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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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미국의 패권주의와 브레이크 없는 욕망 다음의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 세계 군비지출의 반을 차지하는 나라, 세계 800여곳의 군사기지 보유국, 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에 개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나라,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내정을 간섭해 온 나라,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하며 맘대로 찍어낼 수 있는 나라, 국제형사재판소 비참여국, 정보를 얻기 위해 동맹국 도청도 개의치 않는 나라, 한반도에 세계 최대 군사기지를 가진 나라.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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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분노하는 민중과 대인의 정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첫 토요일에 국방부 앞에 가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위한 집회에 참여했다. 훈련을 위해 미국의 막강한 군사 자산이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컨트롤타워가 없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무기가 쌓일수록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북한과 극한 대립하는 미국은 백성들끼리 총기로 매일 내전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거나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전범국 독일도 통일되었는데 80년 가까운 남북분단이 지속되는 것은 한반도가 강대국들이 설치한 이해관계의 사슬에 꽁꽁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삶의 문제에 자신의 주체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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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진정성은 있는가 세계 3대 경제대국, G7 멤버, 세계 최대 채권국, 아시아 최다의 노벨상 수상국 등 화려한 경력의 일본을 한국인들은 우습게 본다. 세계적 한류 바람으로 일본 대중문화는 그저 ‘오타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도장과 팩스 사용을 문화지체 현상으로 본다.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의 이중성에 더없이 예민하다. 그렇다고 설사 일본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이사 갈 수는 없다. 하루 왕복비행기도 수십편에 달한다. 불온한 이웃 일본의 1차적 책임은 식민강권통치와 전쟁에 대한 불철저한 반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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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무슬림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십여 년 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의 종교지도자들과 현지 대화 모임을 가졌다. 그때 요르단의 사막에 세워진 천막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 밤이 되자 누군가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길도 없는 사막으로 나오자 다들 그대로 누워보라고 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때의 감동을 기관지 ‘종교와 평화’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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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주권 없는 주권자들을 위하여 화물노동자의 파업, 전장연의 지하철 점거, 학습지 선생님들의 국회 앞 농성, 하청 및 청소 노동자들의 길거리 절규, 대리운전자들의 숨죽인 울음은 주권 없는 주권자들이 바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주권의 예외에 해당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은 주권자들의 위임을 받은 권력자에 의해 사문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근대국가의 주권을 “지상의 신”이 탄생한 것으로 보았다. 민주주의의 결함은 주권의 단일성에 있다며 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를 탄핵하고 있다. 핵전쟁은 이러한 주권 독점의 끝판을 보여준다. 어떻게 손끝 하나에 모든 주권을 모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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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빌드업’ 축구와 한국 정치의 수준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의 질곡을 벗고 축제로 빠져들게 한 축구 국가대표팀에 감사한 마음이다. 투지와 끈기로 경기를 이끄는 모습은 마치 우리 백성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투영된 것 같다. 16강까지 이끈 전술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다. 혼연일체가 된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가 공을 주고받고, 상대 진영에서 틈을 만들어 골을 넣는 모습은 한 편의 예술작품을 빚는 느낌이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기본기는 물론 정확한 판단력, 강인한 체력, 상대팀의 능력에 대응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정치는 팀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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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치의 부작위에 책임을 묻는다 아침 출근 자가용에서 라디오를 켰다. 클래식 라디오에서 해설은 없고 음울한 음악만 흘러나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사드가 불법으로 들어가던 2017년 4월과 9월, 밤새 성주 소성리에서 경찰에 짓밟힌 몸으로 눈물 흘리며 익산으로 차를 몰던 그때가 떠올랐다. 주민 100여명밖에 살지 않는 시골에 국가는 1만여명의 경찰을 두 차례에 걸쳐 밀어넣었다. 이태원 참사 때는 경찰 인원이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국가의 부재가 아니라, 권력자들에 의한 선택적 취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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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안보라는 이름 앞에 무너지는 환경영향평가법 환경영향평가는 ‘헌법’ 35조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의거하여 ‘환경정책기본법’ 41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실시한다. 그러나 성주 사드 부지를 둘러싼 환경영향평가는 이 취지를 짓밟고 불법과 탈법투성이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미군에 공여된 부지는 총 70만㎡로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라 국방·군사시설사업 시행면적 33만㎡ 이상에 해당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실제로는 두 배에 가까운 롯데골프장 전체가 군사시설 지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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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체제를 가동하라 인류는 세 종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첫째는 1·2차 세계대전과 같은 인류의 패싸움, 둘째는 불가시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총력전, 셋째는 제임스 러브록이 말한 것처럼 <가이아의 복수>에 대항하는 전면전이다. 이 모든 전쟁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패싸움과 총력전은 형태가 다를 뿐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류멸종에 가까운 기후위기가 시시각각 삶을 조여 오고 있다. 200여년 동안 짝을 이룬 자본주의와 산업혁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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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황해를 영구평화지대로 만들자 낮잠을 자다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서 보니 서쪽 하늘로 전투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동아시아의 전쟁 위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무력충돌로 치닫을 태세의 중국과 대만·미국, 남과 북,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바라보며 평범한 시민의 무력감을 느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라며,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견고히 하고 중·일·러와는 친선을 유지하는 1동맹 3친선 체제를 주장했다. 그리고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나 외교관은 어느 누구보다 깨어 있어야 한다”(<김대중 자서전>)고 했다. 미군 문제의 관점은 달라도 역사를 관통하는 실용적인 평화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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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아베 신조를 둘러싼 우익 종교의 그림자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 총사령부가 1948년에 펴낸 <일본의 종교>에서는 “일반 일본인들은 전쟁 그 자체가 하나의 종교적 체험이었다. 일왕의 신성(神性)과 신성(神聖)한 국체를 중심으로 국가의 사명감에 기인한 열광적인 광신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급무사들의 반란으로 이룬 혁명의 전해인 1867년 메이지왕의 칙령으로 왕정복고를 선포하고, 원년에는 제정일치 및 신기관(神祇官·신에 대한 제사를 관장하는 기관) 재흥을 포고한다. 왕권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건국신화에 기반, 신도를 국교로 만들었다. 교육칙어와 황실전범이 제정되고, 무려 17조까지 무소불위의 왕권을 명기한 제국헌법으로 근대국가를 법적으로 완결지었다. 백성의 삶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1945년까지 전쟁의 일상이 되었다. 마지막 태평양전쟁에서만 300여만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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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죽은 인문학의 사회 내가 일하는 대학에서 올해 철학과를 폐지했다. 분노하는 재학생들과 철학과 동문들이 내건 현수막을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철학이 밥 먹여주나?”라는 말이 오간 지 오래되었지만 이것은 왜곡된 것이다. 수많은 현철(賢哲)들이 없었다면 무명(無明)에 헤매는 인류의 앞길을 어떻게 밝혀왔겠는가. 종교의 광기가 극에 달했을 때, 철학이 없었다면 어떻게 인간이 중도의 길을 걸어왔겠는가. 철학의 사망은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인문의 요람인 대학이 기업의 하청기지임을 재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