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화
한신대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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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재벌집 막내아들이 한 일은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소재이자 상투성으로 가득 찬 재벌가 이야기지만,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실제 기업 일화들을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엮어내어 흥미를 높였다. 중심인물인 대기업 창업주 진양철은 타고난 배포와 두뇌, 사람과 세상에 대한 천부적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냉철한 카리스마에 빠져들 무렵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대사가 나온다. “머슴을 키워가 등 따숩고 배부르게 만들면 왜 안 되는 줄 아나? 지가 주인인 줄 안다. 정도경영? 내한테는 돈이 정도다.” 서슬 퍼런 그의 곁에 평생을 충견처럼 서 있는 비서실장의 모습이 어스름히 비춰진다. 어떤 인물에게도 개연성을 부여하는 명배우 이성민씨의 매력으로 잠시 잊을 뻔했다. 근현대사의 명과 암. 성공한 자와 그늘에 가려진 자들. 짓밟힌 이들과 밟고 오른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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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6강보다 벅찼던 것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지난 주말. 평소 활동하는 SNS에서 손가락이 얼얼할 만큼 이모티콘을 눌렀다. 크게 흥분하거나 몰입해서 볼 만큼 스포츠 애호가는 아니지만, 기적에 가까운 막판 골을 확인하는 순간 벅찬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경기와 관련된 모든 글과 사진에 하트와 스마일을 누르고 또 눌렀다. 아이처럼 신났고 평범한 농담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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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격노와 처벌의 리더십 취임 초기 허니문 지지율조차 없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 분노가 더욱 높아졌다. 희생자가 155명이라는 소식을 듣던 10월31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길거리 참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급상황에서 155명이 무사히 구조된 실화가 떠올랐다. 위기관리 분야의 교과서로 거론되는 유명한 사례다.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1549편 에어버스는 이륙 2분 만에 갑자기 날아든 새 떼로 인해 엔진 2개가 동시에 나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관제탑 컨트롤러는 가까운 공항착륙을 권했지만, 당시 비행기의 상태를 고려한 기장 설렌버거는 허드슨강 비상착수라는 특단의 결심을 한다. 지상착륙보다 위험성이 몇 배 높은 수상착륙 결정에 관제탑은 당황했으나 더 나은 방법도 없었다. 교신종료 후 1분여 만에 한겨울의 강 위에 불시착한 기체에서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출된 상황은 언뜻 보면 운좋은 영웅담 같지만, 구체적 상황을 들여다볼수록 교훈은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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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결핍을 모르는 이들의 결핍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늘 에너지 넘치는 오랜 친구가 있다. 연고주의 팽배한 사회에서 별다른 학맥·인맥 없이 오로지 성실성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룬 데다, 과도한 욕망이나 허영도 없고 부모님 봉양과 가족 돌봄도 남다르다. 한길로 달리기보다는 샛길과 골목길에 흥미가 많은 나와는 참 다르지만, 달라서 잘 맞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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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1세기 가족과 시누이 페미니즘 추석 무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며느리들이 공동구매하자는 셔츠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세계 각국의 욕이 쓰인 듯한 디자인인데 그중 가장 크고 선명한 한국어 ‘씨발’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엔 제사 회피용 가짜 깁스붕대 유머가 유행하더니 다시 명절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명절파업을 선언했다거나, 아예 시댁과 관계를 끊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제사음식 사진만 봐도 울렁증이 일어난다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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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언제부터 사람이 미워졌습니까 며칠 울적하고 어수선했다. 가슴 아픈 수재 소식에 더해 끝없이 등장하는 망언, 망동, 분노와 조롱의 뉴스들이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어서다. 원망과 미움의 감정에 구속되는 것은 누구보다 내 자신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지만, 참담한 뉴스와 들끓는 SNS 속에서 종종 길을 잃는다.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뉴스의 위험성이 마약이나 독극물 이상임을 이렇게 강조한다. “잠시 상상해 보자. 중독성이 매우 강한 약이 시장에 출시되어 모든 이가 중독되었다. 약의 증상은 불안, 기분 저하, 무기력, 경멸과 적대감 같은 것들이다. 이런 위험한 약을 아이들도 복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까. 정부가 합법화할까. 답은 예스다. 오히려 많은 보조금을 받으며 대량으로 배포된다. 그 약이 뭐냐고? 바로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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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무겁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아니, 트럭이 이렇게 화려하고 예쁠 수가 있는 건가?” 인도, 파키스탄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형형색색의 컬러와 독특한 문양, 장식 등으로 꾸며진 트럭들을 볼 수 있다. ‘트럭 아트’로 불릴 만큼 높은 수준이라 산업도 번창 중이다. 이들이 차량꾸미기에 이토록 정성을 쏟는 이유는, 거대한 영토를 장시간 오가는 운전자들에겐 트럭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안식처이자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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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자신이 진보 혹은 보수라는 착각 나이들수록 좋은 것이 참 많다. 부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에게 좋은 부모였는가를 넘어 한 인간의 입체성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청년 시절 바라본 아버지는 꽤나 보수적이고 완고해 보여서 반항을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었다. 만화는 유해한 것이라 믿던 시절, 책과 함께 양질의 만화를 자주 사다주셨다. 지금 보니 명작 반열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늘 바쁜 중에도 가족 생일엔 작은 이벤트라도 했고, 정기적으로 맛집, 영화 등 문화경험을 시켜주셨다. 쉬는 주말엔 직접 레시피를 궁리하며 요리를 하셨다. 의견이 달라도 강요보다는 경청하고 토론하셨다. 20세기 중반세대의 고루한 남성성 속에 놀랄 만큼 진취적인 면이 공존했던 분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니, 일본에서 나고 자라셨다. 당시 일본은 경제만큼 문화적으로도 한국보다 100년 이상 앞선 나라였다. 아버지는 근미래에서 오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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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너네, 자랑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가수 장기하의 신곡 ‘부럽지가 않어’의 가사다. 재기발랄한 가사에 똘끼 넘치는 영상까지 절로 웃음이 나는 중에, 부러운 게 없다는 말이 진심일지 치기어린 반어법일지 궁금해진다. 철학자들조차 인간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라고 규정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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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무능할수록 유능해 보이기 쉽다 요가를 배우며 궁금한 점이 있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는 고된 동작들이 끝나면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한 후, “팔로 바닥을 누르며 천천히 일어나라”는 지시에 따라 몸을 일으킨다. 누워서 쉬다 일어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방법을 정해주는지 여쭤봤다. “연세 드시거나 허약한 분들 중엔 그 간단한 움직임조차 무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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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파친코· 피와 뼈…이야기는 힘이 세다 세계대전과 독일의 만행에 관한 문학과 영화들은 차고도 넘친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유명작들에 이어 2020년 오스카에서 주목받은 <조조 래빗> <1917>까지. 놀라운 것은 반세기 이상 반복되는 이 식상한 소재가 늘 새로운 서사로 변주되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해준다는 점이다. <스윗 프랑세즈>는 독일장교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여인의 고뇌와 절제된 감정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바 없는 집단의 갈등과 개인의 원초적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을 조명한다. <나의 마지막 수트>는 가족이 몰살당한 땅 ‘폴란드’란 단어를 평생 금기로 삼고 기차 환승 중에도 단 한 뼘의 독일 땅도 밟지 않으려는 완고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태극기 부대의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해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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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주와 MBTI가 궁금하신가요 취업 현장에서 MBTI 유형을 묻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한때 B형 남자들이 미팅에서 혈액형을 숨긴다 하더니 이건 웃기엔 다소 심각하다. 정치권이 미신에 휘둘리는 모습도 걱정스러운데 젊은 운명들마저 허술한 성격유형론에 휘둘린다니. 21세기에. 기업에 근무할 때 협력사 대표 중에 점술에 빠진 분이 계셨다. 회의하러 오는 길에도 단골 점집에 들르는 경우가 많아서, 왜 그리 자주 가서 뭘 그리 의논하시냐고 물었다. 새로 구입할 차 색깔부터 진행하는 일들까지도 묻고 의논한다는 대답이었다. “저한테 오시지 말고 아예 거기서 기획서 컨펌도 받으시죠” 하고 웃었지만, 그렇게까지 점술에 종속된 삶이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