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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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드 철폐는 군사주권 회복의 길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책상 위에 중동 지도를 놓고 국경선을 그었다. 분할된 선에 따라 각각 통치하기로 했다. 우리가 지금도 지도에서 보는 반듯한 직선들이 바로 그것이다. 관여한 외교관들의 이름을 따서 사이크스-피코 라인이라고 부른다. 이후 독립한 국가들은 여전히 유목생활을 하는 일부 베두인족에게 자기네 나라에 정착하도록 집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낙타들의 집으로 변했다. 국경이 생기기 오래전부터 삶과 하나가 된 사막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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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권력독점의 중독에서 깨어나야 한다 권력은 한마디로 남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여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다. 가장 잘 나타난 형태가 국가다. 국가는 법으로 강제한다. 보다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교육으로 이념 무장을 시킨다. 생각해 보라. 나는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왜 이 나라의 국민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속한 나라의 모든 이웃을 일일이 만나 악수하고, 영토를 다 밟아보고 나서 승인했는가. 지도만으로 국토를 인식하며, 소속 여부의 기회도 없이 추상적인 숫자 속 국민으로 편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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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전쟁으로 병든 문명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인류가 축적한 전쟁의 비열함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먼저 역사상 가장 긴 체제였던 왕권국가들이 취했던 약육강식의 전쟁이다. 세계 대다수의 국가가 민주국가로 전환되었음에도 그 악습이 유전되고 있다. 국가의 민주주의는 있지만 여전히 세계의 민주주의는 없다. 유엔은 몇몇 강대국의 독점 연합일 뿐, 그들과 이해관계를 맺지 않는 약소국가에는 무의미한 곳이다. 미국이 파나마나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거의 모든 나라들이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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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드 배치 선거공약은 철회되어야 한다 어스름한 새벽녘 영하의 차가운 날씨 속에 도로에 주저앉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폐를 외치는 주민과 연대 시민들을 1000여명의 경찰이 에워싸고 한 명씩 끌어냈다. 분노로 가득 찬 어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거나 유모차를 이끌고 양쪽에 늘어선 인간 벽의 한가운데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왜 우리 땅을 우리가 맘대로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느냐”며 고함을 쳤다. 그들 옆에 붙어 있던 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은 한반도의 운명과도 같았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어디로도 빠져나갈 길이 없는 폐쇄된 이 땅의 이미지와 겹쳤다. 매일 도로를 트기 위한 작전이 개시된 이제 농사는커녕 주민들은 사드가 들어간 길 위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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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분열의 시대, 통합의 정치 세계는 여전히 혼돈과 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위기는 자칫하면 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야만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면 도대체 철학과 예술과 종교는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 이를 제어할 힘이 인류에게는 정녕 없는 것일까. 지구는 분열과 정복의 상처로 신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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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절망의 끝은 희망이다 월드오미터의 통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코로나19 감염자는 약 2억8000만명, 사망자는 약 540만명, 회복된 사람은 약 2억5000만명에 이른다. 인류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와 여전히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삶의 현장이 오히려 최전선이 된 이 전쟁에서 인류는 과연 무엇을 깨달았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어떤 형태인지는 알 수 있어도 그들의 철학과 취향, 목표와 영토 확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한다. 전쟁터의 주도권은 여전히 그들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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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대통령의 능력 언론과 방송에서는 대선 이슈가 주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려 석 달 동안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 후보 중에 누가 예능의 최강자이자 화술의 달인이며 고고한 수행자인가를 밝혀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흥행의 대상은 없다. 그런데 숱한 언설과 화려한 퍼포먼스, 그리고 편 가르기가 지나가고 나면 그뿐이다. 희망이라는 달콤한 꿈에 취했다 깨어나면, 손끝을 감추며 자책감에 빠진다. 김종철 한겨레신문 전 논설위원이 제안한, 대통령을 자격시험으로 뽑자는 의견(<월간 말>, 1992)에 동의한다. 일정한 수준에 올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관식 문제를 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즉문즉답식의 대국민 면접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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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국가장’의 정치공학 선사시대 무덤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를 상징했다. 남아 있는 자들이 죽은 자의 권력 후광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왕권시대로 들어서면 사후의 의례마저 정치의 장으로 변모된다. 대표적인 것이 왕가의 상장례를 둘러싼 17세기 조선의 예송논쟁이다. 비록 일제에 의해 당파싸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덮여졌지만 왕권은 특수한 위치에 있는가, 아니면 신하들도 참여하는 공동의 정치세력인가를 묻는 논쟁이기도 했다. 예(禮)를 통해 왕을 규정하며 권력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진, 근대국가의 맹아를 보여주는 역사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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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오징어게임과 금융자본주의 다들 <오징어게임>이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난리다. 세계인들은 자본시장의 노예로 전락한 자신들을 표출한 것에 열광한다. K드라마로 한국문화는 상종가를 쳤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이 사회에서 출현했다는 것은 비극이다. 자본의 축적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고, 미국을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진격방식인 “돈 놓고 돈 먹기”식 카지노자본주의의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유포되는 것 또한 거대자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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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군사주의의 종식을 위하여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미국의 관점에서 보도한다. 미군의 사망 숫자만 중시하는 CNN을 베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빌미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비록 문제가 많은 정권임에도 탈레반은 독립운동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더욱이 언론이나 미디어가 전하지 않는 것은 이름 없는 민중의 죽음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뉴욕 쌍둥이 빌딩의 희생자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십만명의 죽음은 그저 전쟁의 배경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왜 이러한 야만적인 행위를 비난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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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거짓말과 정치 세상에서 거짓말을 가장 ‘쎄게’ 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석가모니불일 것이다. “나는 49년 동안 한마디도 설법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깨달음의 지혜를 나누기 위해 평생 길 위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분이 마지막에 내놓은 말은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숭배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그 뜻은 간단하다. 말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밥이라는 말은 말일 뿐이다. 구해서 먹어야 진짜 밥이다. 스스로 내면의 불성을 찾아 부처가 되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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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우리에게 부끄러움은 있는가 부끄러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인간답다는 것은 부끄러움 아는 것정치가, 기업가, 종교인은 마땅히자신의 이름 값하는 역할을 해야 내가 좋아하는 작가 최인호가 ‘샘터’(1990년 1월호)에서 “집의 딸아이가 부끄러워할 때 간혹 낯을 붉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러한 것을 볼 때마다 나는 낯을 붉히지 못하는 내 자신의 쇠가죽만큼 두터워진 낯가죽이 부끄럽다”라고 한다. 나는 고백한다. 광주의 망월동 5·18국립민주묘지나 세월호의 팽목항을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다. 너무나 부끄러워서다. 또한 그곳에 가면 가슴이 미어터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변명이지만 새벽 좌선 후에 올리는 나의 기도 속에서 그들 희생당한 영혼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