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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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치의 부작위에 책임을 묻는다 아침 출근 자가용에서 라디오를 켰다. 클래식 라디오에서 해설은 없고 음울한 음악만 흘러나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사드가 불법으로 들어가던 2017년 4월과 9월, 밤새 성주 소성리에서 경찰에 짓밟힌 몸으로 눈물 흘리며 익산으로 차를 몰던 그때가 떠올랐다. 주민 100여명밖에 살지 않는 시골에 국가는 1만여명의 경찰을 두 차례에 걸쳐 밀어넣었다. 이태원 참사 때는 경찰 인원이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부재가 아니라, 권력자들에 의한 선택적 취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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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안보라는 이름 앞에 무너지는 환경영향평가법 환경영향평가는 ‘헌법’ 35조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의거하여 ‘환경정책기본법’ 41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실시한다. 그러나 성주 사드 부지를 둘러싼 환경영향평가는 이 취지를 짓밟고 불법과 탈법투성이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미군에 공여된 부지는 총 70만㎡로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라 국방·군사시설사업 시행면적 33만㎡ 이상에 해당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실제로는 두 배에 가까운 롯데골프장 전체가 군사시설 지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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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체제를 가동하라 인류는 세 종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첫째는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인류의 패싸움, 둘째는 불가시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총력전, 셋째는 제임스 러브록이 말한 것처럼 <가이아의 복수>에 대항하는 전면전이다. 이 모든 전쟁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패싸움과 총력전은 형태가 다를 뿐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류멸종에 가까운 기후위기가 시시각각 삶을 조여 오고 있다. 200여년 동안 짝을 이룬 자본주의와 산업혁명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대로는 문명의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금년 ‘중대한 기후 시스템들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위험신호’라는 주제의 호주 보고서에서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연쇄작용이 곧 닥칠 것 같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1.5도는 탄소배출 경로와는 관계없이 2030년경 도달할 것이며 몇몇 임계점들은 이미 도달했다”고 한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높아져 수억명의 기후난민을 양산할 것으로 본다. 죽기 전에 내가 사는 익산도 물에 잠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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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황해를 영구평화지대로 만들자 낮잠을 자다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서 보니 서쪽 하늘로 전투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무력충돌로 치닫을 태세의 중국과 대만·미국, 남과 북,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바라보며 평범한 시민의 무력감을 느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라며,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견고히 하고 중·일·러와는 친선을 유지하는 1동맹 3친선 체제를 주장했다. 그리고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나 외교관은 어느 누구보다 깨어 있어야 한다”(<김대중 자서전>)고 했다. 미군 문제의 관점은 달라도 역사를 관통하는 실용적인 평화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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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아베 신조를 둘러싼 우익 종교의 그림자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 총사령부가 1948년에 펴낸 <일본의 종교>에서는 “일반 일본인들은 전쟁 그 자체가 하나의 종교적 체험이었다. 일왕의 신성(神性)과 신성(神聖)한 국체를 중심으로 국가의 사명감에 기인한 열광적인 광신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급무사들의 반란으로 이룬 혁명의 전해인 1867년 메이지왕의 칙령으로 왕정복고를 선포하고, 원년에는 제정일치 및 신기관(神祇官·신에 대한 제사를 관장하는 기관) 재흥을 포고한다. 왕권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건국신화에 기반, 신도를 국교로 만들었다. 교육칙어와 황실전범이 제정되고, 무려 17조까지 무소불위의 왕권을 명기한 제국헌법으로 근대국가를 법적으로 완결지었다. 백성의 삶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1945년까지 전쟁의 일상이 되었다. 마지막 태평양전쟁에서만 300여만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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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죽은 인문학의 사회 내가 일하는 대학에서 올해 철학과를 폐지했다. 분노하는 재학생들과 철학과 동문들이 내건 현수막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철학이 밥 먹여주나?”라는 말이 오간 지 오래되었지만 이것은 왜곡된 것이다. 수많은 현철(賢哲)들이 없었다면 무명(無明)에 헤매는 인류의 앞길을 어떻게 밝혀왔겠는가. 종교의 광기가 극에 달했을 때, 철학이 없었다면 어떻게 인간이 중도의 길을 걸어왔겠는가. 철학의 사망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인문의 요람인 대학이 기업의 하청기지임을 재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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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드 철폐는 군사주권 회복의 길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책상 위에 중동 지도를 놓고 국경선을 그었다. 분할된 선에 따라 각각 통치하기로 했다. 우리가 지금도 지도에서 보는 반듯한 직선들이 바로 그것이다. 관여한 외교관들의 이름을 따서 사이크스-피코 라인이라고 부른다. 이후 독립한 국가들은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는 일부 베두인족에게 자기네 나라에 정착하도록 집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낙타들의 집으로 변했다. 국경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삶과 하나가 된 사막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곳의 이슬람과 초기 기독교 성지를 순례한 적이 있다. 뜨겁고 황량한 사막에 들어가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군대의 텐트처럼 지어진 호텔이었다. 밤이 되자 함께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아직은 식지 않은 모래 위에 누워보라고 한다. 그대로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보석 같은 별들이 하늘 가득 빛나고 있었다. 유성들은 쉼없이 긴 꼬리를 뽐냈다. 마치 붉은 선인장꽃이 우주에 펼쳐진 것 같았다. 베두인족이 사막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았다. 낮은 지옥이지만 밤은 천국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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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권력독점의 중독에서 깨어나야 한다 권력은 한마디로 남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여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다. 가장 잘 나타난 형태가 국가다. 국가는 법으로 강제한다. 보다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교육으로 이념 무장을 시킨다. 생각해 보라. 나는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왜 이 나라의 국민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속한 나라의 모든 이웃을 일일이 만나 악수하고, 영토를 다 밟아보고 나서 승인했는가. 지도만으로 국토를 인식하며, 소속 여부의 기회도 없이 추상적인 숫자 속 국민으로 편입된다. 국가의 이복형제인 자본도 잠복된 욕망을 부추겨 물신의 낙원을 창조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자본이 만든 이러한 세상을 하이퍼리얼리티라고 부른다. 실제와는 무관한 이미지인 시뮬라크르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시뮬라시옹 현상이다(<시뮬라시옹(하태환 옮김)>).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당 대회를 통과한 인물의 출현, 미디어의 인물 품평, 여론조사에 의한 대결구도 압축, 스릴 넘치는 개표방송, 권력 분배를 위한 낙점의 권능, 화려한 퍼포먼스를 동원한 취임식 등 이 모든 것은 권좌의 실체화를 위해 TV화면에만 등장하는 ‘트루먼 쇼’에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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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전쟁으로 병든 문명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인류가 축적한 전쟁의 비열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먼저 역사상 가장 긴 체제였던 왕권국가들이 취했던 약육강식의 전쟁이다.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민주국가로 전환되었음에도 그 악습이 유전되고 있다. 국가의 민주주의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의 민주주의는 없다. 유엔은 몇몇 강대국의 독점 연합일 뿐, 그들과 이해관계를 맺지 않는 약소국가에는 무의미한 곳이다. 미국이 파나마나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거의 모든 나라들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때부터 보여준 것처럼 진영 싸움이 되고 있다. 비록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했지만, 냉전의 한 축이었던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대결임은 자명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나토 회원국가들이 도와주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그들의 이념인 자유주의의 최전방이기 때문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된 우크라이나는 서쪽 진영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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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드 배치 선거공약은 철회되어야 한다 어스름한 새벽녘 영하의 차가운 날씨 속에 도로에 주저앉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폐를 외치는 주민과 연대 시민들을 1000여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한 명씩 끌어냈다. 분노로 가득 찬 어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를 이끌고 양쪽에 늘어선 인간 벽의 한가운데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왜 우리 땅을 우리가 맘대로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느냐”며 고함을 쳤다. 그들 옆에 붙어 있던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은 한반도의 운명과도 같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어디로도 빠져나갈 길이 없는 폐쇄된 이 땅의 이미지와 겹쳤다. 매일 도로를 트기 위한 작전이 개시된 이제 농사는커녕 주민들은 사드가 들어간 길 위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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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분열의 시대, 통합의 정치 세계는 여전히 혼돈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위기는 자칫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야만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면 도대체 철학과 예술과 종교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 이를 제어할 힘이 인류에게는 정녕 없는 것일까. 지구는 분열과 정복의 상처로 신음한다. 한국 사회 또한 정신분열증으로 피폐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그 증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군사정권의 이념인 반공과 멸공을 소환하며 피의 역사를 망각한다. 상대방을 선의의 경쟁 상대보다는 전투의 적으로 보는 환각에 둘러싸여 있다. 언론은 그들의 3대 준칙인 침소봉대, 부화뇌동, 아전인수의 와해된 언어를 무기화한다. 권력을 향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의 행태는 간과 쓸개마저 내던져버린 비논리의 삶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거대한 정신병동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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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절망의 끝은 희망이다 월드오미터의 통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코로나19 감염자는 약 2억8000만명, 사망자는 약 540만명, 회복된 사람은 약 2억5000만명에 이른다. 인류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와 여전히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삶의 현장이 오히려 최전선이 된 이 전쟁에서 인류는 과연 무엇을 깨달았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있어도 그들의 철학과 취향, 목표와 영토 확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한다. 전쟁터의 주도권은 여전히 그들이 쥐고 있다. 광활한 우주 속의 한 점 지구호는 조난신호를 보낼 이웃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지구온난화로 모든 생명이 사라져도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중심으로 돌 것이다. 언제나 자기 정화작용을 할 뿐이다. 코로나19 사태나 지구온난화의 교훈은 인간중심주의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존재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숲과 바다와 동물들은 각자 자신들의 세계와 언어가 있다.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은 <숲은 생각한다>(차은정 옮김)에서 숲속의 생물들이 기호의 차원에서 사고하며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의 루나족이 그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수억년 동안 지구는 공존의 방식을 진화시켜왔다. 그러나 이웃과 고립되어 도시를 건설한 인간들은 자신들 외에는 대화를 단절하고 있다. 지구는 다양한 생명체의 연방제로 진화하고 있으며, 당연히 그들과 연정하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