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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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유엔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얀마 군부는 이제 어린이들마저 살해하고 있다. 부모들의 울부짖는 모습에 이역만리 이 땅에서도 가슴이 미어진다. 인권과 평화를 위해 뭉친 유엔(국제연합)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한마디로 무기력하다. 그동안 집단안보가 실행된 것은 1950년 6·25동란과 1990년 걸프전쟁뿐이다. 그것도 미국 주도로 자발적인 국가의 참여에 의해서였다. 2차 세계대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이 상황(上皇) 노릇을 하며 모든 결정을 틀어쥐고 있다. 특히 중국, 미국, 소련의 삼각관계에 의해 세계의 불안 지수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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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하여 팔뚝에 이름, 전화번호, 혈액형을 적는 그들을 보며 눈물이 흐른다. 억압받는 세계의 백성들은 이렇게 자유와 정의를 위해 길거리로 몸을 던진다. 그들은 “국민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차들도 멈췄다”며 고장난 차들을 도로 위에 두거나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들기거나 세 손가락 저항의 상징을 허공을 향해 날리고 있다. 죽은 자들 뒤를 산 자들이 따르며 민주주의의 승리를 외친다. 미얀마의 과거는 한국과 너무나도 닮았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가 그랬지만, 특히 이 나라는 서구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는 고단한 과정부터 해방, 내란(6·25전쟁), 군부 쿠데타, 신군부의 정권 강탈, 민주화의 여정이 흡사 쌍둥이 같다. 물론 각자의 특수한 역사는 비교할 수 없다. 더욱이 지금까지 미얀마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불교라는 세계관이 지배했다. 나아가 한때 비동맹회의의 맹주로서 ‘외국과의 군사동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중립 및 독자노선을 취함으로써 한국에 앞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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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미완의 독립국가 1997년 일본 유학을 하면서 그 풍토에서 무언가 유사성, 기시감, 심지어는 향수가 짙게 배어 나옴을 느꼈다. 학문적 언어로부터 엇비슷한 제도·건물 등 이미 삶의 일부로 유전되어 각인된 근대문화의 원형을 목격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식민지의 유산이었다. 철거되지 않아 여전히 친숙함을 느끼는 그런 것들이다. 이처럼 문명의 동질성을 느낄 정도로 양국의 근대체제를 기획·설계·건설한 자는 이토 히로부미다. 일본에서는 혁명과 개혁을 통해, 조선에서는 무력과 회유를 통해. 어느 쪽이든 결국 파멸을 맞았다. 이토에 대한 평가가 학자마다 차이가 있다 해도 자국의 백성 수백만명은 물론 이웃국가도 분단과 함께 수백만의 생목숨을 사지로 몰아넣고, 생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한 야만적 프레임을 설정한 죄과는 소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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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죽었고, 죽어가고 있다. 대부분 익명의 사람들이다. 전쟁터이지만 재래전과는 다른 양상의 세계대전이다.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전방이 어디인지 후방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몸이 튼튼한 자는 살아남고 허약한 자는 죽는다. 죽음은 일상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건너가고 있다. 스스로 몸을 던지거나 끼여서, 부딪쳐서, 떨어져서, 맞아서 죽고, 때론 굶어서, 추워서, 병들어서, 고독하게 죽어가고 있다. 이 한 해 한을 품고 죽어간 사람들이 강을 이루고 산을 덮는다.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죽음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 땅에서만도 화장장의 연기는 멈출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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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국민의 경찰이 되자 한국에는 검찰과 경찰의 아성이 있다. 아성인 이유는 국민이 준 권력 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니체가 말하듯 권력에의 의지가 충만하여 위를 향한 치열한 경쟁과 총수를 향한 충성심이 어느 집단보다도 강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망각하기도 한다. 하여 전자는 헤게모니를 놓지 않기 위해 선출 권력인 정치권과 치열한 전투를 진행 중이다. 후자는 불꽃이 튀지나 않을까 자기관리 모드다. 그럼에도 성주 소성리에서 지금껏 벌인 그들의 대규모 작전들을 보면 경찰 또한 치외법권의 성역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지난 11월27일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일어나는 시점임에도, 600명의 경찰을 투입해 사드공사장비 반입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을 끌어내고 경찰 장벽을 쳤다. 정부가 1.5단계니 2단계니 고심하는 중이었다. 노인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무증상 전파력이 강한 젊은이들이 혹 포진해 있을지 몰라 그들이 진입하지 않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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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 2000년대에 한반도는 이미 통일을 경험했다. 개성공단이 그것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그곳을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개성공단 사람들>)이라 했다. 70년 분단으로 이질화된 남북이 개성에서 만나 실질적 대화와 작은 협상들을 이끌어온 것이다. 그것의 확산이 통일이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에 의한 반통일 국면은 이 사업을 파탄냈다. 거짓말과 권력 사유화로 이들이 감옥에 갔으니 개성공단도 원점으로 돌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외세의 개입으로 난관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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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초적 성찰 국민 10명 중 9명이 찬성하는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야 마땅하다. 인류의 역사는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오랜 여정이었다. 종적 질서에 기반한 봉건주의 타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정치학 교과서를 쓴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노예와 여성은 정치참여를 할 수 없는,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존재로 본다. 남성과 여성을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로 분리한다. 내성외왕의 윤리를 구축한 공자 또한 <논어>에서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을 한다”는 말로 당대의 질서를 추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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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바이러스에 의해 추방되고 있는 종교 포이어바흐는 <기독교의 본질>에서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은 인간의 투사물이라고 했다. 하느님은 인간이 성취하고자 하는 힘과 재능을 표현하는 상징 언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인 마르크스는 “종교는 억압받는 피조물의 한숨이고, 냉혹한 세계의 감정이며, 영혼 없는 상태의 영혼이다. 그것은 민중의 아편이다”(<헤겔법철학 비판>)라며 독설을 날린다.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노동자들을 돌볼 생각은 않고, 오히려 권력의 편에 서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종교의 처신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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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지구의 눈물, 인간의 눈물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50년대 아시아권에서는 대형 삼각주에서 홍수로 인한 강의 범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 한탄강의 범람으로 마을이 잠기는 것을 보며, 임진강, 북한강, 남한강이, 마침내 한강 또한 장담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앞당겨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전율이 인다. 전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다가 어떤 계기로 터진다. 환경위기는 명백한 파국의 기반이 서서히 쌓여간다. 전쟁은 마지막 순간에도 막을 수 있지만, 환경위기는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IPCC의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금 당장 세계가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인류가 행동할 기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비상종이 울리고 있다. 어떤 인간안보도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이 결정한다. 불교의 가르침인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은 지금까지의 행위에 의한 결과인 정보(正報)로, 땅은 그 몸이 의지하고 있는 환경인 의보(依報)로 나타나는데 둘이 아니라고 한다. 지구의 환경은 인간의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지금의 코로나19가 그 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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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스포츠 인권을 확립해야 한다 레슬링 선수였던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청소년들에게 기하학, 수학, 철학 등을 배우기에 앞서 시가(詩歌)와 체육을 기본 교육으로 할 것을 주장한다. 절제와 용맹의 덕을 기르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예술과 체육 교육은 명맥만 유지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의 심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 더욱이 자본이 지배하는 체육계에서 육체는 돈벌이의 도구에 불과하다. 고 최숙현 선수는 스포츠자본의 희생자다. 승리지상주의를 향한 전투적 스포츠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전문스포츠인들은 로마 원형경기장의 검투사나 다름없다. 차이는 자본의 경기장이라는 점이다. 지금 스포츠는 인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고, 상업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그저 박수치거나 환호하는 대리만족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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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평화의 별이 된 효순·미선아 18년 전,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인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사진을 보며 오열했단다. 도대체 그때 부처님은, 하느님은 어디에 계셨는지, 원망과 한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한반도의 고통을 고스란히 껴안고 간 우리의 딸들아! 우리가 너희들을 대신해 갔어야 했는데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한없이 부끄럽다. 너희 몸 위로 지나간 장갑차는 이 나라 백성들을 짓누르는 고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일제는 한반도를 자신들이 보호해야 될 여성으로 전락시켜 이 땅을 침탈했단다. 그들은 강탈한 이 땅을, 마구잡이로 노략질했지. 위안부는 그 고통의 일부란다. 해방 후 또 다른 외국 군대가 들어와 이 국토를 맘껏 휘젓고 다녀도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사대근성으로 침묵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되어 군대와 경찰은 그들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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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사드는 철폐되어야 한다 지난 8일 외교부 장관을 피고로 한 ‘사드부지공여승인처분무효’ 소송 최후변론에서 김천 노곡리 박태정 이장은 당연히 자신들이 피해 당사자임을 주장했다. 임시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X밴드레이더는 최대출력 410㎾로 2000㎞를 탐지할 수 있는 고출력의 전자장비이며, 3.6㎞ 안에는 허가받지 않은 인원은 차단되어야 한다고 미군교범은 밝히고 있다. 그런데 그 전방에는 노곡리를 포함한 3개 마을에 3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박 이장은 과수농가가 대부분인 농민들을 대변하여, 사드가 전자파에 민감한 벌과 같은 곤충에게 해를 입혀 농사에 큰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민 의사도 묻지 않고, 법적 절차도 무시한 소성리 미군기지는 헌법에 명시된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