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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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통령 선거와 나라 경영의 3모델 모델 A :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은 희생을 한다. 한편으론 공산주의에 맞서며 다른 한편으론 경제성장을 위해 헌신한다.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란 구호를 내면화한다. ‘산업전사형’이다. 이런 인간을 만들고자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서조차 군사 훈련을 하고 시장 경쟁력 제고와 국가·민족에의 충성을 가르친다. 유독 ‘법과 질서’가 강조된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애국가나 ‘국기에 대한 경례’가 이 모델을 상징한다. 모델 B : 국가는 국민의 복리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공산주의도 문제고 파쇼주의 역시 문제다.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제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들이 ‘위험한’ 생각을 갖지 않게 한다. ‘요람부터 무덤까지’ 국민복리 증진이 통치 이념이 된다. 학교에선 민주시민교육도 실시한다. ‘복지국가형’이다.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 나오는 유럽 각국의 복지체제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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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그 많던 ‘386세대’는 다 어디에? 장면1. 1970년 11월, 만 22세 청년 전태일, 청계천 평화시장 옷 공장의 재단사, 그는 장시간, 저임금, 무권리 노동에 착취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 ‘바보회’를 만들고 노~력 하던 끝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했다. 장면2. 1981년 5월,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김태훈은 도서관 창밖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광주항쟁 1주기 희생자 위령제(침묵시위)를 벌이다 사복형사들에게 끌려가는 걸 봤다. 이에 그는 도서관 6층에서 “전두환 물러가라”를 세 번 외치고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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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검사 선서의 배신과 권력욕망 가난한 농어촌 출신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가 ‘양아치’에다 힘깨나 썼기에 아들도 학교에서 ‘어깨’로 통했다. 어느 날 집에 왔는데, 그 위대한 아버지가 한 신사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만 살려 달라며 빌고 있었다. 검사였다. “저게 진짜 권력이다!” 그 순간, 청년이 바뀐다. 노~력 끝에 서울법대를 거쳐 검사까지 됐다. 그러나 검사라고 모두 ‘힘’ 있는 건 아니었다. 99%는 하루 30건 이상을 처리하는 ‘3D 노동자’일 뿐, 힘은 오로지 1%에 있었다. 이른바 ‘정치검사’! 그들은 마치 김치를 익히듯, 사건 또한 비밀 창고에 잘 삭혔다가 필요시 꺼냈다. 이슈로 이슈를 덮기! 언론도 동조했다. 그렇게 그들은 재벌도 정치도 맘대로 했다. 대통령조차 그들이 선택한다. 혹 차질이 생기면 재빨리 충성하듯 새 이슈를 꺼냈다. 그런 식으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두루 요리했다. 영화 <더 킹>이다! 문제는 이게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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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화천대유? 역의 철학과 개발 자본 3000년 전 동양 고전 <주역>은 음양의 조합인 64괘를 통해 우주 만물의 근본 이치를 논한다. 점술서요, 철학서다. 천지의 일부인 인간이 ‘역(易)의 철학’을 배워 삶의 지혜를 구하라는 것! ‘역’은 곧 변화다. 천지인은 변한다. 그러니 성공에 자만해도 안 되고, 실패라 포기할 것도 없다. 지금은 금융자본주의다. 3000년 전 노예제 때의 <주역>이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성남 대장동 개발과 관련, 느닷없이 주역의 13번 괘 ‘천화동인’과 14번 괘 ‘화천대유’가 떴다. 과연 주역과 부동산 개발이 어떻게 연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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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회찬정신, 그리고 성찰의 시간 “6411번 버스가 있습니다. 서울시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출발해서 강남을 거쳐서 개포동 주공 2단지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 노선버스입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까지는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다른 시간대에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그 이른 새벽에 강남의 여러 정류장에서 내리는 이 50·60대 아주머니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 아주머니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원 받는 이분들은 투명인간입니다.” 이 말의 주인공은 3년 전 고인이 된 인간 노회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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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다 세종시청에서 뜻밖에 멋진 연극을 보았다. 2021년 대한민국연극제(안동·예천)에 오를 작품, ‘마음의 준비’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누군가 임종 직전, 의사가 가족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연극은 ‘평소에’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귀띔한다. 스토리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투렛증후군 탓에 말을 더듬고 욕을 해대는 여고생 ‘하늘이’ 얘기다. 다른 하나는 ‘출생의 비밀’을 숨기려 돈과 명예에 매달리는 의사 ‘서 박사’ 얘기다. 하늘이는 부모의 무관심, 불화와 폭력으로 얼룩진 분위기 탓에 투렛증후군에 시달린다. 서 박사는 뒷돈을 받고 방송에서 특정 건강식품 과장광고를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나중엔 메디테이너 서 박사가 하늘이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특별쇼까지 한다. 흥미롭게도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로 마음의 문이 열린다. 둘 다 자기 내면과 마주친다. 지금까지 속에 꼭꼭 감추었던 것들,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드러나면 체면을 망치게 될 것들, 이런 것들까지 용기 있게 드러낸다. 치유·회복의 과정이다. 이 연극은 우리에게 묻는다. 속마음을 드러낼 ‘마음의 준비’가 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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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녹평’ 김종철 선생을 그리며 묻는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지금부터 이십년이나 삼십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작년 6월 작고한 김종철 선생이 1991년 11월, ‘녹색평론’ 창간 때 던진 질문이다. 창간사 제목도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였다. 이미 저 제목이 암시하듯, 오늘날 우리는 ‘반생명’ 문화 속에 산다. 벌써 2년째인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초)미세먼지나 기후위기,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각종 투기경제의 창궐, 빈부 격차와 일자리 양극화, 그 와중에 날로 퍼지는 좌절감과 우울감 등이 생명을 갉아먹는 ‘반생명’의 징후다. 깊이 보면 이 경험적 고통의 배후엔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폐기 속에 작동하는 현 경제시스템이 있고, 또 그 배후 추동력은 자본과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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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청년에 대한 미안함을 상품화 말라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2030세대는 여야 모두에게 ‘태풍의 눈’이 되어 매섭게 다가섰다. 이제 정치 거물급들, 잠정적인 대선후보들도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며 정중히 경청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견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들은 솔직히 말해 청년에 대한 미안함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돈으로 ‘표심’을 사려 하니까. 그러나 좀 깊이 보면, 2030세대는 앞으로 20~30년 뒤 이 사회를 이끌 주역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실망과 좌절을 넘어 희망과 영감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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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바보처럼 사는” 당신을 지지하며 김도향 가수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란 노래가 있다. “어느 날 난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그렇게 흘려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날마다 찰지게 살아도 모자란 시간, 표도 없이 듬성듬성 보냈으니, 바보는 바보다. 이 바보들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하나. “그동안 내가 진짜 바보처럼 살았더라고요. 친구 하나는 아파트 하나 잘 샀다가 3년 만에 1억원 넘게 벌었어요. 또 다른 이는 길도 없는 산을 사더니 몇 년 만에 수억 벌었대요. 친정아버지는 논밭에서 땀 흘려도 일 년에 천만원도 못 버는데 말이죠. 나 역시 바보처럼 식당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몇 푼 저축 못해요. 빚만 안 져도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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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튤립 광풍과 부동산 광풍 1630년대 네덜란드엔 ‘튤립 광풍’이 있었다. 원래 터키가 원산지인 튤립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귀족과 부유층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튤립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은 여인들의 환심을 사려는 귀족들에게 탐욕을 부채질했다. 튤립에도 계급이 있어 황제·총독·제독·영주·대장 등 별칭이 붙었다. 희귀종일수록 경매시장에서 보석처럼 가격이 치솟았다. 1636년 내내 오르던 튤립 알뿌리의 가격 상승세는 1637년 1~2월에 절정에 달했다. 한 달 안에도 몇 십 배나 올랐다. 당시 최고가의 ‘황제’ 튤립은 2500길더였는데 돼지 8마리, 황소 4마리, 양 12마리, 밀 24t, 치즈 450㎏, 옷감 108㎏을 다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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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재난지원금과 재난 자본주의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가 다양하다. 그 핵심 하나는 선별지원이냐, 보편지원이냐다. 실은, 이것만도 우리 시민사회 수준이 꽤 높다는 증거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시장경제’에선 국가의 계획적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우를 떠나, 국가의 지원·통제가 없는 시장경제는 실존하기 어려움을 안다. 시장·국가 간 대립은 이론일 뿐, 현실은 둘의 융합이다. 좌우파의 입장 차이조차 대개 ‘정도 차이’일 뿐이다. 나라 살림을 총책임지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상공인을 국가가 지원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 이미 “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 중이라고 국회에서 밝혔다. 나아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제’ 도입까지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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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원전에 ‘정치’를 덧대지 마라 2019년 5월, 어떤 교수가 말했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대기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 최근 탈원전으로 전력 부족분을 메우느라 화력발전 비율이 늘어 고밀도 이물질(이산화탄소)이 발생, 공기가 오염됐다.” 미세먼지의 배경이 ‘탈원전’이라니, 이상했다. 물론 탈원전과 더불어 석탄발전 비중 증가는 맞지만 ‘탈원전’이 미세먼지의 배경이라니, 원전 마피아 논법이었다. 내 답은 이랬다. “미세먼지 걱정은 좋으나, 탈원전이 미세먼지의 원인은 아니다. 석탄발전의 미세먼지·이산화탄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원전이 답인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붕괴를 보시라. 대안은 탈석탄, 탈원전, 자연에너지다. 물론 에너지 절약은 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