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돌
고려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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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헬조선’의 사회적 정신분열 정신분열이란 병(조현병)이 있다. 이는 현실의 왜곡된 지각, 비정상적 정서체험, 사고·동기·행위의 총체적 손상과 괴리 등을 보이는 장애다. 한마디로, 마음이 쪼개진 병, ‘혼’이 비정상인 병이다. 마음이 갈라지다니? 사실 우리의 마음을 나타내는 생각이나 정신, 논리나 언행은 일관성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앞뒤가 맞아야 마음이 편하다. 그게 바른 마음, 맑은 정신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언행일치 내지 초지일관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그런데 언행일치는커녕 마음이나 정신 자체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병이고, 이것이 조현병 내지 정신분열증이다. 일례로, 누군가 악당이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그를 쳐 죽이겠다며 몽둥이를 들고 뛰어나가는 경우, 이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분열의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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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권력의 배신과 이삼제삼 내 인생에 요즘처럼 ‘뉴스’다운 뉴스를 본 적이 없다. 날마다 새로운 것들이 우수수 나온다. 심지어 재판정에서조차 60대 여성(최아무개)이 변호인을 통해 40대 남성(고아무개)에게 ‘우리 불륜 관계 아니었어?’ 식으로 다그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된다. 그러나 다른 편에선 이 모든 게 씁쓸하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괴감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도대체 이 자괴감의 뿌리는 뭔가? 나는 그게, ‘권력의 배신’이라 본다. 삼척동자도 이미 알다시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로 그 국민이 가진 권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촛불시민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역량이다. 즉, 원래 국민의 권력이란 민주 역량으로서의 힘이다. 그런데 바로 이 권력이 선거 등을 통해 정치가 내지 통치자들의 손으로 넘어가면, 그것은 더 이상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낯선 힘으로 변질된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자율적 시민의 힘을 행사하기보다는 전문가 내지 소수의 정치경제 엘리트가 독점하는 정치권력에 의해 통제를 당한다. 입법, 사법, 행정, 경찰, 군대, 국정원, 국제관계(예: 사드) 등은 바로 그 통제 수단이다. 권력의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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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의 세상읽기 ‘혼’이 정상인 사회로 가자 2017년 1월1일, 탄핵 심판대 위의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중임에도 국가 예산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검찰 조사나 특검, 청문회, 헌법재판소 등 공식 절차에 정직하고 책임성 있게 임하진 않는 대신 엉뚱하게 일부 기자들과 소통(?)을 했다. 본인은 해명이라지만 실은 변명이었다. 세월호 7시간은 물론, 비선 실세 최순실과의 관계, 특정 기업 특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를 단순한 거짓말로 볼 일은 아니다. 왜냐면 2016년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약 1000만 촛불이 계속 외친 것이 박근혜나 최순실 등 개인의 잘못만을 탓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본질적 핵심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구체제의 썩은 구조들을 뿌리째 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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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촛불 혁명’은 계속돼야 한다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돈 받고 하는 사람들이다.” “촛불시위자들은 죄다 종북 좌빨이다.” 촛불 행렬이 전국으로 번지는 것을 보고 기득권층이나 그 주변에서 떡고물을 받아먹던 이들은 이런 식으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촛불이 바람에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옆 사람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으며 전국에 활활 타올랐다. 불과 수만명 수준에서 수십만 수준으로, 다시 100만명, 또 200만 이상으로 늘었다. 촛불은 감동을 타고 전염된다. 광장의 정치엔 떨림과 울림이 있다. 또,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돈 받고 동원되었다는 비난은 거꾸로 그렇게 말한 자들에게 되돌아갔다. ‘대통령 보호’를 위해 서울역 광장에 동원된 이들 일부가 일당으로 얼마씩 받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다. 반면,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외친 수백만 시민들은 자기 돈으로 움직였고 엄청난 쓰레기조차 자율적으로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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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적폐 청산, 많을수록 좋다 2016년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의 적폐가 경제 활력의 걸림돌”이란 점을 인식하고 “부정부패 척결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해야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사실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패밀리 자체가 적폐 내지 부정부패의 몸통이었음을 말해 준다. 삼성 재벌만 해도 최순실·정유라씨의 ‘독일 승마’에 수십억원을 지원했다. 마사회와 승마협회는 정씨가 고교 생활과 이화여대 입학에 특혜를 받게 도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한수 행정관 등을 비롯한 최순실 사단이 2012년 대선 전부터 사이버미디어팀으로 활동했고, 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로 들어가 댓글부대 및 사찰활동을 펼친 점이다. ‘일베’의 분신이 청와대 안에 있었다니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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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성과급?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성과연봉제를 해야 조직 효율성도 올라가고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아요.” “성과연봉제는 사람들끼리 서로 경쟁을 시켜서 인간관계가 황폐해지고 조직 효율도 저해됩니다!” 약 10년 전 논쟁이 다시 불붙었고, 마침내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노사 대립이 파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행정기관이나 공기업 조직들에서는 노사 간 대화나 협의 없이 거의 명령처럼 결정되고 강행된다. 학교, 병원, 행정, 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위에서’ 하라고 하면 무조건이다. 사회 갈등이 커지면 국가와 자본은 늘 공권력이나 언론의 이념 공세를 통해 갈등을 잠재운다. 운동가들은 쫓겨 다니고 상처 위에 상처를 덧대 살맛까지 잃는다. ‘헬조선’의 또 다른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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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평등 없는 친밀성’을 넘어서는 길 현덕 작가의 1930년대 말 작품에 <나비를 잡는 아버지>가 있다. 바우와 경환이는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친구다. 소학교를 졸업한 뒤 경환이가 서울로 공부하러 떠나면서부터 두 사람의 인생은 완전 엇갈린다. 바우는 소를 몰고 들에 나가 풀을 뜯기며 그 시간에 공책에다 이것저것 그림을 그린다. 서울로 간 경환이는 한 학기 공부를 마치고 여름방학에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바우와 경환이는 더 이상 살가운 친구가 아니다. 사실, 경환의 아버지는 지주이고 바우 아버지는 소작인이다. 요즘 말로, 경환은 ‘금수저’, 바우는 ‘흙수저’이다. 그런데 경환의 방학 숙제가 나비 표본 채집인데, 이게 문제다. 경환이가 잠자리채를 들고 나비를 잡고자 자기네 땅 참외밭을 휘젓고 다닐 때, 이를 본 바우는 온 가족 생계가 걸린 일 년 농사를 망쳤다며 화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