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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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이제 절실한 건 ‘동료 시민’ “장애인 교육차별 철폐, 장애인 교육예산 증액’이 새겨진 조끼를 입은 발달장애 청소년과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부산~경주 간 국토대장정을 떠났다.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은 길을 걷다 지쳐 주저앉았고, 대학생 활동가들의 발가락에는 커다란 물집이 잡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3박4일간 90㎞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청소년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던 활동가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을 익히며 함께 걷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 날 종착지인 해운대역에서 장애 청소년-대학생-학부모들은 한자리에 모였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장애인을 집에 격리시킬 게 아니라 동네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부딪칠 수 있게 한다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순간이었다. 지난 여름방학에 떠났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 국토대장정은 2007년 겨울방학에 진행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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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뜬금없는 대통령발 이념전쟁 밀턴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사회주의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 자유가 갖는 특징’이라며 자유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의 제자를 자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스승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잡아내는 데 혈안이다. 8월15일 윤 대통령이 ‘인권·진보 활동가들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라며 주홍글씨를 새기자,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김좌진 장군의 흉상을 뽑으려고 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대통령발(發) 이념전쟁이 의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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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국가의 보험사기 “더 많은 플랫폼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정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지난 7월21일 인도에서 열린 ‘G20 고용노동장관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계에 자랑한 내용이다. 이 장관의 연설이 있은 지 3일 뒤 웹툰작가, 대리운전, 배달라이더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노동자 희망찾기’는 규탄성명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고용, 산재보험이 ‘국가 주도의 보험사기’로 전락할 판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관 말대로 고용보험 납부자가 늘어나긴 했다. 과거 특수고용노동자로불리던 보험설계사, 택배, 퀵서비스 기사 등 ‘노무제공자’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022년 4월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겼다. 배달노동자들도 2022년 1월1일부터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기 시작했는데 배달업체 사장들은 이를 핑계로 각종 수수료를 높이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내야 할 보험료보다 많은 금액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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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 “빠앙.” 냉소와 야유를 토해내듯 경적이 울린다. 차량 한 대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1만2000보 도보행진에 참여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을 밀치듯 지나쳤다. 집회와 행진에 참석하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다.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원색적 비난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의 남루한 얼굴을 마주하면 대거리를 하는 대신 문구가 보이지 않게 팻말을 돌리고 얼굴도 돌려 버린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분들은 뒤통수에 대고 ‘지랄하네’라는 말을 내뱉는데 문득 뜻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간질 환자를 비하하거나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온몸을 던져서라도 전하고 싶은 절박한 이야기는 종종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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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만만한 게 노동자 임금인가 “원재료 가격 등 물가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을 인상합니다.” 자주 가는 음식점마다 비슷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 지갑만 생각하면 서운하다가도 임대료에 대출 이자까지 떠안을 사장님 생각을 하니 납득이 된다. 정반대의 안내문을 붙이는 상품도 있다. ‘물가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을 인하합니다.’ 인간 노동력의 가격, 임금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임금이 상승하면 자영업자가 힘들어져 고용이 줄고 물가가 상승해 조삼모사가 되니 임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이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고 비난한 2018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5% 올랐고, 2019년에도 0.4% 오르는 데 그쳤다. 1000원 수준의 임금 인상으로는 나라를 무너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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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사회화되지 않는 손실 설거지를 하다 ‘쉬지도 않고 일하던 애가, 전셋집을 구해서 진짜 좋아했는데’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셋집 마련이 꿈이었던 건 나도 마찬가지라 TV로 얼굴을 돌렸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을 다룬 뉴스였다. 미디어에 출연해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말하는 전문가를 본 적은 많았지만 전셋집을 구해 기뻐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문제가 된 전세금은 8000만~9000만원.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종부세 문제가 ‘생존권’이란 이름으로 몇년 동안 정치쟁점이 되는 동안, 전세금 8000만~9000만원이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걸 알기 어려웠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배제돼 있다가 사망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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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일하는 실업자의 비애 경제는 어렵고 일자리는 없다고 하는데 실업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은 3.1%로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실업자가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통계가 또 하나 있다. 2022년 단순노무종사자가 404만5000명으로 2013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51만1000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는 96만6000명 증가했는데,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음식배달, 택배, 가사, 경비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단순노무종사자다.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이거나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일자리를 찾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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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연차가 뭐죠, 마시는 건가요? ‘연차가 뭐죠, 마시는 건가요?’ 농담 같지만, 모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실제 질문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거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연차라는 단어 자체를 듣지 못한다. 연차의 뜻을 알더라도 ‘마시는 건가’라는 자조 섞인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데 연차가 있어도 쓸 수 없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일이 많으니 쓰지 말라 했다가 회사에 일이 없으니 사용하라고 하는가 하면 퇴사 때 연차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할 불법이지만 되레 엉뚱한 일만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재계는 요즘 젊은이들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걸 좋아한다며, 69시간 일하고 제주도 ‘한 달 살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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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노동은 도박이 아니다 쿠팡이츠 앱에서 알림이 떴다. 1시간 안에 배달 3개 하면 7500원을 더 준다고 한다. ‘못 먹어도 고!’다. 흥분되는 마음으로 앱 접속 후 두 번째 콜을 수행하러 음식점에 도착했는데, 사장님이 놀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다. 주문 들어왔는지 몰랐단다. 사장님이 부랴부랴 음식을 만들었지만, 20분이 훌쩍 넘었고 손님이 콜을 취소해버렸다. 고스톱에서 ‘고박’을 쓴 것처럼 보너스는커녕, 1시간 동안 고작 6000원을 손에 쥐었다. 터덜터덜 가게를 나오는데 앱이 5000원짜리 콜을 수락하겠냐고 물었다. 배달료가 실시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거절할지 수락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이 콜을 거절하면 7000원으로 오른 콜이 올 수도, 3500원으로 하락한 콜이 올 수도 있다. 60초의 제한 시간 동안 삶을 건 도박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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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146번 버스와 노동개혁 새해 첫날 146번 버스 첫차에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 탔다. 한덕수 총리다. 146번 버스는 강남지역으로 일하러 가는 강북지역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가 주로 이용한다. 노동자들은 총리를 만나자 의외의 부탁을 했다. 첫차 시간을 4시5분에서 3시50분으로 15분 당겨달라는 거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5분에 버스를 타고 출근해도 청소 일을 제시간에 마치기 어려우니 더 일찍 버스를 탈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다. 청소노동자들은 보통 새벽 5시에 전날 쌓인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6시엔 화장실, 7시엔 사무실 청소를 시작해 직원들이 출근하는 8시 전에는 청소를 말끔히 끝내야 한다. 청소노동자에게 새벽시간 1분이 1시간처럼 소중한 이유다. 이야기를 들은 총리는 서울시장에게 곧바로 전화해 첫차 시간을 15분 앞당길 수 있냐고 물었다. 서울시장은 협조하겠다고 답했고 승객들은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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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도려낼 건 쪼개진 자본이다 14세의 청소년이 어머니 계정을 이용해 쿠팡이츠 배달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쿠팡이츠는 계정을 정지시키면서, 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했다. 부산 배달대행사에서 일한 라이더는 사고가 나서 일을 못했는데, 하루 4만5000원의 오토바이 리스비를 갚지 못해 700만원의 빚을 졌다. 두 사례 모두 법으로만 따지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일부노동자에게 노조를 결성해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에 맞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은 노조법을 비웃으며, 다양한 꼼수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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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그건 ‘산재워싱’이다 쿠팡이츠가 10월28일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인증을 받았다.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쿠팡이츠는 노동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보증해준 셈이다. 쿠팡이츠도 자랑스러웠는지 행사현수막에 ‘배달 업계 최초 인증’을 새겼다. 김명규 대표는 자신 있게 “안전 관리 노력이 이번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취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ISO 인증에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노동자 참여다. 그러나 인증대행기관인 DNV는 노조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배달노동자들은 쿠팡이츠를 최악의 기업으로 꼽는다. 쿠팡이츠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인 2시간 안전교육을 듣지 않은 라이더에게도 일을 시킨다. 노동자들이 영업용 보험에 가입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며, 자전거 킥보드 등을 위한 보험도 없다. 배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상식도 지키지 않아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1시간에 3건 미션을 완료하면 프로모션을 주는 깜짝 프로모션을 시시때때로 올리고, 기본료는 2500원에 묶어둔다. 노동자들은 미션에 실패할까 두려워 가슴을 졸이며 위험한 주행을 감행하는데, 쿠팡이츠는 눈이 오는 위험한 날에 더 많은 프로모션을 지급하여 사고 위험을 높인다. 그 결과 쿠팡이츠는 대한민국 산재신청 9위 기업이 됐다. 쿠팡 주식회사는 산재신청 2위, 쿠팡물류센터는 7위다. 쿠팡은 물류센터 사망사고와 에어컨 미설치, 택배 과로사 문제 등 산재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어떤 노동조합과도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있다.