 매일 내전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거나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전범국 독일도 통일되었는데 80년 가까운 남북분단이 지속되는 것은 한반도가 강대국들이 설치한 이해관계의 사슬에 꽁꽁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삶의 문제에 자신의 주체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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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진정성은 있는가 세계 3대 경제대국, G7 멤버, 세계 최대 채권국, 아시아 최다의 노벨상 수상국 등 화려한 경력의 일본을 한국인들은 우습게 본다. 세계적 한류 바람으로 일본 대중문화는 그저 ‘오타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도장과 팩스 사용을 문화지체 현상으로 본다.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의 이중성에 더없이 예민하다. 그렇다고 설사 일본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이사 갈 수는 없다. 하루 왕복비행기도 수십편에 달한다. 불온한 이웃 일본의 1차적 책임은 식민강권통치와 전쟁에 대한 불철저한 반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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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무슬림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십여 년 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의 종교지도자들과 현지 대화 모임을 가졌다. 그때 요르단의 사막에 세워진 천막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밤이 되자 누군가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길도 없는 사막으로 나오자 다들 그대로 누워보라고 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때의 감동을 기관지 ‘종교와 평화’에 실었다. “그곳,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은 한 폭의 우주였다. 태양을 모래처럼 분해해서 뿌려놓은 것 같았다. 그 사이로 수많은 별똥별들이 날아갔다. 바로 우리 옆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숨도 쉴 수 없는 사막의 밤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선인장이 사막이라면 선인장꽃은 밤 그 자체였다. 인류의 역사는 낮과 밤으로 나누어 기술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온 우주의 모습이 이렇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은하계를 포함한 우주 전체를 마주 대한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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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주권 없는 주권자들을 위하여 화물노동자의 파업, 전장연의 지하철 점거, 학습지 선생님들의 국회 앞 농성, 하청 및 청소 노동자들의 길거리 절규, 대리운전자들의 숨죽인 울음은 주권 없는 주권자들이 바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주권의 예외에 해당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은 주권자들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에 의해 사문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근대국가의 주권을 “지상의 신”이 탄생한 것으로 보았다. 민주주의의 결함은 주권의 단일성에 있다며 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를 탄핵하고 있다. 핵전쟁은 이러한 주권 독점의 끝판을 보여준다. 어떻게 손끝 하나에 모든 주권을 모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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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빌드업’ 축구와 한국 정치의 수준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의 질곡을 벗고 축제로 빠져들게 한 축구 국가대표팀에 감사한 마음이다. 투지와 끈기로 경기를 이끄는 모습은 마치 우리 백성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투영된 것 같다. 16강까지 이끈 전술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다. 혼연일체가 된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가 공을 주고받고, 상대 진영에서 틈을 만들어 골을 넣는 모습은 한 편의 예술작품을 빚는 느낌이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기본기는 물론 정확한 판단력, 강인한 체력, 상대팀의 능력에 대응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정치는 팀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