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원광대 평화연구소 교무
최신기사
-
사유와 성찰 대학은 자본의 시녀인가 사찰에서 강사는 그 분야 최고의 지성이다. 높여서 강백(講伯)이라고 한다. 백은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학문 주체인 강사가 대학에서는 일용잡급직보다도 못한 존재다. 새 강사법을 빌미로 잉여인간이 된 그들은 길거리로 내쫓기고 있다. 대학은 자본에 의한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졌다. 한때는 민주화의 성지였던 대학이 자본의 자발적 노예이자 하청공장이 되었다. IMF 시대부터 정부는 대학에 취업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좋은 직장을 마련한 정부가 좋은 인재를 길러달라고 대학에 요청하는 것이 순리다. 대학에 책임을 떠넘긴 정부의 전략에 말려든 한 대학총장은 “대학은 인문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십자포화를 맞았다. 전도된 현실에서 학생들은 취업이 지상 최고의 목표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대학 시절 자신의 참된 삶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
사유와 성찰 패망 후 일본 종교계의 반성과 역할 전쟁과 전력보유를 금지하는 내용의 평화헌법 9조 개정을 놓고 최근 일본 종교계는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14년 7월 자위권 행사에 대한 각의 결정에 봇물이 터지듯 일본의 전 종교계가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술수에 저항하며, 자신들을 또다시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지 않겠다는 종교인들의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유와 성찰 회수해야 될 대법원의 권력 최근 헌법을 들이대며 대법원의 일탈을 옹호하는 판사들의 발언에 대해 시민들은 일제히 반격하고 있다. 어떤 시민은 “사법농단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엔 왜 헌법가치를 훼손하게 가만히 놔두었는가?”라는 댓글로써 정곡을 찌른다. 40여년 전에는 무고한 생명을 집단으로 빼앗아 세계 법조계조차 암흑의 날이라고 한 사법살인도 있었다. 사형판결 18시간 만인 1975년 4월9일 새벽에 시민 8명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인혁당 사건이다. 판결한 대법관 중에는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상’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 훗날 국가는 중앙정보부의 조작이었다고 결정했다.
-
사유와 성찰 희망을 쏘아올린 사드철폐운동 성주와 김천 주민은 자신들이 부패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부를 세웠으며, 한반도 평화무드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 10월 말에 시작된 광화문 촛불혁명은 6개월 전 성주에서 일어난 사드반대촛불과 정권비판이 들불처럼 확산된 것이다. 전 정권이 단말마를 내뱉던 작년 4월26일 사드 기습배치 후, 민중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임시배치라는 외교적 틈이 만들어졌고, 현재의 평화정세는 그 틈에서 자라났다. 이어 남북대화·휴전협정 폐기·평화협정 체결을 줄기차게 요구했는데 새 정부는 그것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의 진위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지만, 이들 또한 정권교체를 실현하고 평화를 열망한 백성들의 일부이니 일리는 있다.
-
사유와 성찰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의 종교들 신학대 교수로 재직하다 파면당한 모 교수가 이 학교를 상대로 낸 파면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1심 재판부가 해당 교수를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내린 것. 그는 개신교 신자가 불상을 파괴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참회의 심정으로 복구비용을 마련했는데, 대학이 그것을 트집 잡은 것이다. 종교 간 대화의 마당에서 만날 때마다 나는 그의 인품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예수와 같이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진 것이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
사유와 성찰 독립운동 불씨된 나철의 순교 해마다 이맘때면 생각할수록 가슴이 저려오는 한 인물이 있다. 홍암 나철이다. 나라 잃은 비분강개의 심정으로 민족해방의 구심점을 삼기 위해 자결한 이분의 고결한 정신에 나는 얼마나 은혜를 갚고 있는가. 우리는 이웃의 작은 은혜에 대해서는 잊지 않으면서도 영육의 안식처인 이 나라가 남의 나라 식민지가 되어 영원히 지도에서 없어질 뻔한 통한의 시대에 온몸을 바친 열사들의 큰 은혜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노예로 전락해도 노예인지조차 모른다.
-
사유와 성찰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의 꿈 무명의 마라토너가 서유럽에서 한반도까지 평화의 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평화마라토너 강명구다. 작년 8월 그는 내게 “헤이그에서 출발해 판문점을 넘어서 오겠다. 내년 가을쯤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의 바람이 불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북한과 미국이 곧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으르렁대는 이 판국에 과연 평화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9월1일 그가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터키를 달리고 중앙아시아로 진격할 즈음 신기하게도 한반도에 데탕트가 시작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온 국민이 흥분을 가라앉힌 지금 적어도 이 땅의 평화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사유와 성찰 이제는 평화촛불을 들어야 할 때 내가 대학 1학년이던 1984년 11월 유엔총회는 ‘평화권선언’을 하였다. 그 원칙은 ‘지구상 모든 인류는 신성한 평화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평화롭게 살 권리를 말한다. 이에 근거하여 2010년 10월 국제평화권대회에서는 ‘산티아고 평화권선언’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평화권의 요소로 12항목의 권리, 1항목의 의무를 적시하고 있다. 몇 가지 권리를 소개하면 ‘3절 인간안보 및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살 권리, 5절 불복종과 양심적 거부의 권리, 6절 저항과 억압에 반대할 권리, 7절 군축에 나설 권리, 8절 사상·견해·표현·양심·종교의 자유’ 등이 있다.
-
사유와 성찰 한반도라는 정신병동으로부터의 해방 한반도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현재까지 거대한 정신병동이 되었다. 1906년 통감부를 시작으로 총독부, 1945년 미군정과 이후 이승만의 반민족적 통치, 박정희의 폭압통치, 광주 민중학살의 주범 전두환·노태우의 철권정치, 권력을 사유화한 이명박·박근혜의 사기정치하에서 정상적인 백성이 있다면 이야말로 희귀한 일이다. 이 비정상 사회의 가장 특징적인 정신병리는 폭력이다.
-
사유와 성찰 삶의 빚을 덜기 위하여 자네, 후련하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영욕의 세월, 한 바탕 치르고 사회가 정한 정년을 하고 나니 어떤가. 쌓아놓은 것은 별로 없지만, 자식들 사고 치지 않을 정도로 길러놓고, 이제 홀로 되니 자유롭지 않은가. 눈앞에서 벌어진 부정에 대해, 그래도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며 못 본 척 때로는 두 눈 질끈 감고 지나치지 않았나. 세월과 더불어 잊혀진 일들이 한둘이었나. 모두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이렇게 몸 하나 건사한 것만도 다행이지 않은가.
-
사유와 성찰 소성리, 빼앗긴 봄 작년 가을 독립영화감독을 포함해 7명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소성리를 찾았다. 저녁에는 미군기지 반대운동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고, 마을회관을 숙소로 정했다. 마을의 유일한 가게에서 산 막걸리 열댓 병을 들고 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한국의 막걸리를 좋아한다며 순식간에 다 비웠다. 그리고 가져온 전통악기 산신(三線)의 가락에 맞춰 오키나와의 민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
사유와 성찰 법비·견찰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에 감동하면서도 8년 동안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했다. 검사들도 저 정도면 법은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한 것일까. 중학교 3학년 때, 아침 조회하러 들어오신 담임선생님은 반장을 불렀다. 나는 단상 앞으로 달려갔다. 선생님은 다짜고짜 나를 구석에 몰아넣고 폭력을 휘둘렀다. 몸의 아픔보다 반 친구들 앞에서 맞는 부끄러움과 그 까닭을 모르는 고통이 더 컸다. 교무실로 불려가서야 총무로부터 훔친 자전거를 샀다는 이유로 장물아비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몇 날을 경찰서로 들락날락거리며 조사 받았고, 총무는 소년원에, 나는 선처를 호소한 교장선생님 덕분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