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
최신기사
-
정동칼럼 브브걸의 역주행을 보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2년 가까이 거의 매주 SRT, KTX를 탔는데, 그 사이에 꽤나 흥미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전에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큰 목소리로 통화를 했다면 요즘엔 주로 젊은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 번은 앞자리 앉은 사람의 이어폰 볼륨이 너무 커서 신경이 쓰였는데,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가 참을성이 부족하구나 싶어 살펴보니 나만 빼고 모두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자기 귀에 빵빵하게 자기만의 것을 듣고 있으니, 누가 큰 소리로 통화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객실에서 통화를 삼가달라는 안내 방송은 들릴 리가 없어 애초에 무용지물이다. 사정은 지하철도 버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광경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정동칼럼 떡갈나무와 대나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큰길로 나가려면 20개쯤 되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이 계단이 해마다 말썽이다. 콘크리트로 매년 새로 발라 놓아도 겨울 한파가 한번 몰아치고 나면 금이 가고 으스러져서 다니지 못할 정도다. 3년째 그러더니, 올해는 나무로 공사를 했다. 이제야 제대로 했다 싶다. 시멘트가 보기에는 더 튼튼해 보일지 모르지만, 눈과 비바람, 추위와 더위를 잘 버티는 것은 오히려 나무라는 사실을 바뀐 관리소장님이 알고 있는 모양이다.
-
정동칼럼 재난지원금과 정치의 자격 지난 한 달여간 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여러 면에서 당혹스러웠다. 정책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여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논쟁에서는 보다 나은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여 승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자기가 하고 싶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을 펼쳐나간 데 있다.
-
정동칼럼 ‘애정남’의 결단이 보고 싶다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학 때 은사님은 종종 ‘애정남’이라고 답하셨다. 그렇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개그콘서트>(KBS) 코너명이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정치란 애매한 것들 사이에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다.(정치를 남자가 해야 한다는 뜻은 물론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가 늘 무언가를 정하기만 해서는 좀 문제가 있다. 사실 선생님이 정치를 애정남이라 부를 때는 항상 ‘운동’이라는 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운동에 해당되는 코너 제목은 ‘불편한 진실’. 제도 정치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야당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한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정치다.
-
정동칼럼 검찰개혁이 추·윤 싸움이 된 이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언제로 돌아가면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추미애 장관을 임명하던 그때? 아니면 조국 장관을 임명했을 때, 윤석열 총장을 임명했을 때, 양정철이 윤석열을 만나 총선 출마를 권유했던 그때, 윤석열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때? 이것이 역사적 필연이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 대화하려고 했던 그때일까? 어쩌면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해서 유일한 초법적 권력을 검찰이 독점하게 되었던 그때, 아니 유신헌법을 기초한 김기춘이 박정희에게 김똘똘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검찰이 군사독재의 하수인이었던, 그때였을까?
-
정동칼럼 김종철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 세상의 관심이 온통 미국에 가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분명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10년 뒤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김종철이다. 그가 정의당 대표가 되고 나서 내세운 연금개혁, 기본자산제, 전 국민 고용소득보험, 조세개혁, 중대재해기업처벌, 낙태죄 폐지 등이야말로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처럼 실제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
정동칼럼 ‘똘마니’와 위기의 민주주의 ‘범죄 집단 등의 조직에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똘마니’의 사전적 의미다. 일단 아이들이 들어서 별로 좋을 것 없는 표현인 것은 분명하고, 누군가 주의를 끌어보려고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해도 굳이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게다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른 뉴스들을 모두 덮어버린 정치적 이슈가, 겨우 한 논객의 점잖지 못한 표현에 대한 국회의원의 소송 제기라면 다소 허탈하기까지 하다.
-
정동칼럼 개천의 용들이 세상과 싸우는 법 새벽에 응급실에 앉아 있으면 안다. 그들의 위대함을.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면 이내 망연자실한 표정의 가족들이 온다. 그들은 젊은 의사의 몇 마디에 눈물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거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거기에 묵묵히 앉아 있으면, 내가 하는 일의 무용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럴듯하게 꾸며 말하고, 쓰고, 때로는 정책에 개입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터럭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만 내가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눈앞의 사람들을 죽이고 살린다. 생명의 위급함 앞에서 그들은 신처럼 위대하다. 그들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
정동칼럼 2020년 장마, 지방에서 지난 보름 동안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자주 보였던 문장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도 기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들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우리 국민 다수는 여기에 둔감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단언컨대 그것은 ‘서울’에 비가 왔기 때문이다.
-
정동칼럼 부동산, 대책 아닌 원칙이 필요하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어디인지, 금융정책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보유세·취득세·양도세 등 어느 세금을 올리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종합적 대책이 무엇인지, 해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어도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분노, 실망, 절망, 배신감, 후회 같은 것을 말할 자격은 있을 것이다.
-
정동칼럼 ‘보이지 않는 죽음’을 대표해 달라 의회를 지칭하는 용어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는 단일한 의회를 가지고 있어서 국회(어셈블리, Assembly)라고 부르지만, 어떤 나라들에서는 상원과 하원이 명칭은 물론이고 선출방식과 역할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세네트(Senate)라 불리는 상원은 주마다 동일하게 2명씩 뽑히지만, 일반적으로 콩그레스맨·우먼(Congressman·Congresswoman)이라 불리는 하원의원은 인구비례로 뽑힌다. 영국의 의회는 팔리아먼트(Parliament)라고 하는데, 귀족원(House of Lords)과 평민원(House of Commons)뿐 아니라 왕권(Monarch)도 그 일원이다. 평민원은 모두 투표로 뽑히지만, 귀족원은 여전히 작위를 가진 귀족과 종교지도자, 왕과 총리가 추천하는 저명인사로 구성된다.
-
정동칼럼 21대 초선들에게 부치는 편지 21대 국회 개원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개원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지난 70여 년간 한국정치에서 한 번도 주류의 자리를 빼앗긴 적 없었던 보수의 벽이 처참하게 무너졌고,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세력이 과반을 넘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잘해야 한다. 이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