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윤정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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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생태 관점으로 본 ‘이준석 신드롬’ 정치에 보통 시민 이상의 관심과 지식은 없지만,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나라를 흔들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생겼고 ‘이준석 신드롬’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대선 후보 토론회도 아니고 정당 대표 후보 토론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도 처음이다. 지금 이준석 후보에 대한 관심과 (비)호감은 한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의 어떤 증상이기에, 그가 대표가 되든 못 되든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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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탄소중립위? 기후시민의회! 조만간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녹색성장위원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합친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 100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탄소중립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시기에 정부와 민간의 전문가들이 모인다고 하니, 어떤 방향과 속도로 정책을 끌어갈지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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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남자’와 페미니스트 4·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이남자’가 다시 정체를 드러냈다. 이남자는 20대 남자의 줄임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70% 이상의 비율로 압도적으로 지지한 층이다. 집권당이 외면한 ‘공정’을 요구한 집단이자 젊은 세대 보수화의 신호이기도 하다. 급부상한 페미니즘에 피해의식을 갖는 계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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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탄소금식과 생태적 회심 나는 특정 종교에 소속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희로애락과 이런저런 성취, 좌절, 고통을 겪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구나’ ‘인간의 지성으로는 알 수 없는 질서나 힘이 작용하는구나’라고 막연히 느낀다. 이런 사람을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라고 분류한다. 영성을 추구하지만 제도로서의 종교에는 다소 거부감을 갖는 경우다. 현대인들에게 흔한 믿음의 형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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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고래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한달 전에 읽은 감동적인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의 제목은 ‘2020 고단 3057·4634(병합)’. 울산지방법원 형사2단독 유정우 판사가 쓴 판결문이다. 그는 작년 6월 울산 울주군 앞바다에서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선장 2명과 선원 7명에게 징역 2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기존 판결보다 형량이 꽤 높다. 근거는 판결문에 있다. 전체 26쪽 중 6쪽을 고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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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 새해 1월1일 0시, SNS에 새 메시지가 떴다. 거리 두기로 취소된 보신각 타종행사 대신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드론쇼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누군가 새해 인사를 정시에 맞춰서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여니 한 청년 기후활동가로부터 연대서명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도착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그는 한국이 베트남에 짓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반대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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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 개의 의자, 세 개의 원탁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 바로 시간이다. 세계사의 전환을 이야기할 만큼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앞은 청년의 장발, 뒤는 대머리의 모습을 한 시간과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날갯짓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순식간에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한 해를 매듭짓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개인의 시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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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경제성’을 넘어서는 기적 뒤늦은 성묘를 갔다가 단풍구경까지 하고 해가 져서야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청명한 가을공기는 나뭇잎 색깔만 선명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야경도 또렷하게 비췄다. 서울 강남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변으로 화려한 야경이 펼쳐졌다. 옛날 사람들이 넓은 들판에서 무수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을 봤을 때 느꼈을 법한 벅찬 감정이 들었다. 문득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운동장의 인조잔디를 보고 아름답게 느낀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아름다움의 감각이란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변화한다.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인식론의 관점에서 미술사를 서술했는데, 근대 이후 풍경화가 등장한 다음에야 사람들은 그림에서 본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 소풍을 즐겼다고 전한다. 찬란한 불빛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낀 건, 내 감성이 전기문명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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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환시대를 사는 방법 요즘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희망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기후위기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과제가 ‘생태적 전환’이라면 이 사례들은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우리의 동참을 촉구한다. #1. 서울시동북권NPO지원센터는 ‘코로나 시대, 생활현장에서 변화를 찾다’라는 토론회를 열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청년세대의 목소리(9월2일), 동북권 탄소배출량을 줄이자(9월16일), 동북권 탄소흡수량을 늘리자(10월7일)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진행되면서 교육, 돌봄 등의 주제를 다룬다. 동북권이란 서울 동북지역에 있는 강북·성북·도봉·노원구 등 ‘동북 4구’에서 시작해 최근 중랑구까지 포함한 지역이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이 둘러싸고 중랑천·우이천이 흐르는 도심 속 자연이자 원조 서울이지만, 오랫동안 ‘변두리’ 베드타운이었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고자 동북 4구가 협치를 선언하고 마을 중심 도시재생을 시작한 것이 201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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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구의 희년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감염에 대한 걱정,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출이나 만남이 줄어들면서 마음에 우울감이 생기던 단계인 ‘블루’를 넘어 일부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면서 불신과 혐오의 감정 때문에 화를 참기 어려운 단계를 ‘레드’라 부른다. 그나마 화라도 나면 다행이지만 깊은 절망 속으로 빠지는 ‘코로나 블랙’이 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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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후위기와 음식의 맛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지시하자 폭식 ‘먹방’ 방송이 금지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유명 BJ의 먹방 동영상이 삭제되고, ‘대위왕(大胃王, 대식가)’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문명(文明)한 먹방, 식량낭비 금지, 합리적인 식사문화” 등의 문구가 표시된다고 한다. 음식을 절약하자는 N-1 운동도 시작됐다는데, 이는 음식점에서 고객들에게 사람 수보다 1인분 적은 음식을 시키라고 권유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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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이들만 가르치면 될 일인가 지난달 칼럼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도입 소식을 전했다. 기후위기, 팬데믹 시대가 오면서 아이들에게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재와는 다른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고 창의적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게 새로운 정책의 목적이다. 여러 시·도교육청이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줄이는 ‘에플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울산교육청은 매달 세 번째 수요일을 ‘채식의 날’로 운영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지역여건을 담은 환경교과서를 개발한다. 충북교육청은 초록학교 만들기와 학교숲 운동을 대표정책으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