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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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노동자와 어우러질 헌법의 풍경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헌법의 풍경들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탄핵심판 국회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가 최후변론에서 한 말이다. 헌법을 오염시킨 자는 윤석열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국회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난민이나 이주민을 별도의 사법 절차 없이 최대 20개월까지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외국인보호소는 이름만 보호소일 뿐 창문도 환기시설도 없는 감옥이다. 2021년 모로코 국적의 난민이 두 손과 두 발이 뒤로 묶인 채 화성외국인수용소에 감금된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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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윤석열 시급이 약 3050원 올랐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시급 인상분 170원의 18배다. 연봉으론 2억6200만원이다. 윤석열 집권 후 최저임금은 460원, 240원, 170원 올랐다. 물가와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삭감이다. 그가 최저임금을 삭감한 명분은 자영업자 보호였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2일 민생토론에서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강구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더 힘을 내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은 다음날 계엄을 선포해 자영업자는 물론 나라경제를 끝장냈다. 윤석열과 수많은 언론이 자영업자와 국가경제를 무너뜨린다고 저주했던 최저임금은 하지 못한 일이다. 윤석열은 1월15일 체포된 순간에도 최저임금에 경제파탄의 책임을 돌렸다. 그는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와 대출금 문제 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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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공항의 계엄령 ‘필수유지업무’ 인천공항공사가 청소 일을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려 한다. 회사가 청소노동자를 소중하게 생각해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려 하는 것일까? 필수유지업무 지정은 노동현장에 계엄을 선포하는 일이다. 필수유지업무란 철도, 항공운수, 병원, 통신 등 필수공익사업 중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안전과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다.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되면 노조는 파업 중에도 일을 할 노동자 명단을 회사에 넘기고 회사는 명단에 있는 노동자에게 일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노동자가 이를 어기고 파업에 동참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파업을 금지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윤석열의 계엄령 4호, 5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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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로제 ‘아파트’, 노동자 ‘총파업’ “아파트 아파트 우, 우후우후”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가 화제다. 로제가 좋아하는 ‘아파트 술게임’에 착안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 술게임 아파트는 유쾌하지만 현실의 아파트게임은 잔인하다. 서울 한복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입주하거나 청약에 당첨되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 그러나 아파트게임에는 승자보다 패자가 많다.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가구소득 중위 값은 7812만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이다. 연봉 8000만원을 버는 고소득자도 서울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년을 모아야 한다. 게임의 패자들은 출입문이 다른 임대아파트 동이나 거대한 아파트 그늘 아래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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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1원이라도 틀리면 끝’이어야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중심에 있는 명태균이 김영선 전 의원의 월급 절반을 가져갔다. 명태균은 김영선 전 의원의 측근에게 ‘1원이라도 틀리면 나는 끝’이라고 위협했다. 1년간 명태균이 가져간 금액은 9677만6000원이다. 명태균은 부당한 거래로 손쉽게 돈을 뜯어냈지만 노동자들은 정직하게 일하고도 돈을 받기 어렵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떼였다. 일용직, 알바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떼이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롯데시네마가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알바노동자와 10개월 단기 계약을 맺는 악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같은 해 국회에서도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국회인턴을 11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1원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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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배달 달인’ 죽음과 방영환 열사 ‘배달의 달인’이 사고로 지난 8월25일 사망했다. 고인은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며 월수익 1200만원을 기록해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었다. 자신의 수명을 연료 삼아 달리던 달인의 오토바이를 멈추게 한 건 신호를 위반한 버스였다. 41세의 그가 사고사를 피했다면 과로사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 주 평균 93시간28분 일하던 47세 배달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버스노동자들은 5030안전속도, 우회전 시 일시정지, 어린이보호구역 서행 등을 준수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모든 승객 착석 후 출발도 요구했다. 그러나 버스회사의 무리한 배차시간을 조정해준 사람은 없었다. 서울시는 배차 간격을 잘 지키는 회사에 성과급까지 줬다. 단속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과속과 신호위반을 하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속도위반의 책임은 노동자가 지지만, 이익은 사모펀드가 가져간다. 사업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버스사업에 사모펀드가 진출해 탐욕스럽게 시민의 세금을 뽑아 먹었다. 버스회사에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보전해줬는데 지난해 서울시는 8915억원, 인천시는 2816억원을 버스회사에 줬다. 혈세와 함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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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섬마을 전기는 불법으로 흘렀다 지난 8월21일 충남 태안군 가의도에 번개가 쳤다. 하필 발전소 근처 전봇대 통신 계량기가 번개에 맞아 가의도 일대 전기가 끊겼다. 폭우가 쏟아진 밤이었다. 섬마을 주민 75명은 높은 습도와 더위로 고통받았다. 게다가 주민 대부분은 고령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전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다. 전기는 10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복구됐다. 가의도의 한 주민은 8월27일 서울의 섬 여의도 국회 앞으로 와 이날의 참상을 알리고,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책임을 물었다. “한전은 숙련된 노동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우리 전력시스템의 안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렸습니다.” 바다를 건너온 전국의 섬마을 주민 150여명도 그의 옆에 있었다. 한전 위탁업체 JBC에서 일하다 집단해고된 노동자들이다. 한전은 지난 30여년간 전국 66개 섬마을 전기 공급과 관리를 JBC라는 기업에 임의로 맡겼다. 한전 퇴직자들이 ‘OB들의 친목과 소통의 커뮤니티’라는 구호를 내걸고 만든 조직 한국전력전우회가 100% 출자한 회사다. JBC 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한전이 했고 JBC는 사실상 인력 공급 관리 역할만 했다. 그러나 전력업무는 파견허용 업종이 아니다. JBC가 파견업체인 것도 아니다. 불법파견이었다. 이에 법원은 JBC에 소속된 노동자가 한전 소속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섬마을 전기가 불법으로 흘렀다는 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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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택시손님을 ‘사람’으로 보려면 대법원이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클래식을 틀고, 불평 없이 골목길까지 안전하고 친절하게 운행해주는 택시는 앱이 아니라 노동자가 만들었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충직한 택시기사를 원하면서도 노동법상 책임과 비용은 회피하기 위해 세 가지 꼼수를 썼다. 타다를 관리 운영할 자회사 VCNC를 만들어 노동법에서 한 걸음 도망쳤다. 타다를 운전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간 협력업체를 끼워 두 걸음, 협력업체에 타다 노동자와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위탁계약서를 쓰게 해 세 걸음 달아났다. 그러나 타다는 근태관리를 하고 교육 면담을 진행하는 등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처럼 통제했다. 지휘감독의 대가는 월급제였다. 타다 월급제가 타다를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택시로 만든 비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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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누굴 위한 ‘지하철 해고 질주?’ 여름철 락스로 화장실 청소를 하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다. 몸에 안 좋을 걸 알지만 편리함과 강력한 세척력 때문에 화학용품을 포기할 수 없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머리 위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데 지하철 에어컨은 어떻게 청소할지 궁금하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지하철 노동자들은 3년에 한 번씩 200m 길이의 지하철을 통째로 목욕시킨다. 거대한 차량기지에서 지하철 10칸을 하나하나 분리해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고 바퀴, 모터, 에어컨 등 부품을 떼어내 세척하고 정비한다. 부식을 막고 모양을 내기 위해 페인트칠을 하는 도장작업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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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안전운임제 살려 노동자 살려야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에 대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석유 탐사 시추를 승인했다. 탐사 시추에는 5번 뚫는 데 약 5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포항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2021년 9월3일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소속 화물노동자 권씨는 아내와 통화하면서 주말에 등산을 가자고 약속했다. 아내는 등산복 대신 수의를 입은 남편을 만나야 했다. 지게차가 하역작업을 하면서 권씨의 화물차에 쌓여 있던 목재 더미를 들어 올리는 순간 옆에 있던 다른 목재 더미가 쏟아져 권씨를 덮쳤기 때문이다. 지게차는 목재만을 바라볼 뿐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해 7월 인천의 목재공장, 8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똑같은 사고로 화물노동자가 숨졌다. 그럼에도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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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최저임금회의 TV 생중계하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베트남 전쟁에 파병 갔다 온 얘기를 하며 자신의 인생사를 늘어놓는 위원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2023년 최저임금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30분 더 일 시킨 게 무슨 큰 죄냐며 하소연한 위원도 있다. TV로 생중계했다면 국민들은 최저임금위를 ‘봉숭아학당’으로 볼 것이다. 이를 보도해야 할 기자들은 회의장에서 쫓겨난다. 국회도 국회의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 회의록을 남기는데 최저임금위는 회의록도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동계가 회의 정보를 공개하자 최저임금위는 휴대폰을 압수하겠다고 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해야 긴밀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명분인데,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황당한 말들이 난무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최저임금 회의가 비밀에 싸여 있는 동안 회의장 밖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 쏟아진다. 다행히 공개 발언은 검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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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최저임금은 억울하다 장모님은 학교급식조리노동자였다. 20년 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생들의 밥을 지었다. 자주 편도가 붓고 팔다리가 아팠는데, 신비하게도 일을 쉬니까 고통이 사라졌다. 노동의 고통과 일을 그만뒀을 때의 소득감소를 저울질해야 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한계’와 ‘효용’이라 부르고, 노동자들은 ‘골병’과 ‘풀칠’이라 부른다. 한약으로 기운을 채우고, 침으로 아픈 몸을 깨우며 일을 하던 장모님은 딸이 결혼을 하자 사표를 냈다. 학교는 뒤늦게 장모님을 붙잡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경제학교과서에 그려진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 임금과 고용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현실은 실험실이 아니다. 임금이 삭감돼도 노동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많지 않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은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 아님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보다 낮게 설정되어 임금이 시장가격까지 오를 때까지 고용감소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급식실, 우체국집배원, 돌봄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노동시장은 노동수요자가 노동공급자보다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 임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수요독점시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